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이랜드 '결핵 확진 강사', 롯데마트·이마트도 '출강'
입력: 2017.10.23 16:50 / 수정: 2017.10.23 16:50
경기 광명시 2001아울렛 문화센터 강사가 18일 결핵 확진 판정을 받은 가운데 해당 강사가 경기·인천지역 롯데마트와 이마트 문화센터에서도 강의했던 것으로 확인됐다./독자 제공
경기 광명시 2001아울렛 문화센터 강사가 18일 결핵 확진 판정을 받은 가운데 해당 강사가 경기·인천지역 롯데마트와 이마트 문화센터에서도 강의했던 것으로 확인됐다./독자 제공

[더팩트ㅣ일산=변동진 기자] 이랜드리테일이 운영하는 2001아울렛 문화센터(철산점)에서 영유아를 상대로 수업하는 강사 A씨가 결핵환자로 밝혀진 가운데, 해당 강사가 최근 3개월간 경기·인천지역 롯데마트와 이마트 문화센터에서도 강의를 한 것으로 <더팩트> 추가 취재 결과 확인됐다.<[단독] 이랜드 아울렛 문화센터 강사, 결핵환자로 밝혀져 '논란'>

20일 <더팩트>가 A씨가 소속된 '재미플러스 오감(五感)만족협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A씨는 지난 3월부터 협회 소속으로 근무하며, 지난 6~9월까지 롯데마트 인천 청라점과 이마트 일산 킨텍스점 등 6곳에서 강의했다. 문화센터 강사는 협회 등에서 백화점이나 아울렛 문화센터에 파견 형태로 근무하는 게 일반적이라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A씨는 이마트 일산 킨텍스점에선 9월부터 최근까지 주 1회(40분)씩 총 5차례 수업했고, 롯데마트 인천청라점과 2001아울렛 철산점 등은 6~9월까지 3개월간 주 1회(40분)씩 총 16차례 수업을 진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A씨가 강의한 프로그램은 영유아를 대상으로 하는 '오감(五感) 발달'과 관련된 것으로, 1회당 수강생은 10~30여 명 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A씨가 결핵 사실을 알게 된 것은 최근 건강상 이유로 병원을 찾으면서다. 협회 측은 "A씨가 이달 초쯤 몸이 안 좋아 병원에서 검진을 받았는데 결핵으로 나온 것으로 알고 있다"며 "10월엔 단 한 차례만 강의를 나갔다"고 했다.

결핵은 법정전염병으로, 주로 환자로부터 나온 미세한 침방울 혹은 비말핵(기침이나 재채기를 하면 결핵균이 들어 있는 입자가 공기 중에 나와 수분이 적어지면서 날아다니기 쉬운 형태로 된 것)에 의해 직접 감염된다. 하지만 감염됐다고 해서 모두 환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일반적으로 접촉자의 30% 정도가 감염되고, 이 가운데 10%가량이 결핵 환자가 된다는 게 의료계의 중론이다.

또한 발병하는 사람들의 절반은 감염 후 1~2년 안에 발병하고, 나머지 50%는 일생 중 특정 시기, 즉 면역력이 감소했을 때 발병하게 된다고 한다. 하지만 면역력이 약한 영유아의 경우 감염률이나 발병률이 높다.

18일 결핵 확진 판정을 받은 강사는 경기·인천지역 롯데마트와 이마트 문화센터에서도 강의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더팩트DB
18일 결핵 확진 판정을 받은 강사는 경기·인천지역 롯데마트와 이마트 문화센터에서도 강의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더팩트DB

이와 관련, 관할 보건소와 질병관리본부 측은 결핵 확진으로 판정된 지난 18일부터 A씨가 강의했던 문화센터에 대한 현장 조사와 수강했던 학부모를 대상으로 설명회를 진행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결핵 관계자는 "A씨의 수업을 들었던 사람들을 대상으로 관할보건소와 함께 설명회 및 현장조사를 진행하고 있다"면서 "18일 저녁부터 19일 오전과 오후에 걸쳐 실시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마트 측과 해당 강사의 수업에 참여했던 학부모들에게 문자 메시지를 통해 공지했으며, 지정병원에서 검사를 받을 수 있게 안내했다"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그러면서 "A씨는 이달께 증상을 보여 최근 3개월 행적을 추적해 역학조사를 실시 중이다. (어디서 감염됐는지 등) 세부적인 결과는 아직 자료를 수집하는 단계라 밝힐 수 없다"고 설명했다.

