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엑소 태국 공연' 사칭 45억 사기 '들통', SM 법적 검토
입력: 2017.10.25 08:44 / 수정: 2017.10.25 08:44
엑소 태국공연 사칭, 선계약금 25만 달러 편취. 공연 관계자 K씨는 총 45억 2400만 원 규모의 엑소 콘서트를 태국에서 진행한다고 속이고 현지 기획사로부터 한화 2억 8200여만 원을 받아 챙겼다. 지난 7월 서울 마포구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7 사랑한다 대한민국 드림콘서트에 참석해 공연을 펼치고 있는 엑소. /더팩트 DB
엑소 태국공연 사칭, 선계약금 25만 달러 편취. 공연 관계자 K씨는 총 45억 2400만 원 규모의 엑소 콘서트를 태국에서 진행한다고 속이고 현지 기획사로부터 한화 2억 8200여만 원을 받아 챙겼다. 지난 7월 서울 마포구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7 사랑한다 대한민국 드림콘서트'에 참석해 공연을 펼치고 있는 엑소. /더팩트 DB

엑소 소속사 SM엔터 계약서 구해 문서 위조…태국 공연업체 상대 사기

[더팩트|권혁기 강수지 기자] 글로벌 아이돌 그룹 엑소가 한류 스타 공연을 빙자한 사기사건의 표적이 됐다. 국내 한 엔터업체가 엑소의 대규모 태국 공연을 유치했다고 속이고 태국 업체로부터 거액을 뜯어낸 것으로 드러났다. 이 사실은 소속사인 SM엔터테인먼트도 인지하고 있으며 현재 법률 검토단계인 것으로 확인됐다.

SM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24일 오후 사실 관계 확인 요청을 한 <더팩트>에 "내부적으로 이번 사건에 대해 법무팀에서 인지하고 있는 사안이다. SM엔터테인먼트와 전혀 관련 없는 내용이 사실인 것처럼 문서가 위조돼 발생한 사기 사건인 만큼 현재 법률적으로 대응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더팩트> 취재 결과 국내 엔터사인 F사의 K모 대표는 엑소 공연 위조계약서를 만들어 태국 공연 에이전시 S사와 연계해 태국 공연기획사 L사로부터 25만 달러(한화 2억 8200여만 원)를 편취한 것으로 드러나 최근 급증하고 있는 한류스타의 글로벌 공연에 경종을 울리고 있다. 한류 스타의 해외 공연이 제한적으로 이뤄질 수밖에 없는 환경을 이용해 무 자격자가 중간에서 돈을 받고 공연 약속을 한 뒤 잠적하는 수법으로 사기 행각을 벌였다. 이에 따라 현지 기획자와 팬들이 고스란히 피해를 보게 됐다.

F사는 외국인 상대의 유학생 유치업을 시작해 여행업, 엔터테인먼트, 방송제작, 무역까지 사업 영역을 확장한 회사로 소개돼 있다. 현재는 직원 몇 명만 남아 있는 상황으로 회사라는 형식만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직접 피해를 본 L사는 태국 방콕에서 진행되는 콘서트 등을 기획하고 한국 에이전시와 연계해 한류 아티스트들을 섭외하는 회사다.

L사는 태국 방콕에서 K팝 콘서트를 준비하면서 S사와 접촉, F사의 K 씨를 만나 엑소를 섭외해달라고 제안을 했다. K 씨는 애초 엑소를 섭외할 능력이 되지 않았지만, 행사출연 계약서를 위조해 선계약금 25만 달러를 요구했고 이를 모른 L사는 K 씨와 자신들을 연결했던 태국 에이전시 S사를 통해 해당 금액을 송금했다.

미리 돈을 받은 K 씨는 L사, S사 등 관계자들을 안심시키고 흔적을 남기기 위해 SM 측과 직접 접촉을 시도하기도 했지만 현지 공연일로 제시된 '11월 18일'은 엑소가 이미 스케줄이 있는 상황이었다. 애초 공연 자체가 불가능한 사기극이었던 셈이다. 이 때문에 소속사 SM이 해외 공연계에 엉뚱한 신뢰추락과 이미지 손상을 입고 엑소의 향후 해외 공연에도 빨간 불이 켜질 수도 있었다.

