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인터뷰] 인하대 '미투' 피해자 "2차 가해에 또 고통, 교수는 멀쩡" <하>
입력: 2018.04.25 11:10 / 수정: 2018.04.25 11:10
신 씨가 방학 때 머리에 쓰고 근무했던 꽃 머리띠 사진. 신 씨는 A교수가 해당 머리띠를 만지며 야하다고 말한 뒤 자신의 어깨를 주물렀다고 주장했다. /청주=김소희 기자
신 씨가 방학 때 머리에 쓰고 근무했던 꽃 머리띠 사진. 신 씨는 A교수가 해당 머리띠를 만지며 "야하다"고 말한 뒤 자신의 어깨를 주물렀다고 주장했다. /청주=김소희 기자

☞<상편에 계속>

"버스·지하철 타기고 겁나…3년째 약 먹고 있다"

[더팩트 | 청주=신진환·김소희 기자] 인하대학교 A 교수로부터 지속적인 성추행과 성희롱, 폭언을 당했다고 주장한 신모(25·여) 씨는 지난 6일 해당 내용을 페이스북 '인하대 대신 전해드립니다(이하 인대전)' 페이지에 올렸다. 페이지 관리자는 신 씨의 글을 익명으로 게재했으나 신 씨 스스로 댓글을 통해 자신의 이야기라고 밝혔다. 현재 해당 글은 삭제된 상태다.

문제는 그 이후부터다. 신 씨는 "동료인 남자 대학원생과 그와 친한 대학생들로부터 2차 가해를 당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그들은 신 씨에 대해 '일 못하고 성격이 이상한 사람'이라고 규정지으며 신 씨의 '미투'를 비롯한 고소 사건 일체를 비난했다는 것이다.

지난 18일 충북 청주의 한 카페에서 <더팩트>와 만난 신 씨는 약 2시간 동안의 인터뷰에서 A 교수로부터 받은 성희롱·성추행으로 인한 정신적 고통을 호소했다. 신 씨는 각종 비난에도 끝까지 A 교수와 싸우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신 씨는 "처음에는 자진 사퇴와 서면 사과를 요구했으나 이제는 스스로 사퇴하는 건 절대로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형사 사건이 끝나면 민사 소송까지 진행해 피해를 보상받고 싶다"고 말했다.

다음은 신 씨와 일문일답이다.

- 2차 가해를 말씀하셨는데, A 교수가 2차 가해를 하고 있는 건가.

제가 이 사건을 '인대전'에 글을 올리고 나니까 그분과 친한 학생들이 2차 가해를 하더라고요. 남자 대학원생 한 명과 제가 사이가 안 좋았는데, 그 남학생이 검찰 조사에서 증언도 했다고 하더라고요. 제 얘기를 두고 '앞뒤 말이 안 맞다', '일 못했던 애다', '제가 학생회장을 권위로 잘랐다'는 식으로요. 조교에게는 그런 권한이 없거든요. 반드시 학과장님을 통해서 하게 돼있는데, 그런 식으로 본질을 흐려가는 거죠. 제 건은 강제추행 건인데 논점을 계속 피해서 제가 계속 논점을 다시 끌어 오고 끌어 오는 상황이에요.

- 이달 6일에 처음 공론화 시작하고, 본인 공개도 한 건가.

네, 왜냐면 검찰 기소가 너무 늦어지고, 수사가 너무 지지부진했어요. 그 사이 전 너무 힘드니까 뭐라도 해야겠다고 생각했죠. 교수가 너무 괘씸해서 공론화를 한 거예요. 그런데 댓글로 2차 가해가 심해진 거죠. 2차 가해를 하는 사람들은 저랑 가깝게 지냈다고 주장하고 있어요. 그런데 저랑 가깝지 않았거든요. 모두 그 교수랑 가까웠으면서 저를 잘 아는데 제가 이상한 사람이라는 식으로 말하는 거죠. 정말 환멸이 나더라고요.

교수로부터 지속적인 성희롱·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신모 씨는 지난 18일 <더팩트>와 만나 자신의 심경을 밝혔다(피해자의 2차 피해 등의 우려로 인해 부득이 이 사진은 연출된 것임을 밝힙니다).
교수로부터 지속적인 성희롱·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신모 씨는 지난 18일 <더팩트>와 만나 자신의 심경을 밝혔다(피해자의 2차 피해 등의 우려로 인해 부득이 이 사진은 연출된 것임을 밝힙니다).

