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현장] "청소년 보호는 무슨…" 탁상공론 '딸통법'
입력: 2015.05.16 06:10 / 수정: 2015.05.15 21:30

지난달 16일 청소년들을 음란물로부터 보호한다는 취지의 '전기통신사법 시행령 일부개정안'이 시행 한 달을 맞았다. 이른바 '딸통법'으로 불리는 이 제도는 시행 전부터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됐다. 시행 한 달, 애초 취지에 맞게 시행되고 있을까. <더팩트>는 딸통법 시행 한 달을 맞아 제도의 문제점은 무엇이고, 청소년들이 음란물로부터 보호받고 있는지를 짚어봤다. -편집자 주

유해물 차단 앱 설치, 효과 있나? 전기통신사업법시행령 개정안, 일명 딸통법이 지난달 16일 시행됐다. 시행령에는 청소년이 휴대전화 가입 시, 유해물 차단 앱을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하는 내용이 있다. 하지만 12일 오후 더팩트와 만난 고등학생들은 유해물 차단 앱을 뚫는 앱을 이용해 음란사이트에 접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방송통신위원회
유해물 차단 앱 설치, 효과 있나? 전기통신사업법시행령 개정안, 일명 '딸통법'이 지난달 16일 시행됐다. 시행령에는 청소년이 휴대전화 가입 시, 유해물 차단 앱을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하는 내용이 있다. 하지만 12일 오후 '더팩트'와 만난 고등학생들은 유해물 차단 앱을 뚫는 앱을 이용해 음란사이트에 접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방송통신위원회

있으나 마나 '딸통법'…"전형적인 탁상공론"

"야동 보는 거? 어렵지 않아요." 12일 오후 만난 고등학생의 말이다. 그는 '딸통법'이 시행된 뒤에도 야동을 보는 데 아무런 불편함이 없다며 씩 미소를 지었다.

어떻게 가능할까. 열심히 스마트폰을 두드리다 화면을 보여준다. "이 앱을 사용하면 얼마든지 음란물을 볼 수 있어요"라고 말하며 스마트폰 앱 하나를 소개했다. 눈을 의심했다. 복잡한 조작 없이 너무나 쉽게 음란사이트에 접속할 수 있었다. 유해물 차단 앱을 다시 차단할 수 있는 앱이 실제로 존재했다.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이하 앱)으로 인한 청소년의 유해정보 노출과 웹하드·P2P 등(파일공유사이트)에서 음란물이 무분별하게 유통되는 것을 막기 위해 만들어진 전기통신사업법시행령 개정안, 일명 '딸통법'이 지난달 16일 시행됐다. 시행령에는 청소년의 휴대전화 가입 시 유해물 차단 앱 설치를 의무화하고 있다. 청소년들이 스마트폰으로 음란물을 접하는 것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려는 의도다.

하지만 이날 만난 고등학생들에게는 '딸통법'이 있든 없든 상관없었다. "유해물 차단 앱이 깔렸는데, 어떻게 야동을 보느냐"는 취재진의 말에 '그것도 모르느냐'는 눈치다. 꼭 스마트폰이 아니더라도 온라인과 모바일을 가리지 않고 음란물을 볼 방법은 너무나 많다고 한다.

여러 학생의 입에서 위와 같은 비슷한 말이 나오자 <더팩트> 취재진은 '딸통법' 실효성에 큰 물음표를 그릴 수밖에 없었다.

유해물 차단 앱? 문제없어 유해물 차단 앱을 무용지물로 만드는 앱이 실제로 존재했다. 앱을 사용하면 복잡한 조작 없이 음란사이트에 접속할 수 있다. /스마트폰 앱 갈무리
유해물 차단 앱? 문제없어 유해물 차단 앱을 무용지물로 만드는 앱이 실제로 존재했다. 앱을 사용하면 복잡한 조작 없이 음란사이트에 접속할 수 있다. /스마트폰 앱 갈무리

사람들이 몰리는 오후 7시 지하철. 귀가하거나 학원을 가기 위해 역사를 빠져나오는 중·고등학생 여럿에게 "'딸통법'을 아느냐"고 물었다. 대부분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야동을 보느냐"는 질문에는 쑥스러운 듯 답변을 피했다. 친구들과 깔깔대며 황급히 자리를 뜨는 학생들도 있었다.

