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드라마 '런온'이 저작권을 침해해 소송에 휘말렸다. JTBC는 외주 업체인 소품팀의 과실이라며 책임을 전가하고 있지만 작가는 전혀 다른 주장을 하고 있다. /JTBC 방송화면 캡처 |
3개월간 편집·공식사과 등 시정 조치 요구→묵살, 결국 법정 行
[더팩트ㅣ김샛별 기자] JTBC 드라마 '런 온'이 저작권 침해로 피소됐다. 지난 2월 작가 A 씨는 JTBC를 상대로 저작권침해금지가처분 신청을 제기한 것으로 드러났다. <더팩트> 취재 결과 16일 현재 소송은 서울중앙지법 제60민사부 2차 심문기일을 앞두고 있으며, A 씨는 법률대리인 오윤경 변호사를 통해 합의 의사가 없다는 취지의 의견서를 제출한 상태다.
A 씨는 해당 드라마 속 그림 2점이 자신의 허락 없이 무단으로 사용됐다며 방송사 측에 여러 차례 시정을 요구했고, 받아들여지지 않자 저작권침해금지가처분을 신청했다. A 씨가 이번 소송을 통해 요구하는 건 JTBC의 공식사과와 저작권을 침해 당한 자신의 그림이 더 이상 노출되지 않는 것이다. 양측은 현재 보전소송을 진행 중이다. 저작권에 대한 JTBC의 안이한 태도가 결국 법적 분쟁으로 이어진 셈이다.
사건은 A 씨의 그림 2점이 지난해 12월부터 올 2월까지 방송된 '런 온'에 등장하면서 시작됐다. 해당 그림은 여주인공 오미주(신세경 분)의 집 거실과 현관에 걸려 있던 만큼 노출도 빈번했다. 방송은 8회까지 진행된 상태였고, A 씨의 그림이 포함된 촬영분은 12회까지 제작된 상황이었다. 이를 뒤늦게 인지한 A 씨는 1월, JTBC에 저작권이 침해된 사실을 알린 뒤 이를 시정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JTBC는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은 채 A 씨의 요구를 묵살했다.
A 씨는 <더팩트>에 "제 작품이 드라마에서 보이지 않도록 조치를 할 것, 작가의 저작권을 침해한 행위라는 점을 인정하고 작가와 시청자들에게 공식적으로 사과할 것, 저작권 침해 행위에 대해 정당한 보상을 할 것을 요청했다. 하지만 JTBC의 답변은 외주를 준 소품업체의 실수이니 해당 업체와 합의하라는 내용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JTBC는 무조건 소품 회사 잘못이라고 주장하는데 그림이 포함된 내용을 직접 방송하고 송출하고 있는 주체는 JTBC가 아니냐"면서 "그럼에도 모든 책임을 소품업체에 전가하는 태도를 납득할 수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결국 A 씨는 법의 힘을 빌릴 수밖에 없었다. 그는 "소송이 진행 중이지만, JTBC 측은 답변서도 제출하지 않고 심문기일에 출석조차 하지 않았다. 심지어는 심문기일 당일까지도 제 그림이 포함된 드라마 메이킹 홍보 영상이 유튜브에 공개돼 있었으며, 해당 드라마는 국내 OTT와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에 VOD로 서비스되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JTBC 측의 입장도 확인했다. 제작진 관계자는 <더팩트>에 "저작권을 해결하지 않은 그림을 소품으로 사용하려던 의도는 전혀 없었다"며 "외주업체로 구성된 소품팀의 과실로 제작진은 인지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또한 "업체에서 과실을 인정하고 작가에게 공식 사과하려고 했으나, 작가 법률대리인이 JTBC 채널과 이야기하겠다며 저작권침해금지 가처분 소송을 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즉 문제의 원인 제공은 당초 외주 업체에 있기 때문에 JTBC와는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또한 공식사과 역시 해당 업체에서 하려고 했으나 작가가 JTBC에게 화살을 돌렸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실제로 저작권을 직접적으로 침해한 건 외주업체 스파티움이다. 통상적으로 드라마 제작 과정에서 그림을 포함한 소품은 소도구 팀이 담당한다. 그리고 이 팀이 자체적으로 구입한 그림 혹은 계약된 작가들의 그림을 사용한다. 작가의 그림일 경우에는 계속된 사용을 허가 받은 작품과 필요할 때마다 허락을 요청하는 작품으로 분류된다. 때문에 소도구 팀과 업체의 경우 작가 리스트를 작성하고 이들의 그림은 다른 곳에에서 따로 보관한다.
A 씨는 앞서 SBS 드라마에 한 차례 그림을 대여해준 바 있다. 이 드라마에도 스파티움이 소품팀으로 참여했다. 다만 A 씨는 당시 스파티움이 아닌 SBS 디자이너와 8점 시리즈 중 2점의 그림 사용을 동의한다는 내용으로 계약했다. 단 제공된 그림 중 2점을 제외한 나머지 그림은 파기하는 것으로 약속도 돼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외주업체인 스파티움이 남은 그림들을 보관하고 있었고, 그 중 2점을 JTBC 드라마에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A 씨의 법률대리인 오윤경 변호사는 "해당 업체에서 잘못된 부분을 인정했으며 사건 경위가 담긴 이메일도 보내왔다"고 밝혔다.
