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현장] 청소년 '19금' 영화 관람 "참 쉽죠잉~"
입력: 2015.02.25 10:55 / 수정: 2015.02.25 10:55
참 쉽죠! 23일 오후 서울 영등포에 있는 C 영화관(위)과 L 영화관에서 청소년들이 무인발권기를 이용해 영화 표를 구매하고 있다./영등포=신진환 기자
'참 쉽죠!' 23일 오후 서울 영등포에 있는 C 영화관(위)과 L 영화관에서 청소년들이 무인발권기를 이용해 영화 표를 구매하고 있다./영등포=신진환 기자

'숨기려는 자, 밝혀야 하는 자의 숨막히는 대결'

영화관, 데이트 코스이자 문화생활의 장으로 자리 잡은지 오래다. 청소년들도 예외는 아니다. 청소년들에게 이보다 건전한 곳이 또 있을까. 그런데 이 건전할 것만 같은 영화관에도 청소년을 유혹하는 손길이 있다. 바로 '청소년 관람 불가' 영화다.

청소년이라면 호기심이 갈 수밖에 없다. 그럴 나이다. 얼마나 보고 싶었으면 온라인 커뮤니티에 '청불' 영화를 보기 위한 다양한 방법들까지 공유되고 있을까 싶다.

영화관 측은 관람객들의 연령 확인을 철저히 하고 있을까. 23일 오후 <더팩트>는 서울 영등포에 있는 C사와 L사의 영화관을 찾아 살펴봤다.

◆ '청불' 영화 티켓 구매? 누르기만 하면 돼~

C 영화관과 L 영화관의 무인발권기는 별다른 성인인증 절차가 없다. 때문에 청소년들이 청소년 관람 불가 등급의 영화 관람권을 쉽게 구할 수 있다./영등포=신진환 기자
C 영화관과 L 영화관의 무인발권기는 별다른 성인인증 절차가 없다. 때문에 청소년들이 청소년 관람 불가 등급의 영화 관람권을 쉽게 구할 수 있다./영등포=신진환 기자

이날 C 영화관엔 평일임에도 꽤 많은 사람이 보였다. 어려 보이는 여학생들이 무인발권기를 이용해 18세 미만 관람불가 영화인 '킹스맨'을 예매하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들은 아무런 문제 없이 입장권을 거머쥐었다.

실제로 무인발권기를 이용해 킹스맨을 예매해봤다. 첫 화면에서 '만 18세 미만 고객은 관람이 불가한 영화입니다'라는 안내 문구가 뜬다. 확인 버튼을 누르니 그 뒤부터 나이를 확인하는 절차가 전혀 없다. 이렇게 청소년들은 누구의 제재도 없이 입장권을 확보할 수 있는 상황이다.

학생들에게 물었다. Y여고 2학년 진학 예정인 여학생들은 "화장하고 퍼머나 염색하면 '민증(주민등록증)' 검사 안 한다"라고 대수롭지 않게 말한다. 실제로 제법 대학생처럼 보이는 옷차림과 생김새로 봤을 때, 성인인지 미성년자인지를 구분하는 것은 사실상 어려워 보였다.

'청불' 영화 관람 방법에 대해 여학생들은 "같은 반 친구들은 지갑을 안 가져왔다고 하거나 언니 신분증을 가지고 다니면서 영화관을 뚫고 다닌다"고 말했다.

입장권 구매까지는 그럴 수 있다. 출입은 자유로울까.

영화가 상영하는 시각이 임박하자 관람객들이 입장하는 가운데 신분증을 요구하는 직원의 행동은 볼 수 없다. 청소년들의 '청불' 영화 관람이 의외로 쉬웠다. '청불' 영화라도 미성년자들이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다. 연령 확인과정에서 문제점이 드러난 셈이다.

영화관 한 직원은 "입장객들이 몰리는 상황에서 일일이 다 검사는 할 수 없는 노릇"이라며 "상영 시각이 임박한 경우에는 신분증을 요구하더라도 검표를 재촉하는 상황이 발생해 어쩔 도리가 없을 때도 있다"고 변명했다.

