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이슈] 한 시대를 뒤흔든 국내 '탈옥' 사건
입력: 2015.07.17 05:00 / 수정: 2015.07.17 07:41

국내 주요 탈주범 최근 마약왕으로 불리는 멕시코 출신 호아킨 구스만이 교도소를 탈옥했다. 그의 탈옥을 계기로 국내 주요 탈옥범의 탈옥 과정과 도피 행각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서울신문 제공
국내 주요 탈주범 최근 '마약왕'으로 불리는 멕시코 출신 호아킨 구스만이 교도소를 탈옥했다. 그의 탈옥을 계기로 국내 주요 탈옥범의 탈옥 과정과 도피 행각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서울신문 제공

국내 역대 탈주범…신창원에서 최갑복까지

지난 11일 '마약왕'으로 불리는 멕시코 출신 호아킨 구스만이 수감 중이던 알티플라노 교도소를 탈옥했다. 멕시코 국가안전위원회 조사 결과 구스만의 독방 샤워실에서 1.5km에 달하는 '땅굴'이 발견됐다. 특히 그의 탈옥이 2001년에 이어 두 번째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많은 이들을 놀라게 했다.

혼자만의 계획으로 성공했다고 가정한다면 구스만의 탈옥은 실로 영화 같은 일이다. 1995년 개봉한 영화 '쇼생크 탈출'을 방불케 한다. 이를 계기로 국내 주요 탈옥범의 탈옥 과정과 도피 행각에도 관심이 쏠린다.

국내에서도 영화 같은 탈옥 사례를 찾을 수 있다. 전 국민을 충격에 빠뜨린 탈주 사건을 되짚어 봤다.

◆ '신출귀몰' 신창원, 부산교도소 탈옥 후 2년 6개월 도피

2년 6개월 도피 1997년 부산교도소를 탈옥해 2년 6개월여 동안 도피 행각을 벌인 신창원. /KBS 뉴스 영상 갈무리
2년 6개월 도피 1997년 부산교도소를 탈옥해 2년 6개월여 동안 도피 행각을 벌인 신창원. /KBS 뉴스 영상 갈무리

탈옥으로 가장 악명을 떨친 인물은 단연 신창원(48)이다. 1989년 서울 돈암동 골목길에서 동료들과 강도살인을 범한 죄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그는 이후 전국의 교도소를 떠돌며 복역 생활을 했다. 신창원은 1997년 부산교도소에서 화장실 환풍구의 쇠창살을 절단하고 탈옥해 잠적했다.

당시 그의 치밀한 탈옥 계획은 국민에게 충격을 줬다. 1994년 부산교도소로 이감된 후 3년간 80kg이 넘던 체중을 60kg으로 줄였다.

탈옥 후에도 범죄영화에나 등장할 법한 도피행각으로 주목받았다. 5차례에 걸쳐 경찰과 맞닥뜨리고도 유유히 검거망을 벗어났다. 결국 2년 6개월여 동안 도피행각을 벌였다. 경찰들은 그를 '다람쥐'라고 불렸다.

도피가 계속되자 신창원은 국민에게 '전설적인 탈옥범'으로 기억된다. 이름 앞에는 '신출귀몰'이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 같았던 신창원의 도피 생활은 1999년 7월 16일 막을 내린다. 가스레인지 수리 의뢰를 받고 신창원이 머무는 전남 순천의 한 아파트에 갔던 수리공이 눈치를 챈 것이다. 수리공의 제보로 출동한 경찰은 그를 검거하는 데 성공한다.

검거 당시에도 그가 입은 화려한 티셔츠가 인기를 얻으며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아직도 신창원은 '희대의 탈옥범'으로 기억되고 있다.

◆ '유전무죄 무전유죄'…역대 주요 탈주범들

유전무죄 무전유죄 1988년 10월 영등포 교도소에서 이감되던 중 탈주한 지강헌. /MBC뉴스 영상 갈무리
'유전무죄 무전유죄' 1988년 10월 영등포 교도소에서 이감되던 중 탈주한 지강헌. /MBC뉴스 영상 갈무리

신창원의 탈옥에 앞서 1990년 2월 27일 전주교도소에서도 탈옥 사건이 벌어진다. 각각 무기징역과 징역 15년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던 박봉선(당시 30세)과 신광재(당시 21세)가 김 모(당시 17세) 군과 함께 탈옥했다.

그들은 감방 창문에 설치된 쇠창살 2개를 쇠톱으로 자르고 사물함으로 쓰이는 선반으로 2.7m짜리 사다리를 만들어 4.5m 높이의 교도소 담을 넘는 데 성공했다. 도주 과정에서 실탄 6발이 장전된 경찰의 권총을 빼앗기도 했다.

그들의 탈옥은 여전히 미스터리로 남아있다. 지름 2cm나 되는 쇠창살을 어떻게 절단했느냐는 의혹이다. 절단을 위해서는 최소 20여 일 이상이 걸리는데 수시로 감방 복도를 오가는 교도관 중 눈치챈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가장 최근 일어난 탈옥 사례로는 2012년 대구 동부경찰서의 유치장에서 사라진 최갑복 사건이 있다. 그는 경찰들이 졸고 있는 사이 몸에 연고를 바르고 가로 45cm, 세로 15.2cm 크기의 좁은 배식구를 빠져나갔다. 폐쇄회로(CC)TV 확인 결과 좁은 배식구를 빠져나오는 데 걸린 시간은 불과 34초. 이후 2m 높이의 창문에 매달려 창살 사이를 벌리고 1분 만에 도망쳤다.

