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탐사-①] 종로3가 '박카스 아줌마'의 진실과 마주하다…
입력: 2015.02.03 12:06 / 수정: 2015.02.25 19:01
종로3가역에서 나와…남성과 여성은 만남을 급조해 종로3가역에서 나와 인근 모텔로 향했다./ 서울 종로구=박준영 인턴기자
종로3가역에서 나와…남성과 여성은 만남을 급조해 종로3가역에서 나와 인근 모텔로 향했다./ 서울 종로구=박준영 인턴기자

"오빠, 3만 원! 내가 싸게 해 줄게. 잠깐 놀다 가요."

서울 시내 중심 종로3가역 ‘박카스 아줌마’의 진실은 무엇일까. 알려졌지만 익숙하지 않은, 그래서 잘 알지 못하는 그 사실.

언제부터 불리기 시작했는지 모르는 속칭 ‘박카스 아줌마.’ 종로 일대의 탑골공원과 종묘공원에서 피로회복제나 커피 등을 팔며 암암리에 성매매를 일삼던 이들은 그렇게 불리기 시작했다.

외로운 노년, 주머니가 가벼운 이들과 은밀한 성거래를 하려는 ‘박카스 아줌마’는 늘 그곳에 있었다.

2일 오후 <더팩트>는 ‘박카스 아줌마’의 주 활동구역인 종로3가역으로 향했다. 그리고 외롭고 고독한 노년의 검은 뒷거래 현장을 목격하며 불편한 진실과 마주했다.

박카스 아줌마 성매매 호객 행위 종로3가역에서 한 여성이 남성에게 다가가 성매매를 권유하고 있다./서울 종로구=박준영 인턴기자
'박카스 아줌마' 성매매 호객 행위 종로3가역에서 한 여성이 남성에게 다가가 성매매를 권유하고 있다./서울 종로구=박준영 인턴기자

◆ 박카스 아줌마, 그들은 누구?

서울 시내 중심. 지하철 3개 노선이 다니는 종로 3가 지하. 박카스 아줌마들의 주 활동무대로 알려진 곳이다.

종로 3가 환승역엔 사람들로 넘쳐난다. 박카스 아줌마가 누구인지 특정하기 힘들 정도다.

일대 노점과 상가 그리고 중년 이상의 남성들을 통해 박카스 아줌마에 대해 알아봤다. 박카스 아줌마들은 30대부터 70대까지 나이도 다양하다. 서울은 물론 인천, 일산, 천안 등지에서 모인 이들은 가정주부, 모텔업계 종사자, 중국 교포까지.

진한 화장에 화려한 옷차림으로 눈길을 사로잡은 이들이 있었던 반면, 지극히 평범해 보이는 여성들도 있다. 그러나 행동반경엔 큰 차이가 없다. 그들은 주로 역을 배회하거나 한 자리를 오랫동안 지켰다.

이들이 남성에게 접근하는 방법은 어깨를 툭 치거나, 팔짱을 끼며 조건을 제안하는 식이다.

사람들의 설명을 토대로 한참을 지켜봤다. 한 중년의 여성이 남성에게 다가간다. 박카스 아줌마다. 시간이 지날수록 구분이 명확해졌다.

한 여성이 지나가는 남성을 붙잡는다. "오빠 나랑 한 번 놀고 가. 싸게 잘해줄게"라고 거침없이 말했다. 순간 역 내를 순찰하는 경찰이 지나갔다. 경찰의 단속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여성은 남성에게 은밀한 거래를 계속해서 제안했다.

남성이 관심 없다는 듯 고개를 돌리자 여성은 경찰을 앞에 두고 "3만 원에 해준다니까"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성매매에 은밀한 제안은 없다. 경찰을 비웃기라도 하는 듯 대담했다. 무법천지다.

