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현장] 588 뒷골목 여인숙에선…"나도 먹고 살자"
입력: 2015.08.14 05:00 / 수정: 2015.08.13 22:41
싸게 해줄게 12일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 일대에 있는 일부 여인숙은 성매매 여성이 상주했다./청량리=신진환 기자
"싸게 해줄게" 12일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 일대에 있는 일부 여인숙은 성매매 여성이 상주했다./청량리=신진환 기자

"덥지? 쉬었다가. 시원해. 들어와서 얘기해."

한 여인숙 문 앞에 앉아 있던 여성이 불러 세운다. 발걸음을 멈추자 이내 얼굴에 밝은 미소가 번진다. 다짜고짜 이 여성은 객실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좁은 여인숙 통로로 끌어들인다. 그러곤 "끼익"하고 요란한 소리가 나는 방문을 연다. 그 뒤 그는 손가락 3개를 펼친다.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 일대에는 흔히 '588'로 불리는 집창촌이 있다.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알고 있다. 하지만 집창촌 인근 여인숙에서도 성매매가 이뤄지고 있다는 이야기가 인터넷 등을 통해 알려졌다. <더팩트> 취재진은 청량리 588 집창촌이 아닌 여인숙 성매매의 실체를 들여다보기로 했다.

12일 오후 취재진이 찾은 청량리 588 근처. 골목으로 여인숙이 보였다. 소문의 근원지였다. 집창촌이 외관상 뚜렷이 구별되는 곳이라면 인근의 일부 여인숙은 '속살'을 감추고 있다. 숙박업소인 여인숙에서 암암리에 성매매가 이뤄지고 있다.

집창촌 밀집구역의 한 골목. 여인숙들이 양옆으로 길게 늘어서 있다. 간판 등 구조물만 보아도 세월이 느껴질 정도다.

여인숙에는 공통점이 있다. 중년의 여성들이 입구에 앉아 부채질하거나 담소를 나눈다는 점이다. 더운 날씨 탓에 바깥바람을 쐬는, 우리가 동네 골목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다.

그런데 여인숙을 지날 때마다 "놀다가"라며 중년의 여성이 호객행위를 한다. 평범한 동네 주민인 줄 알았던 여성이 일순간 달리 보인다.

먹고살기 힘들어 성매매 여성들은 여인숙 문앞에 나와 지나가는 행인을 기다리고 있다./청량리=신진환 기자
"먹고살기 힘들어" 성매매 여성들은 여인숙 문앞에 나와 지나가는 행인을 기다리고 있다./청량리=신진환 기자

A 여인숙의 한 여성은 화대를 깎아주겠다며 적극적인 자세다. 못 이기는 척 따라 들어가 보니 방들이 일렬로 들어서 있다. 옛날 드라마에서나 볼법한 구조다. 방 문의 작은 창문에 불빛이 없고 신발도 보이지 않아 아무도 없는듯하다. 곳곳에는 먼지가 가득했으며 목조에 페인트를 대충 칠해 세월을 감췄다.

여인숙 주인이냐고 묻자 "주인은 아니고 세 들어 살고 있다"며 "나 말고 숙박 손님은 없다고 보면 돼"라고 말했다. 여인숙에 머물면서 성매매로 생활비를 벌고 있는 것이다. 이는 여인숙 주인이 윤락녀를 알선해 주는 속칭 '여관바리'와의 차이다.

B 여인숙의 한 여성은 "좋은 비디오도 있고 시간도 넉넉히 줄게"라며 "근처 젊은 언니들은 더 비싸니까 잘 판단해봐"라고 성매매를 제안한다. 그는 B 여인숙 주인이라고 덧붙였다.

이들은 성매매를 왜 할까. B 여인숙 김옥림(가명) 씨는 "숙박하겠다는 사람이 한 명도 없다"며 "다들 좋은 모텔로 가니까 먹고 살기 위해서는 이 방법(성매매)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C 여인숙 황인주(가명) 씨는 "월급쟁이로 살면 꼬박꼬박 돈 나오니까 나도 좋지. 그런데 젊고 정정한 사람을 쓰려 하지, 나이 먹어서 기력이 없는 사람은 꺼려"라며 "나도 먹고 살아야 할 거 아니냐"고 푸념했다.

이날 만난 성매매 여성은 "생계를 위해"라고 한목소리를 냈다. 불법을 알고 있지만 먹고 살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는 태도다.

일단 들어와 여인숙이 밀집한 골목에는 중년 여성들이 지나가는 남성을 붙잡는 호객행위를 했다. 사진은 한 여성이 여인숙 직원에게 길을 묻고 있다./청량리=신진환 기자
"일단 들어와" 여인숙이 밀집한 골목에는 중년 여성들이 지나가는 남성을 붙잡는 호객행위를 했다. 사진은 한 여성이 여인숙 직원에게 길을 묻고 있다./청량리=신진환 기자

현재 사회적으로 생계형 성매매 여성을 특정 구역에서만 통제하는 선에서 형사처벌을 받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반면 성매매는 사회적 해악이 크고 공익적 필요성에 따라 일부만 허용할 수 없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현재 생계형 성매매 여성을 구분하는 기준이나 근거는 없다. 다만 이들이 왜 '생계형'이라고 주장하는지에 대해서는 귀를 기울여보는 것은 해봄 직하다. 넓은 관점에서 이들도 한 명의 국민이기 때문이다.

한편 인권단체인 엠네스티는 11일(현지 시각)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70여 개국 400여 명의 대의원이 참석한 가운데 총회를 열어 성매매를 처벌 대상에서 제외하자는 방침을 채택했다. 하지만 엠네스티의 이러한 결정은 법적 구속력이 없다.

[더팩트ㅣ청량리=신진환 기자 yaho1017@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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