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최순실 소유 獨 더블루K 대표는 '간첩' 아들, '안보도 무시했다'
입력: 2017.03.01 17:09 / 수정: 2017.03.01 17:09

[더팩트 | 최재필 기자] '비선실세' 최순실(61)씨의 독일 회사 더블루K와 비덱스포츠(Widec Sports GmbH, 이하 비덱) 법인 설립에 관여한 재독 변호사 박승관(46) 씨의 부친이 '간첩'으로 분류된 국가보안법 위반 사범인 것으로 <더팩트> 취재 결과 드러났다.

민간인 신분으로 박근혜 정부의 국정을 농단한 혐의로 구속된 최 씨는 경제 문화 스포츠 교육 외교 정부인사에 관여한 의혹도 모자라 대기업 후원금을 국외로 빼돌리기 위한 것으로 추정되는 독일 회사 설립 과정에서 '간첩 아들'과도 손을 잡아 자신의 이익을 위해선 국가 안보도 무시한 것으로 새롭게 밝혀졌다.

비선실세 최순실(61)씨의 독일 회사 더블루K와 비덱스포츠(Widec Sports GmbH, 이하 비덱) 법인 설립에 관여한 재독 변호사 박승관(오른쪽 위) 씨의 부친이 간첩으로 분류된 국가보안법 위반 사범인 것으로 <더팩트> 취재결과 드러났다. /문병희 기자
'비선실세' 최순실(61)씨의 독일 회사 더블루K와 비덱스포츠(Widec Sports GmbH, 이하 비덱) 법인 설립에 관여한 재독 변호사 박승관(오른쪽 위) 씨의 부친이 '간첩'으로 분류된 국가보안법 위반 사범인 것으로 <더팩트> 취재결과 드러났다. /문병희 기자

이에 따라 외교·안보 등 각종 국가 기밀문서를 '비선'에서 취급한 최 씨가 '간첩'의 직계와 접촉하고 있는지를 국가정보원이 사전에 파악했는지, 파악하고도 무시했는지 여부도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복수 관계자 "박승관 부친 방북 전력으로 국보법 위반 사범돼"

과연 박 변호사의 부친은 '간첩'이 맞을까. <더팩트>는 이에 대한 사실관계를 확인하기 위해 박 씨의 부친을 잘 아는 복수의 인사들을 취재했다. 이들은 모두 "박승관 변호사의 부친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는 게 맞다"면서 "북한을 방문한 전력 때문"이라고 증언했다.

이들의 말을 종합하면 박 변호사의 부친 박대원(77) 씨는 서울대 철학과(60학번) 출신으로, 1960년대 말 독일 유학 중 재독학자 송두율 교수 등과 함께 두 차례 북한을 방문했던 전력 때문에 '국보법 위반 사범'에 이름을 올렸다.

문국주 전 민주화기념사업회 상임이사는 21일 <더팩트> 취재진과 만나 박대원 씨에 대해 "1970년대 초반 독일 유학 중 평양을 방문한 전력 때문에 국보법 위반 사범으로 이름을 올린 것으로 안다"면서 "당시 독일에 사는 유학생들은 한국전쟁 이후 북한 동포들의 생활에 대해 궁금증이 있었고 북한 사람들을 만나고 싶은 호기심이 있었다. 그런 차원에서 방북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1992년 전향한 간첩 오길남 씨는 박 씨와 함께 독일에서 활동을 했다면서 당시 상황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박대원 씨는 대구 경북고, 서울대 철학과를 나왔다. 일명 '박도사'로 불렸다. 박 씨의 친구 이창균은 북한 대남부서 고위 간부였고, 박 씨가 살던 쾰른에는 김용무란 공작원도 있었다. 1980년대 백기완 씨의 북한행을 막기 위해 쾰른에 거주하던 북한 대남공작원 집에 갔었는데, 거기가 박 씨의 집이었다."

국보법 위반 전력 때문에 박 씨는 독일로 유학을 떠난 1960년대 말부터 국내 입국이 거부됐다. 하지만 오길남 씨와 달리 '전향서'를 작성하지 않고 있다.

