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인터뷰] '트랜스젠더' BJ 파니, "부모 욕만 하지 마"
입력: 2015.05.03 07:00 / 수정: 2015.09.16 23:16
완벽한 S라인 아프리카TV BJ 파니는 자신이 트랜스젠더임을 당당히 밝히고 방송하고 있다. 솔직하고 당당한 모습 이면에는 섬세함과 여린 마음을 갖고 있다./배정한 기자
'완벽한 S라인' 아프리카TV BJ 파니는 자신이 트랜스젠더임을 당당히 밝히고 방송하고 있다. 솔직하고 당당한 모습 이면에는 섬세함과 여린 마음을 갖고 있다./배정한 기자

죄책감에 방송에서 트랜스잰더 고백

트랜스젠더, 성전환자는 여전히 성 소수자다. 자신을 드러내기도 어렵지만, 사회의 시선은 더 차갑다. 이들의 삶은 같은 성 소수자 외에는 누구도 알지 못한다. 사회가 바뀌며 트랜스젠더들이 두꺼운 알을 깨고 화려한 비행을 꿈꾼다.

움츠린 날개짓을 위해 알을 깨고 나온 트랜스젠더 BJ 파니(30). 아프리카TV에서 개인방송을 하는 파니는 트랜스젠더(성전환자)다. 여성스러운 손짓과 자세는 '원래 여자가 아니었을까?'라는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수줍음 속에서도 똑 부러지게 말하는 그는 천생 여자다. 법률적으로도 주민등록번호가 2로 시작하는 여성이다.

몸매 또한 모델급이다. 170cm의 큰 키와 50kg 초반대의 늘씬함은 청순한 외모와 조화를 이뤄 묘한 아우라를 뿜어낸다. 그래서인지 BJ 파니의 인기는 날로 상승하며 최근 베스트BJ라는 칭호도 따냈다.

성(性)을 바꾼 BJ 파니는 평범하면서도 결코 평범하지 않다. 졸업을 앞둔 대학생이자 취업을 고민하는 지극히 평범한 그다. 또 여성으로서 새로운 삶을 살아가는 운명은 절대로 평범하지 않다. 어쩌면 상상 이상으로 고단한 삶을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런데도 방송에서 환하게 웃으며 시청자들과 시시콜콜한 얘기까지 소통하는 BJ 파니다. 피아노를 치며 감동을 전달하는 그는 어떤 사람일까 자못 궁금하다. <더팩트>는 지난달 29일 서울 금천구 가산동 사내에서 BJ 파니와 마주했다.

◆ "트랜스젠더 사실 숨겨…부모님 응원 큰 힘"

섹시한가요? BJ 파니는 처음 방송했을 때 트랜스젠더라는 사실을 고백하지 못했다. 시청자들이 거부감을 느낄까 우려했기 때문이다./배정한 기자
'섹시한가요?' BJ 파니는 처음 방송했을 때 트랜스젠더라는 사실을 고백하지 못했다. 시청자들이 거부감을 느낄까 우려했기 때문이다./배정한 기자

사무실에 들어선 파니의 겉모습은 트랜스젠더라는 사실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작은 얼굴과 S라인 몸매, 긴 생머리는 여자로 보일지라도 생물학적으로 타고난 신체는 의술로도 감당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파니의 겉모습은 완벽히 여자다.

여리여리한 내면은 더욱 그렇다. 방송을 시작할 당시 트랜스젠더의 선입견에 대한 부분을 고민했다는 파니. 그는 시청자가 자신을 하나의 인격체로 바라보는 게 아닌 맹목적으로 비난하는 호기심의 대상으로 받아들이지 않을까 하는 염려가 됐다고 한다.

"처음 방송을 할 때부터 트랜스젠더라는 사실은 밝히지 않았어요. 시청자들이 혹시나 거부감을 느끼지 않을까 고민했거든요. 당시에는 트랜스젠더 BJ가 거의 없었어요. 그래서 더 부담스러웠죠. 방송을 계속하다 보니 팬이 늘어났어요. 그러면서 계속 죄책감이 들었어요. 더 늦기 전에 팬들과 시청자에게 양해를 구하고 밝히는 게 도리라 생각해 올해 1월 초에 밝혔어요."

트랜스젠더라는 사실을 밝힌 뒤 인신공격을 하는 시청자도 있다 한다. 그럴 때마다 덤덤하게 받아들인다는 그다.

파니는 "저한테 뭐라 하는 것은 상관없어요. 내성이 생겼어요. 방송하다 보면 이런 일이 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솔직히 속상한 마음이 드는 건 사실이에요. 그렇다 해서 상처받으면 저만 힘들고 방송도 앞으로 못할 것 같아서 대수롭지 않게 넘기려 하고 있어요. 다만 '패드립(부모를 욕하는 행위)'하는 분들은 화가 나요. 부모님을 욕하는 것은 누구나 용서할 수 없는 거라 생각해요"라고 말했다.