그의 탈옥은 미국의 CNN이 뽑은 '희대의 탈옥 사건'으로 소개되기도 했다.

1분 만에 탈주 2012년 대구 동부경찰서에서 배식구를 통해 탈주한 최갑복. /경찰 수배 전단
1분 만에 탈주 2012년 대구 동부경찰서에서 배식구를 통해 탈주한 최갑복. /경찰 수배 전단

조금 더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면 지강헌과 조세형의 '탈주' 사건이 있다.

1988년 10월 지강헌 일당은 영등포 교도소에서 대전과 공주교도소로 이감되던 중 버스 안에서 미리 준비한 흉기로 수갑을 푼 뒤 호송버스를 탈취했다. 이후 권총을 빼앗아 강도 행각을 벌여 서울 시내를 공포의 도가니로 만들었다.

2006년 영화 '홀리데이'의 소재가 되기도 했던 이 탈주 사건은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말을 남겨 화제가 됐다. 탈주 전 500만 원을 훔친 죄로 잡힌 지강헌은 징역 7년에 보호감호 10년, 총 17년의 격리 감금형을 받았다.

1983년에는 물방울 다이아몬드 등을 훔쳐 재판을 받던 이른바 '대도(大盜)' 조세형이 서울서소문 법원 구치감 환기통을 뜯어내고 '대낮 탈주'를 감행했다.

탈주에 성공한 그는 도피 행각을 벌이며 영화 속 주인공 같은 주목을 받았다. '대도'라고 불린 이유도 그가 부잣집만을 범행 대상으로 삼았고, 사람은 해치지 않는다고 알려졌기 때문이다. 당시 '현대판 홍길동'으로 회자되며 동정 여론을 받기도 했다.

◆ 탈옥? 탈주? 그 끝은 '비극'

대도에서 좀도둑으로 한때 현대판 홍길동으로 회자됐던 조세형. /MBC 뉴스 영상 갈무리
'대도'에서 '좀도둑'으로 한때 '현대판 홍길동'으로 회자됐던 조세형. /MBC 뉴스 영상 갈무리

그들은 탈옥 당시 큰 주목을 받았지만, 엄연한 범죄자였다. 탈옥과 도피 행각은 더 무거운 죗값으로 돌아왔다. 몇몇은 자살로 마무리되기도 했다. 결국 미화되는 세계 일부 탈옥범과 상반되는 비극으로 끝맺음 났다.

저 역대 탈옥수 중 최장 탈옥 기간 기록을 가진 신창원은 체포된 이후 특급 감시를 받는 죄수로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독방 생활을 했다. 2011년 8월에는 교도소 독방에서 고무장갑으로 자살을 기도해 중태에 빠지기도 했다.

박봉선과 신광재는 자살을 선택했다.

당시 이들의 도주 행각은 이틀 만에 경찰의 감시망에 걸렸다. 대청호에서 경찰과 대치한 박봉선과 신광재는 "먹을 것을 보내주면 자수하겠다"라고 말했고 경찰은 "한 명을 보내면 음식을 가져오겠다"라고 답했다. 박봉선과 신광재는 같이 있던 어린 김 군을 경찰에 보냈다.

하지만 자수로 이어지진 못했다. 경찰이 점점 접근해오자 압박을 느낀 박봉선은 자신의 머리를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 신광재 역시 권총을 주워 자신의 왼쪽 가슴을 쏘았다. 박봉선은 현장에서 숨졌고, 신광재는 병원으로 옮겨지던 중 사망했다.

'유전무죄 무전유죄'를 외쳤던 지강헌은 일당은 당시 서울 북가좌동 한 가정집에 침입해 인질극을 벌였다. 이후 경찰이 포위되자 지강헌 등 2명은 자살했으며, 나머지는 사살되거나 자수했다.

'대도' 조세형도 탈주 6일만인 1983년 4월 14일 경찰에 붙잡힌다. 이후 15년간의 수감 생활이 시작된다. 1998년 11월 출소한 조세형은 모 경비업체 자문위원, 대학 범죄 관련 특강을 하는 등 '갱생'의 길을 걸어 또 한 번 세간의 주목을 받게 된다.

하지만 2000년 11월 선교 활동을 한다며 일본으로 건너간 뒤 도쿄의 한 주택가 빈집을 털다가 일본 경찰에 붙잡혀 3년 6개월 형을 선고받았다.

또다시 출소한 그는 나쁜 손버릇을 고치지 못했다. 2005년 3월 24일 67세가 된 조세형은 다시 서울 마포구 서교동에 있는 한 치과의사의 집에 들어가 160여만 원의 금품을 털다 붙잡히게 된다. 2010년 5월에는 다른 4인조 금은방 강도들이 훔친 1억 원어치의 귀금속을 팔아주고 1000만 원의 수수료를 챙기는 장물아비 노릇을 하다가 검거됐다.

결국 '좀도둑'에 불과하다는 비난과 조롱을 받았다.

[더팩트ㅣ이성락 기자 rock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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