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현장] '은밀한 성매매' 조건만남, 10분이면 '끝!'
입력: 2015.04.12 09:51 / 수정: 2015.04.12 09:51
1시간에 10만 원이요 조건만남을 한다는 여성에게 쪽지를 보내자 곧바로 대답이 돌아왔다. 이 여성은 자신의 신체에 대한 소개와 화대 등을 제시했다./더팩트 DB
"1시간에 10만 원이요" 조건만남을 한다는 여성에게 쪽지를 보내자 곧바로 대답이 돌아왔다. 이 여성은 자신의 신체에 대한 소개와 화대 등을 제시했다./더팩트 DB

"23살, 키 164cm, 몸무게 46kg, A컵입니다."

#. 2014년 7월 28일, 미성년자와 '조건만남'을 유도하거나 성관계하도록 하고 이를 미끼로 돈을 빼앗은 A(17)군 등 10대가 경찰에 무더기로 붙잡혔다. A 군 등은 모텔에서 '조건만남'을 위해 투숙한 30대 남성을 때리고 차량을 빼앗는 등 7∼8월 사이 모두 5차례에 걸쳐 같은 수법으로 887만 원 상당의 금품을 뜯어냈다.

#. 2015년 1월 13∼31일 차모(30) 씨는 채팅앱으로 '조건만남'을 하자며 여성들에게 접근한 후 모텔에서 흉기로 위협하거나 때린 뒤 성폭행한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다. 차 씨는 성폭행 이후 여성들의 나체 영상을 찍어 신고하지 못하도록 협박했다. 경찰에 따르면 피해 여성 8명 중 대부분은 여고생, 미성년자였다.

조건만남, 일방이 다른 일방에게 금전을 제공하고 성행위를 하려는 목적으로 가지는 만남을 뜻한다. 정부가 파악한 '스마트폰 조건만남 애플리캐이션(앱)'은 100여 개지만, 관리 감독은 사실 불가능하다.

성인부터 미성년자까지 언제 어디서든 조건만 맞으면 만날 수 있다. 그러나 조건만남은 미성년자 성매매, 금품갈취, 살인, 폭행 등 범죄에 무방비에 놓여 있다. 하루가 멀다하고 조건만남 범죄 소식은 끊이질 않는다.

조건만남은 얼마나 쉬울까. 8일 <더팩트> 취재진은 조건만남의 실태와 그들의 얘기를 들어보고자 앱을 설치하고 만남을 시도했다.

조건 제시합니다 스마트폰 채팅 애플리케이션은 조건만남을 하는 남녀가 대다수다. 애플리케이션만 설치하면 성인인증 없이 누구나 사용할 수 있어, 청소년 보호와 성매매가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화면 캡처
'조건 제시합니다' 스마트폰 채팅 애플리케이션은 조건만남을 하는 남녀가 대다수다. 애플리케이션만 설치하면 성인인증 없이 누구나 사용할 수 있어, 청소년 보호와 성매매가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화면 캡처

스마트폰에서 조건만남 앱을 찾는 건 어렵지 않았다. 어떤 것을 설치하는 게 좋을까 하는 고민도 필요 없이 앱을 설치했다. 메시지 1건당 30원이다. 앱을 설치하고 가입하자 메시지가 들어온다. 고르기만 하면 된다.

'조건만남' 여성들은 한 번의 메시지에 금세 반응했다. 본인의 몸매에 대한 설명과 함께 성관계 때 하지 않는 행위와 화대 등 조건을 제시한다. 남성이 'OK'만 하면 모든 게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쉬워도 매우 쉽다.

채팅 앱에서 조건만남을 시도해본 기자는 놀랐고 또 놀라웠다. 많은 수의 채팅 이용자가 공공연히 조건만남을 하자며 상대를 찾고 있기 때문이다. 조건만남을 하겠다는 이용자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성인 인증도 없다. 채팅 앱은 '은밀한 성매매'를 원하는 이들에게는 별천지인 셈이다.

◆ 대뜸 집으로 오라는 '조건女'

대담한 조건女 한 조건만남 여성은 자신의 집으로 올 것을 요구했다./모바일 메신처 화면 갈무리
'대담한 조건女' 한 조건만남 여성은 자신의 집으로 올 것을 요구했다./모바일 메신처 화면 갈무리

조건만남에 나선 여성들은 공통으로 "지금 바로 볼 분"이라고 강조했다. 오후 5시, 여러 여성과 만나자는 독촉 메시지를 받았다. 만남이 성사되기 직전 자동차가 없다는 메시지에 이 여성은 "전 자동차 있는 사람만 만난다"는 메시지와 함께 사라졌다.

또 다른 여성과 만남을 시도했다. 역시 어렵지 않다. 이 여성도 빨리 만나자고 재촉했다. 오후 6시를 조금 넘긴 시각, 인천 남구 주안동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도 이러한 요구는 계속됐다.

이 여성은 만나기로 한 장소에서 구체적인 건물을 알려줬다. 이내 찾아가 연락하자 그는 "모텔비를 아끼세요"라며 대뜸 자신의 집으로 오라고 한다. 여성이 외간 남자를 집으로 오라고 하는 것이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다.