- 공론화는 작년 9월부터 한 게 아닌가?

처음에는 공론화는 안 했어요. 기사는 떴는데, 사람들이 눈치를 챈 거죠. 남구 근처라고 나오니까 '남구는 인하대고 그 과 학생이면, 얘 아니면 얘겠구나. 얘는 졸업했으니까 얘겠구나'라는 식으로요.

처음 부모님은 '미투'도 반대하셨어요. 너무 드러나니까요. 그런데 그 교수가 강의가 다 잘린 상태에서도 멀쩡하게 학교를 출근한다는 거예요. 연구비를 받아가고 계속 연구를 하고요. 저는 그게 너무 싫었거든요. 저만 관뒀고, 지금까지 해온 게 공부밖에 없으니까 돈도 못 벌고 아무것도 못하고 우울증 약만 받고 악몽 꾸고, 이러고 사는데 그 사람은 너무 잘 살고….

- 법리 다툼을 위해 변호사를 선임하는 등 비용이 많이 들었을 것 같다.

그렇죠. 원래는 형사하는 것도 너무 힘들어서 민사는 안 하려고 했어요. 그런데 저는 교수가 되겠다는 꿈 하나로 오랜 시간 학교를 다녔지만, 결국 3년 넘게 병원을 다니게 된 상황이 된 거잖아요. 교수한테 사과를 받는다고 그 사람의 잘못이 용서가 되는 게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저는 평생 그 기억이 따라다닐 거잖아요. 그 교수가 죗값을 치러야 하루하루 후회를 할 것 같아서 민사까지 가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 손해배상액은 얼마 정도 예상하나.

일단 학비 정도는 돌려받고 싶어요. 그런데 피해자가 저만 있는 게 아니고, 다른 피해자도 있는 상황이라서 정확한 액수는 모르겠습니다. 저는 정말 애교심을 갖고 다닌 학교였습니다. 그냥 학비랑 병원비 정도는 돌려 받고 싶어요.

- 다른 피해자들의 이야기는 보도를 원하지 않는 건가.

저 말고 다른 피해자 이야기는 구체적으로는 안 담으셨으면 좋겠어요. 그 교수가 다른 피해자를 특정할 수도 있잖아요. 제가 대놓고 글을 올린 것은 그 교수가 버젓이 학교에 다니고 있기 때문인데요. 제가 신고한 이후로 더는 다른 학생들을 만지거나 가까이 가지 않는다고 하더라고요. 제가 신고하기 참 잘했다고 생각하는 부분이에요. 하지만 성추행은 버릇이잖아요. 이 일이 끝나면 다시 만질 수도 있고요.

아, 제가 혹시 몰라서 갖고 왔는데요. 방학 중이었는데, 학생들도 없어서 축제 같은 데서 흔히 사람들이 쓰는 꽃 머리띠를 쓰고 있던 날이었어요. 그 교수가 제 머리띠를 유심히 보더니 꽃 부분을 만지작거리면서 '이거 너무 야하다'고 말하면서 웃었고, 제 어깨를 주물렀어요. 도대체 어떤 포인트에서 야하다고 하는지 모르겠어요. 그런 생각이 배어있는 사람 같아요.

18일 충북 청주시 한 카페에서 만난 신 모 씨가 인터뷰를 마친 뒤 약을 먹었다. A 씨는 정신적 고통을 호소했다. /청주=김소희 기자
18일 충북 청주시 한 카페에서 만난 신 모 씨가 인터뷰를 마친 뒤 약을 먹었다. A 씨는 정신적 고통을 호소했다. /청주=김소희 기자

- 앞으로 고소는 계속 하실 생각이신 건가요. 그 교수가 자기 책임을 인정할 때까지?

인정을 하고 저한테 사과도 해야 해요. 스스로 사퇴하는 건 절대 안 된다고 생각해요. 처음에는 스스로 사퇴하길 바랐어요. 그 사람도 그 사람 나름대로 지켜온 명예가 있으니까. 그런데 어차피 학교에선 기소의견 송치가 됐기 때문에 사표는 못 받게 돼있다고 하더라고요. 이제 파면이죠.

- 처음에는 스스로 사퇴하도록 기회를 줬다고 생각하시는 것인가.

