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 현장] '2학년 3반 17번 박예슬 전시회' 못다 이룬 꿈 이렇게라도…
입력: 2014.07.05 14:05 / 수정: 2014.07.05 14:05

세월호 참사 희생자인 안산 단원고등학교 2학년 故 박예슬 양의 꿈이 전시회장에서 다시 살아난다. 4일부터 서울 종로구 서촌갤러리에선 단원고 2학년 3반 17번 박예슬 전시회라는 제목의 전시회가 열렸다. 이 곳에 <더팩트>도 방문했다./경복궁=김아름 인턴기자
'세월호 참사' 희생자인 안산 단원고등학교 2학년 故 박예슬 양의 꿈이 전시회장에서 다시 살아난다. 4일부터 서울 종로구 서촌갤러리에선 '단원고 2학년 3반 17번 박예슬 전시회'라는 제목의 전시회가 열렸다. 이 곳에 <더팩트>도 방문했다./경복궁=김아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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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ㅣ경복궁=김아름 인턴기자] 디자이너가 되고 싶다던 꿈 많은 18세 소녀. 구두의 '또각또각' 소리가 좋다며 스케치를 하기도 하고 남자친구와 꼭 함께 입고 싶은 옷을 디자인해 그리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 4월 16일 진도 팽목항에서 그 꿈은 소녀와 함께 물거품이 돼 사라졌다.

4일 세월호 참사 80일 만에 파도 속 거품이 됐다고 믿었던 소녀의 꿈은 서울 종로구 효자동 40-2 서촌갤러리에서 그를, 그리고 그의 꿈을 사랑한 많은 사람의 손길에서 되살아났다.

이날 오후 3시쯤 <더팩트>도 '2학년 3반 17번 박예슬 전시회'가 열린 서촌갤러리를 찾았다. 전시회를 축하하기 위함인지 유난히 푸른 하늘에 전시장을 향하는 취재진의 발걸음도 가벼웠다.

서촌갤러리엔 故 박예슬 양의 작품을 감상하기 위해 많은 시민이 찾았다.
서촌갤러리엔 故 박예슬 양의 작품을 감상하기 위해 많은 시민이 찾았다.

갤러리 건물엔 '박예슬 전시회' 현수막이 크게 걸려 있었으며 그 앞은 많은 취재진의 차량과 방문객으로 멀리서 봐도 취재진이 찾는 곳임을 알 수 있었다. 좁은 계단을 지나 2층에 마련된 전시장에 들어가니 20평 남짓한 작은 공간엔 이미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의 관람객으로 가득 차 있었다.

교복을 입은 학생부터 나이가 지긋한 어른까지 남녀노소 불문하고 다양한 사람들이 예슬 양의 작품을 감상하고 있었다.

이날 유독 취재진의 눈은 교복을 입은 어린 학생들에게 고정됐다. 더운 여름 땀을 뻘뻘 흘리며 무거운 가방을 짊어진 채 예슬 양을 만나러 온 그 학생들을 보고 있으니 어른으로 괜스레 부끄럽고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전시장은 예슬 양의 어린 시절 추억이 담겨 있는 그림과 구두, 옷, 도면 등 다양한 작품 40여 점으로 구성됐다. 이 가운데 특히 취재진의 눈길을 사로잡았던 작품은 예슬 양이 디자인한 구두로 이겸비 디자이너가 직접 예슬 양의 스케치를 보고 예슬 양 어머니의 발에 꼭 맞는 작품으로 완성했다.

또 중학교 3학년 당시 남자친구와 꼭 입고 싶다며 예슬 양이 디자인한 옷도 실제로 만들어져 예슬 양과 남자친구가 아닌 마네킹에 입혀져 사람들에게 공개됐다.

예슬 양이 디자인한 구두와 옷은 유명 디자이너들 손을 거쳐 작품으로 다시 태어났다.
예슬 양이 디자인한 구두와 옷은 유명 디자이너들 손을 거쳐 작품으로 다시 태어났다.

한쪽 벽엔 박 양이 찍은 사진과 동영상이 '거위의 꿈' 노래에 맞춰 상영됐으며 시냇가에서 "맨들맨들한 돌 느낌이 좋다, 물소리가 좋다"면서 까르르 웃는 박 양의 음성이 들려왔다. 그의 목소리에 취재진을 비롯해 전시를 관람하던 관객의 눈가엔 촉촉하게 물기가 어렸다. 예슬 양의 못다 이룬 꿈에 모두가 가슴 아파했다.

또 다른 한편엔 사고 발생 이틀 전인 14일에 예슬 양이 그린 구겨진 종이와 청보라 색 유리구슬과 함께 '4월 14일 박예슬ㅋ'이라는 글자가 선명하게 남아 꿈에 대한 예슬 양의 간절한 마음을 미세하게나마 느낄 수 있었다.

이날 전시장을 방문한 관람객은 하나같이 예슬 양의 못다 이룬 꿈을 안타까워 했다.
이날 전시장을 방문한 관람객은 하나같이 예슬 양의 못다 이룬 꿈을 안타까워 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이곳을 찾는 관람객은 점점 늘어났고 모두 하나같이 눈물을 보이거나 안타까워했다. 80여 일이 지났지만 '세월호 참사'로 잃은 아이들에 대한 끊이지 않는 관심과 사랑이 여전함을 느낄 수 있었다.

애초 전시회 개장은 이날 오후 6시로 예정돼 있었다. 그러나 전시회 소식을 듣고 오전부터 방문한 관람객들로 어쩔 수 없이 개장이 앞당겨져 관람객에 공개됐다. 또 오후 7시쯤엔 예슬 양의 전시회 개관을 축하하기 위해 예슬 양 가족을 비롯해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과 단원고 학생 등이 갤러리에 방문했다.

4일 서울 종로구 효자동 서촌갤러리에서 세월호 참사 희생자인 단원고등학교 2학년 故 박예슬 양의 전시회가 열렸다. 이날 전시회 개장엔 예슬 양의 가족을 포함해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과 친구들이 참석했다.
4일 서울 종로구 효자동 서촌갤러리에서 '세월호 참사' 희생자인 단원고등학교 2학년 故 박예슬 양의 전시회가 열렸다. 이날 전시회 개장엔 예슬 양의 가족을 포함해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과 친구들이 참석했다.

이제 전시장은 관람객이 아닌 예슬 양이 그토록 사랑했던 가족과 친구들을 만나야 할 시간이었다. 취재진은 그들의 만남을 위해 발길을 돌렸다. 전시장 밖을 나와 아쉬운 마음으로 다시 한번 전시장 건물을 바라봤다. 7월의 뜨거운 태양은 점차 산 너머로 사라지며 어스름이 하늘을 석양으로 물 들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아래 환하게 웃는 예슬 양이 있었다.

이 자리에 있었더라면 얼마나 행복하고 좋아했을까. 이루지 못한 꿈, 그러나 이뤄진 꿈에 하늘에서 예슬 양이 행복해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한편 예슬 양 전시회는 무기한으로 진행될 예정이며 평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8시까지, 주말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6시까지 운영된다.


사건팀 beautiful@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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