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역 파출소에서 근무하는 장준기 경위는 지난 8월 19일 112 상황실로 걸려온 한 통의 살인 사건 허위신고자를 목소리만을 듣고 붙잡았다./서울역파출소 제공 |
[더팩트|김아름 기자] '내가 사람을 죽였어요. 내가 죽였다고요.'
지난 19일 오후 남대문경찰서 서울역 파출소에 한 남성의 다급한 전화 한통이 걸려왔다. 살인 사건 신고였다.
순간 파출소엔 정적이 흐르고 경찰들의 목덜미엔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한시가 급했다. 신고 접수를 받은 장준기 경위와 동료 경찰은 순찰차를 타고 살인사건 장소를 찾아나섰다.
그러나 출동한 경찰은 도저히 신고 장소를 찾을 수 없었다. 신고를 휴대전화로 했는지, 공중전화로 걸었는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발신자 위취 추적결과에서도 주변 기지국만 잡힐 뿐이었다.
보다 못한 장 경위가 '다시 한번 녹취된 내용을 들어보자'고 제안했다. 꺼림칙한 목소리가 어딘가 모르게 낯익었던 터였다.
몇번을 되감아 듣자 수화기 너머에서 한 여인숙의 이름을 얘기하는 사람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놈 목소리. 순간 장 경위는 파출소 주변을 찾던 한 남성이 떠올랐다. 경찰은 곧바로 여인숙을 찾아내 그 주변을 어슬렁거리던 남성을 붙잡았다.
예상대로였다. 평소 파출소에 주변에서 자주 보던 노숙인 A 씨였다.
경찰은 놀란 가슴을 쓸어내린 뒤 그를 즉결심판에 넘겼다. 목소리로 허위 신고자를 잡아낸 것이다.
장준기 경위는 "뭔가 수상한 느낌이 들었다"며 "평소 주의를 기울여 허위 신고자의 목소리를 기억한 게 효과를 봤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허위 신고는 명백한 범죄 행위다”면서 “이 같은 행동은 경찰력을 낭비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도움이 필요한 시민들이 피해를 보지 않게 허위 신고를 자제해 달라”고 덧붙였다.
허위·장난 신고자는 경범죄처벌법 제3조을 근거로 60만 원 이하의 벌금이나 과료, 구류처분을 받는다. 또 신고내용에 따라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가 적용돼 5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내야 한다.
경찰은 올 상반기 112 허위신고 전화 971건 중 220건을 형사입건 처리하고 상습 허위 신고자 11명은 구속했다.
사건팀 beautiful@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