네, 저는 분명히 성폭력상담실 박사님을 통해 서면 사과랑 자진 사퇴 두개를 원한다고 말했어요. 다른 여학생들이 남아있으니까요. 지금까지 검찰 조사를 다섯 번 받았는데 계속 그렇게 말했어요. 제가 입 다물고 있는다고 다른 학생들이 더 안 당한다는 보장은 없잖아요.

- 그럼, 인정도 안하고 2차 가해만 이뤄지는 상황인 건가.

제가 3월인지 9월인지 특정하지 못한 적이 있다고 했잖아요. 그 교수가 직접 3월이었다고 찍힌 통장 내역서를 갖고 와서 제가 날짜를 3월로 정정했거든요. 2차 가해자인 한 학생이 게시한 글 중에 '글쓴이(피해자)가 경찰에 신고한 내용들을 보면'이라는 부분이 있어요. 저는 제 진술서에 대해 지인들에게도 보여준 적이 없어요. 제가 경찰과 검찰에 진술한 내용을 아는 사람은 변호사님밖에 없어요. 그런데 다른 사람들이 알고 있는 거잖아요. 2차 가해자들이요. 대체 어떻게 알게 됐을까 의아했어요. 변호사님은 만약 2차 가해자가 수사기관을 통해 피해자의 신고 내용 및 관련 증거를 보았다면 성폭력피해자보호법 위반이 될 수 있다고 하시더라고요. 궁금했어요. 저 사람들은 어떻게 봤을까, 그 교수가 보여주거나 말을 한 것인가. 결국 2차 가해자가 올린 글도 교수가 그 학생에게 소스를 주어서 올린 것이구나 하고 결론을 내렸어요.

- 인터뷰를 남자 기자와 하는 것이 불편하다고 했다. (피해자와 인터뷰는 남자 기자는 동석하지 않은 채 이뤄졌다)

제가 교수 또래 남자를 보면 흠칫 놀라요. 버스에서도 아저씨들이 가까이 오면 제가 너무 놀라니까 그분들도 놀라는 거죠. 그렇다보니 버스나 지하철도 못 타게 되고, 피해 다니는 거예요. 모자 쓰고 다니게 되고요. 원래 (인터뷰도) 안 나오려고 했어요. 밖에 나가는 게 너무 힘들었어요. 계속 약을 먹어야 나갈 수 있으니까요. 너무 힘들어서 나오기 싫었어요. 3년째 약을 먹고 있어요. 상담은 트라우마가 너무 올라와서 다니다가 끊었어요. 한 달에 최소 5~6만 원 정도 약값이 들고 있어요. 처음에는 50~60대 남자만 꺼려졌는데 점점 연령대가 낮아졌어요. 버스에 서있으면 제가 몸을 움츠리거나 조그마한 행동에서 소스라치게 되더라고요.

신 씨는 인대전에서 댓글을 통해 2차 가해를 하고 있는 이들이 모두 교수와 친분이 있는 학생들이라고 주장했다. /인대전 갈무리
신 씨는 '인대전'에서 댓글을 통해 2차 가해를 하고 있는 이들이 모두 교수와 친분이 있는 학생들이라고 주장했다. /'인대전' 갈무리

- 아르바이트 같은 것을 하면서 지내는 건가.

그것도 사실 엄두가 안 나는 게 제가 50~60대 남성 보면 흠칫하는 게 있으니까 혹시 알바 하다가 그런 사람 만나면 또 그럴까봐 (걱정돼요). 대인기피증까지 생기는 것 같아요.

- 첫 언론 인터뷰다. 말씀 꺼내시는 데 고생 많으셨다. 더 하고 싶은 말이 있나. 마지막으로 어떻게 돼야 한다는 구체적인 생각을 말해 달라.

처음에는 고소할 생각도 없었어요. 처음에는 만나고 싶지 않으니까 서면으로 사과할 것을 요구했고, 남아있는 여학생들을 위해서 자진 사퇴하라고 말했죠. 남아있는 여학생들은 아무 것도 모르고 대학원에 갈 수도 있고, 그 여학생들이 저 대신 당할지도 모르잖아요. 학교에 말했어요. 다른 여학생들이 남아있다고요. 그래서 자진 사퇴를 했으면 좋겠고, 서면으로 사과해줬으면 좋겠다고 했죠. 하루 빨리 그 교수가 자신의 죗값을 받았으면 좋겠어요.

ks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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