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 현장] '죽음의 다리' 마포대교, 이유 있었다
입력: 2014.11.19 11:54 / 수정: 2014.11.19 14:36

자살률 1위 마포대교. 서울시가 이런 오명을 씻고자 다리 곳곳에 생명의 글귀를 새긴 생명의 다리 캠페인을 시작했다. 하지만 자살 예방 전문가들은 이같은 글귀가 심각한 자살 위험군에겐 더 소외감을 줄 수 있다고 지적한다. 생명의 글귀 아래 죽어 유 다이(you die)라는 무개념 글도 있었다./고수정 기자
자살률 1위 마포대교. 서울시가 이런 오명을 씻고자 다리 곳곳에 생명의 글귀를 새긴 '생명의 다리' 캠페인을 시작했다. 하지만 자살 예방 전문가들은 이같은 글귀가 '심각한 자살 위험군에겐 더 소외감을 줄 수 있다'고 지적한다. 생명의 글귀 아래 '죽어 유 다이(you die)'라는 '무개념' 글도 있었다./고수정 기자

[더팩트 ㅣ 마포대교=고수정 기자] 죽음의 다리, 마포대교. 이유가 있었다.

난간 높이부터 문제였다. 다리 도입부 난간은 키가 큰 성인 허리 정도 높이에 그쳤다.

받침돌을 딛고 올라서면 어린 아이라도 쉽게 떨어질 가능성이 컸다. 시퍼런 한강물이 흐르는 다리 중간 난간 높이도 여성 어른 가슴까지 밖에 오지 않았다.

이곳에서 가장 사람들이 많이 뛰어내리는 전망대 난간은 다른 지점에 견줘 조금 높았지만, 아래쪽은 틈이 꽤 벌어져 한강물이 그대로 보일 정도였다.

불미스러운 일(투신 자살)을 막고자 난간 뒷쪽 위에 감지센서도 달아놨지만, 그나마도 몸이 난간 밖으로 나가야만 감지하는 방식이었다.

대형 화물차가 지날 때면 다리가 크게 흔들리기도 했다.

시민 김모(34) 씨는 "아이가 한강을 보려고 난간 가까이만 가도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면서 "한눈에 봐도 이곳은 너무 아슬아슬하다"고 말했다.

18일 <더팩트>가 찾은 마포대교는 여러 기관이 참여한 '생명의 다리' 프로젝트가 무색할 만큼 위험천만했다.

생명의 다리 캠페인에 맞춰 새로 설치한 난간 가림막은 <더팩트> 취재진의 가슴에 닿을 정도로 낮았다. 난간 받침돌만 딛고 올라서면 누구나 아래로 떨어질 수 있다./고수정 기자
'생명의 다리' 캠페인에 맞춰 새로 설치한 난간 가림막은 <더팩트> 취재진의 가슴에 닿을 정도로 낮았다. 난간 받침돌만 딛고 올라서면 누구나 아래로 떨어질 수 있다./고수정 기자

마포대교에 오르면 가장 먼저 다양한 생명의 글귀가 눈에 띈다.

'많이 힘들었구나', '말 안 해도 알아', '이제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 '한 번만 더 자신을 돌아보세요' 등이다.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는 사람들에게 삶의 소중함을 알리는 문구다.

그렇지만 취지와는 다르게 대다수 시민이 이곳에 자기네 연애를 기념하는 글을 쓰거나 심지어는 '죽어 유 다이(you die)'라는 끔찍한 낙서도 했다.

이 때문에 자살 예방 전문가들은 이같은 글귀가 '심각한 자살 위험군에겐 더 소외감을 줄 수 있다'고 지적한다.

정택수 한국자살예방센터장은 18일 <더팩트>와 한 전화 인터뷰에서 "이런 글귀는 자칫 극단적인 생각을 하는 사람들에게 위화감과 반감을 줄 수 있다"며 "감성적 접근은 위험하다"고 설명했다.

서울시가 난간 곳곳에 생명의 글귀를 설치한 2012년 9월 이후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이 더 늘었다.

실제로 2012년 2명이던 자살자는 2013년 10명, 올해(5월)에도 9명이나 됐다.

소방방재청이 투신 사고를 막고자 난간에 설치한 센서도 난간 밖으로 몸이 빠져나가야 파악할 수 있다. 투신 사고를 미리 막기 어렵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외국처럼 현실성이 큰 대책을 빨리 세워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고수정 기자
소방방재청이 투신 사고를 막고자 난간에 설치한 센서도 난간 밖으로 몸이 빠져나가야 파악할 수 있다. 투신 사고를 미리 막기 어렵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외국처럼 현실성이 큰 대책을 빨리 세워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고수정 기자

마포대교에는 투신 사고를 막는 감지 센서 55개가 설치돼 있다.

그러나 이마저도 사람이 난간 밖으로 몸을 내밀 경우에만 작동한다. 결국 투신 사고를 미리 막을 수 없는 시스템인 셈이다.

전문가들은 다양한 분야의 자살예방 전문가와 관계 기관이 협력해 현실성 있는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정 센터장은 "생명의 다리 캠페인이 되레 마포대교를 자살 장소로 만들었다"며 "난간을 더 높이거나 미국과 영국처럼 다리 밑에 자살 방지용 철망(그물)을 설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시 소방재난본부 관계자는 "단순히 몸을 숙이기만 해도 센서는 작동한다"며 "솔직히 미리 막기는 어렵지만 최대한 예방하려고 애쓰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 도로시설과 관계자는 "생명의 다리 캠페인에도 자살률이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며 "내년에 관련 예산을 늘려 난간 안전성을 보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마포대교에선 지난 2010년부터 최근까지 254명이 몸을 던져 이 중 25명이 세상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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