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탐사①] '오가피 농장이 골프장?' 국회의원-도지사 10년 갈등 실체
입력: 2014.07.14 15:48 / 수정: 2014.07.14 15:59
개발기업과 환경단체, 현지인, 행정기관, 국회의원이 이해관계자로 충돌하고 있는 구만리 골프장 사태와 관련, 논란의 실체와 해결책은 없는지에 대해 <더팩트>가 집중취재했다./그래픽=손해리 기자
개발기업과 환경단체, 현지인, 행정기관, 국회의원이 이해관계자로 충돌하고 있는 '구만리 골프장 사태'와 관련, 논란의 실체와 해결책은 없는지에 대해 <더팩트>가 집중취재했다./그래픽=손해리 기자

[더팩트ㅣ홍천=이철영 기자] 골프장 건설을 놓고 10년째 분쟁을 겪고 있는 강원도 '구만리 골프장 사태'는 해결책을 찾을 수 없는 것인가.

현직 국회의원과 도지사, 환경단체가 분쟁의 한 축으로 자리하며 법적 공방과 힘겨루기가 더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정겹게 살았던 현지인들마저 찬반 양쪽으로 나뉘어 갈등의 골이 더 깊어지고 있다.

강원도 홍천의 물 맑고 공기 좋은 산골이 갑자기 개발바람에 휩쓸려 내홍을 겪고 있는 현장을 '스포츠서울닷컴의 프리미엄 브랜드' <더팩트> 취재진이 찾아 갈등의 실체와 해결책을 모색했다.

도무지 해결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문제의 장소는 강원도 홍천군 북방면 구만리 1번지 일원의 총 149만 8345㎡(45만 3249평) 임야다.

지난 3일과 7~9일에 걸쳐 나흘 동안 <더팩트> 취재진이 찾은 구만리 현장 인근에는 약 80여 가구가 집성촌 형태로 400여 년 동안 거주하고 있으며 주민들 상당수는 "오가피 농장 건설이 골프장 건설로 둔갑했다"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도시의 개발현장에서나 볼 수 있는 플래카드와 섬뜩한 문구가 분쟁의 현장임을 상징적으로 말해주고 있다.

국회의원과 개발업체, 도지사와 주민들이 이해당사자로 얽혀 있는 '구만리 골프장(마운트나인리조트) 사태' 시발은 지난 200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새누리당 박덕흠 의원(충북 보은 옥천 영동, 초선)이 사실상 소유하고 있는 골프장 개발업체 ㈜원하레저가 골프장과 콘도미니엄 건설을 위해 부지를 매입하면서부터다. 박덕흠 의원은 ㈜원하레저의 대주주로 54%(부인지분 4.51% 포함)의 지분을 갖고 있고 세 자녀가 45%(각각 15%)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실질적인 소유주다.

27홀 규모의 골프장 건설은 강원도로부터 사업계획 승인을 받았으나 이후 현지인과 갈등을 빚으며 공사착공 및 중단, 사업계획 승인취소, 2014년 인허가 취소 부당 행정소송 제기등 10여 년 동안 개발업체와 행정당국, 현지민들의 갈등과 법적 다툼이 끊이지 않으면서 교착상태에 빠져 있다. 원하레저측은 "그동안 부지매입등 사업준비에 약 450억 원이 들어갔다"며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판결이 나오면 일을 다시 시작하겠다"며 사업포기 의사가 없음을 강력히 내비치고 있다.

구글 위성지도로 본 강원도 홍천군의 구만리 골프장 건설 부지(위쪽 붉은 네모). 아래쪽은 골프장 건설 예정 현장을 확대한 사진./구글 맵 캡처
구글 위성지도로 본 강원도 홍천군의 구만리 골프장 건설 부지(위쪽 붉은 네모). 아래쪽은 골프장 건설 예정 현장을 확대한 사진./구글 맵 캡처

◆ ‘오가피 농장’이라 믿었는데…‘골프장’ 탈바꿈 후 갈등 시작

논란의 중심에 있는 구만리 골프장은 애초 오가피 농장을 위한 부지로 지난 2004년 비큐공업(현 원하레저)이 매입했다. 구만리 마을 주민들에 따르면 오가피 농장을 하겠다던 이 부지는 돌연 2006년 골프장 개발로 사업용도가 바뀌었다.

원하레저가 매입한 부지는 지난 2003년 7월 농촌용수개발사업계획(저수지)이 확정돼 국비 130억 원을 배정받았으며 그 중 12억 원을 들여 실시설계가 완료됐다. 그러나 2004년 원하레저(당시 비큐공업)가 오가피 농장을 하겠다며 부지를 매입하면서 용수개발사업은 중단됐다.

