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인터뷰] '형? 누나?' 트랜스젠더에게 물었다
입력: 2015.02.04 12:47 / 수정: 2015.02.04 14:15
이태원의 불야성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에서는 트랜스젠더 바(Bar)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2일 오후 10시 두 명의 트랜스젠더(성전환자)와 진솔한 얘기를 나눴다. 그들은 트랜스젠더들은 나름대로 자신의 삶에 만족하면서 열정적으로 살고 있다고 강조했다. (사진은 인터뷰 내용과 무관함.)/이태원=신진환 기자
'이태원의 불야성'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에서는 '트랜스젠더 바(Bar)'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2일 오후 10시 두 명의 트랜스젠더(성전환자)와 진솔한 얘기를 나눴다. 그들은 "트랜스젠더들은 나름대로 자신의 삶에 만족하면서 열정적으로 살고 있다"고 강조했다. (사진은 인터뷰 내용과 무관함.)/이태원=신진환 기자

"커피 한잔 하고 가."

이때다 싶었다. 트랜스젠더(성전환자)의 얘기를 들어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직감이 왔다. 그러면서도 '술집에서 술이 아닌 커피라…'. 의문을 품었다. 게다가 인적이 드물고 어둠이 깔렸던 터. 순간적으로 많은 생각이 스친다.

'못 먹어도 고(GO)'를 속으로 외치며 가게 문을 열었다. 손님이 없다. 트랜스젠더와 기자 둘뿐이다. '하…'. 낯선 경험이라 그런지 무의식적으로 깊은 한숨이 나온다. 솔직히 트랜스젠더에 대한 선입견이 작용했다. 출입문과 가장 가까운 곳에 자리를 잡았다.

커피를 타러 간 그녀. 짙은 화장과 치렁치렁한 귀걸이가 눈에 띈다. 가슴골이 훤히 보일 정도로 푹 파이고 짧은 원피스가 침을 꼴깍 삼키게 한다. 중성적인 목소리에 심장박동은 빨라진다.

그녀가 따뜻한 믹스 커피를 건넨다. 2일 오후 10시 서울 이태원동에 있는 한 트랜스젠더 바(Bar)에서 인터뷰는 이렇게 시작됐다.

◆ "형이라니! 누나라고 불러"

만나서 반가워요. 김치~ 인터뷰에 응한 트랜스젠더는 성전환하면서 내 삶을 찾았다며 나 자신이 당당해졌다고 말했다./이태원=신진환 기자
'만나서 반가워요. 김치~' 인터뷰에 응한 트랜스젠더는 "성전환하면서 내 삶을 찾았다"며 "나 자신이 당당해졌다"고 말했다./이태원=신진환 기자

-성전환 이후 삶은 어떤가.

성 정체성에 혼란을 겪은 시점은 매우 힘들었다. 그래서 말하고 싶지도, 생각하고 싶지도 않다. 성전환하면서 내 삶을 찾았다. 무엇보다 나 자신이 당당해졌다. 하고 싶었던 대로 살면서 만족하며 지낸다. 그래서 한 번도 후회한 적이 없다.

-왜 술집에서 종사하나. 새 삶을 살 수 있었을 텐데.

몰라서 묻나. 돈 때문이다. 트랜스젠더도 먹고 살아야 한다. 환자를 일반 회사들이 받아줄 것 같은가. 절대 그렇지 않다. 또 여성의 몸을 유지하려면 돈이 필요했다. 지금은 (여성) 호르몬 주사를 맞고 있지 않다.

-솔직하게 묻는다. 형? 누나? 뭐라 불러야 할지 모르겠다.

당연히 누나라고 불러야지.(짐짓 화내는 말투다.) 난 완벽히 여자의 삶을 살고 있다.

-여성을 유지하기가 어려웠을 텐데.

아주 옛날이다. 예전에는 처방전 없이도 약국에서 (여성) 호르몬을 살 수 있었다. 이틀에 네 번씩 주사를 맞아야 했다. 알고 지내는 다른 트랜스젠더와 서로 엉덩이에 주사를 놔줬던 기억이 있다. (깔깔 웃는다.)

-지역 특성상 외국인이 많이 올 것 같다.

외국인보다 우리나라 사람이 더 많이 온다. 그리고 한국인이 더 낫다. 외국인들은 맥주 한 병 시켜 놓고 오래 있는다. 한국 사람은 맥주라도 세트로 마시는 경우가 많다. 매상에서 큰 차이가 있다. 그래서 외국 손님은 잘 안 받으려고 한다. (맥주 5병과 안주는 20만 원, 위스키는 30만 원이다.)

이 때, 영업을 해야하는 상황이라 그녀와의 인터뷰는 끝났다. "미안하다"며 다른 트랜스젠더를 소개해준다. '오테리'라는 예명을 쓰는 트랜스젠더와 인터뷰를 이어갔다.

◆ "선생님 때문에…."

언니 축하해~ 30년 동안 트랜스젠더의 삶은 산 오테리(예명) 씨는 트랜스젠더가 더 당당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TomoNews US 영상 화면 갈무리
'언니 축하해~' 30년 동안 트랜스젠더의 삶은 산 오테리(예명) 씨는 "트랜스젠더가 더 당당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TomoNews US 영상 화면 갈무리

-언제부터 성 정체성을 느꼈나.