밖에서 만날 것을 요구했지만, 그는 "다른 남자들도 집에 왔었다"며 끝까지 버텼다. 결국, 그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 조건만남? 결국 "돈 때문에…"

계속 할 거예요 8일 오후 만난 A 여성은 봉천동 여중생 살인사건에 대해 알고 있었다. 그는 무섭지만 생활비를 위해 조건만남을 한다고 말했다./인천=신진환 기자
"계속 할 거예요" 8일 오후 만난 A 여성은 '봉천동 여중생 살인사건'에 대해 알고 있었다. 그는 "무섭지만 생활비를 위해 조건만남을 한다"고 말했다./인천=신진환 기자

다른 조건만남 여성을 같은 장소에서 만날 수 있었다. 첫 번째 여성과 만남이 이뤄지지 않은 직후 10분 만에 다른 여성과 만나기로 한 것. 조건만남이 흔하다는 게 피부로 느껴진다.

몇 분이 흐른 뒤 앳돼 보이는 여성이 모습을 드러냈다. 짙게 화장한 그는 다소 어색한 듯 쭈뼛쭈뼛 서 있는다. 그 자리서 신분을 밝히고 잠깐의 대화를 나눴다.

조건만남을 한 지 3개월 정도 된 A(20) 씨는 "물론 처음 본 남자와 만나는 것은 불안하다"며 "생활비가 필요하니까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하루에 많으면 20만 원 정도 번다고 한다.

만나기에 앞서 A 씨는 화대는 1시간 동안 1번 성관계에 10만 원이라는 조건을 달았다. 즉, 하루에 많게는 2번 관계를 맺는 셈이다.

그도 나름의 고충이 있다 한다. "돈을 안 주고 도망가는 사람도 있다"면서 "침을 뱉어달라거나 욕을 해달라는 등의 변태적 손님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런데도 그는 "알바(아르바이트)는 돈도 적고 월급을 기다려야 하니까 싫다"며 "조건만남을 앞으로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1주일에 한 번 보건소에 가요 B 여성은 개인적으로 하는 사람도 있고 브로커들이 알선해주는 경우도 있다고 귀띔했다./인천=신진환 기자
"1주일에 한 번 보건소에 가요" B 여성은 "개인적으로 하는 사람도 있고 브로커들이 알선해주는 경우도 있다"고 귀띔했다./인천=신진환 기자

또 다른 '조건 女' B(20대 초반) 씨도 쉽게 만났다. 두 번째 여성과 만났던 곳에서 불과 500m 떨어진 한 건물 앞에서 만난 그는 한눈에 봐도 어려 보였으며 평범한 학생 같았다. 혹시 미성년자가 아닐까 생각했다. 미심쩍게 바라보자 성인이라고 밝히며 기자를 안심시키는 여유를 보였다.

B 씨 역시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조건만남을 했다. 한때 말할 수 없는 가정사 때문에 길바닥까지 나앉았다고 한다. 당장 돈이 필요했고 그래서 한 게 조건만남이었다고 한다.

B 씨는 "조건만남을 언제부터 했는지 기억이 안 난다"며 "길에 있는 음식을 주워 먹을 정도로 밑바닥까지 간 적이 있다. 살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었다"고 당위성을 부여했다.

조건만남으로 1주일에 60만 원을 번다는 그는 "변태거나 이상한 사람일 경우 느낌으로 알 수 있다"며 "그 경우에는 성 관계 없이 바로 나간다"고 나름의 노하우도 밝혔다.

청소년이 조건만남을 요구할 경우는 거절한다고 한다. "20대 후반부터 30대 후반까지는 매너가 좋고 만남이 성사될 확률이 높다"고 말하며 "피임약을 먹거나 남성에게 콘돔을 착용할 것을 조건으로 내건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제 나름 안정적으로 생활하고 있어 조건만남을 줄여나갈 생각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아르바이트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대화 중에도 그의 휴대 전화는 쉴새 없이 전화벨이 울렸다. 조건만남을 원하는 남성들이다.

◆ 모바일 앱, 조건만남 '창구'…범죄 우려도

지금 조건만남이 가능한 분만 모바일 채팅은 조건만남의 창구였다./모바일 채팅 애플리케이션 화면 갈무리
"지금 조건만남이 가능한 분만" 모바일 채팅은 조건만남의 '창구'였다./모바일 채팅 애플리케이션 화면 갈무리

일부 앱은 자신과 가까운 지역에 있는 사람들을 알려주는 기능까지 있다. 일부 이용자들은 자신과 가까이 있는 사람들을 찾으면서 빠른 만남을 요구하고 있다. 모바일 앱에서 조건만남은 쉽게 이뤄질 수밖에 없다.

지난해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2013년 성매매 실태조사'에 따르면 182개의 앱이 성매매 창구로 이용되는 것으로 파악됐다. 성매매 알선 앱의 서비스 유형으로 분류한 결과 '조건만남 서비스 유형'이 전체의 94.4%를 차지했다. 더 심각한 것은, 성인인증을 요구하는 앱이 35.2%(64개)에 불과했다.

조건만남을 하는 사람들은 위험에 노출돼 있다. 서로가 신분을 알 수 없어 범죄의 누구라도 피해자가 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실제 지난달 26일 서울 관악구 봉천동의 한 모텔에서 조건만남을 한 가출 여중생(15)이 상대 남성에게 목을 졸려 살해당했다. 반대로 성인이라고 속인 여성과 조건만남을 하다 이를 미끼로 성인 남성을 유인한 뒤 금품을 빼앗는 경우도 있다.

조건만남으로 성행위를 할 경우에는 성매매 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 21조에 따라 1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만 원 이하의 벌금·구류 또는 과료의 처벌을 받는다.

[더팩트ㅣ인천=신진환 기자 yaho1017@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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