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 현장] 불야성 '용주골' 이젠 옛말, 재개발 시계만 '째깍째깍'
입력: 2014.11.30 09:34 / 수정: 2014.11.30 10:22

수도권 지역 대표 집창촌 용주골이 재개발 추진으로 운명의 갈림길에 섰다. 한때 전문 택시꾼까지 등장하는 등 손님이 많았던 용주골은 찬바람과 어둠만이 가득할 정도로 손님이 없다. 손님을 끌기 위해 낮에는 한 명씩 가게를 지키고, 밤에는 두세 명씩 나와 유혹의 손길을 내민다./파주=고수정 기자
수도권 지역 대표 집창촌 '용주골'이 재개발 추진으로 운명의 갈림길에 섰다. 한때 전문 '택시꾼'까지 등장하는 등 손님이 많았던 용주골은 찬바람과 어둠만이 가득할 정도로 손님이 없다. 손님을 끌기 위해 낮에는 한 명씩 가게를 지키고, 밤에는 두세 명씩 나와 유혹의 손길을 내민다./파주=고수정 기자

[더팩트 ㅣ 파주=고수정 기자] "돈으로 성(性)을 사는 남성들이 진짜 포주 아닌가요? 왜 우리만 욕하는지…"

수도권 지역 대표 집창촌 '용주골'이 운명의 갈림길에 섰다.

최근 파주시와 지역 주민들이 용주골 일대에 아파트와 초등학교를 세우겠다며 재개발을 추진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그 때문일까. 욕망의 몸짓으로 유혹의 손길을 내밀던 용주골의 불이 하나둘씩 꺼지고 있다.

한때 전문 '택시꾼'(손님을 태워 성매매 업소까지 데려다 주던 택시)까지 등장해 밤을 붉게 물들이던 용주골은 이제 찬바람과 어둠만 가득하다.

<더팩트>는 지난 25일 오후 재개발 계획으로 술렁이고 있는 용주골을 찾았다.

처음 오는 사람도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차량 통행 방향. 주차해 드립니다'란 보람판(간판) 글귀가 용주골 입구를 알려 주고 있었다.

크게 쓴 '청소년 동행 금지 구역' 글귀도 보였다. 차를 몰아 용주골로 들어가자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많은 유리창 건물이 즐비했다.

용주골 입구에 가면 차량 통행 방향 보람판과 함께 청소년 동행 금지 구역 글귀가 가장 먼저 눈에 띈다. 낮에도 문을 여는 곳이 일부 있었지만, 손님은 보이지 않았다. 여성 직원에 따르면 남성들의 발길이 많이 끊기면서 10곳 가운데 6곳은 문을 닫았다./고수정 기자
용주골 입구에 가면 '차량 통행 방향' 보람판과 함께 '청소년 동행 금지 구역' 글귀가 가장 먼저 눈에 띈다. 낮에도 문을 여는 곳이 일부 있었지만, 손님은 보이지 않았다. 여성 직원에 따르면 남성들의 발길이 많이 끊기면서 10곳 가운데 6곳은 문을 닫았다./고수정 기자

성매매 여성 몇 명이 무지개 빛 짧은 옷을 입고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곳 사람들은 이를 '접대 당직'이라고 불렀다.

손님이 없는 낮엔 한 명이, 밤엔 두세 명이 당직을 선다.

유리문을 열고 "놀다가"라고 말하기도 했다. 화려했던 영업장 몇 곳은 이미 문을 닫았고 나머지 두세 곳은 창고로 쓰고 있었다.

남성들로 북적이던 용주골의 화려한 풍경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공주와 요정' 대신 30~40대 여성들만 남았다.

두 시간 가까이 지켜보니 차 한 대만 들어갈 뿐이었다.

한 성매매 여성(36)은 "10곳 가운데 6곳은 영업을 포기했다"며 "가격도, 서비스도 예전 그대로인데 손님들이 도통 오지를 않는다"고 털어놨다.

용주골 성매매 영업 방식은 이렇다.

유리창을 설치한 1층에선 손님을 끌어모은다. 진짜 성매매는 2층에서 한다. 3~4평 남짓한 작은 방엔 침대와 TV, 샤워 꼭지만 있는 욕실이 있다. 가끔은 여성들이 여기서 잠을 잔다.

또 다른 성매매 여성(42)은 "요즘엔 외국인 근로자가 주로 온다"면서 "하루에 많을 땐 6명, 적을 땐 3명 정도 손님을 받는다"고 말했다.

재개발 소식엔 의외로 무덤덤했다.

이 여성은 "재개발을 하든지 말든지 관심이 없다"며 "여기가 없어지면 어차피 다른 곳에 가서 일하면 된다"고 답했다.

포주 김모(62) 씨도 "이곳 사람은 재개발 소식을 잘 모른다"면서 "장사도 안되고 건물도 팔리지 않다 보니 재개발을 찬성하는 건물주가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오후 7시 어둠이 깔려도 문을 열지 않은 가게가 더 많았다. 문을 연 가게에서는 여성들이 짧은 치마와 몸에 딱 붙는 윗옷 등을 입고 준비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손님은 많이 없었다. /고수정 기자
오후 7시 어둠이 깔려도 문을 열지 않은 가게가 더 많았다. 문을 연 가게에서는 여성들이 짧은 치마와 몸에 딱 붙는 윗옷 등을 입고 준비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손님은 많이 없었다. /고수정 기자

어둠이 깔려도 상황은 비슷했다. 오후 7시 무렵 용주골 골목에 불이 들어왔다.

낮보다는 더 자극적인 옷차림이었다. 짧은 치마와 몸에 딱 붙는 윗옷, 가슴골이 그대로 보이는 드레스를 입고 손님을 기다렸다.

한 남성이 골목 어귀에 들어서자 "놀다가, 잘해 줄게", "오빠 놀러 왔어? 추운데 커피 한잔 하고 가", "딴 데도 가격은 똑같아. 다리 아프게 멀리 가지 말고 여기서 대화를 나누자"는 말로 꼬드겼다.

여성의 손을 잡고 들어간 남성은 한동안 나오지 않았다.

다른 골목엔 중년 남성 3명이 한 차에서 내려 각자의 '아방궁'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그들을 끝으로 이곳을 찾는 손님은 더 이상 없었다.

한때 주한 미군 사이에서 '드래곤시티', '성의 천국'으로 불리며 불야성을 이룬 용주골.

2014년 11월. 용주골엔 '째깍째깍' 재개발 시계 소리만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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