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인터뷰] 성매매 여성 장모 씨 “성구매자 처벌, 본질 외면”
입력: 2015.04.12 09:51 / 수정: 2015.04.12 09:51

생계형 성매매 허용 지난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헌재) 정문 앞에서 한터전국연합(성매매 여성 모임) 대표 장모(41) 씨가 성매매 특별법 폐지 피켓을 들고 있다. 헌재는 이날 오후 2시 성매매 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이하 성매매 특별법)의 처벌조항 제21조 1항의 위헌법률심판 첫 공개변론을 열었다. / 헌법재판소=김슬기 기자
"생계형 성매매 허용" 지난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헌재) 정문 앞에서 한터전국연합(성매매 여성 모임) 대표 장모(41) 씨가 '성매매 특별법 폐지' 피켓을 들고 있다. 헌재는 이날 오후 2시 '성매매 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이하 성매매 특별법)'의 처벌조항 제21조 1항의 위헌법률심판 첫 공개변론을 열었다. / 헌법재판소=김슬기 기자

“성 산업화 우려? 이미 포화상태에 썩었는데…”

지난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헌재) 정문 앞, 한 무리의 여성들에게 이목이 쏠렸다. 모자와 마스크, 선글라스 등으로 얼굴을 가린 여성들의 손에는 '성매매 특별법 폐지' 피켓이 들려 있었다.

헌재는 이날 '성매매 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이하 성매매 특별법)'의 처벌조항 제21조 1항이 헌법에 어긋나는지에 관한 첫 공개변론을 열었다. 공개변론은 지난 2월 26일 간통죄 폐지 만큼이나 이목이 집중됐다.

성매매 특별법 위헌 심판은 2012년 7월 서울 동대문구 전농동에서 화대 13만 원을 받고 성매매를 하다 적발된 김 씨는 "성매매 여성을 처벌하는 것은 기본권과 평등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시작했다. 같은 해 12월 서울북부지법은 김 씨의 주장을 받아들여 재판 중 위헌법률 심판을 제청했다.

성매매 특별법 21조 1항은 '성매매를 한 사람(남녀 모두)은 1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만 원 이하의 벌금·구류·과료에 처한다'고 정하고 있다.

이날 성매매 여성들은 헌재 앞에서 ‘위헌’을 주장하며 탄원서를 제출했고, 공개변론을 청취했다. 성매매 여성들은 왜 위헌을 주장하고 탄원서를 제출했으며 변론을 지켜본 심경은 어땠을까. 이튿날인 10일 오후, <더팩트>는 영등포 등에서 15년 동안 성매매 일을하며 한터여종사자연맹(성매매 여성 모임) 대표를 맡고 있는 장모(41) 씨를 신길동에서 만나 첫 공개변론을 지켜본 느낌과 요구사항 등을 들어봤다. (장 씨는 사진 촬영을 정중히 거절했다. 다만, 헌재 앞에서 촬영된 자신의 모습을 사용하는 것은 허락했다.)

◆성 구매자만 처벌? 집창촌 누가 오겠나!

군산은 집창촌 아니다 장 씨는 지난 9일 헌법재판소 앞에서 성매매 특별법을 폐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장 씨가 쏟아지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 김슬기 기자
"군산은 집창촌 아니다" 장 씨는 지난 9일 헌법재판소 앞에서 성매매 특별법을 폐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장 씨가 쏟아지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 김슬기 기자

성매매 특별법 공개변론에서는 위헌과 합헌 양측의 공방이 치열했다. 이를 지켜본 장 씨의 생각이 궁금했다. 희망이 보였을까, 아니면 그 반대였을까.

“이야기를 듣다 짜증나서 중간에 나왔다. 흐름이 성 구매자만 처벌한다는 쪽으로 가더라. 말도 안 된다. 만약 성 구매자만 처벌한다고 하면 불안해서 누가 오겠나. 전국 집창촌 다 망한다. 그렇게 되면 결국 더 음성적으로 변질할 수밖에 없다.”

장 씨는 또 성매매 특별법 위헌법률심판 첫 공개변론에서 성매매 여성들의 인권과 관련한 예로 지난 2000년과 2002년 군산 화재를 이야기하는 것에 매우 불쾌해 했다. 그 이유는 당시 군산에서 불이 난 곳은 집창촌이 아니라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자꾸 군산 화재 이야기를 하는데 군산은 집창촌이 아니다. 거기는 술집(방석집)이다. 거기는 우리랑 일하는 방식이 다르다. 그런데 집창촌 여성의 인권 등을 거론할 때면 꼭 군산 화재를 꺼낸다. 집창촌 여성들의 이야기는 없고 군산 화재만 있다. 즉, 집창촌 여성들에 대해서는 잘 알지도 못한다고 인정하는 것이라고 본다.”

◆생계형 성매매, 인정하고 세금 걷어라

성접대는 무죄! 생계형 성매매는 유죄! 성매매 여성들이 성매매 특별법 폐지를 주장하고 나섰다. 이들은 공창제를 도입하는 것이 답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 이철영 기자
"성접대는 무죄! 생계형 성매매는 유죄!" 성매매 여성들이 성매매 특별법 폐지를 주장하고 나섰다. 이들은 공창제를 도입하는 것이 답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 이철영 기자

성매매 여성들이 원하는 것은 생계형 성매매 여성을 인정하고 세금을 걷는 이른바 ‘공창제’다. 자발적 성매매 여성에 대해서는 인정해 주고 마음 편하게 일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주장이다.