문국주 전 민주화기념사업회 상임이사는 21일 <더팩트>와 만나 박대원 씨에 대해 1970년대 초반 독일 유학 중 평양을 방문한 전력 때문에 국보법 위반 사범으로 이름을 올린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더팩트DB
문국주 전 민주화기념사업회 상임이사는 21일 <더팩트>와 만나 박대원 씨에 대해 "1970년대 초반 독일 유학 중 평양을 방문한 전력 때문에 국보법 위반 사범으로 이름을 올린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더팩트DB

◆이복동생 "오빠는 소신 때문에 전향서 안 쓴다"

<더팩트>는 박 씨와 관련한 취재 중 이복동생 박점순 씨와 어렵게 연락이 닿았다. 박점순 씨는 21일 <더팩트>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전향서'를 작성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전향서를 작성하지 않은 것은 오빠의 소신 때문"이라며 "전향서를 작성하지 않아 간첩으로 보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덧붙였다.

"전향은 사상적으로 공산주의나 사회주의에 물들었던 사람이 하는 것 아니냐. 하지만 오빠는 공산주의나 사회주의에 물들었던 적이 없다고 했다. 그러니 전향서를 쓸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전향서를 작성할 땐 동지들을 팔아먹는 짓도 하지 않나. 오길남 씨의 경우가 그렇다. 오 씨는 오빠가 정말 동생처럼 보살펴줬다. 그런 오 씨가 오빠를 간첩으로 몰아세운 것을 알고 난 뒤 오빠는 식음을 전폐했다. 그래서 더욱 전향을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일반적으로 국보법 위반은 반국가 단체 활동을 한 것으로, 광범위한 의미로 해석된다. 반국가단체 구성, 찬양·고무, 이적단체 구성, 잠입·탈출, 간첩 등 죄명도 다양하다. 박대원 씨의 경우 북한을 두 차례 방문했던 점과 송두율 교수 등과 노동당 입당원서를 작성한 점, 대남 공작원과 접촉이 있었다는 증언이 나온 점 등을 미뤄 볼 때 단순한 국보법 위반 사범이 아닌 '간첩' 혐의가 있는 것으로 정보기관은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송두율 교수 사건을 다뤘던 한 전직 국정원 직원은 <더팩트>에 "노무현 정권 때 간첩 혐의로 구속된 송두율 교수에 대해 무죄가 선고됐지만, 송 교수가 간첩이라는 것은 지금도 사실로 믿고 있다"면서 "송 교수와 함께 활동했던 인사들이 수 명 있었는데 이들도 간첩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송 교수나 박대원 씨의 경우 입국이 불허된 상태인데, 가벼운 국보법 위반 사항에 대해 입국 불허라는 조치를 내리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박 씨의 아들인 박승관 변호사와 최순실 씨는 어떤 관계일까. 최 씨가 갖고 있던 국가 기밀문서를 볼 수 있을 만큼 친분이 있지 않았을까. 박점순 씨는 "회사 설립 등 업무 때문에 만난 사이"라며 "이전엔 전혀 모르는 사이였고, 이번 사태가 터진 뒤에야 최 씨가 '비선실세'라는 것을 알았다고 했다"고 전했다.

실제 <한겨레> 등 국내 언론을 종합해 보면, 박승관 변호사와 최순실 씨는 비덱과 더블루K 설립과정에서 만난 것으로 보인다. 비덱과 더블루K는 최 씨가 K스포츠재단을 통해 대기업에서 모은 자금을 세탁하기 위해 독일에 설립했다는 의혹을 받는 회사다.

국보법 위반으로 국내 입국이 불가능한 박대원 씨의 아들 박승관 변호사는 최순실의 독일 법인 설립에 깊이 관여한 것은 물론, 대표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국내에서 논란이 일자 최 씨는 법인 청산을 지시했고, 박 변호사는 지난해 11월 4일 더블루K를 청산한 것으로 확인됐다. /독일 기업정보 사이트 머니하우스 갈무리
국보법 위반으로 국내 입국이 불가능한 박대원 씨의 아들 박승관 변호사는 최순실의 독일 법인 설립에 깊이 관여한 것은 물론, 대표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국내에서 논란이 일자 최 씨는 법인 청산을 지시했고, 박 변호사는 지난해 11월 4일 더블루K를 청산한 것으로 확인됐다. /독일 기업정보 사이트 '머니하우스' 갈무리

