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블랙리스트' 국악인 김영임, '외압'으로 노래 제목 바꿨다
입력: 2016.12.30 08:47 / 수정: 2016.12.30 08:47

이제와서 또다른 논란으로 번질 수 있어 매우 조심스럽다. 김영임은 박근혜 대통령 취임 이후 한 방송프로그램에 출연해 청계천 아리랑을 부르려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상징어인 청계천을 빼달라는 방송사 간부의 요구로 서울 아리랑으로 바꿔 불러야 했다. /KBS 제공
"이제와서 또다른 논란으로 번질 수 있어 매우 조심스럽다". 김영임은 박근혜 대통령 취임 이후 한 방송프로그램에 출연해 '청계천 아리랑'을 부르려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상징어인 '청계천'을 빼달라는 방송사 간부의 요구로 '서울 아리랑'으로 바꿔 불러야 했다. /KBS 제공

[더팩트|강일홍 기자]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오른 국악인 김영임(60)이 박근혜 정부 출범 초기 외압으로 자신의 노래인 '청계천 아리랑'의 제목을 '서울 아리랑'으로 바꾸고 일부 가사까지 고쳐 부른 것으로 뒤늦게 밝혀졌다. '청계천 아리랑'의 청계천이 이명박 전 대통령을 떠오르게 한다는 이유에서였다.

<더팩트> 취재 결과 김영임은 지난 2013년 박근혜 정권이 출범한 직후 모 방송사 프로그램에 출연해 원래 부르려던 '청계천 아리랑'에서 '청계천' 대신 '서울'로 바꿔 부른 것으로 확인됐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상징어인 '청계천'을 빼고 관련된 가사도 바꾸라는 방송사 간부의 압력 때문으로 당시 문화계 전반에 걸친 박근혜 대통령의 영향력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 프로그램 제작에 관여한 한 방송관계자는 28일 오전 <더팩트>와 통화에서 "당시 윗선의 지시가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노래 제목이 바뀐 것은 맞다. 노래 제목을 바꾸지 않으면 그때 분위기로 봐서 출연시키기가 곤란한 상황이었다"고 밝혔다. 출연은 미리 예정돼 있었지만, 뒤늦게 노래 제목과 가사가 문제가 돼 수정 작업을 거친 것이다.

아리랑은 국악인 김영임의 상징어. 김영임은 정선아리랑을 비롯해 강원도 아리랑, 해주 아리랑, 구아리랑, 긴아리랑, 밀양아리랑, 진도아리랑 등 다수의 아리랑을 불렀다. /더팩트 DB
'아리랑'은 국악인 김영임의 상징어. 김영임은 정선아리랑을 비롯해 강원도 아리랑, 해주 아리랑, 구아리랑, 긴아리랑, 밀양아리랑, 진도아리랑 등 다수의 아리랑을 불렀다. /더팩트 DB

국악 대중화에 앞장선 김영임은 코미디언 이상해와 결혼한 뒤 30년을 해로하고 있는 대표적 여성 국악인으로 지난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작성된 문화예술계 9473명의 블랙리스트에 올라 눈길을 끌었다. 청와대가 문화예술계 검열 대상자 문건을 작성해서 문화체육관광부로 내려 보낸 것으로 알려진 ‘블랙리스트’는 최순실 게이트를 푸는 중요 열쇠로 박영수 특검이 현재 관계자들을 조사 중에 있다.

2013년 2월 박근혜 대통령 취임식 식전 공연에도 참가했던 김영임은 아리랑을 유난히 사랑한 명창으로 '청계천 아리랑'뿐만 아니라 수많은 아리랑을 만들어 불렀으나 단지 전 정권을 떠오르게 하는 '청계천 아리랑'을 부르고 현 정권 입맛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 등으로 자신도 모르게 블랙리스트에 올라 충격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소리 전수교육보조자(중요무형문화재 제57호)이자 한국국악협회 이사장인 김영임은 정선아리랑을 비롯해 강원도 아리랑, 해주 아리랑, 구아리랑, 긴아리랑, 밀양아리랑, 진도아리랑 등 다수의 아리랑을 불렀다.

