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리' 유병언, 왜 홀로 떨어져 반 백골로 발견?
입력: 2014.07.22 07:55 / 수정: 2014.07.22 08:53
22일 검경에 따르면 전남지방경찰청은 지난달 12일께 순천 송치재 휴게소에서 2.5km 가량 떨어진 매실 밭에서 부패(반 백골화)된 남성의 시신 한 구를 발견했다./YTN 캡처

22일 검경에 따르면 전남지방경찰청은 지난달 12일께 순천 송치재 휴게소에서 2.5km 가량 떨어진 매실 밭에서 부패(반 백골화)된 남성의 시신 한 구를 발견했다./YTN 캡처

[더팩트ㅣ이철영 기자] 22일 오전 유병언(73) 전 세모그룹 회장으로 추정되는 사체가 발견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그러나 유 전 회장의 사체가 맞는지는 여전히 의문점들이 상당하다.

22일 검경에 따르면 전남지방경찰청은 지난달 12일께 순천 송치재 휴게소에서 2.5km 가량 떨어진 매실 밭에서 부패(반 백골화)된 남성의 시신 한 구를 발견했다.

당시 경찰은 무연고자로 보고 시신의 신원 확인을 위해 엉덩이뼈 일부를 떼어 내 DNA 분석을 의뢰했다. DNA 분석 결과 유 전 회장의 친형 병일(75·구속 기소)씨 DNA는 물론 검경이 이미 확보한 유 전 회장의 DNA와도 일치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유 전 회장으로 확실시 된다고 밝혔으며, 검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의 최종 조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더팩트>는 유 전 회장으로 추정되는 사체를 둘러싼 의문점을 짚어 봤다.

지난달 21일 전남 순천에서 발견된 사체가 유병언 회장일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며 이목이 쏠린다./서울신문 제공
지난달 21일 전남 순천에서 발견된 사체가 유병언 회장일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며 이목이 쏠린다./서울신문 제공

◆ 신도 비호 도주한 유병언, 발견된 사체는 왜 홀로?

유 전 회장으로 추정되는 사체가 발견됐지만, 의문점이 상당하다. 그동안 검경의 발표에 따르면 유 전 회장은 기독교복음침례회(일명 구원파) 신도들의 비호 아래 도주했다. 신도들의 도움으로 검경의 수사망을 피해 왔던 유 전 회장이 돌연 사체로 발견됐다. 그것도 그동안 신도들의 도움을 받아 왔다는 것과 달리 발견된 사체는 1구에 불과했다.

사체가 발견된 날은 6월 12일이다. 검찰 수사팀이 5월 25일 시신이 발견된 장소에서 가까운 송치재를 수색했을 때 유 전 회장은 운전기사, 신모 여인 등과 동행하고 있었다.

이후 사체가 발견되기까지는 18일의 시간이 흘렀다. 신도들의 도움을 받아 왔던 유 전 회장이 왜 홀로 매실 밭에 갔는지는 의문이 남는 대목이다.

또 유 전 회장의 도피를 도왔던 신도들이 사망 사실을 몰랐냐는 점도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 사체가 발견된 다음 날은 유 전 회장의 도피를 도운 것으로 알려진 일명 신 엄마(신명희)가 돌연 수원지법에 자수했다. 또 검찰은 6월 18일 유 전 회장의 도피를 도운 것으로 알려진 김 엄마의 윗선인 김모 씨를 체포했다.

이어 19일 유 전 회장의 매제 오갑열 전 체코 대사 부부, 21일 유 전 회장의 아내 권윤자 씨, 22일 동생 병호 씨, 25일 최측근 금수원 이석환 상무 등이 체포됐다. 유 전 회장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이들이 과연 유 전 회장의 사망을 정말 몰랐는지 아니면 검찰을 감쪽같이 속였는지 그리고 여기에 검찰이 넘어갔다면 검찰 또한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금수원 이태종 대변인은 유 전 회장으로 추정되는 사체에 대해 유병언 회장님은 술을 전혀 안 하시거든요. 뭐 그런 상황으로 봤을 때는 유병언 회장님이 아닐 가능성이 무척 크다고 주장했다./더팩트 DB
금수원 이태종 대변인은 유 전 회장으로 추정되는 사체에 대해 "유병언 회장님은 술을 전혀 안 하시거든요. 뭐 그런 상황으로 봤을 때는 유병언 회장님이 아닐 가능성이 무척 크다"고 주장했다./더팩트 DB

◆ 유기농만 먹는다는 유 전 회장이 '음주'를?

