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현대건설기계 지게차 출고 16일 만에 사망 사고, '논란 증폭'
입력: 2019.02.28 14:36 / 수정: 2019.02.28 14:36

지게차 임대업체 대표 장 모씨는 지난해 11월 17일 시흥산업용재유통센터에서 현대건설기계의 지게차(사진) 운전 중 사고를 당해 목숨을 잃었다. 사진은 사고 직후 지게차 왼쪽 바퀴가 빠져있는 모습. /유족 제공
지게차 임대업체 대표 장 모씨는 지난해 11월 17일 시흥산업용재유통센터에서 현대건설기계의 지게차(사진) 운전 중 사고를 당해 목숨을 잃었다. 사진은 사고 직후 지게차 왼쪽 바퀴가 빠져있는 모습. /유족 제공

현대중공업 계열사 현대건설기계, 사고 원인 규명 중 유족 몰래 사고차 점검 '의혹'

[더팩트 | 시흥=이한림 기자] 현대중공업그룹 계열사인 현대건설기계가 판매한 지게차의 운전자가 구입 16일 만에 운전 중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 사고 원인과 책임 소재를 놓고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더욱이 현대건설기계 직원들은 사고 후 유족의 사전 동의나 입회 없이 원인 규명이 진행 중인 사고차를 몰래 손 댄 것으로 드러나 유족들의 분노를 사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26일 시흥산업용재유통센터와 상인들 등에 따르면 지게차 임대업체 대표 장 모(69)씨는 지난해 11월 17일 오전 서울시 금천구에 위치한 시흥산업용재유통센터에서 현대건설기계 디젤식 지게차 '45D-9'를 타고 4번 게이트를 지나던 중 철제 기둥 밑 주춧돌과 부딪히는 사고를 당했다. 장 씨는 의식을 잃고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6일 뒤 두개골 충격으로 인한 뇌출혈로 사망하면서 해를 넘긴 현재까지 사고 원인을 놓고 현대건설기계 측과 유족 측이 갈등을 빚고 있다.

◆ 출고 16일 만의 지게차 '참변'…운전 경력 35년 차의 운전 부주의 사고?

유족 측은 사고 당시 지게차가 출고된 지 16일 밖에 되지 않은 차량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사고 직후 차체와 바퀴의 이음새가 부러져 뒷바퀴가 떨어져 나간 점을 들어 차량 결함에 의한 사고를 주장하고 있다. 유족 측은 "일반 승용차도 아니고, 무거운 짐을 실어나르는 지게차가 기둥에 부딪혔다고 산산조각 난다는 게 말이 되느냐. 종이나 레고로 만든 지게차도 아니고, 공장에서 막 나온 차량이 충돌로 이음새가 부러지고 뒷바퀴가 떨어져 나가는 사고로 운전자가 죽었는데 이게 운전부주의 탓이냐?"며 분개하고 있다.

하지만 현대건설기계 측은 아직 정확한 사고 원인이 규명되지 않는 상태에서 말을 하는 것은 어렵다면서도 차체 결함보다는 운전 부주의에 의한 사고에 무게를 두고 있다. 현대건설기계 관계자들은 "내부 검사 결과로는 차체 결함에 의한 사고는 아닌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한다.

지난해 11월 19일 시흥산업용재유통센터 4번 게이트 CCTV 영상에 잡힌 두 장면. 현대건설기계 관계자(빨간색 원)들이 사고 현장 주위를 줄자를 이용해 조사한 뒤 주차장으로 옮겨진 사고 지게차의 뒷바퀴가 빠져나간 절단면에 방청제를 뿌리고 있다. /유족 제공
지난해 11월 19일 시흥산업용재유통센터 4번 게이트 CCTV 영상에 잡힌 두 장면. 현대건설기계 관계자(빨간색 원)들이 사고 현장 주위를 줄자를 이용해 조사한 뒤 주차장으로 옮겨진 사고 지게차의 뒷바퀴가 빠져나간 절단면에 방청제를 뿌리고 있다. /유족 제공

유족에 따르면 장 씨는 시흥산업용재유통센터에서 35년 간 지게차 임대업체를 운영하며 4대의 지게차를 운전해 왔다. 최대 무게 18톤과 8톤을 들어올릴 수 있는 지게차 각각 1대, 4.5톤 2대 등 4대를 보유하고 10년 주기로 교체해가며 사용했다. 오랜 기간 동안 지게차를 운전하며 작은 접촉 사고는 있었지만 한 번도 지게차 뒷바퀴가 떨어져 나갈 정도로 부서지는 사고는 없었다. 사고 차량은 4.5톤을 적재할 수 있는 지게차로 중장비다.

