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 직격인터뷰] 性소수자들 "우리도 얼굴을 갖고 싶다"
입력: 2014.12.10 13:12 / 수정: 2014.12.10 13:12

세계인권선언의 날인 10일 성소수자들이 서울시청 1층 로비에서 서울시민인권헌장 선포를 촉구하며 닷새째 점거 농성 중이다. 서울시는 이날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 금지 조항을 포함한 인권헌장을 발표하기로 했지만, 반대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선포를 무기한 연장했다. /서울시청=고수정 기자
'세계인권선언의 날'인 10일 성소수자들이 서울시청 1층 로비에서 '서울시민인권헌장' 선포를 촉구하며 닷새째 점거 농성 중이다. 서울시는 이날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 금지 조항을 포함한 인권헌장을 발표하기로 했지만, 반대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선포를 무기한 연장했다. /서울시청=고수정 기자

[더팩트 ㅣ 서울시청=고수정 기자] "우리에게 인권은 '목숨'이다."

10일은 '세계인권선언의 날'이다. '모든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자유로우며, 존엄과 권리에 관해 평등하다'는 취지다. 그러나 누군가에게는 전혀 와 닿지 않는 '냉랭한 날'일 뿐이다.

'당신들의 인권과 우리의 인권은 함께 할 수 없는 것이냐'고 묻는 性(성)소수자들은 이날로 닷새째 서울시청 로비, 찬 바닥에서 농성을 이어오고 있다.

서울시는 애초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 금지 조항을 포함한 '서울시민인권헌장'을 이날 발표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반대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인권헌장 선포를 무기한 연장했다.

성소수자들에게 추위보다 더 견디기 힘든 것은 편견의 시선. 이들은 단지 한 명의 시민으로서, 사람으로서 존재를 인정받고 싶다.

10일 오전 <더팩트> 취재진은 냉랭한 분위기의 서울시청 로비에서 성소수자 A(20·남) 씨와 B(24·여) 씨를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이들은 극도로 얼굴을 공개하는 것을 꺼렸다. 이들의 상황을 고려해 얼굴은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 닷새째 추위와 싸워가며 농성 중이다. 이 자리에 오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A : '서울시민인권헌장'은 동성애자와 성전환자 등 성소수자에게 가장 힘이 되는 내용이다. 서울시가 애초 약속을 파기했고, 우리는 우리의 권리를 찾기 위해 이 자리에 모였다.

B :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나 차별이 근절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 소수집단을 향한 차별은 별거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그 집단에 속한 사람은 무척 힘들다. 우리에게 인권은 '목숨'이다.

더팩트 취재진이 만난 성소수자 두 사람은 커밍아웃 후 폭력, 성희롱 등 시달렸다고 밝혔다. 두 사람은 성소수자들이 음지에서 양지로 나갈 수 있는 밑거름이 될 인권헌장이 빨리 선포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사진은 농성장 앞에 있는 성소수자들의 인권헌장 선포 촉구 플래카드. /서울시청=고수정 기자
'더팩트' 취재진이 만난 성소수자 두 사람은 커밍아웃 후 폭력, 성희롱 등 시달렸다고 밝혔다. 두 사람은 성소수자들이 음지에서 양지로 나갈 수 있는 밑거름이 될 인권헌장이 빨리 선포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사진은 농성장 앞에 있는 성소수자들의 인권헌장 선포 촉구 플래카드. /서울시청=고수정 기자

- 자신의 성정체성을 주위에 밝혔을 때 많이 힘들었을 듯하다.

A : 정말 고통스러웠다. 고등학교 1학년 때 커밍아웃을 했다. 학교에 다니는 3년간 말할 수 없는 치욕을 당했다. '더럽다', '너희 엄마 XX한다' 등 욕설은 물론이고 성희롱, 심지어 좋아하는 친구에게 성적으로 입에 담기 힘든 일도 당했다.

다니던 교회 목사님은 돈을 쥐여주며 "여자를 몰라서 성정체성에 혼돈이 온 것 같다"며 등을 떠밀기도 했다. 또 학교 담임 선생님이 "물 흐리지 말라"며 자퇴하기를 원했다. 학교생활을 하면서 폭행도 당하는 등 무척이나 힘들어 담임 선생님에게 찾아가 "조용히 지낼 테니 내버려둬라"고 말한 적도 있다.

B :저는 중학교 3학년 때 성정체성을 알게 됐고, 밝혔다. 그러자 학교에서는 저를 기도원에 보내고 감금했으며, 물고문까지 했다. 왕따는 물론이고 신도들에게 성폭행도 당했다.

고등학생 때 제가 몸이 매우 아파 학교에서 보건실에 누워있으면, 보건교사가 "네가 동성애자라는 죄를 짓고 있기 때문에 악귀가 씌어서 몸이 아픈 거다"라며 조롱했다.

- '서울시민인권헌장' 선포가 미뤄지는 것과 관련해 하고 싶은 말은?

A : 아직 학생인 저는 괜찮지만, 사회에 있는 성소수자 동료들은 사실 많이 힘들 것이다. 커밍아웃을 한 사람들은 직장 상사들에게 성희롱을 당하고 심하면 성폭행, 부당해고까지 되는 경우가 많다.

이 자리에 나온 사람들은 정말 많은 용기를 품고 온 것이다. 그러므로 인권헌장은 즉각 선포돼야 한다. 우리도 얼굴을 갖고 싶다.

B : "음지에서 너희끼리 즐기지 왜 밖으로 나오느냐"며 우리를 비난하는 사람들이 무척이나 많다. 지금도 농성장 옆에 호모포비아(동성애 혐오자)들이 지키고 있다. 우리는 결국 사회적 약자가 됐다.

'서울시민인권헌장'은 우리가 음지에서 양지로 한 발 나갈 수 있게 받침이 돼주는 것이다. 우리도 사람이고 시민이다. 더는 성소수자를 지우지 말아달라. 희망을 뺏지 말아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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