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현장] 메르스 마스크 품절, 약국선 "돈 내고, 예약하라"
입력: 2015.06.05 06:30 / 수정: 2015.06.05 08:53

예약하고 가세요 보건용 마스크의 수요가 늘자 일부 약국에서는 예약제를 운영하고 있었다. /가산동=이성락 기자
"예약하고 가세요" 보건용 마스크의 수요가 늘자 일부 약국에서는 '예약제'를 운영하고 있었다. /가산동=이성락 기자

"KF80 마스크 있어요?, N95는요?"

"아뇨, 없어요. 돈 내고 예약하세요."

최근 이른바 '메르스 마스크'가 동났다. 정확하게 말하면,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예방에 적합하다고 알려진 식약처 인증 보건용 마스크의 판매가 사실상 중단됐다. 갑작스런 수요 증가로 공급이 원활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4일 <더팩트> 취재진도 서울 시내 약국 8곳과 마트 5곳 등 여러 곳을 찾았지만, 구경조차 하지 못했다. 인기 마스크는 보건 당국이 환자를 진료하는 의료진에게 권고한 'N95(식약처 기준 KF94) 마스크'와 이에 준하는 제품이다. 방역용인 KF94의 경우 평균 0.4㎛ 크기의 입자를 94% 이상 차단할 수 있으며, KF80은 평균 0.6㎛ 입자를 80% 이상 차단할 수 있다.

메르스 확산 소식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 괴담까지 떠돌면서 많은 사람들은 '메르스 마스크'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마스크 품절 사태에 심지어 약국에서는 '예약제'를 운영하고 있다.

◆ 어딜가도 재고 '0', 예약도 기약 없어

동났다 4일 취재진이 약국 8곳과 마트 5곳 등을 찾아본 결과 보건용 마스크가 남아 있는 곳은 단 한 군데도 없었다./가산동=이성락 기자
'동났다' 4일 취재진이 약국 8곳과 마트 5곳 등을 찾아본 결과 보건용 마스크가 남아 있는 곳은 단 한 군데도 없었다./가산동=이성락 기자

이날 오전 11시께 서울 금천구 가산의 한 약국. 20대 여성은 마스크를 구입하고자 약국에 들렀지만 발길을 돌려야 했다. 이미 근처 약국 몇 군데를 들렀지만 이 여성은 끝내 마스크를 구할 수 없었다. '품귀'를 넘어 '품절'이다.

빠르게 발걸음을 옮기는 그를 뒤따라 갔다. 또 다른 약국에 들른 그는 이내 실망한 표정으로 빠져나왔다. 직장인이라고 밝힌 그는 "직장 상사가 심부름을 시켜 잠시 나왔다. 근데 마스크를 파는 곳이 하나도 없다. 면 마스크는 있는데, 보건용 마스크는 어딜 가도 없다"고 말했다.

비교적 큰 규모의 약국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오후 2시께 강남의 G 약국을 찾았다. "마크스 있나요"라는 손님의 질문에 약사는 "마스크 없어요. 어딜 가나 마찬가지일 거에요"라고 말했다. 이미 같은 질문을 여러 차례 받아 본 듯했다.

마스크 없어요 취재진도 3000원을 내고 마스크 1개를 예약했다. 영수증엔 의약품이라고 적혀 있다.
"마스크 없어요" 취재진도 3000원을 내고 마스크 1개를 예약했다. 영수증엔 '의약품'이라고 적혀 있다.

이날 모두 여덟 곳의 약국을 찾았지만, 사람들이 선호하는 'KF80' 이상의 마스크는 어디에도 없었다. 손 세정제 재고마저 없었다. 가산동의 H 약국은 "400개 달라고 했는데, 200개만 왔다. 근데 그마저도 금세 다 팔렸다. 시중에 마스크는 없다고 보면 된다. 아마 3~4일 기다려야 할 거다. 일회용 마스크는 있으니 사 가라. 이마저도 다른 곳에 가면 없을 거다"라고 귀띔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약국에 예약하는 사람도 있었다. S 약국에서 보건용 마스크 4개를 예약한 김 모(40대·여) 씨는 "어딜 가도 없으니 예약해 놓는 거다. 기왕 사는 김에 4개 정도 사서 지인들에게 나눠 줘야겠다"고 말했다. 취재진도 3000원을 내고 마스크 1개를 예약했다. 영수증엔 '의약품'이라고 적혀 있다.

하지만 예약 기간은 정해져 있지 않았다. 언제 제품이 들어올지 모르기 때문이다. "언제 찾으러 올까요?"라는 말에 약사는 "저희도 잘 모르겠어요. 오후쯤에나 한번 들러 주세요"라며 자신 없게 답했다.

◆ "면 마스크도 괜찮아요"…그래도 '불안'

마스크 착용해야 안심 거리·지하철 등에서 마스크를 착용한 시민들. /가산동·논현동·신논현역=이성락 기자
'마스크 착용해야 안심' 거리·지하철 등에서 마스크를 착용한 시민들. /가산동·논현동·신논현역=이성락 기자

이미 메르스에 대한 '공포 분위기'가 조성된 만큼 마스크를 고르는 시민들의 기준은 깐깐할 수밖에 없다. 가산동 A 약국 약사는 "아무래도 N95 마스크(국내 규격 KF94)가 미세 입자를 거의 다 거를 수 있는 제품이라고 알고 계시다 보니까. 그것만 찾는 것 같다. 하지만 KF80 이상이면 거의 차이 없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M 약국의 약사 역시 "사람들은 마음은 이해되지만, 파는 곳이 없다면 일반 면 마스크라도 사 쓰시는 편이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 예방에 훨씬 좋다"고 조언했다.

실제로 이날 보건 당국은 일반 마스크를 착용해도 메르스 감염을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고 밝혔다. 보건 당국에 따르면 일반 소매점이나 약국에서 구매할 수 있는 마스크를 착용해도 비말(침)이나 인적 접촉에 의해 전파되는 메르스 감염을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

보건 당국 관계자는 "N95 마스크는 환자와 밀접 접촉하는 의료진을 위한 것"이라며 "일반인은 일반 마스크를 쓰고 손을 잘 씻는 등 위생 수칙만 잘 지켜도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메르스, 안전할까? 보건 당국은 마스크를 쓰고 손을 잘 씻는 등 기본적인 위생 수칙만 잘 지켜도 메르스를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신논현역=이성락 기자
메르스, 안전할까? 보건 당국은 마스크를 쓰고 손을 잘 씻는 등 기본적인 위생 수칙만 잘 지켜도 메르스를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신논현역=이성락 기자

하지만 시민들은 여전히 불안하다. 신논현역에서 만난 박 모(33) 씨는 "언론에서 매일 메르스 관련 기사를 쏟아 내고 있는 상황에서 불안하지 않을 수 없다. 또 정부의 뚜렷한 대책이 없어 보이는데 스스로 자기 몸을 지켜야 한다. 병원과 지역이 확실히 공개돼 있지 않은 이상 어디서 어떻게 감염될지 모른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오전 메르스 환자를 치료한 의료진 2명을 포함해 5명이 양성 판정을 받았다. 이로써 메르스 전체 환자 수가 35명으로 늘어났다. 메르스로 사망한 환자 수는 3명이다.

[더팩트ㅣ가산동·논현동·신논현역=이성락 기자 rock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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