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불법 호화분묘 조성' 담철곤 회장, 왜 무리수를 뒀나?
입력: 2016.12.16 05:00 / 수정: 2016.12.21 16:16
담철곤 오리온그룹 회장은 지난 1991년께 모친이 별세하자 경상북도 청도군 각북면 명대리 9**번지 일대에 분묘를 조성했다. /청도=이성로 기자
담철곤 오리온그룹 회장은 지난 1991년께 모친이 별세하자 경상북도 청도군 각북면 명대리 9**번지 일대에 분묘를 조성했다. /청도=이성로 기자

◆담철곤 회장, 불법인데 왜 농지에 분묘를 조성했을까

[더팩트ㅣ청도=장병문·이성로 기자] 담철곤(61) 오리온그룹 회장이 농경지를 차명으로 매입하고 불법으로 부모의 '호화 묘지'를 만든 사실이 <더팩트> 취재결과 드러났다. 사회적 지도층인 담철곤 회장은 명백한 불법임을 알면서도 왜 직원들의 명의를 이용해 연고도 없는 지역에 묘역을 조성했을까. 그 궁금한 내막을 취재했다.

담 회장은 지난 1991년께 모친이 별세하자 경상북도 청도군 각북면 명대리 9**번지 일대에 분묘를 조성했다. 이후 부친의 1주기인 1999년 이곳으로 이장하면서 비석과 상석, 조형물, 조경수, 돌계단, 주차장 등으로 분묘를 대대적으로 꾸몄다. 담 회장 부모의 분묘와 주차장 일대는 등기부등본상 농지인 '전(田)'으로 명시하고 있어 용도를 변경할 경우 지자체에 허가가 필요하다. 그러나 담 회장은 절차를 거치지 않고 농경지를 분묘와 주차장으로 불법적으로 변경했다. 또 본인이 부지를 직접 소유하기 어려워 회사 직원들을 통해 매입한 사실도 드러나 차명 매입 논란도 불거진 상황이다.

오리온 측도 농지 불법전용에 문제가 있음을 인지하고도 분묘와 주차장으로 만든 사실을 인정했다. 오리온 관계자는 "토지 명의자는 현지 거주자만 매입할 수 있어 불가피하게 직원 이름으로 구입했다"고 취재진에게 해명했다.

그렇다면 담 회장은 불법임에도 왜 이곳에 부모의 묘지로 조성했을까. 취재 과정에서 담 회장이 풍수지리에 적합한 묫자리를 찾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엿보였다. 담 회장은 모친과 부친의 묘지를 고를 때 국내 최고의 풍수지리 전문가에게 도움을 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담 회장의 선친 분묘 조성에 관여한 오리온 전 임원은 "1991년 모친이 돌아가신 직후 명대리 터에 조그맣게 분묘를 조성했으며, 부친의 1주기인 1999년 분묘에 비석과 상석 등으로 크게 조성했다"고 말했다.

그는 "원래 담 회장 선친의 묫자리로 대구의 한 공원 묘지를 구입했지만, '육관도사'로 불리는 풍수지리 전문가 손석우 선생께서 '그곳은 묫자리로 적당하지 않다'고 반대했다"면서 "손 선생께서 추천한 곳이 바로 명대리 터였다"고 회상했다.

손석우 선생은 최규하,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등 5대에 걸쳐 대통령 집안의 묫자리를 잡은 유명한 풍수지리가다. 그는 담 회장의 장인인 동양그룹 창업주 고 이양구 회장의 묫자리를 추천하기도 했다. 그 일이 인연이 되면서 담 회장 부모의 묫자리까지 추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담 회장은 현실적으로 본인이 구입할 수 없는 '명당 부지'인 농경지에 묘역을 조성하기 위해 땅을 구입하면서 불법을 동원하는 '무리수'를 둔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담철곤 회장은 지난 1980년 동양그룹 고 이양구 회장의 차녀 이화경 오리온그룹 부회장과 결혼하고 동양그룹에 입사했다. 사진은 담 회장이 지난 5월 더팩트 취재진으로부터 오리온 배당에 관련된 질문을 받고 있는 모습. /더팩트 DB
담철곤 회장은 지난 1980년 동양그룹 고 이양구 회장의 차녀 이화경 오리온그룹 부회장과 결혼하고 동양그룹에 입사했다. 사진은 담 회장이 지난 5월 '더팩트' 취재진으로부터 '오리온 배당'에 관련된 질문을 받고 있는 모습. /더팩트 DB

◆'불법 묘역 조성' 담철곤 회장은 누구인가?

담 회장은 1955년 대구에서 한의원을 운영하는 화교 집안에서 태어났다. 1970년 켄트외국인학교 재학 중 동양그룹 고 이양구 회장의 차녀 이화경 오리온그룹 부회장을 만났으며 1980년 결혼했다. 이때 한국 국적을 취득했다.

담 회장은 결혼과 함께 장인 회사인 동양시멘트에 취업했으며, 1년 뒤 동양제과로 옮겼다. 이양구 회장이 1989년 세상을 떠나자 동양제과 대표이사에 올라 본격적으로 회사을 경영했다.

2001년 동양제과를 동양그룹에서 분리하고 오리온그룹으로 사명을 바꿨다. 담 회장은 그해 9월14일 오리온그룹 회장으로 정식 취임했다.

담 회장은 1993년 중국 시장에 진출하면서 큰 성공을 거뒀지만, 2011년 6월 위장계열사 '아이팩'을 통해 300여억 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됐다. 항소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아 풀려났다.

담 회장은 지난달 동양그룹 부도사태 피해자 모임과 시민단체로부터 고발 당했다. 동양사태 피해자들은 "동양그룹의 선대회장이 아내 이관희 씨와 장녀 이혜경 씨 등에게 상속했던 아이팩의 주식은 3000억 원의 가치가 있다"며 "담 회장은 여기서 횡령한 주식을 아들에게 세금 한 푼 내지 않고 불법으로 승계했다"고 주장하면서 담 회장을 횡령 혐의로 고발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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