구만리 현장에서 만난 지역 주민은 당시 상황에 대해 “처음에 오가피 농장을 한다고 들었다. 원래는 저수지가 만들어질 계획이었는데 갑자기 골프장이 들어선다면서 중단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구만리 원하레저 현장사무소 관계자는 “오가피 농장을 하려 했지만 부적합했다. 그래서 뭘 할까 고민을 많이 했다. 그런데 당시 강원도가 골프장을 적극적으로 유치하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전문가를 통해 자문을 구한 결과 골프장을 해도 나쁘지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매입한 땅도 아깝고 해서 골프장 건설로 계획을 바꾼 것뿐이지 의도했던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저수지 개발 중단으로 시작된 회사와 지역 주민 간의 갈등은 원하레저가 골프장 개발을 위한 주민 동의서를 받는 과정에서 더욱 악화했다. 골프장 개발을 찬성하는 측과 반대하는 주민들 간의 갈등이 시작된 것도 이때부터다. 당시 주민 동의서를 받는 과정에서 원하레저는 가구당 지원금 1000만 원을 제안했다.

구만리 골프장 사태는 지난 2004년부터 현재까지 지역 주민과 개발회사의 갈등을 시작으로 정치권과 시민단체 등이 참여하면서 10여 년째 갈등을 빚고 있다./그래픽=손해리 기자
구만리 골프장 사태는 지난 2004년부터 현재까지 지역 주민과 개발회사의 갈등을 시작으로 정치권과 시민단체 등이 참여하면서 10여 년째 갈등을 빚고 있다./그래픽=손해리 기자

이 과정에서 골프장 반대 주민들은 원하레저 측이 노인들을 대상으로 늦은 밤에 집을 찾아 현금을 주며 회유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원하레저 측은 반대파 주민들의 반발로 어쩔 수 없는 조치였다고 반박했다. 결국 원하레저에서 지원금을 받고 동의서에 사인했던 13명은 받을 수 없다며 법원에 돈을 공탁했다.

하지만 원하레저는 구만리 77가구 중 40가구로부터 골프장 개발 찬성(52%) 동의서를 받아 2010년 12월 30일 강원도로부터 골프장 사업계획승인을 받았고, 2011년 4월 11일 원하레저는 ‘마운트나인리조트’ 건립을 위해 총 149만 8345㎡(45만 3249평)부지에 27홀 골프장과 56실 콘도 조성사업을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골프장 개발을 반대하는 주민들과 개발회사 측의 격렬한 갈등이 빚어졌다. 골프장 개발 반대에 나선 주민 대부분은 전과자가 됐다.

◆ 강원도지사가 사태의 한 배경?

골프장 개발사업 승인과 취소 결정이 나는 과정에서 두 번의 강원도 도지사 선거가 치러진 것도 이 사태가 더 꼬이게 된 배경으로 꼽는 이들도 있다. 구만리 골프장 사업승인은 2010년12월 이광재 전 강원도 도지사 시절 결정됐지만 다음해인 2011년 4월 강원도지사 보궐선거에서 당시 민주당 최문순 도지사 후보자는 "주민동의 없이 추진되는 개발사업은 반대한다"며 "골프장 총량제, 인허가 가이드라인을 최선을 다해 다시 검토하겠다"며 사실상 골프장 건설 반대입장을 나타냈다. 이후 우여곡절 끝에 최문순 도지사는 최종적으로 지난 6월 지방선거를 3개월여 앞둔 시점인 2014년 3월 사업승인 취소처분을 내렸다.

원하레저측은 이에 최 도지사측이 재선을 의식해 취소처분을 내린 것 아니냐며 인허가 취소 부당 행정소송을 지나 4월 제기했다.

반면 해당 지역민들은 지난 5월 환경단체와 함께 국회에서 골프장 개발 반대 기자회견을 갖는 등 '구만리 골프장 사태'는 해결책을 찾지 못한 체 날로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모양새다.

새누리당 박덕흠 의원실과 최문순 강원도 도지사측은 '구만리 골프장 사태' 해결을 위해 비공개적으로 해결책 모색에 나섰지만 결국 서로 바라는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지금의 법적 다툼에 이른 것으로 확인됐다.

박 의원과 최 도지사는 구만리 현안과 관련, '침묵'과 '함구'로 일단 법원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오는 25일 춘천지방법원에서 양측은 인허가 취소 부당 행정소송에 관한 첫 변론기일을 갖는다.

◆ 강원도, 원하레저 상대 소송 잇따라 ‘패소’…최문순 도지사 ‘사업승인취소’

주민들과 갈등을 빚고 있는 구만리 골프장 개발 업체는 환경영향평가서 부실작성 문제를 시작으로 2010년부터 강원도와 소송을 이어오고 있다. 강원도는 원하레저와의 소송에 지금까지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환경영향평가서 부실작성과 관련된 문제에 대해서도 원주지방환경청은 “재평가 대상은 아니다”는 결정을 받았다. 또 2012년 5월 강원도가 제기한 ‘부작위위법 확인 청구소송’에서도 원하레저가 승소했으며, 공사재개 불승인처분 취소소송에서도 1, 2심 모두 원하레저가 승소했다.