30분쯤 지나 학원가 인근으로 자리를 옮기려는 찰나 큰 백팩을 둘러맨 고등학생이 눈에 들어와 따라가 봤다. 스마트폰 게임에 한참 동안 힘을 쏟던 학생은 '딸통법'이란 말에 휴대전화를 내려놓고 귀를 기울였다.

서울 관악구에 자리 잡고 있는 한 고등학교에 다니고 있다는 1학년 김 모군은 음란물 보는 방법을 자세하게 설명했다. 김 군은 주로 스마트폰으로 음란물을 본다며 음란사이트에 접속하기 위해 2가지 앱을 사용한다고 밝혔다. 김 군은 "앱을 실행하면 이 앱을 신뢰하는지를 묻는 주의 문구가 뜬다. 그냥 확인만 누르면 모든 보안이 풀린다. 'STOP'을 누르면 다시 원래 상태로 돌아온다"고 설명했다.

이날 만난 고등학생 중에는 주로 컴퓨터를 이용해 음란물을 보는 학생도 있었다. 이 모 군은 "웹하드랑 P2P에서 내려받는 데 제약이 있더라도, 토XX로 보는 친구들이 많다. 나는 주로 구XX에서 본다"고 말했다.

보지 말라고 하면 더 보고 싶은 게 사람의 마음이라지만, 생각했던 것보다 '딸통법'의 '허점'이 컸다. 유해물 차단 앱이 설치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청소년이 이렇게 쉽게 음란물을 접할 수 있다는 점이 놀라웠다. 이것만 보더라도 실효성에 대한 여러 지적을 피해갈 방법이 없을 것으로 보였다.

유해물 차단 앱 설치는 필수! 이동통신사업자는 딸통법 시행과 동시에 신규가입 청소년들의 휴대전화에 유해물 차단 앱을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 /가산동=이성락 기자
유해물 차단 앱 설치는 필수! 이동통신사업자는 '딸통법' 시행과 동시에 신규가입 청소년들의 휴대전화에 유해물 차단 앱을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 /가산동=이성락 기자

애초에 '딸통법'은 의무적으로 유해물 차단 앱을 설치해야 하는 것과 관련해 논란이 많았다. 청소년의 자유를 제한하는 행위이자 지나친 권리 침해라는 지적이다. 논란에도 불구하고 이동통신사업자는 '딸통법' 시행과 동시에 신규가입 청소년들의 휴대전화에 유해물 차단 앱을 설치하고 있다. 실제로 휴대전화 대리점 직원을 만나 물어보니 "유해물 차단 앱을 설치하도록 자동 전산처리 된다"고 말했다.

이날 청소년들과 이야기를 나눠 본 결과 유해차단 앱과 파일공유사이트 규제만으로는 유해정보 노출을 막을 순 없었다. 이 같은 규제가 유해정보 노출의 빈도를 줄일 수 있다는 것에도 의문점이 커 보였다. '몸통'이 없는 법안이라는 조롱당했던 '딸통법'이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팔다리'까지 비실비실한 모양새다. 완벽하게 차단할 수 있는 기술이 없는데도 억지로 법을 만들었다는 비판에 무게가 실린다.

'딸통법'을 만든 방송통신위원회는 "청소년으로부터 불법 음란물을 차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맞는 말이다. 쏟아지는 음란물을 걸러내는 등 청소년을 보호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허술한 '딸통법'이 그 대안이 되기엔 부족함이 많아 보인다.

법무법인 한별의 전세준 변호사는 "청소년을 음란물로부터 보호한다는 목적을 달성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내용을 담고 있다"며 '딸통법'이 전형적인 탁상공론의 예라고 꼬집었다.

[더팩트ㅣ금천구=이성락 기자 rock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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