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탐사]'명품건전클럽', 키스·원나잇 '본능'만 꿈틀
입력: 2014.12.13 08:00 / 수정: 2014.12.12 11:47


[더팩트 ㅣ 강남=고수정·김아름 기자] '혼자 있고 싶지 않은 밤. 감성보다 이성(異性)과 본능에 충실하고 싶은 그와 그녀의 속사정 이야기.'

다소 자극적인 파티 문구와 포스터. 춤을 추는 수많은 인파 속에서 가슴골을 훤히 드러낸 깊게 파인 옷차림, 남녀의 밀착…. 타인의 시선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는 과감한 애정행각도 보인다.

젊은이들이 '뜨거운' 주말을 보내기 위해 찾는 '클럽'이 '건전'이라는 어울리지 않은 옷으로 갈아입었다. 그것도 구청이 직접 도왔다. 최근 서울시 강남구는 '건전한 유흥 문화를 육성한다'며 구내 유명 클럽 10곳을 '명품건전클럽'으로 지정했다.

건전한 유흥 문화? 난센스(nonsense)다. 구청에서까지 지정한 '명품건전클럽'은 정말 건전할까. <더팩트> 취재진은 지난 6일 강남구가 정한 '명품건전클럽' 유명 클럽 두 곳을 직접 확인했다.

취재진이 찾은 한 클럽은 '건전'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포스터를 내걸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클럽 앞에는 버젓이 강남구청이 선정한 '명품건전클럽' 현판이 내걸려 있다.

더팩트 취재진은 6일 오전 12시 서울시 강남구가 명품건전클럽으로 지정한 유명 클럽 두 곳을 찾았다. 두 곳 모두 건전이라는 단어는 어울리지 않는 자극적인 행위들이 이뤄졌다. 남녀가 일명 부비부비를 하는 것은 물론, 섹시한 옷차림을 한 여성이 무대 위에서 손님들 입에 술을 붓기도 했다. 또 진한 애정행각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다. /강남=고수정·김아름 기자
'더팩트' 취재진은 6일 오전 12시 서울시 강남구가 '명품건전클럽'으로 지정한 유명 클럽 두 곳을 찾았다. 두 곳 모두 '건전'이라는 단어는 어울리지 않는 자극적인 행위들이 이뤄졌다. 남녀가 일명 '부비부비'를 하는 것은 물론, 섹시한 옷차림을 한 여성이 무대 위에서 손님들 입에 술을 붓기도 했다. 또 진한 애정행각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다. /강남=고수정·김아름 기자

6일 오전 12시. 여성 취재진 두 명은 강남구 논현동의 A 클럽을 먼저 찾았다. 다양한 파티를 열어 '세계 클럽 랭킹 9위'로 이름을 올린 곳이다.

클럽을 찾은 여성들의 복장은 예사롭지 않았다. 여성 대부분 진한 화장, 엉덩이 바로 밑까지 오는 원피스 혹은 치마를 입고 있었다. 몇몇 여성은 다양한 문양의 망사 스타킹으로 남성의 상상력을 자극하기도 했다.

안으로 들어섰다. 시끄러운 음악 속에서 수많은 남녀가 클럽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눈을 맞췄다.

일순간 남성들의 시선이 한곳으로 쏠렸다. 여성 5명이 가슴의 주요 부위만을 가린 채 몸매가 드러나는 옷을 입고 둥그렇게 모여 춤을 추고 있었다. 아슬아슬하다. 노출 위험이 있었지만, 이들의 춤사위는 그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했다.

클럽 안 시선을 한 몸에 받은 이들 중 한 명인 김모(24) 씨는 "여기 온 사람들은 다들 목적이 있어서 온 것 아니냐. 우리처럼 입고 와야 헌팅이 잘 된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이뿐만 아니다. 새빨간 짧은 원피스를 입은 여성은 의자에 올라 남성과 하반신을 밀착한 채 엉덩이를 흔드는 일명 '부비부비'를 하기도 했다. 눈을 어디에 둬야할지 모를 정도로 아찔하다.

강남구 청담동의 B 클럽으로 옮겼다. 이곳도 강남구가 지정한 '명품건전클럽'이다. 그러나 이곳은 건전클럽 지정이 무색할 정도로 자극적인 포스터와 문구로 파티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A 클럽의 세 배 정도 많은 남녀가 뒤엉켜있었다. 그만큼 비건전한 모습도 쉽게 볼 수 있다.

섹시한 옷차림은 물론 '부비부비'를 하며 서로의 상·하체를 더듬는 장면이 비일비재했다. 멀뚱하게 서 있는 여성들에게도 다가가 허리를 감싸 안고 대화를 거는 남성들도 넘쳐난다. 여성들도 남성의 손길에 거부감 따위는 없었다.

일정 시간이 지나자 몸에 꼭 달라붙는 옷을 입은 여성 직원들이 무대 위로 올랐다. 일순간 클럽 안은 남녀 손님들의 환호와 함께 무대 앞으로 모여들었다. 무슨 일일까.

하나같이 이 여성 직원들을 향해 입을 벌렸다. 여성 직원들은 손에 든 술을 어미 새가 새끼 새에게 먹이를 주듯 한 명씩 입에 부었다.

