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청문회 열공' 우병우 전 민정수석, 잠적 후 변화는?
입력: 2016.12.20 11:14 / 수정: 2016.12.21 16:14

지난달 27일 자택에서 모습을 감춘 우병우 전 수석이 19일 밤 서울 반포동의 가족회사 정강에서 <더팩트> 카메라에 포착됐다. 청문회에 불출석하며 수십 일 동안 행방불명된 그는 잠적 22일 만에 모습을 드러냈다. /문병희 기자
지난달 27일 자택에서 모습을 감춘 우병우 전 수석이 19일 밤 서울 반포동의 가족회사 '정강'에서 <더팩트> 카메라에 포착됐다. 청문회에 불출석하며 수십 일 동안 행방불명된 그는 잠적 22일 만에 모습을 드러냈다. /문병희 기자

[더팩트ㅣ이철영 기자] 우병우(49)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22일 간의 잠적을 마치고 서울 사무실에서 장시간 청문회에 대비하는 모습이 확인됨에 따라 5차 청문회에서 보여줄 변화된 모습 또한 관심을 끌 것으로 보인다. '소년등과'의 엘리트 검사에서 검찰 조사를 받기까지의 행적은 물론 '황제 조사'의 꼿꼿한 태도가 청문회장에서 어떤 변화를 보일지도 관심사다.

우 전 수석은 자타가 공인하는 엘리트 코스를 걸어왔다. 서울대 법학과 3학년 재학 중이던 1987년 약관 20세에 사법고시에 합격하는 '소년등과(少年登科)'했다. 당시 합격자 중 최연소였다. 그는 1990년 사법연수원을 차석으로 수료한 후 서방파 행동 대장 구속, 대전 진술파 두목 구속 등으로 이름을 알렸다.

가족회사 정강 공금 유용과 처가 땅의 넥슨 거래 관련 의혹, 기흥CC 주변 땅 차명 보유 문제, 아들의 의경 보직 특혜 등 각종 비위 의혹이 제기된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이 11월 6일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하고 있다. 최순실 씨 국정 농단 사건 여파로 민정수석에서 경질된 우병우는 검찰을 떠난 지 3년 7개월 만에 후배들에게 조사받는 처지가 됐다. /이효균 기자
가족회사 '정강' 공금 유용과 처가 땅의 넥슨 거래 관련 의혹, 기흥CC 주변 땅 차명 보유 문제, 아들의 의경 보직 특혜 등 각종 비위 의혹이 제기된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이 11월 6일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하고 있다. 최순실 씨 국정 농단 사건 여파로 민정수석에서 경질된 우병우는 검찰을 떠난 지 3년 7개월 만에 후배들에게 조사받는 처지가 됐다. /이효균 기자


특히 우 전 수석은 로비가 통하지 않는 검사로 유명했다고 한다. 또, 검찰 재직 당시 조직으로부터 수사능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은 것으로 유명하다. 검사 시절 혐의를 확정하고 피의자를 옭아매는 기술이 남달라 출세 가도를 달렸다. 우 전 수석은 검사 시절 동료들로부터 '깁스'로 불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성격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수사능력으로 승진 가도를 달린 우 전 수석이지만, 주위의 평가는 그리 좋지 않았다. 우 전 수석의 동료 검사들은 '업무 능력은 최고지만, 인간적인 관계는 굉장히 거리가 먼 사람'이라고 평가했을 정도다. 우 전 수석도 이를 잘 알았는지 "나를 싸가지 없다고 주변에서 말하는 걸 잘 안다. 사건 처리할 때 선배 변호사나 누구한테 전화 오더라도 다 잘라버리니 누가 나를 좋아하겠나"라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우 전 수석은 23년간 검사 생활 중 대검 중수1과장 때는 노무현 전 대통령을 직접 조사하기도 했다. 당시 우 전 수석은 "노무현 씨 당신은 더는 대통령도, 사법고시 선배도 아닌, 그저 뇌물수수 혐의자로 이 자리에 앉아 있는 거다"고 말할 만큼 기세가 등등했다.

