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철곤 오리온그룹 회장이 농경지를 차명으로 매입하고 불법전용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논란이 예상되고 있다. /정용무 그래픽 기자 |
[더팩트ㅣ청도=장병문·이성로 기자] 담철곤(61) 오리온그룹 회장이 농경지를 차명으로 매입하고 불법으로 부모의 '호화 묘지'를 만든 사실이 드러나 해당 지방자치단체가 법적조치에 나서기로 했다.
<더팩트> 취재 결과 담철곤 회장은 1991년께 경상북도 청도군 각북면 명대리 9**번지 일대에 모친의 분묘를 조성했다. 이후 1999년 모친의 옆자리에 부친의 묘를 만들어 2기의 합장묘를 설치했다. 하지만 이곳은 등기부등본상 농지인 '전(田)'으로 규정되어 있어 묘지가 들어설 수 없는 곳이지만 2기의 묘와 비석 등으로 호화롭게 꾸며져 있으며, 주차장으로도 용도가 변경돼 이용되고 있다.
또 장사법상 가족 묘역 규정의 두 배를 넘는 해당 묘소 부지는 담철곤 회장이 아닌 오리온그룹 직원이 등기권자로 돼 있어 담 회장의 토지 차명 보유 의혹이 일고 있다. 오리온그룹 비서실 등에서 근무한 직원들은 돌아가면서 담 회장 묘소 부지 소유권을 이전 등록, 보유하고 있다.
이에 따라 경북 청도군청 측은 농경지를 차명 매입한 뒤 불법전용한 사실에 대해 법적 조치를 취할 예정이다. 청도군청 측 관계자는 15일 "농경지를 차명으로 매입해 부모 묘소로 불법전용한 게 분명한 만큼 실사과정을 거쳐 농경지 원상복구등 법적 조치를 취할 방침이다"고 말했다.
불법조성된 담철곤 회장의 부모 묘소 총 면적(주차장 포함)은 2147m²(649평)다. 토지 규모로만 볼 때 서울현충원에 조성된 김영삼 전 대통령의 묘(264m²)의 약 8배에 달한다. 장사법에 따르면 가족묘지 규모는 100m²(약 30평) 이하로 규정하고 있다. 담 회장이 주차장으로 사용하고 있는 부지를 제외하더라도 분묘로 조성한 부지는 762m²(230평)로 장사법에서 규정한 규모를 훌쩍 뛰어 넘는다.
담철곤 회장 선친 분묘는 농경지에 법 규정의 두 배가 넘는 762m²(230평) 규모로 비석과 상석, 돌로 제작한 조형물, 조경수, 돌계단 등으로 꾸며져 있다. /청도=이성로 기자 |
◆담철곤 회장, '명당' 농경지 차명 매입 '의혹'
담철곤 회장은 현재 서울 성북구 성북동 자택에 살고 있으며 오리온그룹을 경영하고 있다. 담 회장은 사는 곳과 하는 일 때문에 법규상 농지를 구입할 수 없다. 묘지 터를 처음 구입했던 1991년 담 회장은 동양제과(현 오리온 제과) 사장으로 재직 중이었다.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에도 농지를 구입하기 위해서는 까다로운 조건에 부합되어야 했다. 농지법에 따르면 자기의 농업경영에 이용하지 않을 경우 농지 소유를 엄격하게 금지한다.
특히 농지를 취득하기 위해서는 우선 농업경영계획서를 지자체에 제출해야 한다. 읍·면장은 농사를 지을 여건이 되는지를 확인하고 농지취득자격증명서를 발급하게 된다. 심지어 농지 소재지에서 4km 이내에 거주해야 하는 통작거리 제한도 시행되고 있다. 담 회장은 1989년에 동양제과 사장으로 임명돼 본격적으로 회사를 경영했으며, 1999년 등기부등본상 주소는 서울 성북구 성북동으로 되어 있어 명대리 일대 농지 취득 조건에 맞지 않는다.