보건당국이 이처럼 사태 수습에 나서고 있지만, A씨의 강의를 수강한 학부무들은 불안감을 떨쳐내지 못하고 있다. 2001아울렛 철산점 문화센터에서 해당 강의를 들었다는 이모(38·여) 씨는 "대기업을 믿고 맡겼는데 이런 문제가 터져 혹시 내 아이에게 전염되지 않았는지 불안하다"면서 "오늘 통지받은 병원에 가서 검진을 받아 볼 것"이라고 했다.

왜 이런 문제가 발생했을까. 해당 업체들의 관리감독 소홀과 제도적 허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게 중론이다. 현행법상 문화센터 강사에 대한 건강검진 여부는 강제성이 없다. 이 때문에 문제가 발생한 업체들은 모두 A씨의 건강검진 여부 등을 점검하지 않았다.

하지만 통상적으로 회사 입사시 건강검진 서류 등을 제출하고 이를 점검하는 절차가 있는 것에 비춰 볼 때 업체들의 관리감독 소홀에 대한 책임은 면하기 어렵다. 실제 아이를 맡긴 부모들 상당수는 "대기업 문화센터에서 하는 프로그램이니 당연히 '건강·보건 관련 서류'를 확인하는 게 맞지 않냐"고 불만을 제기했다.

2살짜리 영아를 키우는 김모(32·경기 광명시 철산동) 씨 "당연히 법적으로 확인해야 하는 필수 항목일 거라고 생각했다"면서 "좁은 공간에 아이 12명과 부모들, 강사까지 30여 명이 밀집되는 수업인데 어떻게 기본적인 '건강·보건 관련 서류'를 확인하지 않을 수 있냐"고 비난했다.

질병관리본부와 광명시보건소는 18일 오후 6시 30분부터 결핵확진 판정을 받은 강사의 수업을 들었던 학부모를 대상으로 검진 및 역학조사 관련 설명회를 진행하고 있다. /독자 제공
질병관리본부와 관할보건소는 18일 결핵확진 판정을 받은 강사의 수업을 들었던 학부모를 대상으로 검진 및 역학조사 관련 설명회를 실시했다. /더팩트DB

이에 대해 롯데마트와 이마트 측도 사실관계를 인정했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해당 강사가 문화센터에 출강한 것은 맞다"면서 "건강검진 여부를 확인하지 못한 것은 현재 대형마트의 경우 신선제품을 취급·시식하는 부문에 대해서만 보건증을 제출하도록 돼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일을 계기로 현재 근무하고 있는 강사들을 대상으로 건강검진 등을 진행하고 있다"며 "향후 문화센터 강사와 계약할 때 건강 관련 서류를 필수적으로 제출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마트 측 역시 해당 강사의 문화센터 출강을 인정하면서 "보건당국에서 현장조사를 실시했고, 수강생 학부모를 대상으로 설명회도 열고 있다"며 "문화센터 강사를 상대로 건강검진 서류 등을 제출받아 검토하겠다"고 했다.

한편 A씨를 파견한 협회 측은 이날 <더팩트>에 이번 사태와 관련 사과의 뜻을 전했다. 협회 관계자는 "지난 18일 결핵 확진 판정이라는 사건이 갑작스럽게 발생했다"며 "환불은 최대한 빨리 처리하고, 이번 일로 심려를 끼친 모든 학부모들께 사과한다. 정말 죄송하다"고 했다.

bdj@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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