털어놓니 후련해요! 방송 인기가 오르고 팬들이 많아지며 시청자들을 속이고 있다는 부담감이 컸다는 BJ 파니. 그는 올해 1월 트랜스젠더라는 사실을 밝혔다. 이후 이른바 패드립에 상처도 받았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언제나 자신을 응원하는 부모에게 늘 고맙다고 말했다. / 배정환 기자
"털어놓니 후련해요!" 방송 인기가 오르고 팬들이 많아지며 시청자들을 속이고 있다는 부담감이 컸다는 BJ 파니. 그는 올해 1월 트랜스젠더라는 사실을 밝혔다. 이후 이른바 '패드립'에 상처도 받았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언제나 자신을 응원하는 부모에게 늘 고맙다고 말했다. / 배정환 기자

다소 무거운 얘기를 나누던 중에도 환한 미소를 잃지 않는 파니다. 어찌 보면 속내를 털어놨다는 후련한 모습처럼 보인다. 하지만 부모님 얘기가 나왔을 때는 고개를 잠시 떨궜다. 잠시 침묵이 이어졌지만, 애써 마음을 추스르며 말을 이어갔다. 그 마음이 전해졌다.

편견이었다.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이해하지 못했다. 인터뷰를 진정으로 받아들이지 못했던 기자가 부끄러웠다. 솔직한 그의 답변이 가슴에 와 닿았다.

"부모님의 마음을 잘 알아요. 형용할 수 없을 만큼 복잡한 심경이었을 거예요. 항상 죄송하고 고마운 마음뿐이에요. 그래서 좋은 모습 보여드리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어요. 다행히 부모님이 저를 많이 응원해 주세요. 방송하는 것도 격려해주시고 좋은 모습으로 바라봐주고 계세요. 매우 큰 힘이 되고 있어요."

◆ 피아노 치는 파니, 콘텐츠는 생명!

당당한 포즈 BJ 파니는 노출이 없이도 많은 팬을 보유했다. 그는 팬들과 소소한 일상생활을 얘기하며 소통하는 게 즐겁다고 한다./배정한 기자
'당당한 포즈' BJ 파니는 노출이 없이도 많은 팬을 보유했다. 그는 팬들과 소소한 일상생활을 얘기하며 소통하는 게 즐겁다고 한다./배정한 기자

방송이 정말 재밌다는 파니. 실시간으로 팬과 두런두런 나누는 얘기가 좋단다. 파니는 "제 팬분들과 소소한 일상생활을 얘기하는 게 재밌어요. 자기의 생각을 누군가가 알아주거나 얘기할 수 있다는 것은 기쁜 일이잖아요"라고 말하며 해맑게 웃는다.

파니는 방송에서 피아노로 연주하는 콘텐츠를 내세우고 있다. 실력은 아직 초보다. 피아노로 연주하는 다른 BJ보다 실력이 떨어진다고 솔직히 시인한다. 하지만 팬들을 위해 한 달이 넘도록 연습하는 경우도 있다고 강조한다.

"초등학교 때 피아노를 잠시 배웠어요. 어렸을 때라서 그런지 피아니스트가 꿈이었어요. 하지만 부모님이 공부하는 것을 원하셨어요. 그런데 피아노를 워낙 좋아해 고등학교 때 음악실에서 연습했을 정도였어요. 그렇더라도 공백이 길어 실력은 별로였어요. 그래도 팬들이 신청곡을 주면 즉석에서 연주는 못 하더라도 보름이든 한 달이든 완주할 수 있도록 연습하고 있어요."

피아노를 연주하는 파니 BJ 파니는 방송에서 피아노를 연주하는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아직 피아노 실력이 초보라는 그는 팬들이 원하는 곡을 연주하기 위해 한 달 동안 연습한 적도 있다고 밝혔다./BJ 파니 방송화면 갈무리
'피아노를 연주하는 파니' BJ 파니는 방송에서 피아노를 연주하는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아직 피아노 실력이 초보라는 그는 팬들이 원하는 곡을 연주하기 위해 한 달 동안 연습한 적도 있다고 밝혔다./BJ 파니 방송화면 갈무리

파니는 좀 더 나은 방송을 위해, 팬들과 시청자들을 위해 늘 콘텐츠를 구상한다고 밝혔다. 파니는 "자세히는 밝힐 수 없지만 현재 다른 BJ들과 새로운 콘텐츠를 구상하고 있어요. 그래서 가끔 모여서 이번 콘텐츠에 대해 세부적인 얘기를 나누고 있는 상황이에요"라고 귀띔했다.

그러면서 팬들을 위한 이벤트가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온 에피소드도 털어놨다. "한번은 속살이 비치는 시스루 의상을 입었어요. 팬들이 보고 깜짝 놀라더라고요. 건전하고 수수한 모습만 봐왔기 때문인 것 같아요. 일부 팬들은 '계속 야한 의상을 입어달라' '하지 마라' 이렇게 갈려 다투기도 했었죠"라고 밝혔다.

오랜 인터뷰에도 힘든 내색 없이 입담을 뽐낸 파니. 그의 방송 가치관은 무엇일까. 또 어떤 식으로 앞으로의 활동을 생각하고 있을까.

"아무도 보지 않는 방송은 의미가 없어요. 독자가 읽지 않은 기사는 의미가 없듯이 말이죠. 팬들과 생각을 공유하고 조금이나마 편하게 즐기다 갈 수 있는 부담스럽지 않은 방송, 이게 제가 추구하는 방송이에요. 또 많은 팬과 시청자들이 저를 응원해주고 찾아주셔서 감사해요. 그분들을 위해 함께하는 방송을 만들어 나가고 싶어요."

[더팩트ㅣ신진환 기자 yaho1017@tf.co.kr]

◆ [영상] BJ 파티는 <더팩트> 독자와 팬들에게 직접 인사말을 남겼다.

<영상=BJ 파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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