이 때문에 담 회장이 차명으로 부모의 묘지 터를 구입한 것으로 추정된다. 담 회장의 집안일까지 직접 챙겼다는 오리온 전 고위 임원은 "담 회장의 모친은 1991년, 부친은 1998년에 세상을 떠났다"며 "모친이 돌아가신 직후 명대리 터에 조그맣게 분묘를 조성했으며 부친의 1주기인 1999년 분묘에 비석과 상석 등으로 크게 조성했다"고 밝혔다. 그는 "1991년께 모친이 돌아가시면서 회사 직원 이름으로 명대리에 땅을 매입했다"고 말했다.
포털 스카이뷰로 바라 본 담철곤 회장 선친 분묘 터. 윗쪽 붉은색 테두리가 분묘로 조성된 곳이며, 아래쪽 노란색 테두리는 주차장으로 사용하는 부지다. /다음 스카이뷰 캡처 |
이 관계자는 "담 회장이 대구·경북지역을 연고지로 하는 직원 이름으로 토지를 사게 하고 관리도 시켰다"면서 "1991년 처음 땅을 산 A 씨는 오리온 물류담당 직원이었으며 1999년 소유권을 인수한 B 씨는 오리온 비서실 직원이었다. 이후 2005년에는 C 씨로 명의가 변경됐는데 현재 오리온 대구·경북지역 사업부 소속"이라면서 담 회장이 차명으로 농지를 구입한 것을 지적했다. 실제로 등기부등본에도 B와 C 씨의 주소가 각각 청도군과 대구로 적혀있다. 담 회장은 회사 직원을 사적인 일에 동원한 셈이다.
농지법은 농지 소유 제한이나 농지 소유 상한을 위반해 농지를 소유할 목적으로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농지취득자격증명을 발급받은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담철곤 회장 선친 분묘 앞 농지는 주차장으로 사용되고 있다. 바닥에는 돌멩이가 깔려져 있으며, 한쪽에는 기사들이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되어 있다. /청도=이성로 기자 |
◆담철곤 회장이 조성한 '호화 분묘'와 주차장은 농경지
담철곤 회장이 분묘로 조성한 청도군 각북면 명대리 9*-*번지는 등기부등본에 명백하게 '전(田)'으로 명시하고 있다. 용도변경을 하지 않으면 묫자리로 쓸 수 없는 곳이다. 그런데도 담 회장은 2기의 묘와 높이 2m가량의 비석과 상석, 돌로 제작한 조형물, 조경수, 돌계단 등으로 분묘를 꾸몄다. 또 분묘 앞 부지인 명대리 9*번지 토지도 농경지이지만, 돌멩이를 깔아 놓고 주차장으로 사용하고 있다. 이 주차장은 차량 10대 가량을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으며 한쪽에는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건축물도 세워져 있다. 또 논·밭 사이 묘지로 들어가는 길목은 아스팔트로 포장된 상태다.
두 곳의 면적은 분묘로 쓰이는 9*-*번지가 762m²(230평), 주차장으로 쓰이는 9*번지는 1385m²(419평)로 총 2147m²(649평)다. 토지 규모로만 볼 때 서울현충원에 조성된 김영삼 전 대통령의 묘(264m²)의 약 8배에 달한다.
청도군 농지담당 공무원은 담 회장이 분묘와 주차장으로 조성한 명대리 9*번지와 9*-*번지에 대해 "불법전용된 농경지"라고 지적했다. 이 공무원은 "농지법이 개정되기 전인 1973년 묘가 들어섰다면 문제가 되지 않지만 그 이후에 조성됐다면 위법"이라고 말했다. 이어 "용도변경을 신청한 적도 없었기 때문에 농작물 재배 목적 외에는 사용할 수 없는 땅"이라고 했다. 담 회장이 분묘를 조성하기 전 용도변경을 했다면 문제가 없었다는 이야기다. 이 공무원은 '지금이라도 용도를 변경하면 묘지로 사용할 수 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처음부터 불법으로 조성됐기 때문에 원상복구해야 한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담철곤 회장 선친 분묘 인근 부지는 농경지로 사용되고 있다. /청도=이성로 기자 |
그러면 1991년 조성된 담 회장 부모의 묘가 어떻게 17년가량 문제없이 지속할 수 있었을까. 담 회장 선친 분묘 인근의 한 주민은 "처음에 이곳에 묘가 들어선다고 할 때 마을과 가까워서 반대했다"며 "그런데 어느새 묘가 들어섰더라. 돈 많은 사람들이라서 일을 빠르게 처리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해당 토지 소유권이 B 씨에서 C 씨로 이전됐던 2005년 관할 면사무소에서 실사가 나왔다는 증언도 있었다. 오리온 전직 임원은 "당시 면사무소 직원이 돌멩이가 깔린 주차장을 농지로 원상복구하라고 명령했다. 그때 돌멩이에 위에 흙을 깔아 문제를 해결했고 나중에 흙을 걷어내 주차장으로 복구했다"고 말했다.
