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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초점] '무알코올 맥주', 임산부·운전자 안심하고 마셔도 되나?
입력: 2018.04.17 03:00 / 수정: 2018.04.23 16:28

최근 가벼운 음주 문화 확대와 함께 무알코올 맥주 시장이 커지고 있지만, 대부분 제품에선 소량의 알코올이 함유된 것으로 밝혀졌다. /이성로 기자
최근 가벼운 음주 문화 확대와 함께 '무알코올 맥주' 시장이 커지고 있지만, 대부분 제품에선 소량의 알코올이 함유된 것으로 밝혀졌다. /이성로 기자

[더팩트ㅣ이성로 기자] 최근 가벼운 음주 문화 확대와 함께 술을 즐기지 못하는 소비자를 위한 무알코올 맥주 시장 역시 급성장하고 있다. 그렇다면 무알코올 맥주에는 알코올이 전혀 없는 것일까. 업계 관계자들은 '무알코올'이란 타이틀에 '자칫 부작용이 생길 여지가 있다'고 조심스런 태도를 보이고 있다. 알코올이 없는 맥주인데 무엇이 문제일까. '무알코올 맥주'의 오해와 진실을 들여다본다.

28일 업계 추정치에 따르면 2012년 13억 원에 불과했던 국내 무알코올 맥주 시장은 2013년 50억 원, 2014년 61억 원, 2015년엔 62억 원대까지, 3년 사이에 4배의 성장을 기록했다. 업계에선 올해엔 역대 최대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약 2조700억 원 수준인 일반 맥주 시장과 비교하면 '새 발의 피'이지만, 맥주 업체들은 최근 가벼운 음주 문화의 확산과 제품 다양성 측면에서 '무알코올 맥주' 시장에 매력을 느끼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건강을 중시하는 흐름 속에 국내 무알코올 음료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크게 보고 있다.

하이트진로음료 관계자는 "한국에 앞서 무알코올 음료를 출시한 일본 시장은 대기업이 잇따라 진출하며 2016년 기준으로 약 657억엔(약 6700억 원) 규모로 성장했다"며 "국내 무알코올 음료 시장은 아직 초기 단계이지만 일본 무알코올 음료 시장 규모와 비교하면 인구수와 물가 등을 고려할 때 최소 10배까지 성장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현재 국내엔 에딩거프라이, 마이셀, 논알콜 맥스라이트, 클라우스탈러, 비트버거 드라이브, 웨팅어프라이, 산미구엘 엔에이비, 바바리아 0.0% 등 수입산을 비롯해 지난 2012년 출시된 국내 최초 무알코올 맥주인 하이트진로음료의 하이트제로와 지난 6월 롯데칠성음료에서 내놓은 클라우드 클리어 제로 등이 유통되고 있다.

'맥주 업계 1위'인 오비맥주는 아직 신중한 입장이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장기적인 브랜드 포트폴리오 확보 측면에서 향후 무알코올 맥주 출시를 검토하고 있으나 아직 결정된 사항은 없다"고 밝혔다. 당장 구체적인 계획은 없지만, 시장 진출에 대한 의지는 분명한 상태다.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무알코올 맥주 대부분의 소량의 알코올을 함유하고 있는 가운데 하이트제로(왼쪽부터), 클라우드 클리어 제로, 바바리아 0.0%는 0.00001%의 알코올도 포함되지 않았다. /하이트진로음료, 롯데칠성음료, 아영FBC 제공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무알코올 맥주' 대부분의 소량의 알코올을 함유하고 있는 가운데 하이트제로(왼쪽부터), 클라우드 클리어 제로, 바바리아 0.0%는 0.00001%의 알코올도 포함되지 않았다. /하이트진로음료, 롯데칠성음료, 아영FBC 제공

◆ 무알코올 맥주는 정말 알코올 도수가 없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무알코올 맥주에 도수는 엄연히 존재한다.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무알코올 맥주' 가운데 알코올이 0.00001%도 없는 제품은 손에 꼽을 만하다. 무알코올이라고 해서 알코올이 없다는 것은 아니란 이야기다. 그렇다면 '무알코올 맥주'란 '어불성설 타이틀'은 어떻게 탄생한 것일까.