<더팩트>가 단독 입수한 7장으로 구성된 행사출연 계약서를 보면 K 씨는 마치 엑소 소속사인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와 행사출연 계약서를 체결한 것처럼 꾸미는 등 문서까지 위조했다. F사(갑)가 엑소 소속사인 SM(을)과 직접 출연계약서를 작성하고, K 씨와 SM 김영민 대표이사를 계약 당사자로 기명돼 있다.

SM엔터테인먼트의 행사출연 계약서를 위조해 태국 공연기획사를 상대로 사기를 친 사건이 발생했다. 사기를 친 K 씨는 과거 SM의 계약서를 구해 김영민 총괄사장의 도장까지 위조해 만든 것으로 확인됐다. /임영무 기자
SM엔터테인먼트의 행사출연 계약서를 위조해 태국 공연기획사를 상대로 사기를 친 사건이 발생했다. 사기를 친 K 씨는 과거 SM의 계약서를 구해 김영민 총괄사장의 도장까지 위조해 만든 것으로 확인됐다. /임영무 기자

오는 11월 18일 방콕에서 엑소(수호 찬열 카이 디오 백현 세훈 시우민 첸)가 참여하는 공연으로 명칭은 'K-POP CONCERT IN BANGKOK'이고, 티켓 가격은 최고 200달러(한화 22만 6200원), 판매 좌석 수는 2만석 규모의 총 45억 2400만 원에 달한다.

행사출연 계약서는 매우 세밀하게 위조됐다. SM엔터테인먼트 김영민 총괄사장의 도장까지 들어가 있다. 계약서 하단에는 SM의 워터마크도 포함됐다. 하지만 이는 SM이 이전에 체결했던 계약서를 입수해 스캔 및 포토샵 등으로 위조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3월 대표이사에서 총괄사장으로 임명된 김영민 총괄사장 직책이 계약서에 여전히 '대표이사'로 돼 있다는 점만으로도 허위임을 확인할 수 있다.

법무법인 태일 이조로 변호사는 "과거 계약서를 구해 문서를 위조해 계약금이라도 받았다면 사문서위조 및 위조사문서행사죄, 그리고 사기죄로 처벌될 수 있는 사안"이라며 "사문서위조는 피해를 받았던, 받지 않았던 문서 내 명의자 몰래 작성을 했다면 위법행위"라고 설명했다. 이조로 변호사는 이어 "보통 경찰이 처리하는 사건 중 90% 이상은 고소, 고발에 의한 것이고 나머지가 인지사건"이라면서 "사문서위조 및 위조사문서행사죄, 사기죄는 친고죄가 아니기 때문에 경찰에서 인지해서 수사를 시작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위조된 계약서에는 김영민 대표이사의 도장(중간 부분)과 SM엔터테인먼트 워터마크(하단 우측)가 들어가 있다. 대표이사는 SM 대표가 총괄사장으로 이미 바뀐 사실을 모르고 위조작성한 오류임이 밝혀졌다. /이덕인 기자
위조된 계약서에는 김영민 대표이사의 도장(중간 부분)과 SM엔터테인먼트 워터마크(하단 우측)가 들어가 있다. '대표이사'는 SM 대표가 '총괄사장'으로 이미 바뀐 사실을 모르고 위조작성한 오류임이 밝혀졌다. /이덕인 기자

계약서 내용도 매우 구체적이다. ▶ 초상권에 대한 사전 협의가 있어야 한다 ▶ 투어관련 을(SM)의 총 인원은 35명을 초과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 갑(K 씨)은 각 아티스트와 해당 아티스트의 동승 매니저 1인씩은 비즈니스클래스를 제공하고, 나머지 스태프는 이코노미클래스를 제공한다 ▶ 갑은 공연 기간 중 관련 인원에게 5성급 이상 호텔을 제공한다 ▶ 을은 본 계약상에 서술된 지역에서의 공연 이행을 책임지며 만약 계약 불이행으로 인해 갑과 소비자에게 손해가 발생할 시 반드시 을이 모든 책임을 부담한다 ▶ 갑이 만약 이번 투어공연 계획에 차질이 생겨 싱행되지 못할 시 을은 계약금을 비롯해 발생되는 손해에 대해 배상을 요구할 수 있다 등을 명시했다.