청도군 농지담당 공무원은 "농경지 이용실태 조사는 최근 3년 사이 소유권이 변경된 곳을 대상으로 실시하고 있다. 해당 농지는 11년 전에 소유권이 변경돼 실사 대상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이 공무원은 "불법전용된 정황이 드러났기 때문에 조만간 실사할 계획"이라면서 "위법 사항이 드러나면 경고장을 발송하고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했다.
경북 청도의 불법 호화분묘 비석에는 담철곤 회장과 이화경 부회장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청도=이성로 기자 |
장사법 위반 소지도 다분하다. 분묘를 조성하기 위해서는 관할 지자체의 허가가 있어야 한다. 장사 법률을 담당하는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허가 없이 묘지를 조성할 경우 폐쇄 조치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장사법에 따르면 가족묘지 규모는 100m²(약 30평) 이하로 규정하고 있다. 담 회장이 주차장으로 사용하고 있는 부지를 제외하더라도 분묘로 조성한 부지는 762m²(230평)로 장사법에서 규정한 규모를 훌쩍 뛰어 넘는다.
장사법은 허가 또는 변경 허가를 받지 않고 가족묘지를 설치할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면적기준 또는 시설물 설치기준을 위반하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고 있다.
오리온 측은 담 회장의 농지 불법전용과 차명 매입에 대해 "토지 명의자는 현지 거주자만 매입할 수 있어 불가피하게 직원 이름으로 구입했다"고 말했다. 사진은 담 회장이 지난 5월 '더팩트' 취재진으로부터 '오리온 배당'에 관련된 질문을 받고 있는 모습. /더팩트 DB |
◆오리온 임원 "공동묘지 말고 다 불법 아니냐" 반문...'담 회장만 문제냐'는 식의 불감증 노출
담철곤 회장은 연고도 없는 경북 청도가 명당이라는 지관의 말에 따라 호화분묘를 조성하기 위해 직원의 이름을 빌려 농지를 구입하고 직원 소유 명의가 바뀔 때마다 5000만 원씩의 채권-채무관계를 활용하는 등 지능적으로 부모 묘소를 관리하고 있는 정황이 드러났다. 담 회장측은 위법임을 알고도 분묘 조성을 추진한 것에 대해 차명 매입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공동묘지 말고는 다 불법 아니냐"는 반응을 보였다.
오리온 홍보 관계자는 담 회장의 직원 명의로 불법 조성한 묘역 배경에 대해 "토지 명의자는 현지 거주자만 매입할 수 있어 불가피하게 직원 이름으로 구입했다"며 "해당 직원에게 동의를 얻고 추진했다"고 차명으로 농지를 구입한 사실을 인정했다.이어 "(부지) 명의 변경이나 이장을 고려하고 있었는데 불가능했다"면서 "앞으로도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취재가 진행되자 입장을 밝혔다.
오리온 홍보담당 임원은 불법인 것을 인지하고도 분묘를 조성한 것에 대해 "공동묘지 말고는 다 불법 아니냐"며 취재진에게 거칠게 항의하는 등 그룹 회장의 불법적 묘소 조성을 인정하면서도 '남들도 그러는데 무엇이 문제냐'는 식의 이중적 태도를 보이기도 하는 등 담 회장 선친 묘소 불법 조성 의혹에 대해 예민한 반응을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