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인터뷰] 유일한 변호사 BJ 전세준 “법률서비스의 민주화를 위해”
입력: 2015.02.11 12:44 / 수정: 2015.02.11 12:44

변호사 BJ 전세준입니다 4일 오후 더팩트와 만난 전세준 변호사는 아프리카TV BJ로 나선 이유는 가까이 있지만, 여전히 먼 법률서비스의 민주화를 위해서라고 밝히며 환하게 웃었다. 아프리카TV에서 활동하는 BJ 중 변호사는 전 변호사가 유일하다. /역삼동=김슬기 기자
"변호사 BJ 전세준입니다" 4일 오후 '더팩트'와 만난 전세준 변호사는 아프리카TV BJ로 나선 이유는 가까이 있지만, 여전히 먼 법률서비스의 민주화를 위해서라고 밝히며 환하게 웃었다. 아프리카TV에서 활동하는 BJ 중 변호사는 전 변호사가 유일하다. /역삼동=김슬기 기자

“변호사인데 채팅 창에 욕은 하지 않겠죠?”

서울 서초구 법원 앞에는 법률 사무소가 널려 있다. 이른바 법조 단지다. 그런데 이곳에서 변호사를 제대로 만난 사람이 과연 몇 명이나 될까. 가장 필요할 때 여러 가지 이유로 만나기 힘든 변호사를 손 쉽게 만날 수 있는 방법이 최근 생겨 화제다.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서 인기를 모으고 있는 아프리카 TV BJ로 한 변호사가 개인 방송을 열어 여러가지 자문을 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주인공은 법무법인 한별 소속 전세준(39) 변호사다. ‘국민들이 좀 더 쉽게 법률의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싶다’는 전 변호사는 2월 중순 개인 방송 시작 전 게스트로 아프리카TV '전세준의 법률 필살기'를 통해 얼굴을 알렸다. 호응도 상당했다. 애청자도 708명에 11일 현재 누적시청자도 3만 6155명에 달할 정도다.

사실 아프리카TV에서 연예, 먹방, 게임 등으로 활동하는 BJ만도 월평균 수십만 명에 달한다. 이중 800여 명이 정기적으로 방송하고 있다. 이중 변호사는 몇 명이나 될까. 전 변호사가 유일하다.

그래서 잠깐 얼굴을 비친 방송의 호응도 뜨거웠다. 뜨거운 호응에 전 변호사는 개인방송을 결정했다. 전 변호사는 오는 16일 오후 8시부터 1시간 동안 실생활과 관련된 내용을 주제로 한 '알아야 사는 법(가제)' 방송을 앞두고 있다.

<더팩트>는 지난 4일 오후 아프리카TV에서 유일한 변호사 BJ 전 변호사를 역삼동 사무실에서 만났다. 전 변호사로부터 개인방송을 시작한 계기와 콘셉트 등을 직접 들어봤다.

◆법률서비스 비즈니스 패턴 맘에 안 든다!

변호사 만나기 진짜 어렵죠? 전 변호사는 방송을 통해 시청자들이 이해할 수 있는 법률정보를 전달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김슬기 기자
변호사 만나기 진짜 어렵죠? 전 변호사는 방송을 통해 시청자들이 이해할 수 있는 법률정보를 전달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김슬기 기자

첫인상이 좋다. 멀끔하다. 먹고살 만해 보였다. 그런데 왜 아프리카TV BJ로 나섰을까. 그래서 물어봤다. 도대체 왜?

전 변호사는 “법원 앞에 수백 개의 변호사 사무실이 있다. 그런데 그곳에서 변호사를 만났다는 사람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아이러니지만, 그만큼 만나기 어렵다. 국민들이 접근할 수 있는 직업군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래서 평소 ‘법률서비스의 민주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BJ를 하게 된 결정적 이유”라고 설명했다.

누구나 할 수 있는 대답이다. 좀 더 솔직한 답이 듣고 싶었다. 뻔한 대답 말고 진짜 이유.

그는 “현재 법률서비스의 비즈니스 패턴이 맘에 안 들었다. 직원이 상담하면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공익을 위해서 하려면 돈이 많아야 한다. (돈이 많지 않으므로) 절충점을 찾다가 아프리카TV 방송이 좋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충분히 이해되는 대답이다. 그런데 ‘법률서비스의 민주화’라는 표현이 왠지 거창하게 들린다. ‘투사’ 같다. ‘민주화’라는 용어 때문이다. 어떻게 법률서비스의 민주화를 이루겠다는 걸까.

부인이 괜찮게 나왔데요~ 전 변호사(위 왼쪽 두 번째, 아래 오른쪽)가 아프리카TV 전세준의 법률 필살기 방송에서 BJ들과 함께 사이버 스토킹과 별 풍선 환전 등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아프리카TV 화면 갈무리
"부인이 괜찮게 나왔데요~" 전 변호사(위 왼쪽 두 번째, 아래 오른쪽)가 아프리카TV '전세준의 법률 필살기' 방송에서 BJ들과 함께 '사이버 스토킹'과 '별 풍선 환전' 등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아프리카TV 화면 갈무리

“과거에도 법률방송에서 전화상담을 한 1년 정도 한 경험이 있다. 오는 16일 오후 8시 첫 개인방송을 시작한다. 일단 시청자들의 관심을 유도할 수 있는 콘셉트를 잡는 게 중요할 것 같다”며 “초반부터 법률에 관해 이야기 하지는 않을 생각이다. 자연스럽게 법이 무엇인지를 인지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어야 할 것 같다. 걱정되는 점은 사전에 준비할 수 없어 걱정이다”고 말했다.

