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현장] 날씨 좋아졌지? 한강의 애정…"그만 좀 만져"
입력: 2015.04.26 08:37 / 수정: 2015.04.26 19:20

시선 따윈 두렵지 않아! 24일 여의도 한강공원에서 한 커플이 주위 시선을 아랑곳하지 않고 진한 애정행각을 벌이고 있다./한강공원=이성락 기자
'시선 따윈 두렵지 않아!' 24일 여의도 한강공원에서 한 커플이 주위 시선을 아랑곳하지 않고 진한 애정행각을 벌이고 있다./한강공원=이성락 기자

위아래 아래위 손도 입도 낮부터 참 바쁜 연인

"차라리 모텔을 가던지…." 팔짱을 끼고 다정히 걷던 커플 중 남성이 이같이 말하며 고개를 가로젓는다. 여성은 이내 시선을 거둔다. 주위 사람 귀에 다 들릴 정도로 '쪽쪽' 소리를 내며 애정행각을 벌이고 있는 연인 때문.

지나가는 사람들 대부분은 무슨 소리인가 싶어 고개를 돌려본다. 젊은 연인이 두 입술을 뗐다 붙이기를 반복하고 있다. 보기 민망할 정도로 그 농도(?)가 짙다. 커플이 아닌 솔로여서가 아니다. 애정 행각의 정도가 지나친 이유다.

지난해 결혼정보회사 듀오가 20~30대 미혼 남녀 591명(남성 289명·여성 302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커플들이 가장 꼴불견이 순간은 '시도 때도 없이 애정행각을 할 때(42.6%)'로 조사됐다. 특히 커플을 보고 가장 짜증 난 장소로는 엘리베이터·에스컬레이터(34.9%), 길거리(21.5%), 대중교통(13.7%), 커피숍(10.2%) 등 주로 공공장소였다.

여의도한강공원도 공공장소다. 봄 날씨가 완연해지며 젊은 연인들이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이자 애정 행각에서도 조금은 자유로운 여의도한강공원. 어느 정도일까. 24일 화창한 오후 <더팩트> 취재진은 추운 날씨 탓에 겨울잠을 자고 있던 이른바 '민폐 커플' '꼴불견 커플'이 많이 출몰한다는 여의도한강공원을 찾아 연인들의 애정행각 실태와 시민들의 생각을 들어봤다.

◆커플 천국 솔로 지옥 한강

애정이 넘쳐 한 남녀가 주위의 시선을 아랑곳하지 않은 채 애정표현을 하고 있다./한강공원=이성락 기자
'애정이 넘쳐' 한 남녀가 주위의 시선을 아랑곳하지 않은 채 애정표현을 하고 있다./한강공원=이성락 기자

이날 얼마나 많은 커플이 주위 시선을 아랑곳하지 않고 애정행각을 벌이고 있는지 살펴보기 위해 자전거를 빌려 한강을 따라 크게 한 바퀴를 돌아봤다.

시민들은 제각기 할 일을 하며 여유를 만끽했다. 부러움을 자아낼만한 보기 좋은 커플들도 많았다. 가벼운 신체접촉 정도는 충분히 이해했다. 하지만 매트리스를 깔고 누운 듯 애정행각을 하는 커플 또한 많았다. 가벼운 뽀뽀부터 격렬한 키스까지, 아예 자리를 깔고 누워 몸을 포갠 커플도 심심찮게 보인다.

문제는 뭇 사람들의 시선을 전혀 신경 쓰지 않는 커플들. 외곽이나 인적이 드문 곳이 아닌 사람들의 왕래가 잦은 곳에서 '당당히' 애정을 나눴다. '은밀한' 애정표현은 이제 옛말이 된 듯했다.

마포대교 옆 한강이 보이는 벤치. 선남선녀가 다정히 한강을 바라보고 있다. 풋풋한 사랑 내음이 봄바람과 같이 느껴진다. 다정히 사랑을 속삭이던 이들이 달아오른 탓일까. 격정적인 키스를 나눈다.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던 사람도, 길을 걷는 사람들도 이들을 쳐다보지만 동하지 않는다.

이 정도는 애교(?) 수준이었다.

또 다른 젊은 연인. 이들이 있는 곳은 자전거 도로 옆 인도다. 이들은 신발을 벗은 채 흐르는 물가에 앉아 서로를 안고 있다. 아름다운 광경이다. 딱 거기까지였다. 입맞춤과 함께 남성의 손이 여성의 허벅지를 넘어 치마 속까지 드나든다. 취재진의 눈을 의심하게 하였다.

일부 커플들도 진하게 입맞춤을 하거나 특정 부위를 만지는 등의 행동을 서슴없이 했다. 한 커플은 주위 사람을 의식한 듯 잠시 눈치를 살피더니 서로의 가랑이 사이에 다리를 내려놓고 밀착한 뒤 빠르게 민망한 자세를 담요로 감췄다. 지나가는 사람을 신경 쓰지 않는다. 지켜보는 이들은 인상을 구기며 못마땅한 표정을 지었다.

과유불급이다. 애정표현도 정도가 지나치면 문제가 될 수 있다. 공공장소에서 벌어지는 과한 애정표현은 보는 이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적당히 좀 해라! 자꾸 눈이 가잖아

무슨 생각을 할까 애정표현을 하는 커플을 여성들이 바라보며 지나치고 있다./한강공원=신진환 기자
'무슨 생각을 할까' 애정표현을 하는 커플을 여성들이 바라보며 지나치고 있다./한강공원=신진환 기자

여의도한강공원은 연인, 가족, 친구 등이 휴식을 위해 찾는 서울의 대표적인 공간이다. 이런 휴식 공간이어야 할 한강공원이 일부 젊은 연인들의 짙은 애정행각으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한강공원에서 애정행각을 본 시민들은 싸늘했다.

가족들과 모처럼 나들이를 왔다는 윤모(38·여) 씨는 "젊은 남녀가 스킨십을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상대방이 봤을 때 이해할 수 있는 수준에 그쳐야 한다"며 "다 큰 성인만 공원을 찾는 게 아니라는 것을 알아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퇴근 후 동료들과 '치맥'하러 온 직장인 김정훈(34) 씨는 "가끔 노골적인 스킨십을 하는 상황을 보면 우리나라도 참 많이 변했다는 생각이 든다"며 "그냥 못 본 체 무시하는 게 상책이다. (공공장소에서) 기본적인 것들은 지켰으면 좋겠다"고 에둘러 비꼬았다.

반면 대학생 장모(24) 씨는 "스킨십이 심한 정도라는 것은 누가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느냐에 따라 달라진다"며 "당사자가 모든 사람의 만족을 충족시키지는 못한다"고 주장했다.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공공장소에서 과한 애정표현을 하면 누군가에게 불쾌감을 줄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애정행각'이 자연스러운 '애정표현'으로 비칠 수 있도록 공공장소에서의 신체접촉에 앞서 주위 사람을 배려하는 마음을 가져 보는 것은 어떨까.

[더팩트ㅣ여의도한강공원=신진환·이성락 기자 yaho1017@tf.co.kr rock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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