그가 부르려고 했던 '청계천 아리랑'은 과거에도 방송에서 한 두차례 불렀고 세종문화회관 등 전국투어콘서트에서도 여러차례 소개된 바 있다. 이미 대중적으로 알려진 곡인데도 '누군가 껄끄러워 한다'는 이유로 방송불가 통보를 받았던 셈이다.

이에 대해 김영임의 한 측근은 "결국 제목은 물론 일부 가사 내용까지 수정한 '서울 아리랑'이란 제목으로 불렀다"면서 "방송사의 요청이 완곡하긴 했지만 부분적으로 절충을 하거나 거절할 형편은 아니었다"고 당시의 분위기를 기억했다.

회심가 등을 통해 국악인으로 자리매김한 김영임. 그는 소박하고 서민적인 이미지지의 김영임은 대중적 친근함이 매력이다. 목소리에 한이 서려있어 흥겹기 보다는 가슴이 저려온다. /KBS 제공
회심가 등을 통해 국악인으로 자리매김한 김영임. 그는 소박하고 서민적인 이미지지의 김영임은 대중적 친근함이 매력이다. 목소리에 한이 서려있어 흥겹기 보다는 가슴이 저려온다. /KBS 제공

김영임이 블랙리스트에 오른 이유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이 측근은 "문재인과 박원순 지지자로 블랙리스트에 오른 것으로 돼 있지만 전혀 사실과 다르다. 공식 비공식적으로 지지한 일이 없다. 아마도 전임 이명박 대통령 시절 각종 정부 행사에 참여한 것을 문제 삼은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그는 "김영임 씨는 원래 정치인들의 눈치를 보는 스타일이 아니다"면서 "국악인으로 오래 활동해온 이력에서 보듯이 여야를 구분해가며 정치인들과 교류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소박하고 서민적인 이미지지의 김영임은 대중적 친근함이 매력이다. 목소리에 한이 서려있어 흥겹기 보다는 가슴이 저려온다. 노래할 때 입는 의상도 권위적이지 않다. 화려함보다는 멋스러움을 강조한다.

블랙리스트 등재 및 아리랑 제목 변경논란에 대해 김영임은 "대중 국악인으로서 영원한 문화예술인이란 자부심으로 무대에 선다"면서 "그 부분에 대해서는 또 다른 논란으로 번질 수 있어 조심스럽다"고 말을 아꼈다.

세종문화회관 등 전국투어콘서트에서도 여러차례 소개된 청계천 아리랑. 블랙리스트 등재 및 아리랑 제목 변경 논란에 대해 김영임은 대중 국악인으로서 영원한 문화예술인이란 자부심으로 무대에 선다말했다. /온라인커뮤니티
세종문화회관 등 전국투어콘서트에서도 여러차례 소개된 '청계천 아리랑'. 블랙리스트 등재 및 아리랑 제목 변경 논란에 대해 김영임은 "대중 국악인으로서 영원한 문화예술인이란 자부심으로 무대에 선다"말했다. /온라인커뮤니티

한편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김기춘 전 비서실장과 조윤선 문체부 장관의 주거지 등 10여곳을 압수수색하며 이른바 '문화계 블랙리스트' 수사에 본격 착수했다. 또 블랙리스트 작성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는 정관주 전 문화체육관광부 제1차관을 불러 조사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청와대 정무수석실에서 2014년 여름부터 2015년 1월까지 작성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에는 현 정부에 비판적인 문화 예술계 인사 9473명이 모두 4항목으로 분류돼 있다.

세월호 정부 시행령 폐기 촉구 선언에 서명한 문화인 594명, 세월호 시국선언에 참여한 문학인 754명, 박원순 후보 지지 선언 1608명, 그리고 문재인 후보 지지 선언에 참여한 예술인 6517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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