이어 “인터넷 방송은 실시간 소통이 최대 강점이다. 즉답을 할 수 있는 질문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것도 있을 것 같다. 만약 방송 중에 답변을 못하거나 시간이 부족해 하지 못한 답은 게시판 등을 통해 상세하게 알려줄 계획이다”고 덧붙였다.

◆법률지식 전달 아닌 ‘정리’…별풍선 전액 기부

돈 벌려는 거 아니에요! 전 변호사가 아프리카TV 방송은 홍보나 돈을 벌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고 말하고 있다./김슬기 기자
돈 벌려는 거 아니에요! 전 변호사가 아프리카TV 방송은 홍보나 돈을 벌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고 말하고 있다./김슬기 기자

아프리카TV 방송은 일반 지상파나 케이블과는 다르다. 대부분이 생방송으로 진행되며 실시간 채팅을 통해 의사소통을 한다. 법률서적만 본 전 변호사가 적응할 수 있을까. 실시간 의사소통이 불가능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전 변호사가 가장 걱정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이미 아프리카TV '전세준의 법률 필살기'로 몸을 푼바 있다. 혼자하는 방송은 오는 16일 오후 방송이 처음이다. 잘할 수 있을까. “뭐, 낯설겠지만 잘할 수 있다”고 한다.

전 변호사는 “아프리카TV에 게스트로 나갔을 때 화면으로 채팅 글이 휙휙 지나가더라. 그런데 함께 방송한 BJ는 그걸 다 읽고 답하더라. 놀라웠다. 처음에는 좀 우왕좌왕거릴 것 같다. 하지만 방송을 계속하다보면 익숙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런데 이 방송 재미있다”며 호탕하게 웃는다.

그래도 여전히 변호사가 BJ를 한다는 게 낯설다. 자칫 ‘홍보’ 때문이라고 비칠 수도 있다.

전 변호사는 “방송에서 법률지식을 알려주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고 본다. 법률지식은 인터넷에도 널려있다. 방송에서 시청자들이 들었을 때 복잡한 내용이 정리될 수 있는 역할을 하고 싶다”며 “법? 딱딱하고 재미없을 수 있다. 방송에서 속 시원하게 설명해 주겠다”며 방송에 대한 의지를 내비쳤다.

홍보에 욕심이 있는 건 아닌지 물었다. 그는 “홍보하려고 한다고 보는 사람도 있을 것 같다. 구태여 홍보할 이유도 없다. 앞서 이야기했듯 일반인들이 법률서비스를 제대로 받지 못한다는 생각이 방송을 결정한 첫 번째 이유다. 고민도 많이 했다. 최선을 다해서 방송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프리카TV BJ 선정적인가요? 최근 아프리카TV 일부 BJ들의 선정성이 지적을 받고 있다. 그러나 전 변호사는 BJ들의 선정성에 대해 공중파와 케이블에서 비치는 걸그룹이 더 선정적이라고 지적했다./김슬기 기자
"아프리카TV BJ 선정적인가요?" 최근 아프리카TV 일부 BJ들의 선정성이 지적을 받고 있다. 그러나 전 변호사는 BJ들의 선정성에 대해 공중파와 케이블에서 비치는 걸그룹이 더 선정적이라고 지적했다./김슬기 기자

전 변호사의 불타는 의욕이 벌써 방송을 기대하게 한다. 오가는 대화에서 전 변호사의 호탕한 성격을 알 수 있었다. 성격상 실시간 채팅에서 밑도 끝도 없는 말에 상처받지는 않을 것 같다.

사실 전 변호사도 채팅 창에 자신을 향한 욕설이나 모욕적인 발언 등은 없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 변호사이기 때문이라는 게 그 이유다.

아프리카TV BJ는 방송 중 별 풍선(BJ에게 선물하는 것으로 별 풍선 1개=60원) 등을 통해 돈을 벌기도 한다. 전 변호사도 방송을 통해 별 풍선을 받을 게 분명하다. 부수입이 생기는 것.

전 변호사는 “별 풍선은 전액 기부할 예정이다. 일부에서는 ‘얼마나 먹고살기 힘들면 BJ까지 할까’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저는 방송이 돈을 버는 플랫폼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한 가지 더 궁금한 점이 있어 물었다. 최근 인기를 끌면서 아프리카TV BJ들의 선정성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전 변호사는 “심하다 정도만 아니면 괜찮다고 생각한다. 지상파에 나오는 걸그룹이나 연예인들도 매우 선정적이다. 이를 고려할 때 아프리카TV BJ들이 상대적으로 선정적이라고 보는 시각은 맞지 않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더팩트 ㅣ 역삼동=이철영 기자 cuba20@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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