이번 사기사건과 직·간접적으로 관련돼 있는 공연계 관계자 A 씨는 지난 20일 <더팩트>와 만난 자리에서 "K대표는 사기를 쳐 받은 돈을 모두 사채 빚을 갚는데 썼다"고 밝혔다. 관계자는 또 "대략 4억 원 정도 빚이 있었다"면서 "명동 쪽에서 사채업을 하는 건달들 돈을 가져다 쓴 뒤 채무변제 압박을 심하게 받자 무모한 짓을 벌인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의 증언에 따르면 K 씨는 사채업자에게 끌려다니며 빚 독촉을 받고 있었다. 이에 K 씨는 엑소 공연을 빌미로 태국에서 돈을 받아 갚겠다고 제안했고, 사채업자는 "그렇게 해서라도 돈을 갚으라"고 부추겼다. 사채업자는 또 자신이 소유한 안양에 있는 호텔을 사문서 위조 등 범행 실행을 위한 장소로 제공했다.

A 씨는 또 "사실 K 씨는 학원 사업을 하는 강사였다. 해외에서 단체로 위탁 교육을 보내면 이를 받아 가르치는 학원을 운영하다보니 외국인들을 제자로 많이 두게 됐고 주변에 공연 기획과 관련된 지인들이 생기면서 공연업에 관심을 갖게 됐다"며 "K 씨도 이 과정에서 사기를 당한 적이 있다. 이때 사채업자한테 돈을 떼이면서 이 지경까지 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고 부연했다.

업계 관계자 A 씨가 서울 강남의 한 카페에서 기자와 만나 그룹 엑소 태국 공연 사칭 위조 사기사건에 대해 증언하고 있다. A 씨는 F사 K모 대표가 태국 공연기획사로부터 45억 원 규모의 콘서트에 대한 선계약금 2억 8200여만 원을 편취했다고 증언했다. /권혁기 기자
업계 관계자 A 씨가 서울 강남의 한 카페에서 기자와 만나 그룹 엑소 태국 공연 사칭 위조 사기사건에 대해 증언하고 있다. A 씨는 F사 K모 대표가 태국 공연기획사로부터 45억 원 규모의 콘서트에 대한 선계약금 2억 8200여만 원을 편취했다고 증언했다. /권혁기 기자

◆ 업계 관계자 A 씨 "K 대표, 사기친 돈 모두 사채 빚 갚는데 써"

태국에서 10여 년째 한류콘텐츠 사업을 해온 김 모 씨(51)는 "태국 공연관계자들 사이에서는 두 달 전부터 엑소 공연 얘기가 나오긴 했지만, 위조서류에 의한 사기라는건 몰랐다"면서 "바닥이 워낙 좁아 한류스타 공연이 성사되면 소문은 금방 나게 돼 있다"고 말했다.

타인의 문서 또는 도화를 위조 또는 변조할 경우 사문서위조변조죄에 걸려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의 경우처럼 해외 업체와 중간 에이전시를 낀 국내 업체의 공연사기는 피해액의 변상이나 법적 대응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실제로 태국 L사 역시 뒤늦게 위조출연계약서에 의한 사기건임을 인지하고도 현재까지 고소는 하지 않은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익명을 요구한 또다른 공연계 한 관계자는 "국내 국제범죄수사대가 해당 사건에 대한 첩보를 입수하고 내사 중이란 얘기를 들었다"면서 "직접 피해자인 L사나 간접 피해를 입은 SM 쪽에서 정식 수사요청이 없어도 일반범죄이기 때문에 경찰 입장에서 인지수사를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우선 K 씨 주변인들을 참고인 자격으로 불렀다고 알고 있다"고 귀띔했다.

