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탐사] 어린이 안전 적신호! '유명무실' 세림이법
입력: 2015.05.03 07:00 / 수정: 2015.05.02 22:27


이름뿐인 세림이법? 어린이 통학버스 안정성을 강화하고자 올해 1월 29일부터 세림이법이 시행됐다. 하지만 해당 법규에 대한 단속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어 그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가산동=이성락 기자
이름뿐인 세림이법? 어린이 통학버스 안정성을 강화하고자 올해 1월 29일부터 '세림이법'이 시행됐다. 하지만 해당 법규에 대한 단속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어 그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가산동=이성락 기자

관련 기관 손 놓은 '세림이법'…또 사후약방문?

차량에서 내린 한 남성이 어린아이를 안고 급하게 병원 응급실로 뛰어들어간다. 하지만 어린아이는 이미 숨을 거둔 상태다. 아이의 이름은 '김세림'. 2013년 3월 당시 세림 양은 불과 3살이었다.

세림 양은 어린이 통학버스 안정성에 대해 허술함을 고발하고 세상을 떠났다. 제2, 제3의 세림 양과 같은 어린이 사고를 막고자 만든 게 바로 '세림이법'. 더는 안타까운 사고가 일어나지 않았으면 하는 학부모들의 소망이 모여 만들어진 어린이 통학버스 안전 기준을 강화하는 법안으로 올해 1월 29일부터 시행됐다. 하지만 잇따라 통학버스 관련 어린이 사고가 발생하면서 '유명무실' '무용지물'이라는 지적을 받는다.

해당 법규가 잘 지켜지고 있는지 단속을 나서야 하는 경찰도 손을 놓고 있어 학부모들의 불안감이 증가하고 있다. 지난달 30일 <더팩트>가 찾은 어린이집과 유치원에는 세림 양 또래의 아이들이 '까르르' 웃으며 다가올 어린이날 행사를 미리 즐기고 있었다. 어린이 통학버스에서 내린 아이들은 취재진을 가리키며 "손님 왔어요. 선생님"이라며 제법 똘똘하게 말한다.

세림 양이 자신이 타고 온 어린이 통학버스에 치여 숨지지 않았다면 비슷한 자리에서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있었을 것이다. 세림이법은 잘 지켜지고 있을까. <더팩트>는 가산동 일대 어린이 통학버스 안전 실태를 살펴봤다.

일단정지 어린이집과 유치원은 우려와 달리 세림이법을 잘 지키고 있었다. 하지만 해당 법규를 지키고 있는 이유는 단속과 벌금 때문이 아니다. 이들의 말에 따르면 경찰의 단속보다 무서운 게 학부모들의 입소문이다. /가산동=이성락 기자
'일단정지' 어린이집과 유치원은 우려와 달리 '세림이법'을 잘 지키고 있었다. 하지만 해당 법규를 지키고 있는 이유는 단속과 벌금 때문이 아니다. 이들의 말에 따르면 경찰의 단속보다 무서운 게 학부모들의 '입소문'이다. /가산동=이성락 기자

이날 만난 이 모(30대 남)씨는 자신의 승용차로 직접 아이를 데려다준다고 했다. 이유는 '불안'하기 때문이다. 그는 광주에서 4살 어린이가 통학버스에 치여 숨진 사건을 언급하며 "아무래도 불안하다. '세림이법'이 있다고 한들 달라진 건 없다. 출근길에 직접 데려다주는 게 훨씬 마음이 편하다"고 밝혔다.

어린이집 13곳 중 4곳의 통학버스 안 상황을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우려와 달리 보호자 동승, 전 좌석 안전띠 착용 등 '세림이법'을 지키고 있었다. 하지만 이들이 해당 법규를 지키고 있는 이유는 단속과 벌금이 무서워서가 아니다.

S 유치원 원장은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서는 어린이를 보호할 의무가 있다. 단지 '세림이법'이 생겨서 안전에 더 신경 쓰고 있는 것이 아니라 그전부터 지키고 있었다"라며 "학부모들의 '입소문'이 무섭다. '어디 어린이집은 안전벨트에 신경을 쓰지 않는다더라. 어디 유치원은 보호자가 동승하지 않는다더라' 식의 '입소문'이 돌면 우리도 좋지 않다"고 했다.

