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진환의 로우킥] 교원 성범죄 '솜방망이 처벌', 백년대계 망친다
입력: 2015.08.06 08:11 / 수정: 2015.08.06 08:11
굳게 잠긴 교문 최근 서울 서대문구의 한 공립 고등학교에서 남자 교사들이 제자와 동료 여교사를 성추행한 의혹이 불거져 충격을 주고 있다./신진환 기자
굳게 잠긴 교문 최근 서울 서대문구의 한 공립 고등학교에서 남자 교사들이 제자와 동료 여교사를 성추행한 의혹이 불거져 충격을 주고 있다./신진환 기자

한파가 몰아친 1997년 1월. 한 무기수가 부산교도소의 화장실 쇠창살을 자른 뒤 탈출했다. 비상이 걸린 경찰은 그를 잡기 위해 안간힘을 쓰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결국 옷을 벗은 경찰도 생겨났다. 그는 신출귀몰했다. 한번은 경찰이 쏜 총에 맞고도 경찰의 포위를 뚫었다. 그렇게 이 탈옥수는 2년이 넘게 도피 행각을 벌이다 전자제품 수리공의 신고로 경찰에 붙잡혔다.

'희대의 탈옥수'라 불리는 신창원이 벌인 실화다. 조금 과장하자면 당시 전 국민이 그의 이름을 한 번쯤 듣거나 알 정도였다. 그는 나름 유명인(?)이었다. 그런 그가 순탄치 않은 삶을 산 것은 책을 통해 알려졌다.

신창원은 '신창원 907일의 고백'에서 "지금 나를 잡으려고 군대까지 동원하고 엄청난 돈을 쓰는데 나 같은 놈이 태어나지 않는 방법이 있다. 내가 초등학교 때 선생님이 '너 착한 놈이다'하고 머리 한 번만 쓸어주었다면 여기까지 오지 않았을 것이다. 5학년 때 선생님이 '이 X놈의 XX야, 돈 안 가져 왔는데 뭐하러 학교 와, 빨리 꺼져'하고 소리쳤는데 그때부터 마음속에 악마가 생겼다"고 밝혔다.

그의 말대로라면 교사의 말 한마디, 행동 하나가 한 학생의 인생을 바꿔놓은 것이다. 그만큼 교사의 역할이 중요하다 할 수 있다. 교육은 '백년지대계'란 말이 그냥 나온 게 아니다. 국가의 백년 앞날을 보고 교육에 공을 들여야 미래가 있다는 말이다.

어수선한 교육계 인격이 형성될 시기에 학생들을 상대로 한 성범죄는 긴 후유증을 남길 수밖에 없다./이새롬 기자
어수선한 교육계 인격이 형성될 시기에 학생들을 상대로 한 성범죄는 긴 후유증을 남길 수밖에 없다./이새롬 기자

그런데 최근 부끄럽고 참담한 소식에 여론이 시끌시끌하다. 최근 서울의 한 고등학교 교사가 학생들과 동료 교사들을 상대로 성범죄를 저질렀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교사가 여학생에게 성희롱도 모자라 신체를 만지는 행위를 했다 한다. 한 사람이 아닌 학교장을 포함한 교사 6명이 말이다.

하기야 놀랄 일도 아니다. 비단 이번 사건뿐 아니라 과거에도 심심찮게 교육자들이 성범죄 물의를 일으키곤 했다. 우리나라 최고 명문 대학이라는 서울대에서도 교수가 학생을 성추행해 올해에만 2명이 파면됐다.

그런데 정작 교육 당국은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고 있다. 2011년부터 올해 6월까지 성범죄를 저질러 징계를 받은 교사는 231명이다. 파면이나 해직 등의 중징계 처분은 167명이다. 나머지는 학교에 남아 있다는 얘기다.

더욱 심각한 것은 매년 교원의 성범죄가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성범죄를 저질러 징계받은 교원은 2011년 42명, 2012년 60명, 2013년 54명, 2014년 40명이다. 올해는 상반기까지만 35명에 이른다. 미온적으로 대응해 사태를 키웠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끊이지 않는 교원 성범죄 성범죄를 저질러 징계받은 교원은 2011년 42명, 2012년 60명, 2013년 54명, 2014년 40명이다. 올해는 상반기까지만 35명에 이른다./이새롬 기자
끊이지 않는 교원 성범죄 성범죄를 저질러 징계받은 교원은 2011년 42명, 2012년 60명, 2013년 54명, 2014년 40명이다. 올해는 상반기까지만 35명에 이른다./이새롬 기자

극히 일부라고는 하지만 교사가 성범죄를 저지른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매우 우려스러운 일이다. 직업 특성상 교육자는 엄격한 도덕성을 바탕으로 지도해야 할 의무가 있다. 하지만 잇따른 교원 성범죄로 제살을 깍아먹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교권이 땅에 떨어졌다'는 목소리에 누가 공감할 수 있을까.

교육은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 자신의 잘못을 사과하지 않는 교사에게 학생이 배울 것이 있을까. 논란이 불거진 G 고등학교 한 학생이 "선생으로서 조금의 양심과 죄책감이 있다면 모든 사실을 얘기하고 반성하고 뉘우치는 모습을 제자에게 보여달라"고 호소했다.

인격이 형성될 시기에 학생들을 상대로 한 성범죄는 후유증을 남길 수밖에 없다. 따라서 성범죄에 연루된 교원은 다시 교편을 잡지 못하게 하는 등 더 엄히 처벌해야 한다.

시대의 흐름에 맞게 교육 현장도 바뀌고 있다. 그렇다면 반복되는 불미스러운 일에 대한 처벌과 제도 역시 시대에 맞게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인격이 형성되는 청소년 시절, 선생님으로부터 충격적 일을 당한다면 그 사람의 인생은 어떻게 변할 것인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성범죄는 다 나쁘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선생님 성범죄는 엄하게 다스려야할 이유다. 그로 인해 더는 성범죄의 희생양이 되는 학생이 없길 바랄 뿐이다.

[더팩트ㅣ신진환 기자 yaho1017@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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