◆박승관 변호사, 최순실 소유 더블루K 대표이사에서 청산까지

<한겨레>에 따르면 비덱은 2015년 7월 17일 독일 슈미텐에서 최 씨와 딸 정유라(21) 씨의 명의로 설립허가를 받았다. 최 씨는 이듬해인 지난해 2월 29일, 단독 명의로 더블루K도 설립했다. 이들 두 회사는 공통 업무로 호텔업과 컨설팅업을 신고했고, 비덱은 홍보업을, 더블루K는 레스토랑, 기타 지원 사업 등을 수행한다고 돼 있다. 두 회사 모두 최 씨의 개명 후 이름인 최서원으로 등재돼 있다. 독일 기업정보 사이트를 통해 확인한 내용이다.

눈에 띄는 점은 박 변호사가 이들 두 회사의 설립 과정뿐만 아니라 설립 후에도 대표이사로 이름을 올렸다는 것이다. 그러나 국내에서 최 씨와 관련한 논란이 확산하자 더블루K는 고영태 씨를 대표이사로 이름을 올렸다가, 박 변호사로 대표이사를 교체했다. 하지만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자 박 변호사는 지난해 11월 4일 더블루K를 청산했다. 이런 내용은 독일 기업정보 사이트 '머니하우스'에서 확인할 수 있다.

회사 설립 전문 한 변호사는 "설립 과정에서 변호사의 도움을 받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설립 후 회사의 대표이사로 등재시킨 것은 일반적 상황은 아니다"라며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볼 수밖에 없지 않겠냐"고 말했다.

최 씨의 독일 법인 설립과 청산 등에 깊게 관여한 박승관(독일 프랑크푸르트 거주) 변호사는 21일 오후 <더팩트>와의 전화 통화에서 "청산 작업을 진행하기 위해 대표이사에 이름을 올린 것 뿐"이라며 "최 씨와는 최철 변호사의 소개로 알게 됐으며 친분이 있는 것은 전혀 아니다"고 했다.

이어 비덱(전 코어스포츠) 설립 당시 대표이사에 이름을 올린 것에 대해선 "당시 비덱과 삼성이 계약관계가 진행 중이었는데, 계약을 빠르게 진행하기 위해서"라고 해명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해외 순방 일정, 외교 및 안보 분야 등 국가 기밀문서 작성에 관여했던 최순실이 간첩의 직계 자손과 연관이 있는 데도 정보기관이 적절하게 대처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나 파문이 예상된다. /더팩트DB
박근혜 대통령의 해외 순방 일정, 외교 및 안보 분야 등 국가 기밀문서 작성에 관여했던 최순실이 '간첩'의 직계 자손과 연관이 있는 데도 정보기관이 적절하게 대처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나 파문이 예상된다. /더팩트DB

◆국정원 시스템 제대로 작동하나

가장 큰 문제는 대통령의 해외 순방 일정, 외교 및 안보 분야 등 국가 기밀문서 작성까지 관여한 것으로 알려진 최순실 씨가 '간첩'의 직계 자손과 연관이 있는 데도 정보기관이 적절하게 대처했는가 여부다.

수사기관 한 관계자는 "최순실은 국가 기밀을 자신의 태블릿PC에 들고 다녔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연좌제는 없지만 국보법 위반 사범의 아들과 접촉을 하는 것을 국정원에서 알지 못했다면 직무유기이고, 알면서도 덮었다면 더욱 문제"라고 우려했다.

공안부서의 한 관계자 역시 "최순실이 '비선'이라고는 하지만 국가 기밀문서를 태블릿PC에 휴대했다. 그런 기밀 문서들이 유출될 가능성을 원천 봉쇄하는 게 국정원이 하는 일"이라며 "국정원에서 파악하지 못했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했다. 이어 "공식 라인이 아니라 비선이어서 파악하지 못했다는 것도 변명에 지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국정원은 <더팩트>에 "확인해 줄 수 있는 사항이 아니"라며 아무런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박 변호사도 국가 기밀문서 유출 가능성에 대해 일축했다. 박 변호사는 "업무와 관련된 서류 이외의 문서를 본 적도 없다"면서 "최 씨가 기밀문서를 갖고 있는 것도 본 일이 없다"고 일축했다.

jpcho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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