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탐사] 국내 무슬림, "우린 IS가 아니다"
입력: 2015.02.03 11:25 / 수정: 2015.02.03 11:25
무슬림은 억울하다? IS(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의 악행이 이어지면서 국내에서도 이슬람에 대한 오해와 불신이 커지고 있다. 예맨인 알 세히 씨는 IS가 신성한 하나님과 이슬람을 안 좋게 하고 있다고 IS의 잔인한 행태를 비난했다./이태원=신진환 기자
'무슬림은 억울하다?' IS(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의 악행이 이어지면서 국내에서도 이슬람에 대한 오해와 불신이 커지고 있다. 예맨인 알 세히 씨는 "IS가 신성한 하나님과 이슬람을 안 좋게 하고 있다"고 IS의 잔인한 행태를 비난했다./이태원=신진환 기자

"IS(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는 이슬람과 다르다."

2일 오후 평생을 무슬림으로 살아온 알 세히(예멘, 33) 씨는 IS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표정 또한 단호했다. 그는 "'하나님(알라)은 생명을 고의든 실수든 죽이지 말라'고 말씀을 남겼다"면서 "IS가 신성한 하나님과 이슬람을 안 좋게(욕보이게) 하고 있다"고 IS의 잔인한 행태에 대해서 비난했다.

IS에 대한 국내 관심도 뜨겁다. 국내 관심이 커진 것은 최근 한국인 김 모(18)군이 터키로 여행을 간 뒤 시리아 국경을 넘어 IS에 가담한 것으로 추정되면서 부터다. 또 최근 IS가 일본인 인질 유카와 하루나를 살해한 데 이어 고토 겐지마저 참수한 영상을 공개했다. 이후 IS는 세계 곳곳에서 테러를 일삼으며 비난과 공분을 사고 있다.

그래서일까. IS의 행동들을 이슬람 전체의 행동과 의견처럼 오해받고 있다. 이슬람에 대한 누리꾼들의 시선은 어느 때보다 부정적이고 차갑다.

이슬람은 악의 축? 누리꾼들이 이슬람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를 보이고 있다./네이버 화면 갈무리
'이슬람은 악의 축?' 누리꾼들이 이슬람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를 보이고 있다./네이버 화면 갈무리

실제는 어떨까. 2일 오후 <더팩트>는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에 있는 이슬람사원을 찾아 무슬림들의 얘기를 들어봤다. 이곳은 우리나라 최초이자 최대의 이슬람사원이다.

◆ 종교에 대한 신념이 확고한 '이슬람'

예배하러 갑니다 다국적 무슬림들이 2일 오후 3시 35분께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에 있는 이슬람사원 예배실로 향하고 있다./이태원=신진환 기자
'예배하러 갑니다' 다국적 무슬림들이 2일 오후 3시 35분께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에 있는 이슬람사원 예배실로 향하고 있다./이태원=신진환 기자

이날 오후 3시. 이슬람사원이 한적하다. 사원을 구경하러 온 몇몇 한국인만 보일 뿐, 이슬람교도로 보이는 외국인들은 보이지 않았다.

얼마간의 시간이 흐른 뒤 시계는 오후 3시 37분을 가리킨다. 아잔(예비시간을 알리는 소리)이 이슬람사원에 울려 퍼진다. 아랍어로 무어라 말하는 아잔의 내용은 알 수 없다. 다만 아랍권 특유의 말투와 멜로디가 귀에 익숙하다.

하나둘 무슬림이 사원을 찾았다. 이태원에 거주하는 외국인부터 한국에 관광 온 사람도 있다. 서울의 명소를 둘러보기에 바쁠 법도 한데, 두툼한 배낭을 메고 예배하러 온 정성은 종교에 대한 신념이 확고해 보인다.

예배하러 온 사람들 대부분은 '우두'(부분 세정)를 행했다. 우두는 불결한 상태로부터 몸과 마음이 깨끗하게 하기 위한 의식이다.

