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인터뷰] ‘크림빵 뺑소니’ 보배드림, 어떻게 1등 공신이 됐나?
입력: 2015.02.10 11:54 / 수정: 2015.02.10 12:59

이건 관심 두고 지켜보자! 인터넷 자동차 커뮤니티 보배드림은 크림빵 뺑소니 사건 해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해 주목을 받았다./ 보배드림 제공
'이건 관심 두고 지켜보자!' 인터넷 자동차 커뮤니티 보배드림은 '크림빵 뺑소니' 사건 해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해 주목을 받았다./ 보배드림 제공

“회원들 먼저 나서 지속적 관심 유도했을 뿐”

‘크림빵 뺑소니’ 사건만큼 국민적 관심을 부른 사건이 또 있을까. 안타까운 사연에 국민들은 범인 잡기에 나섰다. 특히 인터넷 커뮤니티 보배드림의 ‘크림빵 뺑소니’ 사건의 용의 차량 추적은 화제의 중심이었다.

보배드림 회원들의 ‘크림빵 뺑소니’ 사건 용의차량 추적에 사람들은 박수를 보내며 격려했고 ‘꼭 찾아 달라’고 성원했다. 커뮤니티 회원들도 내 일처럼 나섰다.

아쉽게도 결과는 예상과 달랐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커뮤니티 회원들을 비난하지 않았다. 사건은 어찌됐든 보배드림이 여론을 형성하자 압박감을 느낀 뺑소니 피의자의 자수로 일단락됐다.

국내 자동차 커뮤니티 중 최고를 자랑하는 보배드림은 누가 뭐래도 ‘크림빵 뺑소니’ 사건의 숨은 주역이다. <더팩트>는 지난 5일 서울 양천구 목동 보배드림 사무실을 찾아 커뮤니티 운영자 고모(32·남) 씨를 직접 만났다. 고 씨는 보배드림에서 커뮤니티 관리 등을 담당하고 있다. 그는 게시물에 오른 회원들의 글을 살펴 필터링과 함께 회원들이 자유롭게 토론할 수 있도록 관리하는 업무를 한다. 보배드림은 임원을 제외, 직책이 없을 정도로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업무를 하고 있다.

고 씨를 통해 ‘크림빵 뺑소니’ 사건 당시와 일상적 커뮤니티 운영 방향 등을 들어봤다. (고 씨는 보이스피싱 등에 악용될 우려가 있어 부득이하게 얼굴과 이름 공개를 정중하게 거절했다)

◆크림빵 뺑소니? 끝까지 가보자

집단 지성이 빛 발해  보배드림 커뮤니티 관리자는 “커뮤니티의 강점은 각 분야에 전문가들이 한 곳에 모일 수 있다는 점이다. 이번 뺑소니 사건이 바로 그랬다. 이번 사건이야말로 커뮤니티의 좋은 사례로 남을 것 같다”고 평가했다./보배드림 제공
'집단 지성이 빛 발해' 보배드림 커뮤니티 관리자는 “커뮤니티의 강점은 각 분야에 전문가들이 한 곳에 모일 수 있다는 점이다. 이번 뺑소니 사건이 바로 그랬다. 이번 사건이야말로 커뮤니티의 좋은 사례로 남을 것 같다”고 평가했다./보배드림 제공

‘크림빵 뺑소니’ 사건의 숨은 주역은 누가 뭐래도 인터넷 커뮤니티 보배드림이다. 당시 보배드림 게시판 인기 글 1위는 연일 ‘크림빵 뺑소니’ 사건이었다. 국민적 관심이 고조된 것을 고려해도 실시간으로 이슈와 뉴스가 바뀌는 인터넷 속성을 고려할 때 매우 드문 일이다.

어떻게 가능했을까.

보배드림 커뮤니티 관리자 고모 씨는 “크림빵 뺑소니 사건에 대한 회원들의 관심은 가히 폭발적이었다. 아마도 안타까운 사연 때문이었던 것 같다”며 “초기 크림빵 사건을 그저 그런 사건이라고 생각했다. 회원들이 먼저 관심을 보였다. 사실 회사에서 한 일은 회원들의 지속적인 관심을 유도하기 위해 노출을 해준 것밖에 없다”며 특별히 한 게 없다고 말했다. 이어 “잡힐 때까지 놔둬 보자고 결정했다. 쉬운 결정은 아니었다”고 덧붙였다.

특히 보배드림의 강점이라면 누가 뭐래도 자동차에 전문지식을 가진 이들이 모여 있는 곳이라는 점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기대했다. 보배드림 회원들이 뺑소니 용의차량을 밝혀낼 것이라고 말이다. 또 놀라기도 했다. 그동안 인터넷 커뮤니티에 대해 비웃고 조롱했던 기존의 인식을 뒤집었기 때문이다.

고 씨는 “이번 사건을 대하는 회원들의 모습을 보며 집단 지성이 빛을 발했다고 본다”면서 “커뮤니티의 강점은 각 분야에 전문가들이 한 곳에 모일 수 있다는 점이다. 이번 사건이 바로 그랬다. 이번 사건이야말로 커뮤니티의 좋은 사례로 남을 것 같다”고 평가했다.

보배드림의 이번 사례는 그동안 부정적으로만 인식되던 인터넷 커뮤니티의 고정관념을 한 방에 날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인터넷 커뮤니티라는 곳에 모여 토론하고 결과를 향해 나가는 과정은 단순한 이분법적 논리로 대결하는 구조를 깼다.

