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진환의 로우킥] 성매매 단속, '노력 역효과의 법칙'에 갇히다
입력: 2015.04.03 10:32 / 수정: 2015.04.03 10:39
누구에게 돌을 던지나 성매매를 근절하기 위한 성매매 방지 특별법이 올해로 11년째를 맞았다. 그러나 최근 신·변종 성매매는 기승을 부리고 있으며 단속의 눈을 피해 더 깊숙한 음지로 파고들고 있다./더팩트 DB
'누구에게 돌을 던지나' 성매매를 근절하기 위한 '성매매 방지 특별법'이 올해로 11년째를 맞았다. 그러나 최근 신·변종 성매매는 기승을 부리고 있으며 단속의 눈을 피해 더 깊숙한 음지로 파고들고 있다./더팩트 DB

심리학에서는 '노력 역효과의 법칙'이 있다. 이는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이 노력하면 할수록 오히려 효과가 떨어진다는 것을 말한다. 억지로 잠들려고 할 때 오히려 정신이 또렷해지는 상황을 예로 들 수 있다.

올해로 11년째를 맞은 '성매매 방지 특별법(2004년 시행)'도 '노력 역효과의 법칙'에 해당되는 것은 아닌지 염려된다. 정부는 10년 동안 성매매 방지를 위해 단속에 단속을 거듭했다. 그러나 정부의 10년 단속이 심리학에서의 '노력 역효과의 법칙'처럼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한 것 같다고 생각하는 것은 비단 기자만의 착각일까.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이 있다. 성매매 방지 특별법 시행 10년은 뿌리를 뽑기보다 뿌리를 더욱 감추는 꼴이 됐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제기되고 있다.

이 같은 지적이 나오는 이유는 통계를 통해 쉽게 알 수 있다.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소속 남윤인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키스방 등 신·변종 성매매업소 단속 현황' 자료에 따르면 키스방 등 신·변종 성매매 업소 단속 건수가 2010년 2068건에서 2013년 4706건으로 3년 동안 2.3배 증가했다.

정부의 단속이 변종업소 증가에 대한 직접적인 영향을 끼쳤다고 볼 근거는 없다. 하지만 최근의 성매매는 단속의 눈을 피해 주택가까지 파고든 실정을 비추어 볼 때 정부의 몫도 일정 부분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마냥 성매매를 방관하자는 게 아니다. 사회악이라면 도려내는 게 마땅하다. 그렇지만 현실을 냉정하게 바라볼 필요도 있다. 말하기도 입 아프지만 성욕은 남성의 본능이다. 본능이란 '동물이 태어난 뒤에 겪거나 배워서 갖춘 것이 아니라 세상에 태어나면서부터 이미 갖추고 있는 능력이나 동물이 선천적으로 가지고 있는, 억누를 수 없는 감정(感情)이나 충동(衝動)'을 말한다.

성매매=수요+공급→∞ 성매매는 10년째 단속 대상이 되고 있지만 여전히 성행하고 있다. 성매매를 뿌리 뽑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정부와 단속기관은 성매매에 따른 여러 유형의 범죄들을 없애는 데 주력해야 한다./박준영 인턴기자
'성매매=수요+공급→∞' 성매매는 10년째 단속 대상이 되고 있지만 여전히 성행하고 있다. 성매매를 뿌리 뽑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정부와 단속기관은 성매매에 따른 여러 유형의 범죄들을 없애는 데 주력해야 한다./박준영 인턴기자

따라서 성욕이란 본능을 없애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다만 자신의 의지로 최대한 억제가 가능할 뿐이다. 이 말의 뜻이 곧 '본능을 없앨 수 없으니 성욕을 해결할 수 있는 성매매를 합법화하자'는 것은 아니다.

