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 기획] 용주골은 어떤 곳? 운명은?
입력: 2014.11.30 09:34 / 수정: 2014.11.30 09:34

대한민국 최대 집창촌 중 하나인 경기 파주시 연풍리 용주골. 하지만 현재 이곳은 단속과 재개발 추진 여파로 찬바람만 불고 있다./파주=고수정 기자·파주시청 제공
대한민국 최대 집창촌 중 하나인 경기 파주시 연풍리 용주골. 하지만 현재 이곳은 단속과 재개발 추진 여파로 찬바람만 불고 있다./파주=고수정 기자·파주시청 제공

[더팩트|황신섭 기자] 이곳에 ‘용(龍)’은 없다. ‘성(性)’만 있다.

대한민국 최대 집창촌 중 하나인 경기 파주시 연풍리 용주골.

이곳은 본디 ‘대추벌’로 불렀다. 1960년대 초반 대추나무 숲이 마을을 둘러싼 모습을 빗대 붙은 이름이다. 주민들이 가을이면 대추 수확으로 재미를 봤다는 기록도 있다.

그전까지는 ‘용지골’로 불렀는데, 파주공고 옆 연못에서 용이 승천했다는 얘기가 있은 뒤부터 용주골로 바꿔 불렀다.

미군이 한창 드나들던 시절에는 ‘드래곤 시티(Dragon City)’란 영어 이름도 있었다.

용주골에 집창촌이 생긴 건 6.25 전쟁 바로 뒤인 1953년이다. 당시 주한미군 2사가 파주읍에 들어오고 한 개 병력사단이 이곳에서 생활했다.

그러면서 미군을 고객으로 삼는 상점과 클럽이 앞다퉈 들어섰다. 자연스레 성매매도 이뤄졌다.

성매매 여성 수천 명은 미군과 살을 섞는 대가로 엄청난 외화를 끌어모았다. 하지만 1970년대 초반 미군이 파주를 떠나면서 용주골 집창촌도 쇠락했다.

용주골에 집창촌이 생긴 건 6.25 전쟁 바로 뒤인 1953년이다. 당시 주한미군 2사가 파주읍에 들어오고 한 개 병력사단이 이곳에서 생활했다./고수정 기자
용주골에 집창촌이 생긴 건 6.25 전쟁 바로 뒤인 1953년이다. 당시 주한미군 2사가 파주읍에 들어오고 한 개 병력사단이 이곳에서 생활했다./고수정 기자

이후 대부분 일반 식당이나 통닭을 파는 가게로 변했다.

그러다 미군이 떠난 자리에 우리 군이 주둔하면서 용주골도 부활했다. 이후 2000년대 초반에 서울과 경기, 인천의 새 윤락 명소로 떠올랐다.

반면 지역 주민들은 자녀 교육과 동네 이미지 실추를 이유로 크게 반발했다.

그렇지만 용주골은 2004년 성매매특별법 제정 때도 꿈쩍하지 않고 오히려 규모를 더 키웠다.

업소만 무려 250여 곳. 여성 종사자도 1천 400명이 넘었다.

그러던 용주골은 2007년 파주시의 건물 철거 행정대집행과 2008년 9월 경찰 단속에 백기를 들고 50여년 만에 처음으로 문을 닫았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이곳을 찾는 남성들의 발길이 이어지면서 용주골은 다시 영업에 들어갔다.

‘단속-폐쇄-영업 재개’의 악순환이 되풀이되자 경찰은 이듬해 ‘강제 폐쇄’라는 칼을 꺼내들었다.

당시 용주골 종사자들은 ‘생계’와 ‘보상’을 이유로 영업을 이어갔다. 현재 이 일대 성매매 업소는 80여 곳으로 여성 120여 명이 일하고 있다.

용주골은 지금까지 단속-폐쇄-영업 재개의 악순환이 되풀이했다. 지난 25일 오후 성매매 업소에 차량 한 대가 들어가고 있다./고수정 기자
용주골은 지금까지 '단속-폐쇄-영업 재개'의 악순환이 되풀이했다. 지난 25일 오후 성매매 업소에 차량 한 대가 들어가고 있다./고수정 기자

그러나 최근 파주시와 연풍리 주민들이 재개발추진위원회를 꾸려 용주골을 아파트와 숲으로 만드는 주택재개발 정비계획 및 정비구역지정(안)을 세웠다.

재개발 사업은 땅주인 70.49%가 동의해 경기도에 재개발 정비구역 지정 신청까지 마친 상태다.

주민들은 내년 1~2월쯤 경기도가 결정·고시하면 조합을 설립해 시공사를 선정한다는 계획이다. 시공사를 결정하면 이곳에 지하 2층, 지상 20층 규모의 아파트 2500여 채와 초등학교를 지을 예정이다.

유신순(68) 연풍리 재개발추진위원장은 “성매매 동네라는 오명을 벗고 지역경제를 살리려는 것이지 성매매 종사자를 없애려는 건 아니다”며 “용주골 건축주와 이사비 지원 문제도 협의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성매매업소 건물주 절반 가까이가 재개발에 동의해 사업 추진에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며 “주민들의 숙원인 만큼 서로 갈등과 반감 없이 잘 추진하겠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재개발 마무리에 필요한 행정 절차에 2년 정도가 필요하고 재개발에 동의하지 않은 건물주도 있어 사업 결과는 미지수다.

용주골의 앞날에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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