◆후폭풍 충분히 고려…커뮤니티 운영은 ‘회원’

꼭 잡는다 보배드림 회원들은 크림빵 뺑소니 사건 영상을 토대로 분석, 용의 차량을 찾는데 온 힘을 다했다. 영상 분석 끝에 회원들은 용의 차량을 BMW5, K7 등 특정 차량을 지목했다./보배드림 커뮤니티 갈무리
'꼭 잡는다' 보배드림 회원들은 '크림빵 뺑소니' 사건 영상을 토대로 분석, 용의 차량을 찾는데 온 힘을 다했다. 영상 분석 끝에 회원들은 용의 차량을 BMW5, K7 등 특정 차량을 지목했다./보배드림 커뮤니티 갈무리

하지만 만약 수사에 혼선을 줄 경우의 후폭풍은 상상 그 이상일 수도 있었다. 자칫 좋은 일을을 하려다 역풍을 맞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그런데도 보배드림은 회원들에게 토론의 장을 내줬다. 과감한 결정이다.

고 씨는 “회원들의 추리가 잘못될 수도 있다는 점은 충분히 생각했다. 만약 회원들의 의견과 사실이 다를 경우 있을 후폭풍도 고려했다”면서 “(처음 공개된 영상은 원래 사고 영상이 아니었다) 나중에 수사결과를 보고 좀 황당했다. 그래도 다행인 건 회원들이 욕을 먹지는 않았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사례처럼 관리자가 나서는 경우는 흔치 않다고 한다. 운영자가 개입해서 볼 수 있는 글은 베스트에 오른 글이 전부다. 커뮤니티 운영에서 관리자가 개입하는 경우는 극히 미미한 수준이라는 게 고 씨의 말이다.

그는 “운영자는 기본적으로 커뮤니티 회원들의 편이다. 게시판에 가장 오래 머무는 사람도 운영자가 아니라 회원들이다. 따라서 커뮤니티의 운영은 관리자가 아니라 회원들과 함께하는 것”이라고 회원 중심의 커뮤니티라는 점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교통사고 문제 제기 크림빵이 전부 아니다

삼단봉 사건도 보배드림에서… 자동차와 관련한 많은 영상들이 보배드림 커뮤니티를 통해 올라온다. 대표적으로 지난해 논란이 됐던 삼단봉 사건도 보배드림을 통해 알려졌다./보배드림 커뮤니티 갈무리
'삼단봉 사건도 보배드림에서…' 자동차와 관련한 많은 영상들이 보배드림 커뮤니티를 통해 올라온다. 대표적으로 지난해 논란이 됐던 '삼단봉' 사건도 보배드림을 통해 알려졌다./보배드림 커뮤니티 갈무리

사실 크림빵 뺑소니 사건이 전 국민의 관심을 받아 대표적인 사례로 주목받았을 뿐, 그 이전에도 보배드림을 통한 사건 해결은 상당히 많았다. 다만 알려지지 않았을 뿐이다.

지난해 12월 17일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삼단봉 사건’도 보배드림을 통해 알려졌다. 이후 사건은 온라인을 통해 급속하게 퍼졌고 문제의 운전자는 결국, 구속됐다.

고 씨는 “알려지지 않았을 뿐 많은 사건이 회원들을 통해 알려지고 해결됐다. 회원들의 문제 제기는 단순히 교통사고만이 아니다. 자동차의 결함 등도 회원들의 문제 제기로 알려진 경우가 많다”며 “순기능이 있지만 분명 역기능도 나타날 수 있다. 자칫 마녀사냥으로 번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사건이나 사고의 해결에 적잖은 영향을 미치면서 커뮤니티 내의 다양한 메뉴 중 ‘교통사고/블랙박스 영상’은 최근 가장 신경 쓸 수밖에 없는 카테고리가 됐다.

보배드림에 블랙박스 영상 카테고리가 생긴 것은 얼마 되지 않았다. 국내 자동차 시장에 블랙박스 보급이 시작됐을 무렵부터다. 불과 2~3년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카테고리가 만들어진 이후 수많은 영상과 함께 억울한 사연들이 쏟아졌다.

이곳에 올라온 영상과 질문들은 자동차와 관련된 각 분야에서 일하고 있는 회원들이 정보를 주며 활성화됐다. 실제 이 게시판에서는 자동차 견인 부당청구, 교통사고 보험처리 문제, 자동차 수리 견적, 자동차 결함 등의 정보가 다양하게 교류되고 있다.

고 씨는 “교통사고 블랙박스 영상 게시판은 더 관심을 가지고 본다. 게시판을 보면 억울한 사연이 정말 많다. 특히 크림빵 뺑소니 사건 이후 더 많이 올라온다. 회원들이 다 도와주면 좋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했다.

다만 그는 “커뮤니티를 통해 구급차 길 터주기, 무단횡단 안 하기 등과 같은 영상들을 보며 얼머나 작은 실천이 중요한지를 깨닫고 교통문화가 바뀌었으면 한다. 단 1%라도 바뀔 수 있다면 커뮤니티 운영에 보람을 갖고 더 노력하고 싶다. 앞으로 더 잘됐으면 좋겠다. 크림빵 뺑소니 사건 이후 관심이 많아졌다. 보배드림 커뮤니티 운영은 앞으로도 집단 지성이 활발하게 논의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관심과 격려를 부탁했다.

[더팩트 ㅣ 목동=이철영 기자 cuba20@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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