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현장] '여관바리' 성매매 실태, "잠깐 쉬었다 가게?"
입력: 2015.07.26 05:00 / 수정: 2015.07.26 18:02
잠깐 쉬었다 가게? 23일 인천시 동구 송림동 인근에 있는 일부 숙박업소는 속칭 여관바리라고 불리는 성매매를 알선했다./인천=신진환 기자
"잠깐 쉬었다 가게?" 23일 인천시 동구 송림동 인근에 있는 일부 숙박업소는 속칭 '여관바리'라고 불리는 성매매를 알선했다./인천=신진환 기자

"거기 가면 여관에서 성매매를 할 수있다"는 소문을 들었다. 시대가 어떤 시대인데 아직도 이런 일이 벌어질까. 직접 확인하지 않고는 예단할 수 없다. 취재진은 그곳을 찾아갔다.

23일 오후 6시. 인천 동구 ㅇㅇ오거리 인근에 형성된 여관촌(村)에 비가 흩뿌려진다. 아스팔트를 타고 올라온 비릿한 비 냄새가 코끝을 찌른다. 인적이 드물고 조용하다. 땅을 때리는 빗소리가 들릴 정도다.

여관촌에는 주택과 숙박업소, 속칭 '방석집'으로 불리는 유흥주점이 공존했다. 여관은 도로를 따라 들어서 있다. 외형상 전혀 볼품없어 보이진 않는다. 다만 차선 반대편의 대형 모텔을 보니 조금은 초라해 보인다.

문을 활짝 열어놓은 A 여인숙을 들어가니 주인이 반갑게 맞이한다. 그러고는 형색을 살피더니 "어떤 일로?"라고 묻는다. 숙박업소에 어떤 일이 있어야 가는 걸까?

나지막히 "아가씨 있나요"라고 묻자 주인은 "잠깐 쉬었다 가게? 씻고 기다려요. 아가씨 금방 (방에) 들어갈 거야. ○만 원!"이라고 말한다. 기자 신분을 밝히고 취재를 요청했으나 주인은 "할 말 없어요"라면서 계산대 문을 닫는다. 성매매를 알선하는 일부 숙박업소는 여전히 존재했다.

한적한 송림동 여관촌 인천시 동구 송림동 인근에 있는 여관은 도로를 따라 늘어서 있다. 23일 송림동 일대 여관촌(村)에는 인적이 드물었다./인천=신진환 기자
한적한 송림동 여관촌 인천시 동구 송림동 인근에 있는 여관은 도로를 따라 늘어서 있다. 23일 송림동 일대 여관촌(村)에는 인적이 드물었다./인천=신진환 기자

B 여인숙도 상황은 비슷했다. 다만 '아가씨'가 누군지 물었다. 주인은 "요즘 어린 친구들은 없어. 30~40대라고 생각하면 돼. 그래도 몸매들은 괜찮아. 늘씬한 여자 불러줘? 글래머 불러줘? 말만 해. 근처에 사는 언니들이라 금방 와"라고 말하며 호객행위까지 했다.

이따금 남자 손님이 여관으로 들어왔지만, 장기 투숙객처럼 보였다. 이들은 카운터에 요금을 내지 않고 곧장 객실로 향했다. 주인과 '아가씨' 얘기하는 것을 들은 남성은 히죽거리며 발걸음을 옮긴다. 주인은 "이곳(ㅇㅇ동)에 일용직 아저씨들이 많아"라고 친절히(?) 설명했다.

속칭 '여관바리' 성매매는 주민들 사이에서도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또 '여관바리' 성매매가 수십 년 전부터 이뤄졌다고 한다.

주민 전모(51) 씨는 "우리 동네는 사람이 적어서 주민이 아닌 사람은 다 티가 나. 외지인들이 뭐 볼 게 있다고 여길 오겠어? 대부분 (성매매) 하러 오는 거지. 다 알고 있어. 옛날부터 유명했어. 수십 년 됐을 거야"라고 말하며 담배를 문다.

ㅇㅇ동에 있는 여관 전부가 성매매를 알선하지는 않았다. 같은 방식으로 C 여관 주인에게 물었으나 "그런(성매매 알선) 거 안 해요"라고 잘라 말한다.

70대 남성 주인은 "15년째 운영하고 있는데 윤락 여성 소개를 생각해본 적이 없어. 자식들 보기가 창피하겠더라고. 그렇게 돈 벌면 뭐하냐. 떳떳하게 살아야지. 그런데 먹고 살기 힘드니까 한편으로는 이해가 돼"라고 멋쩍게 웃는다.

이어 "어떤 곳은 문 닫고 있다가 카운터에서 CCTV 보고 단골에게만 열어주는 경우도 있다"며 "잘은 모르는데 보통 여관과 여자가 절반씩 돈을 나눠 갖는 고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성매매 알선하면 형사처벌 여관촌은 좁은 골목에도 촘촘히 자리 잡고 있었다./인천=신진환 기자
"성매매 알선하면 형사처벌" 여관촌은 좁은 골목에도 촘촘히 자리 잡고 있었다./인천=신진환 기자

경찰도 ㅇㅇ동 인근 여관에서 성매매가 이뤄지는 것을 파악하고 있었다.

인천 중부경찰서 관계자는 "여관촌(村)의 성매매 실태에 대해 지속적으로 단속, 감시하고 있다"며 "현장을 덮칠 경우 성매매를 부인하는 경우가 많아 손님을 가장해 단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화대를 성매매 여성과 주인이 반씩 나눠갖고, 성매매하다 적발된 여성 대부분은 생계형이며 주로 40대 후반"이라며 "성매매는 불법이므로 성을 파는 사람과 성 매수자는 물론 여관 업주도 성매매알선 등의 혐의로 형사처벌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화대 분배는 C 여관 주인과 경찰의 말이 일치했다.

한편 성매매한 사람은 성매매 알선 등 행위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1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만 원 이하의 벌금·구류 또는 과료에 처한다.위 법률을 위반한 숙박업소에 대해 지자체장 등은 공중위생관리법에 따라 영업 정지 또는 폐쇄를 명령할 수 있다. 업주는 풍속영업의 규제에 관한 법률에 의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보건복지부는 지난달 29일 공중위생영업소 내 신·변종 성매매를 근절하기 위해 행정처분을 강화하기로 했다. 특히 숙박업 등 공중위생영업소의 성매매 알선 행위에 대해 영업장 폐쇄 및 면허 취소 부과 기준은 3회 적발에서 2회 적발로 강화된다.

또 위반횟수에 따른 행정처분 적용기간은 1년에서 3년으로 늘렸다. 따라서 성매매 알선 등 행위로 3년간 2차례만 적발될 경우에도 영업장 폐쇄 또는 면허를 취소할 수 있게 된다.

[더팩트ㅣ인천=신진환 기자 yaho1017@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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