발견된 사체가 유 전 회장이 아니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유 전 회장이 사실상 교주로 알려진 구원파 내부에서 나온 이야기다. 검경의 발표에 따르면 발견된 사체 주변에는 소주병과 막걸리병 등이 있었다.

지금까지 알려진 바로는 유 전 회장은 미네랄 물과 유기농 음식만 먹는다. 또 술을 마신다는 이야기도 없었다. 사체 발견 후 구원파 신도도 언론과 인터뷰에서 술병이 발견된 점을 의심했다.

22일 이태종 구원파 대변인은 YTN과 인터뷰에서 순천 매실 밭에서 발견된 시신은 유 전 회장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이 대변인은 "주위에 막걸리병 술병 이런 게 많이 있었다고 하는 걸 들었다"며 "유병언 회장님은 술을 전혀 안 하시거든요. 뭐 그런 상황으로 봤을 때는 유병언 회장님이 아닐 가능성이 무척 크다"고 주장했다.

유 전 회장으로 추정되는 사체를 발견하고 DNA 검사에 40일이나 소요됐다는 점에 의문이 일고 있다. 21일 검찰은 유 전 회장에 대한 영장을 재발부 받았다./더팩트 DB
유 전 회장으로 추정되는 사체를 발견하고 DNA 검사에 40일이나 소요됐다는 점에 의문이 일고 있다. 21일 검찰은 유 전 회장에 대한 영장을 재발부 받았다./더팩트 DB

◆ 18일 만에 반 백골?…40일간 DNA 검사도 의문

유 전 회장의 사체로 의심되는 시신은 6월 12일 발견됐다. 검찰이 유 전 회장이 숨은 것으로 알려진 전남 순천 송치재 인근 별장을 급습한 날은 5월 25일이다. 그로부터 18일 후 유 전 회장으로 추정되는 사체가 발견된 것이다.

발견된 사체는 반 백골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별장을 급습한 지 18일 만에 발견된 사체는 반 백골일 정도로 부패 정도가 심했다. 18일이라는 기간 반 백골이 될 정도로 부패가 진행될 수 있는지도 의문이라는 지적이다.

구원파도 이 같은 점을 들어 유 전 회장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구원파 이 대변인은 "2주 정도 만에 부패가 심하게 진행됐다는데 그렇게 될 수 없다"며 "또 겨울 점퍼에 벙거지를 쓴 채 초라한 행색이었다는 것도 말이 안 된다"고 밝혔다.

그뿐만 아니라 DNA 검사에 40일이나 소요됐다는 점도 의문으로 지적되고 있다.

전남지방경찰청은 변사체가 유병언과 DNA가 일치한다는 통보를 경찰청으로부터 21일 통보 받았다고 밝혔다. 지난달 21일 발견된 사체의 DNA를 분석하는데 40여 일이 걸린 것이다. 이는 검경이 당시 발견된 사체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고밖에 볼 수 없는 대목이다.

검경이 사체에 큰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는 점은 그동안의 수사 과정이나 21일 유 전 회장 검거를 위해 영장을 재발부받았다는 점만으로도 알 수 있다.

경찰 관계자는 "발견 당시 시신이 백골 상태로 남아 유병언이라는 의심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구원파 이 대변인은 "이미 시신이 발견된 지 한 달이 넘었는데 이제 와서 DNA 조사 결과를 내놓는 것이 미심쩍다"고 수사 당국을 의심했다.

사건팀 cuba20@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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