국내 주세법에 따르면 알코올 도수 1도 이상인 제품에 대해서만 '주류'로 인정하고 있다. 1도 미만은 맥주는 '주류'가 아닌 '혼합 음료'나 '탄산음료'로 분류된다. 알코올 도수를 '0'이나 무알코올이라고 해도 문제 되지 않는 셈이다.

현재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무알코올 맥주' 가운데 알코올이 전혀 들어가지 않은 제품은 모두 3가지다. 하이트제로, 클라우드 클리어 제로 그리고 바바리아 0.0%만이 '진정한 무알코올 맥주'로 밝혀졌다.

하이트진로음료, 롯데칠성음료, 바바리아 맥주를 수입하고 있는 아영FBC 관계자 모두 <더팩트> 취재진에게 '주세법상 알코올도수 1도 미만이면 음료로 분류된다. 국내에 판매되고 있는 대부분의 수입산 '무알코올 맥주'에는 소량의 알코올을 함유됐어도 무알코올 맥주라고 홍보하고 있다. 하지만 저희 제품은 0.00001%의 알코올도 포함되지 않았다'고 입을 모아 강조했다.

세 개의 제품 외에 에딩거프라이(0.5%), 마이셀(0.4%), 클라우스탈러(0.3%), 웨팅어프라이(0.2%), 비트버거 드라이브(0.04%), 논알콜 맥스라이트(0.02%), 산미구엘 엔에이비(0.003%) 등은 소량이지만 알코올이 포함돼 있다.

'무알코올'이란 문구에 무턱대고 '무알코올 맥주'를 마셨다간 임산부는 태아의 건강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고, 운전자는 음주 운전자로 전락할 수 있다.

업계에선 소량이지만, 대부분의 무알코올 맥주에 알코올이 들어간 만큼 브랜드 마케팅에도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들리고 있다. 롯데칠성음료의 클라우드 클리어 제로는 운전 중에도 마실 수 있는 무알코올 맥주라는 콘셉트의 CF를 내놓았다. /클라우드 클리어 제로 광고 영상 갈무리
업계에선 소량이지만, 대부분의 '무알코올 맥주'에 알코올이 들어간 만큼 브랜드 마케팅에도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들리고 있다. 롯데칠성음료의 클라우드 클리어 제로는 운전 중에도 마실 수 있는 무알코올 맥주라는 콘셉트의 CF를 내놓았다. /클라우드 클리어 제로 광고 영상 갈무리

◆ 음주운전·청소년 음주 조장?

업계에선 소량이지만, 대부분의 '무알코올 맥주'에 알코올이 들어간 만큼 브랜드 마케팅에도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들리고 있다.

롯데칠성음료는 최근 지난 6월 출시한 무알코올 음료 '클라우드 클리어 제로'의 세 가지 버전(운전, 병원, 회의 편) 영상 광고를 공개했다. 운전 중, 병원 입원 중, 회사 미팅 중에도 부담 없이 맥주를 즐길 수 있다는 콘셉트다. 알코올이 전혀 함유되지 않았기 때문에 술을 마시기 힘든 상황에서도 걱정 없이 모두가 마실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롯데칠성음료의 의도와 다르게 일부에선 우려의 시선이 고개를 들고 있다. 클라우드 클리어 제로 CF가 모든 브랜드의 무알코올 맥주를 대변할 수 없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무알코올 맥주에 소량의 알코올이 있기 때문에 음주 운전을 조장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한 업계 관계자는 "사실 '조금은 무리수를 던진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무알코올 맥주'라는 타이틀은 '건전한 음주 문화를 정착하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CF는 자칫 '음주 운전을 조장한다'는 오해를 살 수도 있을 것 같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무알코올 맥주'는 '음료'로 분류되기 때문에 일반 주류와 다르게 광고에 대한 제한이 없다. 일반 맥주는 심야 특정 시간 이후에 TV 광고가 허용되지만, 일반 음료는 그렇지 않다. 어린이부터 청소년까지 누구나 어려움 없이 '무알코올 맥주'를 접할 수 있다는 뜻이다.