그는 특히 어린이를 보호하고자 하는 어른들의 의식 변화를 강조하며 "'세림이법'과 관련한 경찰의 단속은 없다. 점검을 나오는 정도다"라고 밝혔다.

바로 확인해봤다. "어린이 통학버스 관련해서는 다른 부서에 물어보라"라는 말만 여러 번 듣고 겨우 "아직 유예기간이라 단속이 없다"라는 답을 들을 수 있었다.

'세림이법' 관련 담당 부서나 담당자가 있지 않으냐는 질문에 말끝을 흐린 경찰은 "7월까지 단속보다는 개도 위주로 진행되고 있다. 처음부터 단속하면 반발이 있기 때문이다"라며 다시 한 번 '유예기간'임을 강조했다. 더 자세한 얘기를 들어보려 했으나 "법률적인 실효성이 있으려면 유예기간을 지켜봐야 한다"는 애매한 답만 늘어놨다.

차례차례 타세요 서울 가산동 M 어린이집 원생들이 야외 수업을 위해 버스에 올라타고 있다. /가산동=이성락 기자
"차례차례 타세요" 서울 가산동 M 어린이집 원생들이 야외 수업을 위해 버스에 올라타고 있다. /가산동=이성락 기자

아직 단속이 없다면 '세림이법'의 구멍으로 지목돼 왔던 태권도장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었다. 태권도장과 피아노학원 등 학원이나 체육시설에서 운행되는 통학차량은 어린이집 통학버스보다 더 안정성 문제를 지적받아 왔다. 실제로 태권도장 승합차를 타고 가던 6살 여자 어린이가 갑자기 문이 열리면서 도로로 떨어져 숨지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태권도장 측은 "어쩔 수 없다"는 반응이다. 서울 금천구 가산동에서 태권도장을 운영하는 사범의 말에 따르면 회원이 적은 영세 사업자이기 때문에 법을 지키고 싶어도 지킬 수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보호자가 동승하고 싶어도 인원이 없다.

태권도장 통학차량, 안전할까? 단속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태권도장 피아노학원에서 운행하는 통학차량 안정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학원이나 체육시설 통학차랑은 어린이집 통학버스보다 더 안정성 문제를 지적받아 왔다. /가산동=이성락 기자
태권도장 통학차량, 안전할까? 단속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태권도장 피아노학원에서 운행하는 통학차량 안정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학원이나 체육시설 통학차랑은 어린이집 통학버스보다 더 안정성 문제를 지적받아 왔다. /가산동=이성락 기자


'유예기간' 동안 언제 또 다른 어린이가 '희생'될지 모른다. 최근 광주에서 어린이 통학버스가 급제동하면서 보육교사에게 안겨 있던 2살 어린이가 엔진룸 모서리에 머리를 다친 뒤 다음 날 뇌출혈로 숨졌다. 이런 '비보'가 들릴 때마다 어린이집에 아이를 보내고 있는 부모들의 마음은 '철렁'한다.

처벌을 강화해 어린이를 보호하겠다는 취지에 맞게 앞으로 내실 있는 단속이 시행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또 운전자, 동승자에 국한된 안전교육이 어린이, 학부모 등 폭넓게 진행돼야 한다는 의견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한편 '세림이법'은 차량에 탄 아이들의 안전띠 착용과 보호 교사의 탑승, 운전자와 동승자의 안전 교육을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기존에 운영 중인 통학차량은 개정 법안이 시작된 날 기준으로 6개월, 즉 7월 28일까지 신고를 마쳐야 한다. 신고하지 않은 경우 3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보호자가 동승하지 않을 시 승합차 기준으로 범칙금 13만 원, 승용차는 6만 원이 부과되며 안전교육을 이수하지 않을 시에는 8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어린이가 안전띠를 매었는지 확인하지 않고 통학차량을 출발할 경우에는 2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더팩트ㅣ가산동=이성락 기자 rock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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