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심란한 박근혜 복심' 이정현, 한밤 중 변복 후 '한강 배회'
입력: 2016.12.05 00:00 / 수정: 2016.12.05 00:00

박근혜 대통령의 최측근인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가 29일 밤 서울 여의도에서 지인들과 식사를 마친 뒤, 한강 둔치주차장으로 이동해 누군가와 통화를 하고 있다. 이날은 박 대통령이 대통령직 임기 단축을 포함한 진퇴 문제를 국회 결정에 맡기겠다며 대국민담화를 발표한 날이다. /여의도=문병희·이덕인 기자
박근혜 대통령의 최측근인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가 29일 밤 서울 여의도에서 지인들과 식사를 마친 뒤, 한강 둔치주차장으로 이동해 누군가와 통화를 하고 있다. 이날은 박 대통령이 "대통령직 임기 단축을 포함한 진퇴 문제를 국회 결정에 맡기겠다"며 대국민담화를 발표한 날이다. /여의도=문병희·이덕인 기자

[더팩트 | 여의도=이철영·문병희·이덕인 기자] 박근혜 대통령의 '복심(腹心)'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가 대통령의 3차 대국민 담화 발표에도 불구하고 비난 여론이 수그러들지 않자 심란한 마음을 추스르려는 듯 인적이 드문 한강공원을 배회하며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는 모습이 <더팩트> 카메라에 단독 포착됐다.

이정현 대표는 29일 오후 10시 20분께 찬바람이 부는 영하의 기온에도 불구하고 두꺼운 목도리와 모자로 무장한 채 국회 둔치주차장 인근의 한강변에 홀로 나와 끝없는 사퇴 압박과 앞이 안보이는 살얼음판 탄핵 정국의 해법을 찾으려는 듯 누군가와 장시간 통화를 하고 생각에 잠기는 등 한 시간 가까이 고뇌에 잠겼다. 30일부터 시작되는 '최순실 게이트' 국회 국정조사와 새누리당 의원총회를 앞둔 밤이라 그의 고민은 더욱 깊어 보였다.

이날 오후 이 대표는 박근혜 대통령 3차 대국민 담화 직후 열린 긴급 의원총회를 끝내고 기자들에게 "대통령 본인이 임기를 줄이겠다고 발표했으면 그 방법에 대한 것은 국회에서 결정하면 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12년 인연을 이어간 박 대통령의 복심으로 누구보다도 이날 담화를 가슴 아프게 들었다.

<더팩트> 취재진은 새누리당 긴급의총이 끝나고 약 2시간 30분이 지난 오후 10시 20분께 국회 둔치주차장에서 고뇌에 찬 이 대표를 목격했다. 이 대표는 의총 당시 입었던 정장이 아닌 모자와 트레이닝복으로 갈아입은 모습이었다. 한강 변을 따라 걷기 시작하면서 휴대전화로 통화도 했다. 수행비서도 없이 혼자서 마포대교 방면으로 한강 변을 따라 걸었다.

이 대표는 마포대교 방면으로 한강 변을 걸으며 누군가와 계속 전화 통화를 했다. 밤 10시를 넘긴 시각으로 한강을 산책하는 사람은 좀처럼 찾아볼 수 없었다. 이 대표는 심란한 마음을 달래려는 듯 마포대교 방면을 향해 끊임없이 걸었다. 그렇게 한참을 걸었던 이 대표는 마포대교 인근에서 다시 방향을 바꿔 서강대교 방향으로 걸으며 통화를 이어갔다.

그렇게 약 50분 가까이 한강 변을 따라 걷던 이 대표는 서강대교 인근으로 올라왔고, 국회 앞 한 건물로 들어갔다. 취재진은 이 대표가 홀로 변복을 한 채 한강 변을 걸으며 누군가와 통화했는지는 파악하지 못했다. 다만, 어수선한 시국 상황으로 코너에 몰린 이 대표가 박 대통령의 '퇴진' 담화에 복잡한 마음을 달래거나 탄핵 정국의 해법을 찾기 위해 누군가와 장시간 통화한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 관계자에 따르면 이 대표는 '최순실 게이트'가 불거진 이후 거의 매일 박 대통령과 통화를 했다. 그러다 박 대통령은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기 전에는 이 대표의 전화를 받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표가 박 대통령과 통화가 불발된 날은 친박계 중진 의원들이 "명예로운 퇴진"을 건의하겠다고 밝힌 날이다.

이 대표는 친박계 중진들마저 "명예 퇴진"을 건의한다고 밝힌 데 대해 어쩌다 상황이 이렇게까지 왔는지에 대해 울분을 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순실 게이트' 논란 이전부터 박 대통령의 복심이었던 이 대표다. 그는 '최순실 게이트' 논란이 불거진 이후 야3당과 비박계의 박 대통령 탄핵 공세를 정면으로 받아왔다. 그러면서 비박계의 거센 사퇴요구에도 12월 21일 물러나겠다며 즉각적인 사퇴를 거부하며 박 대통령을 지키기 위해 노력해 왔다.

그러나 박 대통령이 자신의 전화도 받지 않은 채 돌연 담화를 통해 퇴진 수순을 밟겠다고 했으니 이 대표의 심정은 누구보다 착잡할 수밖에 없다. 박 대통령이 대통령 자리에 오르는 과정에서 이 대표가 늘 함께였기 때문이다.

앞서 이 대표는 여의도 당사에서 지도부와 함께 박 대통령의 담화를 지켜봤다. 이 대표는 박 대통령이 "오늘 이 자리에서 저의 결심을 밝히고자 한다. 저는 대통령직 임기 단축을 포함한 진퇴 문제를 국회 결정에 맡기겠다"며 "여야 정치권이 논의해 국정 혼란 최소화하고 안정되게 정권을 이양할 수 있는 방안을 만들어 주면 그 일정과 법 절차에 따라 대통령직에서 물러나겠다"는 말에 심란한 표정으로 지었다.

또, 박 대통령이 "저는 이제 모든 것을 내려놓았다. 하루속히 대한민국이 혼란에서 벗어나 본래의 궤도로 돌아가길 바라는 마음뿐이다"는 대목에서는 애써 눈물을 참는 듯 침울한 모습을 보였다. '의리냐, 사퇴냐'를 놓고 이 대표의 고민을 더 깊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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