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포커스] 강남구청, '명품건전클럽' 정책…관광공사 "황당"
입력: 2014.12.13 08:00 / 수정: 2014.12.12 11:47
강남구청은 지난달 26일 풍기문란 없는 클럽형 유흥업소를 확대해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한다는 목적으로 관할 지역 내 업소 10여 곳을 선정해 명품건전클럽 사업을 시행했다. 그러나 강남구청이 명품건전클럽으로 지정한 일부 클럽에서 선정적인 행사를 하거나, 자극적인 행동·옷차림을 여전히 많이 볼 수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최진석 기자, 고수정 기자
강남구청은 지난달 26일 풍기문란 없는 클럽형 유흥업소를 확대해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한다는 목적으로 관할 지역 내 업소 10여 곳을 선정해 '명품건전클럽' 사업을 시행했다. 그러나 강남구청이 '명품건전클럽'으로 지정한 일부 클럽에서 선정적인 행사를 하거나, 자극적인 행동·옷차림을 여전히 많이 볼 수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최진석 기자, 고수정 기자

[더팩트|김아름 기자] '뜨거운 아이스크림', '동그란 삼각형'이란 말을 한 번쯤 들어본 적 있을지 모른다. 최근 말도 안 되는 이 문장만큼이나 '명품건전클럽'이라는 우스꽝스럽고 고개를 갸우뚱할 만한 궤변이 한 관공서에서 터져 나왔다.

서울 강남구청(구청장 신연희)은 지난달 26일 논현동 A 클럽에서 '명품건전클럽' 현판식을 열며 사업의 시작을 알렸다. '명품건전클럽'은 성매매알선 행위나 풍기문란이 없는 지역 내 건전한(?) 클럽형 유흥업소로 강남 내 유명 업소 10곳을 추천받아 내년 2월까지 시범 운영하는 것이다. 강남구는 이 사업을 '룸살롱'까지 확대해 운영할 예정이다.

그러나 강남구가 발표한 자료에서 '풍기문란이 없는', '건전'의 의미가 모호하게 전달돼 논란이 일고 있다. 더욱이 클럽을 이용하는 이용객들은 '과연 클럽에 건전이란 단어가 어울리겠느냐'며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강남구의 의도는 과연 무엇일까. <더팩트> 취재진은 사업을 추진한 강남구청 위생과 관계자를 통해 사업의 목표와 문제점 등을 들어봤다.

이 관계자는 "(애초 사업의 목적은) 외국인 관광객 1000만 명 유치 목표"라며 "강남에 클럽 등 유흥업소가 많은 것을 이용해 관광문화로 발전시켜 건전하고 건강한 유흥문화를 조성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강남구가 내건 '풍기문란'과 '건전'의 기준에 대해서도 궁금했다. "사실 처음 이 사업을 시행한 기준은 사회 통념을 바탕으로 한 것으로 '성매매 알선' 등 불법적으로 자행되는 것들에 대한 규제"였다며 "그러나 사업 시행을 발표하면서 문장 자체에 대한 논란이 지속해서 제기돼 해당 문장을 삭제하고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룸살롱이나 유흥업소 등에서 횡행하는 '성매매 알선' 등 철폐가 이 사업의 목적이라는 사실을 눈여겨 봐달라"며 강조했다.

그러나 다음에 들린 이 관계자의 말은 더 놀랍다.

취재진이 지난 6일 새벽에 방문했던 명품건전클럽 두 곳은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불야성을 이루며 낯뜨거운 장면을 연출했다./강남=고수정·김아름 기자
취재진이 지난 6일 새벽에 방문했던 '명품건전클럽' 두 곳은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불야성을 이루며 낯뜨거운 장면을 연출했다./강남=고수정·김아름 기자

지난 6일 오전 취재진이 직접 눈으로 확인한 현장은 사업명을 무색하게 했다. 이 관계자는 '명품건전클럽' 두 곳의 내부 상황에 대해 전하자 되려 "'선정적'이라는 기준은 무엇이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젊은 남녀가 술을 먹다 보면 눈이 맞게 되고 그러다 보면 뒤에 일어나는 일은 어디서든 발생할 수 있다. 그거까지 단속하긴 쉽지 않다"고 당당하게 말했다.

업소 선정 기준 역시 의문투성이다. 강남구에 따르면 지역 내 유흥업소 업주들의 추천을 받아 명품건전클럽을 지정했다. 즉 강남구의 객관적인 평가가 아니라 업주들의 주관적인 자기추천 형식으로 대상이 선정된 것이다

그는 "(관계자들이) 직접 성행하는 시간대에 현장을 둘러봤으며 추천과 간담회 등으로 선정했다"고 설명하면서 단속에 관하여 "사업 시행 이후 현재까지 단속을 나간 적이 없다. 앞으로는 월 1회씩 주기적인 단속을 하겠다"고 수습했다.

'명품건전클럽' 업소에 대한 지원 여부도 논란거리다.

앞서 일요시사의 보도에 따르면 강남구는 지정 업소의 재정적 지원에 대해 '시설비' 일부 지원을 말했다. 그러나 정작 해당 관계자는 취재진에게 "홍보와 행정적 지원을 해줄 뿐 여타 재정적 지원은 없다. 더 대답할 것이 없다"고 말문을 닫았다.

클럽을 지자체에서 직접 나서 홍보하는 것을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국내 외국인 관광객 유치 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한국관광공사에 관련 내용을 물었다. 강남구의 사업 계획을 전해 들은 한국관광공사는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국관광공사 관계자는 "'건전'과 '클럽'이 과연 양립 가능한 단어인지 그것 자체가 의문"이라며 "세계 어느 곳에서도 이런 사례는 듣도 보도 못한 사례"라고 의아해 했다.

또 "(강남구청에 알아본 결과) 싸이의 '강남스타일'을 비춰 외국인들의 관심을 끌 수 있는 트렌디한 문화를 만들고자 기획한 것이라 밝혔다"며 "그 취지는 이해할 수 있으나 사실 유흥업소 등을 방문하는 외국인 관광객 대부분은 개별 관광객인 만큼 안전 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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