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영의 정사신] 성범죄자 대상, '화학적 거세'의 딜레마
입력: 2015.05.13 05:10 / 수정: 2015.05.13 05:39

위헌 심판대 오른 성범죄자 화학적 거세 헌법재판소는 14일 성범죄자에 대한 화학적 거세를 집행하도록 한 법 조항이 기본권 침해 소지가 있는지에 대해 첫 공개변론을 연다. / 임영무 기자
위헌 심판대 오른 성범죄자 화학적 거세 헌법재판소는 14일 성범죄자에 대한 화학적 거세를 집행하도록 한 법 조항이 기본권 침해 소지가 있는지에 대해 첫 공개변론을 연다. / 임영무 기자

피고인은 2008년 12월 11일 08:30께 안산시 단원구 ㅇㅇ동 교회 앞 노상에서 근처 ㅇㅇ학교로 등교하던 피해자 ㅇㅇ(여, 8세)을 교회 안 화장실로 끌고 갔다.

피고인은 그곳에서 바지를 벗고 차마 표현할 수 없는 미성년자 성폭행을 했다. 거부하는 피해자를 때려 기절시키고 최소 8주 이상의 치료를 필요로 하는 복부, 하배부 및 골반부위의 외상성 절단의 영구적 상해 및 비골골절상 등을 가하는 만행을 저질렀다.

위 사건은 전 국민을 충격에 빠트린 이른바 ‘나영이 사건’이다. 피고인 조두순은 1심에서 무기징역을 받았지만, 항소심에서 징역 12년으로 감형됐다. 조두순은 12년도 과하다며 항소했지만, 법원이 이를 기각해 형이 확정됐다.

사건은 전 국민의 공분을 샀고 결국 ‘성폭력 범죄자의 성충동 약물치료에 관한 법률’, 즉 ‘화학적 거세’법이 국회를 통과하게 됐다고 할 수 있다.

치료대상은 만 16세 미만에 대한 성범죄자에서 2013년 3월 19일부터 성폭력범죄를 저지른 성도착증 환자로, 재범의 위험이 인정되는 성범죄자로 확대했다. 치료 기간은 최대 15년으로 범죄자의 동의 없이 법원의 결정에 따라 집행한다.

이 화학적 거세법이 14일 헌법재판소의 위헌법률심판대에 오른다. 2013년 대전지방법원에서 미성년자 성추행 혐의로 기소된 임 모 씨의 재판에서 법원의 명령으로 화학적 거세를 집행하도록 한 법 조항이 기본권 침해 소지가 있다며 법원이 직권으로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한 것이다.

성범죄자의 인권 필요할까? 성범죄자에게도 헌법이 보장한 신체의 자유와 자기결정권 등이 필요하다는 주장과 범죄자에게 헌법이 보장한 기본권은 불필요하다는 주장이 맞서 찬반 논쟁이 격렬하게 일고 있다. / 더팩트 DB
성범죄자의 인권 필요할까? 성범죄자에게도 헌법이 보장한 신체의 자유와 자기결정권 등이 필요하다는 주장과 범죄자에게 헌법이 보장한 기본권은 불필요하다는 주장이 맞서 찬반 논쟁이 격렬하게 일고 있다. / 더팩트 DB

소식이 전해지며 찬반논쟁이 뜨겁다. 폐지 찬성 측은 ‘헌법이 보장한 신체의 자유, 자기결정권, 동의절차 없이 강제되는 방법이 지나치게 인권 침해적이다’는 입장이지만, 반대 측은 ‘성범죄자의 재범 우려와 범죄자에 대한 인권 보장은 불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성범죄는 매우 중하다는 데 이견을 제시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또 사회 통념상 성범죄자의 재범률이 높아 다시 범죄를 저지를 것이란 인식이 뿌리박혀 있다. 이 같은 인식이 전자발찌와 신상공개제도나 화학적 거세에 반영됐다.

황일호 중앙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대검찰청이 발간한 범죄분석 2009~201년까지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성범죄자의 재범률은 17.8%다. 강도(31.3%), 상해범죄(36.9%)보다 낮다.

일부는 이런 통계를 예로 성범죄자가 반드시 같은 범죄를 저지를 것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이야기한다. 그런데 반대로 이야기하자면 17.8%는 또 성범죄를 저지른다고 반박할 수 있겠다.

화학적 거세의 또 다른 문제는 ‘비용’이다. 성범죄자 1인당 연평균 약 500만 원(약물, 호르몬 수치검사, 심리치료)의 비용이 소요된다. 이 비용은 결국 국가 부담이다. 약물을 끊게 될 경우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의 정도는 더 심각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일종의 약물 금단현상으로 성적 충동을 더욱더 극대화한다는 것이다.

개인적으론 화학적 거세의 필요성에 공감한다. 아니 그보다는 성범죄자의 사회 복귀 자체를 반대한다고 하는 것이 맞을 것 같다. 하지만 이번 위헌 논란을 대하며 생각이 흔들리는 것도 사실이다.

이 문제에 대해 평소 알고 지내는 변호사의 생각이 궁금했다. 과연 위헌 판결이 가능한지와 화학적 거세의 필요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말이다.

그는 “위헌 결정이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 다른 국가에서는 범죄자의 동의를 구하는 절차가 있다. 성범죄자의 정신질환은 매우 다양하다. 단순히 성도착으로만 볼 수는 없다. 환자임에도 성범죄로 연계해 약물을 투여하는 것은 단순 재발방지 차원으로 보기엔 한계가 있다. 약물치료 비용도 만만치 않다”고 말했다.

앞서 거론한 '나영이 사건'의 범인 조두순은 앞으로 5년 후 사회에 나온다. 다시 범죄를 저지를지는 알 수 없다. 조두순에게도 출소 후 성 충동을 억제할 수 있도록 약물치료(화학적 거세)를 계속해야 한다. 만약 헌재에서의 위헌 결정이 날 경우엔 해당하지 않겠지만….

여러분의 생각은 어떻습니까. 화학적 거세를 지금과 같이 적용해야 할까요, 아니면 범죄자에게 선택권을 주어야 할까요.

[더팩트 ㅣ이철영 기자 cuba20@tf.co.kr]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이메일: jebo@tf.co.kr
▶뉴스 홈페이지: http://talk.tf.co.kr/bbs/report/write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
AD
인기기사
실시간 TOP10
정치
경제
사회
연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