L 영화관의 무인발권기도 청소년 관람불가 영화를 예매할 경우 별도의 성인인증은 없다. 하지만 신분증을 요구하는 직원의 모습은 어려번 볼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큰 실랑이는 없었지만 억울함을 호소하는 학생들의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 청소년 '청불' 영화 관람 막을 방법이 "학생들 양심?"

영화보러 갑니다 영화 관람객이 입장에 앞서 직원에게 표를 제시하고 있다./영등포=신진환 기자
'영화보러 갑니다' 영화 관람객이 입장에 앞서 직원에게 표를 제시하고 있다./영등포=신진환 기자

L 영화관 여직원 김모 씨는 "어려 보이는 학생이라고 판단되는 경우에만 신분증을 확인하고 있다"며 "최근은 학생들이 방학해서 사복을 입고 오는 경우가 많아 양해를 구하고 철저히 나이를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청소년이 미성년자 관람 불가 등급의 티켓을 구매해 입장이 불가할 경우 환불이나 다른 영화 표로 교환해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여러 개의 상영관으로 가는 하나의 입구에서만 직원이 배치됐다는 점이다. 개별 상영관 입구에는 직원들이 배치된 경우가 드물어 한번 출입하면 다시 신분을 확인하는 과정이 없다.

때문에 청소년이 관람할 수 있는 영화의 입장권을 구매한 뒤 다른 상영관으로 갈 수 있는 허점도 있다. 학생들은 이를 '관 타기'라고 부른다. 온라인상에서 청소년들이 '청불' 영화를 보기 위해 이 같은 수법을 공유하고 있다.

영화관 뚫는(?) 방법 청소년들이 최근 온라인상에서 청불 영화를 보기 위한 다양한 방법들을 공유하고 있는 실정이다./온라인 커뮤니티 화면 갈무리
'영화관 뚫는(?) 방법' 청소년들이 최근 온라인상에서 '청불' 영화를 보기 위한 다양한 방법들을 공유하고 있는 실정이다./온라인 커뮤니티 화면 갈무리

C 영화관 관계자는 "인력 문제와 현장 상황 등을 고려했을 때 모든 고객에게 신분증을 요구할 수 없다. 고객들의 불만이 많이 있기 때문"이라며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 사이로 보여 신분이 의심될 경우에 한해서 직원의 판단에 따라 검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직원들에게 상시로 나이 확인 등 가이드를 교육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실적으로 검표하는 직원 한 두명이 수십 명 이상의 관람객을 대상으로 신분을 확인하기란 쉽지 않다. 게다가 연륜이 보이는 관람객들의 신분을 확인하는 것은 효율성 측면에서 볼 때 불필요한 과정이다. 또 성숙한 10대들을 외관으로 판별하는 자의적 판단 역시 어려운 부분이다. 때문에 현재로써는 해당 영화관에서 철저히 신분증을 검사하는 것 이외에 다른 대책이 없다.

법률적인 문제도 따른다. 미성년자가 성인 관람가 영화를 몰래 보다가 들켜도 처벌할 기준이 없다. 따라서 청소년들의 어긋난 양심에 대한 법의 강제도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단속과 규제가 사실상 어렵다는 태도다. 문화체육관광부 영상콘텐츠산업과 관계자는 "전국에 300개 이상의 영화관과 2000개가 넘는 상영관이 있어, '청불' 영화를 보는 미성년자의 접근을 막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고 판단된다"며 "학생들의 양심과 현장에서 신분 확인만이 현실적인 대책인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어 "단속과 권고 및 규제는 지자체의 몫이지만, 관람객이 신분증을 제시하는 게 의무적이지 않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많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영상물등급위원회는 영상물의 공공성과 윤리성을 확보하고 청소년을 해로운 매체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등급을 분류한다. 청소년 관람 불가 등급은 청소년의 일반적인 지식과 경험으로는 수용하기 어려워 건전하게 성장하는 것을 저해할 수 있어 고등학교에 재학하고 있는 자를 포함하여 만 18세 미만인 자는 관람할 수 없다.

[더팩트ㅣ영등포=신진환 기자 yaho1017@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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