또 다른 유통 업계 관계자는 "세 가지 버전을 모두 봤는데 알코올이 없는 맥주이긴 하지만 자칫 청소년들에게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말을 아꼈다.

반면, 롯데칠성음료 측은 문제 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한 관계자는 "다른 제품과 다르게 알코올이 0.00001%도 없는 일반 음료이다. CF에서도 나오듯 맥주를 마시고 싶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을 때 부담 없이 마실 수 있는 제품의 특성을 강조한 것이다"고 밝혔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해 11월 비알코올 음료의 표시 규정 신설안을 내놓고 개정 개시를 준비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홈페이지 갈무리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해 11월 '비알코올 음료의 표시 규정 신설안'을 내놓고 개정 개시를 준비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홈페이지 갈무리

◆ 무알코올 맥주가 무알코올이 아닌데…법적 제재는?

'무알코올 맥주'가 문제 되는 것은 두 가지다. 소량이지만, 알코올이 들어가 있음에도 '무알코올 맥주'란 타이틀을 내걸고 판매가 되고 있는 점과 청소년들의 접근이 비교적 자유로울 수 있다는 점이다.

'무알코올 맥주'의 알코올 함량이 문제가 되자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에선 구체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식약처는 지난해 11월 '비알코올 음료의 표시 규정 신설안'을 내놓고 개정 개시를 준비하고 있다. 이번 규정 신설안에는 '주류 이외의 식품에 알코올 식품이 아니라는 표현, 알코올이 없다는 표현, 알코올이 사용되지 않았다는 표현을 사용하는 경우에는 성인이 먹는 식품임을 표시하고, 알코올 식품이 아니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경우에는 에탄올 1% 미만 함유도 함께 표시하도록 규정'이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

식약처 관계자는 <더팩트>와 전화통화에서 "현재까지 알코올이 들어간 음료에 '무알코올 맥주', '알코올 프리(Free)', '논(Non) 알코올'이란 문구가 들어가도 도수가 1도 미만이면 법적인 책임은 없다"면서 "하지만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 지난해 11월에 무알코올 맥주를 알코올 함유 여부에 따라 분류하는 내용의 행정예고를 한 상태다. 아마 올해 말 정도에 개정 개시될 예정이다"고 설명했다.

해당 신설안이 개정 개시되면 소량의 알코올이 함유된 '무알코올 맥주'에 알코올이 들어갔다는 표시를 의무적으로 해야 된다.

현재 국내에서는 19세 미만 청소년에게 '무알코올 맥주'를 판매할 수 없다. 식약처는 각 주류 제조사와 판매업체들에 청소년에게 무알코올 맥주 판매를 금지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어린이들이 선호하는 과자, 음료 등 어린이 기호식품은 담배 또는 술병의 형태로 포장하는 것을 금지하도록한다'는 '어린이 식생활 안전관리 특별법 제2조 및 9조'에 따른 조치다.

무알코올 맥주 판매를 위해서는 '성인용 음료'라는 문구를 제품에 명확히 표기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과태료 500만 원이 부과된다.

식약처 관계자는 "무알코올 맥주는 주세법에 따라 주류가 아닌 음료로 구분되어 있지만, 청소년들의 접근을 차단하고 있다. 마트 등 주 판매처에선 주류 코너에 배치해야 하고, 청소년에게 판매하는 것을 금지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또한, 온라인 등에서는 성인 인증을 거쳐야 판매하도록 되어 있다. 제품에도 '성인용 음료'라는 문구가 없으면 50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해야한다 "며 "하지만, 무알코올 맥주는 음료에 해당되기 때문에 어디까지나 권고 사항일 뿐이다. 어긴다 해도 따로 법적인 재제는 할 수 없는 상황이다"고 밝혔다.

sungro51@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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