야한 옷차림을 한 여성들에게 남성들의 시선이 쏠렸다. 남성은 물론 여성들은 이러한 옷차림을 해야 소위 헌팅이 잘 된다고 자신했다. /강남=고수정·김아름 기자
야한 옷차림을 한 여성들에게 남성들의 시선이 쏠렸다. 남성은 물론 여성들은 이러한 옷차림을 해야 소위 '헌팅'이 잘 된다고 자신했다. /강남=고수정·김아름 기자

이를 지켜보고 있는 취재진에게 한 남성이 다가왔다. 이 남성은 "위에 올라가서 같이 놀자"고 제안했다. 그 남성을 따라 2층으로 올라갔다.

1층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였다. 춤을 추는 사람들이 비교적 많은 1층과 달리 2층은 남녀의 자극적인 행위가 많이 이뤄졌다.

남성들이 지나가는 여성을 강제로 껴안고 못 지나가게 하거나, 아무 여성에게 다가가 가슴 혹은 상체를 더듬고 사라졌다.

심지어 짧은 치마를 입은 여성이 앉아 있는 남성의 무릎에 올라가 껴안고 서로를 더듬으며 입맞춤을 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이들의 지인들은 민망한 장면을 보며 오히려 환호했고, 휴대 전화로 동영상을 촬영했다.

어느덧 새벽 2시를 훌쩍 넘겼다.

다들 술기운이 올라올 만큼 시간이 지나자 클럽에서 준 스티커를 붙인 여러 쌍이 보였다. 이 스티커는 이날 파티의 콘셉트로 밤을 함께 보내고 싶은 이성에게 부착하는 '프리나잇 스티커'다.

이 스티커를 붙이고 밖으로 나가는 커플을 따라가 봤다. 두 사람은 모든 절차를 생략하고 곧 바로 건너편 호텔로 들어갔다. 두 사람의 모습은 동이 틀 때까지 볼 수 없었다.

취재진이 찾은 두 곳은 분명 강남구청이 지정한 '명품건전클럽'이다.

강남구는 명품건전클럽에 대해 K-POP 공연 등 다양한 볼거리 제공과 외국여행에서의 피로감을 음악과 댄스로 풀 수 있도록 쾌적하고 개방된 공간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또 지정된 '명품건전클럽'은 성매매알선행위나 풍기문란이 없는 지역 내 건전한 클럽형 유흥업소 중 외국인 관광객 유치에 적극적으로 홍보나 할인에 앞장서는 10개 업소를 추천받아 내년 2월까지 시범 실시한 후 확대실시 할 예정이다.

구는 "젊은 외국인들의 클럽이용을 통해 기존의 클럽에 대한 퇴폐적인 이미지 탈피와 건전한 유흥문화를 정착해 외국인 관광객 1000만 명 시대를 열어간다는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두 클럽 모두 강남구청이 지정한 명품건전클럽 현판을 달아놓고 있다. /강남=고수정 기자
두 클럽 모두 강남구청이 지정한 '명품건전클럽' 현판을 달아놓고 있다. /강남=고수정 기자

그러나 강남구가 '명품건전클럽'이라고 밝힌 두 곳 어디에서도 '건전'을 찾아볼 수 없었다. '명품건전클럽' 현판이 떡하니 붙은 두 클럽에서 취재진이 확인 것은 '이성'보다는 '본능' 그리고 술에 취해 하룻밤을 보낼 이성을 찾아 헤매는 모습뿐이었다.

강남구가 내세운 명품건전클럽이 얼마나 현실을 모르는 전시행정인지는 클럽은 찾은 이들을 통해서도 분명 알 수 있다.

두 클럽을 자주 찾는 조모(27·남) 씨는 "'명품건전클럽'?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냐. 여자들 옷 입은 것만 봐도 '건전'이랑은 거리가 먼 것 같다"고 웃었다.

또 다른 손님 김모(30·남) 씨도 "여자들이 명품 가방을 들고 와서 호칭을 저렇게 지은거 아니냐"며 "사실 여기 오는 사람들은 대부분 자극적인 행위를 기대하고 오지 않느냐. 진짜 건전해진다면 오기 싫을 것 같다"고 강조했다.

건전(健全)은 '사상이나 사물 따위의 상태가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정상적이며 위태롭지 않음'이다. 건전에 대한 시각 차이는 분명 존재한다. 강남구청의 '명품건전클럽' 지정은 건전하지 않은 곳을 건전이라는 포장해 비건전의 명분을 준 꼴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늦은 밤, 술에 취한 젊은 남녀는 '명품건전클럽'이라는 포장지에 쌓여진 그곳에서 여전히 이성을 향한 은밀한 터치와 하룻밤을 위해 누군가를 찾아 헤매고 있다.

ko0726@tf.co.kr

beautiful@tf.co.kr

정치사회팀 tf.psteam@tf.co.kr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이메일: jebo@tf.co.kr
▶뉴스 홈페이지: http://talk.tf.co.kr/bbs/report/write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
AD
인기기사
실시간 TOP10
정치
경제
사회
연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