초등학교 5학년 때다. 사실 그 이전부터 말투와 행동은 여성스러웠다. 뚜렷이 기억이 나는데, 나는 노래를 잘 불렀다. 어느 날 방과 후 담임 선생님이 풍금을 연주해주고 난 노래를 불렀다. 그런데 선생님이 나를 무릎에 앉히더니 성기를 만졌다. 이상하게도 날아갈 듯 기분이 좋았다. 그때 처음 여자로 살고 싶다는 것을 깨달았다.

-첫사랑 얘기를 해달라.

첫사랑은 고등학교 때다. 그 친구는 부모님이 서울대 출신으로 엘리트 집안이었다. 그런데 그 친구는 성적이 하위권이었다.(웃음) 그 친구는 내가 여자가 되고 싶어하는 것을 알고 있었다. 어느 날 우연히 내 옆에 앉은 친구가 학교를 오지 않았다. 그 친구가 먼저 '내 옆에 앉아도 되겠느냐'며 들이댔다. 그러면서 친해져 사귀게 됐다. 지금까지 연락한다. 결혼식 때도 가서 축하해줬다. 지금은 육체적 관계없이 오랜 친구 사이로 지내고 있다.

-일본에서 활동했다고 들었다. 어땠나.

1990년대에 신주쿠와 히라주쿠에 있는 가라오케에서 10년 넘게 일한 적이 있다. 아직도 우리나라 트랜스젠더들이 일본에서 많이 활동하고 있다. 한국 트랜스젠더는 일본에서 인기가 많다. 일본의 가라오케는 탁 트여 있고 한국처럼 룸(방)이 없다. 그래서 일본인들은 술과 트랜스젠더에게 매너가 좋은 것 같다.(갑자기 일본어를 가르친다.)

-이른바 '2차'도 하나.

물론이다. 트랜스젠더는 매우 솔직하다. 술집 여종업원은 못하는 얘기를 트랜스젠더들은 거침없이 하는 게 특징이다. 농담의 수위도 높고 수시로 손님과 스킨십을 한다. 그런데 스킨십이 '2차'를 나가자는 무언의 압박은 아니다. 손님들이 성적으로 짓궂은 농담을 좋아하고 스트레스를 신체 접촉으로 풀기도 한다. 한국 손님이 트랜스젠더 바를 찾는 이유 중 하나다. 그렇게 해서 서로 눈맞으면 여관으로 가는 거지 뭐….

-돈을 꽤 벌겠다. 많이 모았나.

하루밤에 500만 원을 벌어본 적도 있다. 이제 나이가 들어 그 시기는 지났다. 일본에 있던 시절에 데리고 있던 동생들에게 돈을 빌려줬으나 갚는 사람은 한 명도 없다. 그래도 서운하지 않다. 지금 가게를 운영하는 것에 만족한다. 나는 성격이 낙천적이라 돈을 좇지 않는다. 트랜스젠더 대부분이 씀씀이가 헤퍼서 목돈을 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성전환 이후 성적으로 만족을 느껴본 적이 있는가.

가끔 인터넷을 보면 오르가즘을 느낀다는 트랜스젠더들이 있다. 이건 다 '뻥'(거짓말)이다. 성전환 수술이 잘 됐다고 한들, 본연의 신체와 인공의 신체는 엄연히 다르다. 트랜스젠더들은 자신의 성감대가 어디냐를 찾는 사람이 많다. 뒤집어 말하면 성관계로 오르가즘을 못 느끼니까 극도로 흥분할 수 있는 부위를 찾는 거 아니겠냐.

◆ "한국 사람의 인식은 바뀌지 않는다"

여자보다 더 여자같죠? 트랜스젠더의 천국으로 불리는 태국은 트랜스젠더 미녀를 선발할 정도로 사람들의 인기를 끌고 있다./유튜브 영상 화면 갈무리
'여자보다 더 여자같죠?' '트랜스젠더의 천국'으로 불리는 태국은 트랜스젠더 미녀를 선발할 정도로 사람들의 인기를 끌고 있다./유튜브 영상 화면 갈무리

-길에 나가면 사람들의 시선을 느끼는가.

당연하다. 아직도 신기한 듯 쳐다보는 사람도 있다. 쳐다보더라도 기분 나쁘게 보지는 않는다. 몇 해 전부터 그냥 무시하고 지나가는 경우도 많아졌다. 1990년대만 하더라도 동물 보듯이 했다. 당시에는 화가 많이 났다. 하지만 단 한번도 울어본 적이 없다.

-아직 트랜스젠더에 대한 편견이 있는 것 같다. 어떻게 생각하나.

한국인들의 인식은 절대 안 바뀐다고 장담할 수 있다. 이미 '트랜스젠더는 징그럽고 혐오스럽다'라는 답이 생각으로 박혀 있기 때문이다. 사람의 생각을 바꾸기란 세상에서 가장 어렵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들은 우리의 삶을 모른다. 트랜스젠더는 나름대로 열정적으로 세상을 살아간다. (물고 있던 담배에 불을 붙인다.)

-바라는 희망이 있다면 말해달라.

개인적으로는 가족들이 건강했으면 좋겠다. 지난 2006년에 가족들이 나를 받아줬다. 항상 미안하고 고마울뿐이다. 또한 트랜스젠더들이 더 당당해졌으면 좋겠다. 성적 소수자이든, 성 정체성의 혼란을 겪고 있는 사람이든 모두 행복한 삶을 살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더팩트ㅣ이태원=신진환 기자 yaho1017@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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