박카스 아줌마가 말한 노인 성매매의 실상 굴을 밝히기 원하지 않은 박카스 아줌마 한 씨는 노인 성매매가 이루어지는 과정을 설명했다./ 서울 종로구=박준영 인턴기자
'박카스 아줌마'가 말한 노인 성매매의 실상 굴을 밝히기 원하지 않은 '박카스 아줌마' 한 씨는 노인 성매매가 이루어지는 과정을 설명했다./ 서울 종로구=박준영 인턴기자

◆ "눈 맞으면 모텔로 간다"

박카스 아줌마의 진솔한 이야기가 듣고 싶었다. 많은 박카스 아줌마들은 "됐다"거나 아무런 말도 없이 자리를 떠나기 일쑤였다. 기자는 어렵게 한 여성과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그녀는 이날 오후 3시부터 6시까지 한 자리를 계속해서 지켰던 한 모(40) 씨. 자신을 모텔업계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이라 소개했다. 왜 이곳에서 성매매를 하는 걸까.

한 씨는 "여기(종로3가)에 오는 여성들은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오는 이들도 있지만, 중국 여자들을 제외한 나머지는 보통 할 일이 없어 나오는 경우가 많다. 남성과 여성이 서로 만나 밥도 먹고, 차도 마시고 그러다 눈 맞으면 모텔로 간다"며 막힘없이 말했다.

돈이 오가며 성을 사고팔지 않는 이상 매매로 볼 수 없다. 나이를 떠나 이성에 끌린 만남이 불법일 수 없다. 그러나 이런 만남만 있었다면 이곳에서 박카스 아줌마가 왜 문제가 됐을까.

성 매수 대가가 얼마인지 직설적으로 물었다.

그는 "70대 이상인 여성들과 관계를 맺었을 때 드는 비용은 보통 1~2만 원이지만, 나는 여기 있는 사람들보다 비교적 젊어서 3만 원을 받는다. 많을 땐 5만 원도 받는다"며 "받는 금액에 따라 여관으로 갈지 모텔로 갈지가 결정된다"고 설명했다.

또 "이전엔 벌금을 10만 원 정도 물었다. 하지만 모텔에 손잡고 들어가다 단속반에게 걸리면 100만 원 이상의 벌금을 내야 하기 때문에 모텔에 들어갈 땐 스킨십을 자제하고, 멀찌감치 떨어져 간다"고 덧붙였다.

이곳에서 알게된 또 다른 사실. 박카스 아줌마를 관리하고 성매매 대금의 일부를 수수료로 가져가는 포주가 있다는 점이다. 포주의 존재는 성매매 여성과 인터뷰를 하며 알게 됐다. 그렇다고 포주들이 종로 3가 일대 박카스 아줌마 모두를 관리하는 것은 아니었다.

포주가 관리하는 여성들은 30~50대다. 포주들은 여성들이 남성과 성매매를 할 경우 비용의 약 20% 정도를 수수료로 챙기며, 주로 성매매가 이루어지는 여관, 모텔과 관련 있다.

포주 이 모(64) 씨는 "이곳에 모인 노인들은 모두 외롭고 쓸쓸한 사람들이다. 공허한 마음을 가지고 있는 여러 사람이 모여 이야기도 나누고, 사랑도 나눌 수 있지 않으냐. 젊은 사람들이 우릴 ‘비정상’적으로 보는 건 어쩔 수 없다. 노인도 ‘욕구’를 가진 사람이기 때문이다"고 주장했다.

여전히 이해할 수 없다. 이처럼 성행하고 있는 성매매가 단속되지 않는 이유는 뭘까. 기자가 지켜본 결과 여성들은 경찰을 전혀 신경 쓰고 있지 않았다. 성매매 단속 10년이 지났지만, '이곳이 10년 전과 달라진 것이 있을까'라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다.

"성매매를 근절하기 위해 단속을 매 시간 돌고 있지만, 너무 많아 속수무책"이라는 담당 경찰서 관계자의 말. 종로 3가의 현실이다.

[더팩트ㅣ종로구=박준영 인턴기자 iamsoleil@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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