K 씨에게 사기를 당한 S사와 L사는 엑소 섭외를 믿고 공식 페이스북을 통해 오는 11월 18일 엑소 공연을 암시하는 이미지를 올렸다. /S사, L사 페이스북 캡처
K 씨에게 사기를 당한 S사와 L사는 엑소 섭외를 믿고 공식 페이스북을 통해 오는 11월 18일 엑소 공연을 암시하는 이미지를 올렸다. /S사, L사 페이스북 캡처

◆ 태국 공연기획사, 왜 고소하지 않나?

이번 사건은 현지 에이전시인 S사가 K 씨만을 믿고 SM과 직접 소통하지 않은 불찰로 인해 벌어진 일이다. 엑소는 이미 11월 18일에 스케줄이 있는 상황이었고, 실제 아무리 개런티를 많이 제시해도 쉽게 섭외가 가능한 그룹이 아니다.

SM의 경우에는 해외비즈니스팀이 있고 YG엔터테인먼트는 공연전담팀이 있다. 중국에서 공연 요청이 들어오면 SM차이나가 있기 때문에 SM차이나에 섭외를 요청하는 게 보통이다. 베트남이나 태국 등 다른 국가에도 SM이 운영하는 공연기획사가 있지만 에이전시와 연계되는 경우가 있다. 에이전시 계약금 및 활동비 등은 공연을 요청한 현지 업체가 지불하기 때문에 에이전시가 끼는 데 문제가 없다. 그러나 경험이 부족한 에이전시의 경우 사고가 발생할 수 있어 주의를 필요로 한다.

그렇다면 태국 공연기획사는 왜 K 씨를 고소하지 않았을까? 이에 대해 A 씨는 "K 씨가 작정하고 사건을 벌인데다, 그가 대표를 맡고 있는 F사 역시 제정적으로 여유가 없는 업체여서 실익이 없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있다"면서 "아마도 중간 에이전시 수수료(fee)를 받고 소개해준 현지 S사에 일차적인 책임을 묻는게 더 현실적일 수 있다"고 예측했다.

S사는 처음부터 K 씨가 L사를 상대로 사기를 칠 목적이었다는 점을 인지하지 못했지만 K 씨와의 관계(S사 대표는 태국에서 거주 중인 한국인) 때문에 엑소가 아닌 다른 그룹으로 대체하겠다며 L사를 설득한 정황도 포착됐다. A 씨는 "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하자 엑소 외에 다른 그룹과 함께 한류급 듀오와 유명 가수 한명을 더 섭외하겠다는 제안을 했다"고 말했다.

SM엔터테인먼트는 이번 엑소 태국 콘서트 사칭 위조 사기 사건에 대해 인지를 하고 있다. /더팩트 DB
SM엔터테인먼트는 이번 엑소 태국 콘서트 사칭 위조 사기 사건에 대해 인지를 하고 있다. /더팩트 DB

K 씨의 사기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던 S사와 L사는 지난달 20일 페이스북을 통해 11월 18일 공연을 암시하는 이미지 '18. 11. 2017 8+2+1=?'를 게재하기도 했다. 여기서 8은 엑소를 의미하는 숫자인 것으로 파악됐다.

엑소의 이름을 거론하지 않고 홍보를 했기 때문에 다행히 태국 팬들은 알지 못했으나 혹여나 엑소의 이름을 넣어 홍보를 하고 콘서트가 취소됐다면 동남아시아 한류 열풍에 찬물을 끼얹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벌써부터 이번 일로 해외 한류공연이 위축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더팩트>는 이번 사건으로 대외 이미지 손상 등 피해를 입은 SM이 어떤 조치를 취할 것인지 SM 측에 질의했다. 이에 SM 법무팀은 "이번 사건에 대해 내부적으로 조사 중"이라며 "구체적인 사실 확인 후 법적조치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공식적인 입장을 밝혔다.

또한 이에 대한 입장을 듣기 위해 지난 23일부터 K 씨에게 수차례 통화를 시도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회의 중'이라는 문자메시지가 왔고, 통화 가능 여부를 묻는 문자메시지를 보낸 후 다시 전화를 걸었지만 받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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