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인턴수첩] '종로3가' 성매매, 그들은 외롭다
입력: 2015.02.07 09:23 / 수정: 2015.02.07 19:34

즉석 만남 뒤에는 모텔로… 지난 2일 종로3가역에서 즉석 만남을 가진 외로운 중년 남녀는 모텔로 향했다./서울 종로구=박준영 인턴기자
즉석 만남 뒤에는 모텔로… 지난 2일 종로3가역에서 즉석 만남을 가진 외로운 중년 남녀는 모텔로 향했다./서울 종로구=박준영 인턴기자

"주제는 괜찮은데…네가 할 수 있겠니…"

팀장은 말끝을 흐렸다. 그리고 한 손으로 턱을 괸 채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봤다. 첫 취재 아이템이 종로3가역을 중심으로 성행하고 있는 '노인 성매매' 문제였기 때문이다.

30여 분의 시간이 흐른 뒤, 팀장의 승낙이 떨어졌다. 늘 궁금해 하던 부분을 직접 취재할 수 있다는 사실에 희열을 느끼며 지난 2일 성을 사고 파는 그곳. 종로3가로 발걸음을 옮겼다.

◆ 장면 1. "매독에 걸렸다"…동공이 흔들렸다

걸을 때 스킨십하면 단속에 걸려요 지난 2일 종로3가역에 즉석만남을 가진 남녀는 1시간 뒤 모텔에서 나왔다./서울 종로구=박준영 인턴기자
"걸을 때 스킨십하면 단속에 걸려요" 지난 2일 종로3가역에 즉석만남을 가진 남녀는 1시간 뒤 모텔에서 나왔다./서울 종로구=박준영 인턴기자

이날 오후 4시 30분께 종로3가역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탑골 공원을 찾았다. 이곳에서 만난 양 모(55) 씨는 종로3가역을 찾기엔 이른 나이였다. 노인 성매매의 평균 연령은 60~70대다. 그에게 조심스럽게 다가가 "종로3가역에서 성매매를 한 경험이 있느냐"고 물었다.

동공이 흔들렸다. 한참을 머뭇거리던 그는 이내 "사업에 실패한 뒤 삶의 희망과 함께 성욕도 잃어 지인의 추천으로 종로3가역을 찾았다. 부부 사이에도 껄끄러울 수 있는 성생활을 '박카스 아줌마'들을 통해 하고 있다. 그들은 구강성교부터 시작해 '발기부전기구'를 사용해 남성성을 일깨워준다"고 말했다.

그는 충격적인 사실을 털어놨다. "매독에 걸렸다"고. "성병에 걸린 사실을 알고도 '박카스 아줌마'들을 만났느냐"고 물었다. 고개를 끄덕인다. 입을 다물 수 없었다. 그는 "종로에 보면 유난히 비뇨기과가 많다. 다 나 같은 사람이 있어서지. 매독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고 '박카스 아줌마'들을 만나지 않으려고 했지만, 욕구를 누르기가…"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양 씨의 고백에 정신이 혼미해졌지만, 사실을 확인하고자 인근 비뇨기과를 찾았다. 근심어린 표정으로 앉아있는 노인 서넛은 이름이 호명되자 한숨을 들이 쉬고 진료실로 들어갔다. 양 씨의 고백은 그들에겐 흔한 일이었다.

◆ 장면 2. "눈 맞으면 모텔로"…아, 궁금하다

단속에도 소용없는 은밀한 거래 지난 2일 찾은 종로3가역에서는 노인 성매매 현장을 어렵지 않게 포착할 수 있었다./ 서울 종로구=박준영 인턴기자
단속에도 소용없는 은밀한 거래 지난 2일 찾은 종로3가역에서는 노인 성매매 현장을 어렵지 않게 포착할 수 있었다./ 서울 종로구=박준영 인턴기자

해가 질 무렵 종로3가역을 다시 찾았다. 여기저기 기웃거리다보니 양 씨가 말한 이른바 '박카스 아줌마' 한 모(40) 씨를 만날 수 있었다. 세 시간 전에도 그는 같은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앞서 '박카스 아줌마'들에게 번번이 퇴짜를 맞았기 때문에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커피 한 잔을 건네며 "새내기 기자"라고 밝혔다. 경계하는 눈빛도 잠시, '초짜 기자'가 안쓰러웠는지 "우리는 나쁜 사람들이 아니야"라며 입을 열었다.

한 씨는 "여기(종로3가)에 오는 여성들은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오는 이들도 있지만, 그런 사람들은 중국인들이 대부분이다. 보통 할 일이 없어 나오는 경우가 많다. 외로운 남녀가 만나 밥도 먹고, 차도 마시고 그러다 눈 맞으면 모텔로 간다"고 서슴없이 말했다.

성을 팔면 얼마나 받는지 물었다. 한 씨의 얘기론 남성이 70대 이상인 여성들과 관계를 맺었을 때 보통 드는 비용은 1~2만 원이다. 젊은 여성은 적게는 3만 원, 많게는 5만 원이다. "금액에 따라 여관으로 갈지 모텔로 갈지가 결정 된다"고 그는 설명했다.

지난 5일 종로3가역을 다시 찾았다. '박카스 아줌마' 한 씨는 여전히 같은 자리에 있었다. 다가가 인사를 하자 한 씨는 눈을 찡긋하며 내게 말했다 "어휴 갑자기 단속이 심해 졌어…이제 어디로 가야하지?" 푸념 가득한 한 씨의 질문. 하지만 그 질문에 답은 할 수 없었다.

성을 사는 사람도, 파는 사람도. 이들을 거리로 내모는 것은 어쩌면 '외로움'과 사회의 '무관심' 때문은 아닐까.

[더팩트ㅣ박준영 인턴기자 iamsoleil@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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