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철을 맞아 미세먼지와 황사가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임산부들의 걱정이 깊어지고 있다. 국내외 연구진들은 미세먼지가 태아에게 악영향을 끼치는 각종 연구 결과를 내놓고 있다. /이덕인 기자 |
임신 중 미세먼지 노출, 아기 아토피·고혈압 발병률 높여
[더팩트│황원영 기자] 연이어 미세먼지 농도가 ‘나쁨’ 수준을 기록하는 가운데 임산부들의 걱정이 깊어지고 있다. 면역력이 약해져 일반인보다 미세먼지에 취약한 데다 태아 역시 각종 질병에 쉽게 노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미세먼지가 태아에게 악영향을 끼친다는 각종 연구 결과가 나오면서 임산부들의 불안은 더욱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세먼지에 대비하기 위해 외출 시에 마스크를 착용하고 의사의 진료를 받는 등 각별한 주의를 기울이라고 당부했다.
미세먼지가 임산부에게 미치는 영향은 어떠할까?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미세먼지는 피부와 눈, 코 또는 인후 점막에 직접 접촉해 물리적 자극을 유발한다. 크기가 작기 때문에 호흡기와 혈관을 통해 인체 곳곳에 영향을 주게 된다. 특히 임산부의 경우 저체중과 조산을 초래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임산부가 미세먼지에 많이 노출될수록 아기가 아토피피부염에 걸릴 확률이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화여대 의대 작업화경교실 하은희 교수팀에 따르면 임신 초기(0~12주)에 미세먼지 노출량이 1㎥당 10마이크로그램(㎍)씩 증가할 때마다 출산 후 6개월 이내 아이가 아토피피부염에 걸릴 위험은 22% 상승했다. 또한 자동차에서 배출되는 대표적 대기오염물질인 이산화질소(NO2)도 노출량이 10ppb씩 증가할 때마다 아이의 아토피피부염 위험률이 35% 올라갔다.
하 교수팀은 2006∼2010년 사이 모자환경보건센터에 등록된 산모 659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벌였는데 조사대상 산모의 임신 중 하루 평균 미세먼지 노출량은 53.60㎍/㎥이었다. 이는 PM10의 농도 등급 기준으로 보통(31∼80)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미세먼지에 대비하기 위해 외출 시에 마스크를 착용하고 의사의 진료를 받는 등 각별한 주의를 기울이라고 당부했다. /남용희 기자 |
임신 초기에 미세먼지에 과다 노출될 경우 조산이나 저체중아 출산 위험이 커진다는 실험 결과도 나왔다. 현재 조기출산의 20%가 대기오염과 관련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궈유밍 호주 모나시대 교수팀에 따르면 임신 기간 중 PM1이 1㎥당 10㎍인 환경에 노출될 경우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조산 위험은 9% 높아지고 52㎍의 환경에 노출될 경우는 조산 위험이 36%까지 높아지게 된다.
초미세먼지에 노출된 경우에는 아이의 고혈압 발병률이 높아진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미국 존스 홉킨스대학 보건대학원의 노엘 뮐러 역학 교수 연구팀이 모자 1293쌍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임신 6개월 이후 초미세 먼지 노출량 상위 30%에 해당하는 아이들은 하위 30% 아이들에 비해 최고 혈압인 수축기 혈압이 고혈압에 해당할 가능성이 61%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에 따르면 임신 전 PM2.5에 노출돼도 아이의 혈압과 관련이 없었다. 즉, 임산부의 초미세먼지 노출이 소아기 혈압과 관련이 있다는 증거다.
미세먼지가 임산부의 건강은 물론 태아의 건강에도 각종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예방수칙에도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미세먼지에 대한 최선의 예방수칙은 고농도 미세먼지 환경 노출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질병관리본부는 미세먼지 취약자를 대상으로 건강보호 수칙 5가지를 내놨다.
우선 △주거지역의 미세먼지 예보를 주기적으로 확인하고 △미세먼지 농도가 나쁠 때는 외출을 자제해야 한다. 또 △기저질환자의 경우 기존 치료를 유지하고 △의사와 상의해 미세먼지 차단마스크를 착용한다. 마지막으로 질병관리본부는 △증상이 악화됐을 경우 의사의 진료가 필요하다고 권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