수사능력으로 승진 가도를 달린 우병우 전 수석이지만, 주위의 평가는 그리 좋지 않았다. 우 전 수석의 동료 검사들은 업무 능력은 최고지만, 인간적인 관계는 굉장히 거리가 먼 사람이라고 평가했을 정도다.
수사능력으로 승진 가도를 달린 우병우 전 수석이지만, 주위의 평가는 그리 좋지 않았다. 우 전 수석의 동료 검사들은 '업무 능력은 최고지만, 인간적인 관계는 굉장히 거리가 먼 사람'이라고 평가했을 정도다.

그는 2009년 5월 23일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이후에도 대검찰청 범죄정보기획관, 수사기획관 등 검찰 요직을 두루 거쳤지만, 2011년 인천지검 부천지청장이 된 뒤 2013년 4월 검사장 승진에서 탈락하며 검사 생활을 마감했다. 그는 이후 짧은 변호사 시절을 거쳐 2015년 2월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으로 화려하게 복귀했다. 그는 청와대 입성 8개월여 만에 비서관에서 수석으로 올라서는 기염을 토하면서 검찰 안팎을 놀라게 했다. 이 부분에서 국정농단한 최순실과의 연결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승승장구하던 우 전 수석도 처가 부동산 매매와 아들 병역 특혜, 가족회사 '정강'의 횡령 의혹에 이어 최순실 게이트로 번지며 내리막 길에 다다른 상황에 처했다. 우 전 수석은 지난 7월 처가 부동산을 넥슨 코리아에 1000억 원대 매매 의혹으로 도마에 올랐다. 곧이어 아들의 병역 특혜 의혹까지 터졌다.

우 전 수석을 둘러싼 논란이 확산하자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은 지난 8월 우 수석 아들의 병역 특혜와 관련해 직권 남용 혐의, 처가의 1인 가족기업인 정강에 대해선 횡령 혐의를 적용해 수사 의뢰를 했다. 이석수 전 대통령 직속 특별감찰관이 10월 28일 오전 언론사에 감찰 내용을 누설했다는 의혹으로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피고발인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이덕인 기자
우 전 수석을 둘러싼 논란이 확산하자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은 지난 8월 우 수석 아들의 병역 특혜와 관련해 직권 남용 혐의, 처가의 1인 가족기업인 '정강'에 대해선 횡령 혐의를 적용해 수사 의뢰를 했다. 이석수 전 대통령 직속 특별감찰관이 10월 28일 오전 언론사에 감찰 내용을 누설했다는 의혹으로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피고발인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이덕인 기자


우 전 수석을 둘러싼 논란이 확산하자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은 지난 8월 우 수석 아들의 병역 특혜와 관련해 직권 남용 혐의, 처가의 1인 가족기업인 '정강'에 대해선 횡령 혐의를 적용해 수사 의뢰를 했다. 결국, 우 전 수석은 여론의 뭇매를 맞으며 지난 10월 30일 직에서 사퇴했다. 우 전 수석은 직을 내려놓은 지 6일 만에 처가 땅 매매 의혹과 가족회사 '정강'의 횡령 혐의로 검찰에 출석했다. 그러나 그는 검찰 출석 당시에도 꼿꼿한 모습을 보여 국민적 비난을 받았고, 이제는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하게 됐다.

잠적한지 22일 만에 서울에 모습을 드러낸 우병우 전 수석.
잠적한지 22일 만에 서울에 모습을 드러낸 우병우 전 수석.

수사에 탁월하고 피의자를 옭아매는 기술이 남달랐다는 우 전 수석이 22일간의 잠적을 끝내고 오는 22일 청문회에 참석한다. 이는 곧 증인으로 심문을 받을 때 누구보다도 방어를 잘해 곤경에 빠지지 않는 재주와 능력을 충분히 발휘할 준비가 끝났다고 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우 전 수석이 그동안의 잠적을 풀고 증인 출석을 예고한 것은 자기 보신을 위한 계산이 세워졌다고 볼 수 있다고 분석한다.

우 전 수석은 소년등과 이후 검찰로 승승장구했다. 청와대에 들어가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우 전 수석은 지금까지 자신이 경험하지 못한 생중계 청문회라는 최대 위기에 처했다. 그가 이번에도 방어 능력을 여실히 보여줄지, 어떤 변화를 보여줄지 이목이 쏠린다.

cuba20@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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