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현장] 퀴어축제 반대자들 "동성애 축제? 말도 안 되는 소리"
입력: 2015.06.09 10:18 / 수정: 2015.06.09 17:34
서울시는 퀴어 축제를 즉각 철회하라 예수재단 기독교인들이 지난 3일 오후 서울시청 시민청에서 동성애를 조장한다는 이유로 퀴어문화축제(성 소수자 축제) 취소를 주장했다./서울시청=이성락 기자
"서울시는 퀴어 축제를 즉각 철회하라" 예수재단 기독교인들이 지난 3일 오후 서울시청 시민청에서 동성애를 조장한다는 이유로 '퀴어문화축제(성 소수자 축제)' 취소를 주장했다./서울시청=이성락 기자

"동성애는 사회 관념을 무시하는 처사이며 에이즈를 양산합니다!"

"동성애 축제를 허락한 박원순 시장은 물러가라!"

지난 3일 오후 서울시청 시민청 앞. 예수재단 소속 한 목사는 10여 명의 청중 앞에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는 9일 서울광장에서 열리는 '퀴어문화축제(성 소수자 축제)' 취소를 주장하며, 동성애는 죄악이라고 열변을 토한다. 청중 역시 기독교인들이다.

자신을 변두리 교회의 목사라고만 소개한 A 목사는 "하나님은 이성 간의 사랑을 허락하신 것이지, 동성애는 납득할 수 없는 죄악"이라며 "박원순 서울시장은 즉시 퀴어 축제 집회를 취소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9일 오후 늦게 서울시청 서울광장에서 퀴어 축제가 열린다. 하지만 행사가 열리기 전부터 일부 기독교단체와 퀴어축제 조직위원회가 마찰을 빚고 있다. "동성애 조장 반대"와 "성 소수자 인권을 짓밟는 일"이라는 이견이 맞물려 있어서다.

격렬 항의 기독교인이라 소개한 이들은 동성애가 에이즈를 양산하고 국민 정서를 무시하는 악행이라고 주장했다./서울시청=이성락 기자
'격렬 항의' 기독교인이라 소개한 이들은 동성애가 에이즈를 양산하고 국민 정서를 무시하는 악행이라고 주장했다./서울시청=이성락 기자

이날 10여 명의 기독교인이 퀴어 축제 철회를 요구하기 위해 한자리에 모였다. 이들은 시민청 앞 도로에 현수막과 피켓을 걸어놓고 서울시를 규탄했다. 서울시가 퀴어 축제를 할 수 있도록 서울광장 사용을 허가했기 때문. 일부 기독교인이 내건 현수막에는 '음란·광란 누드집회'라고 비하하는 문구도 있다. 이들 역시 국민의 안위와 동성애 조장을 중단하라고 한 목소리를 낸다.

기독교인 김모(55) 씨는 "동성애는 국민 정서를 무시한 악행인데, 서울의 심장과도 같은 서울광장에서 동성애자들의 축제가 열린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그런데도 서울시가 발 벗고 동성애를 조장하고 있으니 분통이 터질 것 같다"고 격노했다.

또 다른 참가자 최모(51·여) 씨는 "에이즈를 양산하는 동성애는 우리 사회에서 반드시 뿌리 뽑아야 할 죄다. 동물들도 동성애는 없는데 하물며 인간이 그 근본을 깨트려서야 되겠느냐"며 "동성애자들이 인권을 외치는데, 동성애의 부당성을 주장하는 것은 우리(반 동성애 단체)의 권리다. 시민들도 동성애 반대의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마이크를 들고 "동성애 축제 즉시 철회"를 연이어 외쳤다. 하지만 시민들의 시선은 끌지 못한다. 시민들은 그저 제 갈 길을 재촉했다. 이들의 외침은 공허해 보인다.

성 소수자들이 주장하는 인권과 성적 자기 결정도 중요한 부분이다. 또한 사회질서에 반하고 동성애를 조장할 우려가 있다는 반 동성애 단체의 주장도 무시할 수 없다. 이러한 딜레마로 두 집단의 충돌은 불가피하다. 이해와 타협의 접점을 찾기가 힘들어 보인다.

노골적인 비방 일부 기독교인은 시민청 앞 도로에 서울시를 규탄하는 현수막과 피켓을 걸어놓았다. /서울시청=신진환 기자
'노골적인 비방' 일부 기독교인은 시민청 앞 도로에 서울시를 규탄하는 현수막과 피켓을 걸어놓았다. /서울시청=신진환 기자

성 소수자들은 2000년부터 매년 퀴어문화축제를 열고 있다. 이 과정에서 퀴어축제에 참여한 동성애자들이 신체 중요 부위를 노출하는 등 선전적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시청을 찾은 일부 시민은 동성애자들의 인권을 존중하지만 이 같은 축제 문화는 바로잡아야 할 문제점으로 꼬집었다. 이와 함께 일방적인 비난보다 엉켜있는 서로의 주장을 이해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보았다.

퀴어축제는 예정대로 열릴 예정이다. 다만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여파로 축소돼 진행된다. 서울시에 따르면 50여 명의 행사 관계자만 참석하며 온라인 생중계로 개막식을 대체할 계획이다.

한편 오는 28일 서울광장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행진은 경찰이 교통 혼잡 등을 이유로 금지 결정을 내렸다.

[더팩트ㅣ서울시청=신진환·이성락 기자 yaho1017@tf.co.kr rocky@tf.co.kr]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이메일: jebo@tf.co.kr
▶뉴스 홈페이지: http://talk.tf.co.kr/bbs/report/write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
AD
인기기사
실시간 TOP10
정치
경제
사회
연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