몸과 마음을 청결히 무슬림들은 예배하기 전 우두(부분 세정)를 한다. 불결한 상태로부터 몸과 마음을 깨끗이 하고 하나님을 만나기 위함이다./이태원=신진환 기자
'몸과 마음을 청결히' 무슬림들은 예배하기 전 '우두'(부분 세정)를 한다. 불결한 상태로부터 몸과 마음을 깨끗이 하고 하나님을 만나기 위함이다./이태원=신진환 기자

한 한국인 무슬림은 "우두도 순서가 따로 있다"며 "손→입→코→얼굴→팔→머리→귀→발을 순서에 따라 3회(머리, 귀 1회)씩 씻는다"고 설명하면서 "반드시 손과 다리는 오른쪽부터 먼저 씻는다"고 강조한다.

예배실은 이슬람 신자가 아니면 들어갈 수 없다. 기자는 사진과 영상을 찍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한 신자의 도움을 받아 예배실에 들어갈 수 있었다.

40여 명의 신도들이 '쌀라'(예배)를 하고 있다. 횡으로 줄지어 90도로 반절을 하고 또 큰절을 하며 기도를 올리는 동작을 반복한다. 종교의식답게 매우 경건하다. '지각생'도 있다는 점이 이채롭다. 쌀라는 10여분 동안 진행한 뒤 끝이 났다.

◆ "이슬람은 생명 존중과 평화를 중요시한다"

이슬람=순종·평화·귀의 한 한국인 무슬림은 이슬람교는 테러 단체가 아니고 하나님을 따르는 종교다라며 국내에서는 아직 이슬람교가 생소하겠지만 나쁘게 생각하지 말아 달라고 말했다./이태원=신진환 기자
'이슬람=순종·평화·귀의' 한 한국인 무슬림은 "이슬람교는 테러 단체가 아니고 하나님을 따르는 종교다"라며 "국내에서는 아직 이슬람교가 생소하겠지만 나쁘게 생각하지 말아 달라"고 말했다./이태원=신진환 기자

무함마드 사지드(이란, 39) 씨는 "이슬람은 생명과 평화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게 이슬람교의 기본 정신"이라며 "꼭 필요한 정도의 가축만 죽이고, 고통을 오래 느끼지 않게끔 날카로운 칼로 도축한다"고 말한다.

이어 "IS는 알라를 모시고 있기에 이슬람이라고 볼 수 있다"면서 "이슬람은 전투해도 아이와 노인, 부녀자들은 죽이지 않는다. 그런 면에서 IS는 신의 말씀을 어기는 것 같다"고 생각을 밝혔다. 하지만 그는 "IS가 생긴 것도, 하는 일들도 모두 신의 뜻일 수도 있다"고 강조한다.

2년 전 이슬람교를 선택한 한국인 무슬림은 "살인은 신이 허락하지 않은 일이기에 IS는 신의 벌을 받을 것"이라며 "꾸란에는 '선량한 한 사람을 죽이는 것은 전 인류를 죽이는 것과 같고 한 사람을 살리는 것은 전 인류를 살리는 것과 같다'고 적혀 있다"고 IS의 당위성을 지적했다.

또 "이슬람교는 테러 단체가 아니고 하나님을 따르는 종교다"라며 "국내에서는 아직 이슬람교가 생소하겠지만, 나쁘게 생각하지 말아 달라"고 속내를 털어놨다.

이날 만난 무슬림들은 종교관에 따라 신의 뜻을 추종하는 순박한 사람들처럼 보였다. 사지드 씨가 가르쳐준 인삿말이 기억에 남는다.

"아살라무 알라이쿰! (알라의 평화가 당신에게)."

한편 기독교, 불교와 더불어 세계 3대 종교로 꼽히는 이슬람교는 아랍어로 순종, 평화, 귀의를 뜻한다. 이슬람은 수니파와 시아파 2개의 종파로 나뉜다. 이슬람 인구의 90% 정도를 차지하는 수니파(정통파)는 코란과 수나(예언자 무함마드의 언행과 관행)를 기초로 삼고 있으며, 시아파는 '분파'라는 뜻으로 수니파의 상대적인 종파다.

지난해 기준, 전 세계 인구의 25%에 달하는 16억 명이 무슬림이다. 국내에서도 이슬람을 따르는 인구가 23만 명으로 추산된다.

[더팩트ㅣ이태원=신진환 기자 yaho1017@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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