이처럼 잇단 패소에도 강원도가 구만리 골프장에 관해 관심을 기울인 배경엔 최문순 도지사가 있다. 지난 2011년 4.27 강원도지사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최 도지사는 ‘강원골프장 문제 해결을 위한 범시민대책위원회’에 문제 해결을 약속했기 때문이다.

강원도지사에 당선된 최 도지사는 도지사 직속의 ‘강원도골프장문제해결을위한특별위원회’(이하 골프장특위)를 구성해 구만리 골프장 사업 인허가 과정을 조사했다. 2013년 12월 11일 골프장특위는 구만리 골프장 건설에 대한 문제점을 조사한 ‘마운트나인 리조트 사업계획 승인의 위법성 검토 보고서’를 최 도지사에게 공식 보고했다. 골프장특위는 보고서를 통해 구만리 골프장 건설 인허가 과정에서의 위법사례를 지적하고 ‘직권취소’에 대한 도지사의 결단을 요구했다.

골프장특위 보고서에 따르면 구만리 골프장 인허가 과정에서 사업자측이 골프장 건설 부지를 대상으로 한 조사 과정에서 실제 조사에 참여하지 않은 자가 조사에 참여한 것으로 기재된 부분에 대해 원주지방환경청이 2013년 4월께 검찰에 고발조치 한 사실과, 사전환경성검토서와 환경영향평가서에 사업자측이 멸종위기 야생동식물의 존재에 대한 사실 은폐, 축소 및 허위 기재한 사실 등 인허가 과정에서 발생한 위법행위를 면밀히 검토해 지적했다.

10년째 갈등을 빚고 있는 구만리 마을 입구에는 최문순 강원도지사의 골프장 개발 반대를 촉구하는 문구의 플래카드가 곳곳에 나부끼고 있다./홍천=이새롬 기자
10년째 갈등을 빚고 있는 구만리 마을 입구에는 최문순 강원도지사의 골프장 개발 반대를 촉구하는 문구의 플래카드가 곳곳에 나부끼고 있다./홍천=이새롬 기자

또한 골프장 건설 완공 이후 운영상에서 발생하게 될 비용적인 측면에서의 손실과 골프장 폐쇄 등의 결과가 발생할 경우 폐쇄된 골프장의 환경복원이 요원해질 것을 우려해, 직권취소에 따른 경제적 손실보다 직권취소로 인한 공익상의 필요가 현저히 높다는 점 등을 토대로 구만리 골프장 건설 인·허가에 대한 직권취소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에 강원도는 '체육시설의 설치·이용에 관한 법률'에 따라 사업자 청문 등의 행정절차를 거쳐 지난 3월 21일 승인을 취소했다. 그러나 원하레저는 지난 4월 8일 승인 취소가 부당하다며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더팩트>는 최 도지사의 취소 결정과 배경을 확인하기 위해 강원도청 대변인실에 관련 인터뷰 등을 요청했다. 지난 8일 대변인실 관계자는 “최 도지사는 골프장에 관해서는 이야기하지 않기로 했다. 그동안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본의 아니게 최 도지사도 상당한 상처를 입어 골프장 문제에 대해 말을 아끼려고 한다”고 말했다.

◆ 골프장 개발사 박덕흠 국회의원 소유 논란 불거져

강원도 측의 승인취소에 대해 원하레저가 반발하며 지난 4월 행정소송을 제기하자 주민과 시민단체, 그리고 새정치민주연합 장하나 의원은 지난 5월 29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 의원을 겨냥하며 비난했다. 강원도 홍천의 문제가 해결점을 찾지 못하고 국회로 비화된 셈이다.

당시 기자회견에서 장하나 의원은 “구만리 골프장 개발사인 원하레저의 실소유자는 박덕흠 의원이다. 국회의원 소유 기업체가 강원도의 결정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다시 골프장 건설을 진행하겠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박 의원의 소송 포기를 촉구했다.

박 의원과 남다른 친분이 있는 국회의원실 관계자는 원하레저와 박 의원 측을 향해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았다. 익명을 요구한 이 관계자는 "박 의원이 골프장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욕심을 버려야 한다. 아직도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계속 골프장에 연연해서 재선할 수 있을까 싶다"며 "이제 그만 골프장에서 손을 떼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더팩트>는 구만리 골프장 논란에 대한 박 의원의 생각을 듣기 위해 의원실 관계자에게 정식으로 인터뷰를 요청했다. 그러나 의원실 관계자는 “인터뷰에 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의원실 관계자는 “박 의원이 이 문제에 대해 특별히 할 말이 없는 이유는 회사 입장도 있기 때문이다. 괜한 이야기를 꺼냈다가 회사에 피해가 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어찌 됐든 지역 주민들과의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고민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반발을 최소화해서 접점을 찾도록 노력하지 않을까 싶다. 소송이 끝나야 알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사건팀 cuba20@tf.co.kr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이메일: jebo@tf.co.kr
▶뉴스 홈페이지: http://talk.tf.co.kr/bbs/report/write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
AD
인기기사
실시간 TOP10
정치
경제
사회
연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