서울 영등포에서 40여 년간 지게차를 운전하고 있는 김 모(65)씨도 지게차 충돌사고로 뒷바퀴가 떨어져 나갔다는 것에 의아해했다. 김 씨는 "지게차는 포크(전면부)로 무거운 짐을 들어야하기 때문에 차체의 무게 중심이 웨이트(후면부)에 쏠려 있다. 웨이트와 포크의 무게 중심은 포크에 짐이 없을 때 7 대 3, 짐이 있을 때 5 대 5 정도로 보면 된다"며 "시속 20㎞ 이상 속도를 내지 못하는 지게차가 고속 주행을 하더라도 전면부 충돌 시 웨이트가 파손되는 경우는 흔한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사고 당시 장 씨가 철제 기둥과 충돌한 모습은 CCTV에 포착되지 않았다. 4번 게이트 CCTV는 장 씨가 부딪힌 철제 기둥 꼭대기에 달려 사고 현장이 CCTV에 잡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유족 측은 사고 이후 장 씨의 상태가 위중해 추후 사망 신고 등이 필요할 수 있어 일단 경찰에 교통사고 원인에 대한 수사를 요청했다.

경찰은 유족이 교통사고에 대해 접수한 사건이기 때문에 사고 원인 조사만 진행했다. 금천경찰서 관계자는 "1차적으로 지게차가 철제 기둥을 들이받아 충돌이 일어난 게 원인이다. 이후 뒷바퀴가 빠진 것으로 사건을 종결했다"며 "사건 종결 이후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말했다. 사고 원인은 현재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정밀 감식 중에 있으며 조만간 차체 결함 여부가 밝혀질 예정이다.

◆ 현대건설기계, 사고 차량 몰래 점검 '의혹 증폭'

특히 유족 측은 현대건설기계 측이 운전부주의에 의한 사망에 사고 원인의 무게를 두면서 유족 몰래 사고차를 점검하는 등 사고를 은폐하거나 축소하려고 한다는 의심을 거두지 못 하고 있다. 유족 측에 따르면 경찰과 함께 사고 현장을 찾았을 때 사고 차량 주위에서 작업 중인 신원 미상의 사람들을 목격했다. 이들 가운데 현대건설기계 직원의 모습이 보였다는 게 유족들의 주장이다. 또 현대건설기계 관계자가 유족을 사칭해 CCTV를 열람한 것도 사고를 은폐하려는 정황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사고 직후 유족이 촬영했던 지게차 뒷바퀴 절단면(왼쪽)과 사고 이틀 뒤 현대건설기계 관계자들이 왔다간 이후 절단면의 모습. /유족 제공
사고 직후 유족이 촬영했던 지게차 뒷바퀴 절단면(왼쪽)과 사고 이틀 뒤 현대건설기계 관계자들이 왔다간 이후 절단면의 모습. /유족 제공

<더팩트>가 단독 입수한 지난해 11월 시흥산업용재유통센터 CCTV영상과 유족·현대건설기계 관계자 간 대화 녹취록에 따르면 '현대건설기계 측이 사건을 은폐,축소하려 한다'는 유족의 의심은 일부 근거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11월 19일자 4번 게이트 CCTV영상에 잡힌 현대건설기계 A/S팀 기술부장 등 3명은 최초 등장 이후 약 2시간에 걸쳐 현장을 둘러보고 차량을 살폈다. 이들은 이후 현장에 도착한 현대건설기계 관계자들과 함께 사고 지게차 주위에서 지속적으로 대화를 나눴고, 지게차 차체와 뒷바퀴가 빠져나간 절단면을 집중 조사했다.

유족은 "최초 사고 발생 이후 즉시 현장 사진을 촬영하고 유통센터 내 원활한 차량 이동을 위해 사고 차량을 옮겨달라는 요청에 따라 지게차를 인근 주차장으로 옮겨놨다"며 "그런데 주차장에 있던 사고 차량 근처를 둘러싸고 무언가를 작업하던 현대건설기계 직원들을 발견하고 신원을 묻자 그대로 도망갔다. 바퀴 절단면은 사고 직후와 달리 균열로 추정되는 흔적이 말끔히 지워져 있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영상에는 사고 지게차가 주차장 안 다른 차량에 가려져 현대건설기계 직원들이 어떤 작업을 했는지 명확하게 나오지 않았지만 유족은 지게차 바퀴 절단면에 기름 등이 뿌려진 것을 확인하고 사고 은폐를 의심하고 있다.

