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프리즘] 금융권 노사갈등 촉발 ‘성과연봉제’, 생산성 높이기냐 쉬운 해고냐
입력: 2016.05.03 10:40 / 수정: 2016.08.17 15:36

성과연봉제 도입을 놓고 금융권 노사갈등이 일촉즉발로 치닫고 있다. /서민지 기자
성과연봉제 도입을 놓고 금융권 노사갈등이 일촉즉발로 치닫고 있다. /서민지 기자

[더팩트ㅣ황진희 기자] 성과연봉제, 업무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고육책이냐 쉬운 해고를 위한 노동개악이냐.

성과연봉제 도입을 놓고 금융권의 노사갈등이 일촉즉발로 치닫고 있다. 지난달 7개 금융공기업(KDB산업은행, IBK기업은행, 수출입은행, 신용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 자산관리공사, 주택금융공사) 사측이 성과연봉제 도입 강행을 위해 사용자협의회에서 탈퇴하는 초강수를 두자 노동조합 측은 총파업 수순에 돌입하는 등 양측이 날선 대립각을 펼치고 있다.

◆ 금융노조, 성과연봉제 도입 반대 위해 총파업 수순 돌입

지난 1일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이하 금융노조)는 노동절을 맞아 서울시청광장에 집결해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성과연봉제 도입을 결사 저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금융노동자들은 이 자리에서 최근 금융권에서 벌어지고 있는 강제적인 성과연봉제 도입 시도에 대한 강력한 항의와 분노를 표시했다.

이 자리에서 김문호 금융노조 위원장은 “사측은 산별교섭을 거부하고 일방적 찬반투표 시도와 같은 현장에서의 탄압을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면서 “산별교섭이 파행된 지금, 금융노조는 합법적 쟁의행위 권한을 확보해 언제든 총파업을 비롯한 모든 투쟁수단을 동원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금융노조가 이날 거리로 나선 것은 사측과 2016년 산별중앙교섭이 결렬된 데 따른 것이다. 지난달 28일 김 금융노조 위원장은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4번째 ‘사측 없는 교섭’을 열었지만, 사측이 참석하지 않아 교섭 결렬을 선언했다.

그러나 사측은 사측 나름대로 산별교섭 테이블에 나갈 이유가 없다는 주장이다. 지난달 말 7개 금융공기업이 사용자협의외에서 이미 탈퇴했기 때문에 교섭 테이블에 마주앉을 이유가 전혀 없다는 것. 따라서 첫 상견례도 7개사를 제외한 나머지 회원사 중 교섭대표를 뽑아 대표단 간 교섭을 하는 방식이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결국 사측이 교섭 테이블에 나오지 않자 금융노조는 산별교섭 결렬을 선언한 뒤 지난달 29일에 중앙노동위원회에 조정 신청을 내고 총파업 수순에 돌입했다. 중노위가 조정종료 결정을 내리면 금융노조는 조합원 찬반투표를 거쳐 곧바로 총파업을 비롯한 쟁의행위에 돌입할 수 있게 된다.

금융노조가 지난달 4차례 산별교섭을 진행했지만 사측은 교섭 테이블에 나오지 않았다. 이에 금융노조는 산별교섭 결렬을 선언하고 총파업 수순에 돌입했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제공
금융노조가 지난달 4차례 산별교섭을 진행했지만 사측은 교섭 테이블에 나오지 않았다. 이에 금융노조는 산별교섭 결렬을 선언하고 총파업 수순에 돌입했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제공

◆ 금융권의 성과연봉제, 쟁점은?

금융당국이 성과주의를 강력하게 추진하는 이유는 호봉제 중심의 금융권 임금 체계가 불합리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업계의 환경과 개인성과를 임금에 반영하는 일반 산업과 달리 금융권은 매년 안정적으로 급여가 오르는 호봉제가 적용되고 있다. 민간 은행의 평균 연봉(8800만 원)이 일반 기업(종업원 500인 이상, 5996만 원)보다 월등하게 높은 점만 봐도 알 수 있다. 때문에 호봉제가 국내 금융산업의 경쟁력을 뒤쳐지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일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금융산업은 다른 산업에 비해 장기근속자 비중이 높은 편이다. 통계청의 산업별 연령 및 근속년수 현황에 따르면 금융 및 보험업의 평균 근속 년수는 10.8년이다. 전체 평균(6.0년)보다 매우 높다. 저성과자가 있어도 사측에서 이를 제재할 수 있는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이는 고스란히 국내 금융권의 생산성 하락으로 이어지는 모습이다. 실제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들을 보면 금융업의 임금 대비 생산성이 1.7로 제조업(1.6)을 앞서지만, 한국은 금융업(1.0)이 제조업(1.4)에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우리나라 금융권은 임금 대비 생산성이 낮아 성과주의 확산이 필수적”이라며 성과주의 연봉제 도입을 강력하게 주문하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사측의 요구안은 △임금동결 △신규직원 초임 조정을 통한 신규채용 확대 △성과연봉제 도입 △저성과자 관리방안 도입 등 4개다. 이를 통해 업무성과에 대한 공정한 평가와 성과에 따른 보수 지급으로 동기부여와 일하는 분위기를 만들고, 일자리 개혁을 통해 청년 일자리를 확충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금융노조 측은 성과연봉제 도입이 ‘쉬운 해고’를 위한 노림수라고 맞서고 있다. 객관적이고 공정한 평가 기준이 없는 현재 상황에서 성과 연봉제가 도입되면 직원 간 임금격차가 커지고 생활 불안정 및 저성과자 해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 또 단기 목표에 치중한 성과주의로 공공서비스의 질이 저하될 우려가 높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에 따라 금융노조 측은 △성과연봉제 등 개인별 성과차등 임금제도 금지 △성과평가를 이유로 한 해고 등 징벌 금지 △신입직원에 대한 차별금지 등 7개 분야, 36개 세부안을 제시하고 있다.

이처럼 성과연봉제 도입을 놓고 금융 노사가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벌써부터 ‘거센 하투(夏鬪)’가 예상되고 있다. 금융노조는 생존권을 주장하며 격렬하게 반대하고 있지만, 금융권 안팎에서는 저조한 금융권 생산성에 대한 지적도 빗발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고액 연봉’의 대명사가 된 금융권 직원들은 성과연봉제 도입을 반대하는 동시에 생산성을 올리려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jini8498@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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