정 씨는 “생계형 성매매 여성에 대해서는 나라에서 인정하고 세금도 걷고, 업주가 아닌 자기 스스로 영업할 수 있게 해줘라. 남녀가 공존하는 현실에서 성매매 자체가 없어질 수 없다. 오픈된 곳은 인정해주고 레드존 만들어서 일하게 해주면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지금은 보건소 진료도 안 해준다. 각자가 알아서 하고 있다. 그런데 만약 공창제가 되면 성매매 여성들이 낸 세금으로 보건소 진료 등 충분히 충당할 수 있다. 현재 콘돔도 한터에서 공짜로 나눠주고 있다. 보건의 문제를 볼 때도 국가에서 인정하고 등록된 여성을 관리하는 게 더 낫다”고 덧붙였다.

성매매 여성들이 공창제를 주장하는 또 다른 이유 중 하나는 성매매 특별법으로 인한 음성적 성매매다. 장 씨 또한 경찰의 집창촌 단속으로 성매매의 음성화가 더 가속됐다고 보았다.

“집창촌 단속이 결국 성매매를 더욱 음성적으로 만들고 있다. 오피스텔, 룸살롱 2차, 조건만남 등등 이게 다 음성적 성매매다. 이건 단속도 안 되고, 그리고 규모도 얼마나 되는지 모른다. 성매매 여성들의 인권이 유린당하거나 위험에 놓이는 곳은 현재의 집창촌이 아니다. 음성적 성매매에서 일하는 여성들의 안전과 인권이 더 문제다.”

◆성 산업? 썩을 대로 썩어…막노동·청소부, 할 줄 몰라 안 하나

국내 성 산업, 이미 썩을대로 썩었다 장 씨는 성매매 여성들을 향해 막노동, 청소부라도 하라는데 누가 할 줄 몰라서 안 하는 줄 안다. 우리도 할 수 있다. 그런데 그 돈을 받아서는 (생활이)어려워서 손가락질 받으면서도 이 일을 하는 거다며 원하는 것은 단 하나다. 현재 생계형 성매매 여성들이 마음 놓고 일할 수 있도록 하는 것뿐이라고 말했다. / 김슬기 기자
"국내 성 산업, 이미 썩을대로 썩었다" 장 씨는 "성매매 여성들을 향해 막노동, 청소부라도 하라는데 누가 할 줄 몰라서 안 하는 줄 안다. 우리도 할 수 있다. 그런데 그 돈을 받아서는 (생활이)어려워서 손가락질 받으면서도 이 일을 하는 거다"며 "원하는 것은 단 하나다. 현재 생계형 성매매 여성들이 마음 놓고 일할 수 있도록 하는 것뿐"이라고 말했다. / 김슬기 기자

성매매 특별법이 만약 위헌으로 결론 날 경우 성의 산업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장 씨는 성 산업화 우려의 목소리에 어처구니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성 산업화? 이미 성 산업은 포화상태에 썩을 대로 썩었다. 성매매 특별법이 생기고 난 이후에 더 증가했다. 정말 엉뚱한 소리하고 있다. 솔직히 말해보자. 룸살롱 가면 2차 안 가나? 본인들은 성매매 안 한 것처럼 고고한 척한다. 성인 남자 중 돈 주고 한 번도 안 한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그렇게들 깨끗하신가? 성매매 여성의 존엄성이 어쩌고 하는데 알면서 이야기하는 걸까. 정말 웃긴다. 감금, 폭행은 옛날이야기다.”

다른 직업으로 바꾸면 되는 것 아닐까. 일반적인 여성들이 갖는 직업 말이다. 성매매 여성들은 왜 집창촌을 떠나지 못하고 왜 이 일을 선택했을까.

먼저 장 씨는 집창촌의 열악한 환경과 일부에서 지적하듯 돈을 쉽게 벌지도 못한다고 전제했다.

“환경 자체가 열악하고 일하기 힘들다. 돈 쉽게 번다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 집창촌의 실태를 잘 모르고 하는 말이다. 추우나 더우나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나와서 일한다. 돈 엄청나게 버는 줄 안다. 집창촌 여성들 대부분은 생계형이다. 돈 벌어도 가족들 뒷바라지하느라 수중에 남는 돈이 없다. 동생들 학비, 부모 병원비, 생활비 등에 대부분이 쓰인다.”

장 씨는 또 “성매매 여성들을 향해 막노동, 청소부라도 하라는데 누가 할 줄 몰라서 안 하는 줄 안다. 우리도 할 수 있다. 그런데 그 돈을 받아서는 (생활이)어려워서 손가락질 받으면서도 이 일을 하는 거다”며 “집창촌이 나쁘다 나쁘다 하지만, 오래전부터 있었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단 하나다. 현재 생계형 성매매 여성들이 마음 놓고 일할 수 있도록 하는 것뿐이다”고 말했다.

‘옛날 옛적에 마리아라는 창녀가 있었다. 모든 창녀가 그렇듯, 그녀 역시 순결한 동정녀로 태어났다. 소녀 시절, 그녀는 (돈 많고, 잘 생기고, 머리 좋은) 남자를 만나 그와 결혼하고, 아이를 둘쯤 낳고 예쁜 집에서 살기를 꿈꾸었다…. _ 파울루 코엘류 '11분' 中’

[더팩트 ㅣ 신길동=이철영 기자 cuba20@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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