유족은 또 "그들이 누구인지 확인하러 CCTV를 보러 갔더니 관리실에서 '조금 전에 유족이 보고 간 게 아니냐'는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었다"며 "영상을 확인해 보니 처음 사고 현장에 왔던 현대건설기계 직원의 얼굴이 보였다. 의심이 가지 않을 수가 없어 현대건설기계 관계자를 불러냈다"고 말했다.

◆ 현대건설기계 측 "유족 동의 없는 차량 검수는 사실이지만 은폐 축소의도는 없다"

유족의 요청에 따라 유족과 현대건설기계 관계자의 양자 간 만남은 지난해 11월 21일 장 씨가 입원해 있던 경기 안양시 소재 한림대성심병원에서 진행됐다. 현대건설기계 산업차량 영업부문 상무, 현대지게차 경인총판 영업소장 등 현대건설기계 관계자 4명이 병원을 찾았다.

사전 동의 하에 녹음된 녹취록에 따르면 유족은 현대건설기계 측에 사고자 가족의 동의를 구하지 않은 채 차량을 검수하고 손을 댄 것과 유족을 사칭해 CCTV를 확인했다는 것에 대해 불쾌감을 드러냈다. 이와 달리 현대건설기계 측은 유족의 동의 없이 현장에 가서 차량을 조사한 것과 CCTV 열람한 행위 등은 사실이지만 모두 사고의 정확한 원인 파악을 하기 위함이었다고 은폐를 부인했다. 현장 훼손이 아닌 보호 목적의 녹방지제를 바퀴 절단면에 뿌린 뒤 시흥산업용재유통센터 관리실을 찾아 CCTV를 열람했을 때도 유족을 사칭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사고 원인을 두고 제품을 구입한 지게차 사고 유족과 제품을 판매한 현대건설기계의 입장이 상반되고 있는 가운데, 사고 지게차는 4번 게이트 주차장에서 장막에 가려져 보존되고 있다. /시흥=이한림 기자
사고 원인을 두고 제품을 구입한 지게차 사고 유족과 제품을 판매한 현대건설기계의 입장이 상반되고 있는 가운데, 사고 지게차는 4번 게이트 주차장에서 장막에 가려져 보존되고 있다. /시흥=이한림 기자

현대건설기계 관계자는 녹취록에서 "(환자가)다치신 다음 (바퀴가)부러진 건 지 (먼저 바퀴가)부러져서 다치신 건지 정확한 사고 원인에 대한 논쟁이 있는 가운데, 환자 분이 위독하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크게 놀라 현장을 살펴보기로 했다"며 "제조사 입장에서 정확한 사고 현장 조사를 위함이었다. 사고 현장을 훼손하거나 은폐하려고 했다는 것은 억측이며 그럴 이유가 하나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게(바퀴에 뿌려진 것) 기름이 아니고 녹방지제인데 전문 업체에 듣기로는 단면이 파열되면 녹이 스는 경우가 있어서 균열이 가면 (원인 조사가)안 되니까 그 상태를 보존하고자 한 것이다"며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이나 보험사 등 객관적인 조사 기관에서 사고 원인에 대해 조사하고 있는데 (결과가 나오기 전에)거기다 뭘 뿌려서 결함을 은폐하려고 했다는 그런 의미가 아니다. (물질을)확인해 보면 안다"고 덧붙였다.

◆ 유족 측 "동의 없는 사고차량 조사는 증거인멸 행위, 고소 준비"

유족은 자신들에게 동의를 구하지 않고 실시된 현대건설기계의 자체적 사고 차량 및 현장 조사 등 행위들이 차량 결함을 의식해 증거인멸을 위한 시도로 보고 고소를 준비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현대건설기계는 사고 원인 결과에 초점을 두고 객관적인 조사 결과가 나오기 전에는 공식적인 답변은 어렵다고 못 박았다.

현대건설기계 홍보팀 관계자는 "사고 현장을 조사한 당사 전문가의 의견에 따르면 해당 사고는 제품 결함으로 인한 사고는 아닌 것으로 보이며 당사 직원이 현장조사 당시 사고 지게차나 현장을 훼손했다거나 유족을 사칭하며 CCTV를 열람했다는 주장은 사실무근"이라며 "국과수 등 관련 전문 기관에서 조사하고 있기 때문에 결과가 나온 이후에 이야기를 하는 게 맞는 것 같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2kuns@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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