문제가 된 후 A 씨 측은 소품 업체를 통해서도 그림을 보이지 않게 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이는 어렵다며 거절당했다. 대신 이미 촬영이 끝난 12회 이후부터는 그림을 빼겠다고 전달받았다.
JTBC는 '런 온'에 대한 저작권을 홈페이지에 분명하게 명시하며 불법 이용을 경고하고 있다.하지만 드라마 속 소품의 저작권에는 다른 기준을 보여 법정 다툼을 벌이고 있다. /JTBC 홈페이지 캡처 |
스파티움 역시 자신들의 과오를 인정했다. 스파티움 최 대표는 "2018년도에 SBS 작품을 마친 후, 폐기 지시를 받아 대형 그림은 모두 폐기했다. 하지만 소형 그림 2점이 폐기가 안 된 상태에서 다른 그림하고 섞여 넘어왔다. 그 사실을 모른 채 해당 그림이 다른 그림들과 함께 보관됐다. 오랜 시간이 지났다 보니 당시 일하던 스태프는 모두 다 그만뒀기에 아는 사람이 더욱 없었다"며 "작가님의 그림인지 인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저작권이 있는지 모르고 다루게 됐다. 의도적으로 일부러 훔친 것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실수라고 하더라도 일이 이렇게 된 만큼 저희는 각오를 했었다. 이런 경우가 가끔 있는데 작가님을 찾아가서 죄송하다고 하고, 소정의 사례비를 드리고 끝내는 게 일반적이다. 때문에 작가님과 연락을 닿기 위해 노력했다. 수소문 끝에 법률대리인과 연락이 됐지만, 작가님은 JTBC하고 이야기를 하고 싶어한다는 답변을 받았다"며 사과하고 협의할 기회가 없었다고 강조했다.
A 씨 측의 입장은 다르다. 외주 업체의 저작권침해와 JTBC의 시정 조치 불이행을 따로 봐야한다는 것이다. 즉 업체의 사과를 거부한 채 JTBC에만 책임을 묻는 것이 아니라, 이번 사건의 책임 소재가 다르다는 뜻이다. 소품을 담당한 업체와 방송을 담당한 JTBC의 책임은 별개다. 오 변호사는 "아무리 외주 업체가 소품을 담당했다고 하더라도 방송에 앞서 스크리닝(프로그램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초기 단계에서 여러 가지를 검토하는 것. 선별 및 적격심사)을 제대로 했어야 한다. 또 방송 주체는 JTBC이기 때문에 작품을 올리고 내리는 것은 물론 편집권도 JTBC에 있다. 문제 된 사안에 관해 어떠한 조치를 충분히 해줄 수 있는 권한을 가진 셈이다. 그런데도 시정을 요구한 후 3개월 동안 JTBC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A 씨 측은 침해된 저작권을 인지했음에도 시정 조치를 묵살하는 대형 방송사의 태도에 더욱 분노했던 것으로 보인다. A 씨가 처음부터 강력하게 요구한 건 저작권이 침해당한 작품이 보이지 않게 편집하는 것과 공식사과였다. 저작권은 창작물을 만든 사람의 노력과 가치를 인정하고 보호하기 위한 권리다. JTBC는 그 권리가 침해됐다는 사실을 인지했음에도 불구하고 해당 드라마를 수정 없이 계속 유통했다. 콘텐츠를 송신하는 채널로서의 책임감 부족과 저작권에 대한 안이한 태도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대목이다.
A 씨는 "방송 중 정지 요청이라는 방법도 있었다. 그러나 '런 온'이 얼마나 좋은 작품인지 안다. 단지 제 그림 때문에 시청자들이 좋은 작품을 보지 못하는 건 아니지 않나. 그래서 편집과 공식사과만을 바랐다. 하지만 이마저도 힘들다며 무시하고, 시정 조치하려는 의사조차 없어 보이니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법적 소송뿐이더라"고 털어놨다.
오 변호사는 "꼭 방송을 통해 사과해 달라는 게 아니다. 최근 몇몇 방송사들도 논란에 휘말렸지만, SNS 혹은 VOD를 통해 사과하거나 사실관계를 명시했다. 이처럼 공식적인 창구를 통한 사과였어도 충분했다. 하지만 JTBC는 그런 성의조차 보이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또한 오 변호사는 JTBC의 불성실한 태도가 재판에서도 이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JTBC 측은 답변서도 제출하지 않은 데다 심문기일에도 참석하지 않았다. 재판부에서도 JTBC 측의 태도를 지적해 성실하게 임하라고도 했다"며 "2차 심문기일이 정해진 후에도 JTBC 측의 연락은 따로 없었다. 저작권자인 작가는 자신을 무시한다는 생각에 모멸감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오 변호사는 최근 상대방의 불성실한 태도 때문에 화해와 합의할 의사가 없다며 빠른 결정을 내려달라는 취지의 의견을 법원에 제출했다. 그리고 공교롭게도 비슷한 시기 JTBC는 넷플릭스, 티빙 등 OTT에서 A 씨의 그림들을 삭제한 파일로 교체해 서비스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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