국내 성매매의 역사는 오래됐다. 책 '유곽의 역사(저자 홍성철)'의 내용을 보면 구한말 역사학자인 이능화는 신라 시대에 이미 창녀가 있었으며, 고려와 조선 시대에는 몸을 파는 여성인 기생제도가 사회 전반에 폭넓게 확산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박종성 서원대 교수는 "삼국시대에서 고려를 거치면서 성매매가 확고하게 마련됐다는 주장은 증거 없는 상상과 일방추론에 불과하다. 진정한 성매매의 기원은 조선 시대로부터 시작됐다"고 말한다.

국내에서 언제부터 성매매가 시작됐는지는 의견이 분분하지만, 성매매 집결지인 집창촌의 시작이 1876년 개항 이후 일본인들의 조차지라는 데는 의견이 일치한다.

성매매, 즉 매매춘은 아주 옛날부터 있었으며 당시에도 단속과 그에 상응하는 처벌이 있었지만 결국 오늘날까지 이어져 왔다는 점이다. 단속은 그저 눈에 보이는 대상만 없앴을 뿐이다. 집창촌 폐쇄도 결국 이와 같은 맥락이다.

일각에서는 '성을 매수하는 남성이 없다면 매도하는 여성도 없어질 것'이라고 주장한다. 과연 그럴까. 본디 성매매는 수요와 공급의 원칙이 작용한다. 남성은 성적 욕구를 채우려 하고 여성은 손쉽게 자신의 지갑을 채우려는 경제적 관점이 맞물려 있다. 이러한 이유로 성매매를 뿌리 뽑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보는 이들이 적지 않다.

억울하옵니다 집창촌은 언제든 단속기관의 사정권 안에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때문에 정부는 주택가나 은밀히 밀실 영업을 하는 곳에 대한 단속을 더 강화할 필요가 있다./더팩트 DB
'억울하옵니다' 집창촌은 언제든 단속기관의 사정권 안에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때문에 정부는 주택가나 은밀히 밀실 영업을 하는 곳에 대한 단속을 더 강화할 필요가 있다./더팩트 DB

그렇기에 지금은 '단속 사정권'안에 있는 집창촌 폐쇄가 중요한 사안이 아닌 듯하다. 독버섯처럼 퍼져버린 인신매매나 성매매 여성의 인권 유린, 금품 갈취와 같은 범죄와 반사회적 퇴폐업소를 없애는 데 주력해야 한다. 성매매 알선업자의 횡포와 여성의 인격권을 짓밟은 범죄는 하루가 멀다 하고 일어나지 않나. 성매매보다 성매매에 따른 여러 유형의 범죄를 선조치해야 할 이유다.

성매매 논란은 아주 먼 옛날도, 현재도 논란의 대상이며 미래에도 '뜨거운 감자'가 될 개연성이 높다. 모두가 공감할 만한 대책이 나올 리 만무하고 시대가 흐를수록 성매매는 어떤 형태로든 발전(?)하기 때문이다.

한데 최근 정부는 성매매와 관련해 명쾌한 대책도 없이 '무조건 안 돼'라고 다그치는 것처럼 보인다. 부작용이 생기기 딱 좋은 방법이다. 정부와 단속기관은 성매매 문제에 대해 단순히 선과 악의 이분법적 논리로 접근하면 이번 '성매매와의 전쟁'도 역효과를 키울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며칠 전 서울 강남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취재원은 잔뜩 화가 난 상태에서 이같이 말했다.

"국세청과 감사원 직원들이 강남에서 '2차'(성매매)를 나가 경찰한테 걸리는 바람에 술집 인근 음식점들이 전부 직격탄을 맞았어. 우리뿐만 아냐. 편의점, 커피숍도 밤손님들이 없어. 나라님들 때문에 망하게 생겼어…."

[더팩트ㅣ신진환 기자 yaho1017@tf.co.kr]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이메일: jebo@tf.co.kr
▶뉴스 홈페이지: http://talk.tf.co.kr/bbs/report/write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
AD
인기기사
실시간 TOP10
정치
경제
사회
연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