[TF이슈] '노키즈존' 논란, "아이가 애완견인가요?"
입력: 2015.08.16 05:00 / 수정: 2017.05.26 10:25
노키즈존 논란 최근 일부 식당이나 카페 등의 업소에서 어린아이들의 출입을 금지하면서 찬반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이효균 기자
'노키즈존 논란' 최근 일부 식당이나 카페 등의 업소에서 어린아이들의 출입을 금지하면서 찬반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이효균 기자

#. 서울 송파구 잠실동에 사는 주부 김미영(가명) 씨는 같은 동네에 사는 이웃과 카페를 찾았다가 제지당했다. 3살배기 아기를 데리고 왔다는 이유에서다. 황당해서 직원에게 따져봤지만, 소용이 없었다. 직원은 "아이는 매장에 데려올 수 없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결국, 그는 다른 카페를 찾아 나설 수밖에 없었다.

#. 강원 속초시에 사는 주부 홍수연(가명) 씨는 부모님 생신을 맞아 가족과 함께 장어 식당을 찾았다. 혹시나 아이들이 식당을 뛰어다니며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줄까 봐 장난감도 미리 다 챙겨갔다.

하지만 4살짜리 아이가 실수로 신발을 벗는 구역을 지나 발판을 밟았다. 발판과 신발 벗는 곳은 어른이 봐도 구분이 잘 안 되었는데도 말이다. 직원은 이를 나무랐고 결국 다른 식당으로 옮길 수밖에 없었다. 홍 씨는 "놀이터가 있는 식당이 많지 않고 애들 데리고 갈 데가 없어지는 것 같아 마음이 안 좋다"고 토로했다.

'노키즈존'(No Kids Zone)이 뜨거운 감자다. 최근 일부 업체에서 어린 아이들의 카페 또는 음식점 출입을 금지하면서 찬반 논란이 일고 있다.

몇 년 전부터 서울 강남·홍대 일대에서 생겨나기 시작한 노키즈존은 보통 만 5세 미만 아이들의 출입을 금지하고 있다. 경기 수원, 파주 등으로 노키즈존은 확산하고 있으며, 일부 카페는 만 7세 이하 미취학 아동까지 확대했다.

노키즈존을 도입한 업주들은 다른 손님에게 피해를 주는 것을 원천적으로 막기 위한 특단의 조치라고 주장한다. 업주가 특정 손님 출입을 막는 것 자체를 규제할 법적 근거는 없다. 엄마들 사이에서도 찬반 의견이 분분하다.

아이는 못 들어와요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있는 한 카페는 만 7세 이하 미취학 아동이 출입하지 못하도록 하는 노키즈존(빨간색 네모 안)을 도입했다./삼성동=신진환 기자
'아이는 못 들어와요'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있는 한 카페는 만 7세 이하 미취학 아동이 출입하지 못하도록 하는 '노키즈존(빨간색 네모 안)'을 도입했다./삼성동=신진환 기자

13일 만난 서울 강남구 청담동 한 카페 직원은 "아이들이 공공장소의 분별을 잘 못 하는 것은 이해하지만, 보호자가 이를 통제하고 교육하는 일은 거의 없다"며 "다른 손님들도 대가를 내고 카페를 찾은 만큼 운영자는 그에 합당한 공간을 제공할 의무가 있기에 사장님이 노키즈존으로 운영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업주들의 이 같은 주장에 아이를 둔 일부 부모들은 노키즈존이 '역차별'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다둥이 엄마 김 모 씨는 "아이라면 다 그런 거 아닌가요. 뛰어놀고 겁 없고 전 조금 이해가 안 되네요. 더불어 사는 세상을 가르쳐도 모자랄 판에 노키즈존이라니, 씁쓸하다"고 말했다.

1남 2녀를 둔 이 모 씨도 "일부 몰상식한 엄마들 때문에 모든 아이가 역차별을 받는 것 같다. 아이들이 애완견도 아니고 금지라니 말도 안 된다"면서 "서로 이해하는 배려 문화가 아쉽다"고 꼬집었다.

출산한 지 얼마 안 된 임산부 정 모 씨도 "처녀 때랑 생각이 많이 바뀐 것 같다. 전엔 애들이 시끄러운 거 다 짜증스러웠는데 이제 이해하게 됐다. 저도 아이를 낳고 주의하고 살아야겠단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지난 13일 한 포털사이트에는 노키즈존을 찬성하는 견해가 우세를 보였다./네이트 화면 갈무리
지난 13일 한 포털사이트에는 노키즈존을 찬성하는 견해가 우세를 보였다./네이트 화면 갈무리

반면 상당수 부모는 노키즈존에 찬성한다.

30대 워킹맘 A 씨는 "같은 부모로서 아이들이 개념 없이 식당에서 뛰어다닌 것을 참으려고 하지만 도가 지나칠 때가 잦다. 그런데도 부모들이 가만히 둘 때 보면 정말 짜증 난다"고 강조했다.

40대 주부 B 씨도 "저도 사실 아이를 낳은 엄마지만 아이들 안전상의 문제도 있고, 다수의 편의를 위해서 노키즈존에 찬성한다"고 밝혔다.

A 씨의 말처럼 실제 공공장소에서 다른 손님이나 직원이 불쾌할 만한 일들로 종종 논란이 된 적 있다.

지난 7월 한 프랜차이즈 카페 매장 안에서 아이의 소변을 컵으로 받아 내거나 패밀리레스토랑 탁자 위에서 아이의 똥 기저귀를 갈아준 일 등이 알려지면서 SNS(사회관계망 서비스)를 달궜다.

때문에 SNS 상에서도 "노키즈존만 골라가겠다(@par*****)""부모들의 매너 교육이 되겠다. 용기를 갖고 추진해라(@lady******)" 등의 반응을 나타냈다.

각자의 삶이 존중받는 시대다. 때문에 노키즈존은 갈수록 더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어린아이도 하나의 인격체이고 특정 손님을 막는 것은 역차별 소지가 있는 만큼 노키즈존에 대한 논란은 지속될 전망이다.

[더팩트ㅣ신진환 기자 yaho1017@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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