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경필 경기도지사가 2일 오후 경기 의왕에 위치한 서울구치소를 찾아 마약 혐의로 구속된 아들의 면회를 마친뒤 더팩트 취재진의 질문에 착잡한 표정으로 답변을 하고 있다./의왕=임영무 기자 |
[더팩트ㅣ의왕=임영무·이덕인·이원석 기자] "다 제 불찰이죠.……."
남경필(52) 경기도지사의 말에는 모래 먼지가 묻어나왔다. 물기라고는 하나도 없는 건조하고도 힘 없는 말투가 현재 심경을 그대로 대변했다. '역대급'이라는 추석 황금 연휴를 맞아 본격적으로 '귀성 전쟁'이 벌어진 2일 오후, 마약 혐의로 구속된 장남을 면회하고 나온 남 지사를 <더팩트>가 단독 인터뷰했다.
남 지사는 이날 오후 3시 30분께 장남 남모(25)씨가 수감된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 주차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더팩트> 취재진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수감된 서울구치소 면회객들을 취재하기 위해 지난달 30일과 2일, 이틀간 현장 취재를 실시했다. 추석 연휴 기간 동안 수감자를 면회할 수 있는 날짜는 30일과 2일, 9일뿐이다. 혹시라도 박근혜 전 대통령을 일반 면회하는 사람들이 있지않을까 구치소 앞을 지켰는데, 박 전 대통령의 면회객 대신 남 지사가 눈에 띄었다.
남 지사는 지난달 30일 오전에도 장남을 면회하며 '애끓는 부정'을 보였다. 당시에는 장남 친구들과 함께 구치소를 찾았다. 차량은 관용차 대신 본인의 승용차인 '경차' 모닝을 이용했다. 남 지사의 두 번째 면회 차량 역시 모닝이었다. 이번 면회는 장남의 추석 전 마지막 면회였다. 추석 연휴 기간 동안은 다른 수감자들처럼 면회가 되지 않는다.
가벼운 옷 차림에 백팩을 메고 아들의 면회를 위해 서울구치소에 들어서고 있는 남경필 경기도지사. /의왕=이덕인 기자 |
남 지사는 '모닝' 차량을 직접 운전해 구치소에 도착했다. 주차장에 주차를 한 후 차량에서 내려 걸어서 구치소로 들어갔다. 하늘색 남방셔츠, 베이지색 바지를 입고 검은색 배낭을 메고 있었다. 33살의 나이에 처음 금배지를 달며 정치권에 입문, 패기만만했던 차세대 정치 주자로서의 면모는 어디에서도 발견할 수 없었다. 남 지사의 어깨는 축 처져 있었고 힘이 없었다. 느린 걸음으로 땅을 쳐다보며 걸었다. 이따금 하늘을 쳐다보기도 했다.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장남의 면회를 마친뒤 차남과 함께 구치소를 나오고 있다./의왕=임영무 기자 |
남 지사 장남은 지난달 17일 필로폰을 수차례 투약해온 혐의로 경찰에 체포됐고 이후 구속돼 서울구치소에 수감됐다. 필로폰은 중국에 휴가를 다녀오면서 4g 정도를 속옷에 숨겨 밀반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오후 3시 37분 구치소로 들어간 남 지사는 40분가량 지난 오후 4시 20분께 면회를 마치고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들어갈 때는 혼자였으나 나올 때는 차남과 함께였다. 면회 대기실에서 만나 함께 면회를 한 것으로 보였다.
<더팩트> 취재진은 면회를 마치고 구치소 정문을 빠져나온 남 지사에게 다가가 간단한 심경을 물었다. 하지만 남 지사는 처음에는 직격 인터뷰 요청을 거절하며 급하게 발걸음을 옮겼다. 취재진의 계속된 요구에 남 지사는 면회 심경 등에 대해 간단한 소감을 밝혔다. 장남의 체포 소식을 듣자마자 해외일정을 급히 취소하고 귀국한 남 지사는 이후 경기도청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국민에게 사과한 바 있다. 구속 수감된 아들을 면회한 뒤 심경을 밝히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남경필 지사는 장남의 현재 심정과 상태에 대해 "(아들이) 잘 뉘우치고 있고 다시는 이런 일을 반복하지 않겠다고 각오를 다지고 있다"면서도 "힘들어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의왕=이덕인 기자 |
남 지사는 "일반 접견은 10분 이상 면회가 되지 않는다. 짧은 시간 동안 서로의 마음을 주고받았다"며 구속 수감된 자식을 둔 아버지의 착잡한 심정을 설명했다. 남 지사는 장남의 현재 심정과 상태에 대해 "(아들이) 잘 뉘우치고 있고 다시는 이런 일을 반복하지 않겠다고 각오를 다지고 있다"면서도 "힘들어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그는 장남의 상태를 전하면서 한숨을 크게 쉬기도 했고,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하기도 했다. 어떤 대화를 나눴냐는 질문엔 "(장남은) 미안하다고 얘기한다"며 "이번 기회에 다시는 이런 일 없도록 하자고 다짐했다"고 답했다.
남 지사는 또 이번 일과 관련해 '가정 관리도 못하는데 정치는 어떻게 하냐'는 등 쏟아진 쓴소리와 관련해선 "다 제 불찰"이라고 했다. 그는 "제가 잘못한 것"이라며 거듭 사과하며 "많이 반성하고 곱씹고 있다"고 심경을 밝혔다.
남경필 경기도지사(오른쪽)가 서울구치소 정문을 빠져나온 직후 더팩트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을 하고 있다./의왕=임영무 기자 |
장남의 마약 혐의가 큰 논란이 됐음에도 남 지사는 장남에 대한 애정을 여러 차례 드러낸 바 있다. 남 지사는 이미 수차례 장남을 면회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달 모 라디오 방송에서 "지난 19일 이후 매일 저녁 면회를 가고 있다"며 "(장남을 만나) 그래도 너는 내 아들이고 나는 네 아버지다. 사랑한다는 이야기를 한다"고 전했다. <더팩트> 취재진이 확인한 것은 지난달 30일과 2일 두 차례다.
이날 인터뷰 내내 남 지사는 착잡한 표정을 지었고 목소리에 힘이 없었다. 한숨을 여러 번 쉬었고 말도 쉽게 잇지 못했다. <더팩트> 취재진과의 인터뷰를 마치고 차량에 올라타는 순간까지도 남 지사의 어깨는 축 처진 모습이었다. 직접 운전대를 잡은 남 지사는 차남과 함께 서울구치소 주차장을 천천히 빠져 나갔다.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자신의 소형차량으로 서울구치소를 빠져나가고 있다. /의왕=임영무 기자 |
한편, 남 지사는 장남 마약 혐의로 논란이 된 이후로도 도지사 일정 및 정치 일정을 정상적으로 소화하고 있다. 앞서 장남 체포 소식에 독일 출장에서 급거 귀국한 남 지사는 곧바로 공식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갖고 고개를 숙이면서도 "최선을 다해 도정을 수행하겠다"고 지사직 사퇴설을 일축했다. 또한 내년 지방선거 출마 등 정치 활동 계획에 대해서도 "지금은 말할 때가 아니다"며 즉답을 피한 바 있다.
<영상=이덕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