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이슈] '드라마 아냐?' 한국이 연출한 기적의 역전극 베스트5
입력: 2015.11.20 23:00 / 수정: 2016.08.17 11:52
기적의 9회! 한국이 19일 열린 일본과 프리미어12에서 0-3으로 뒤진 9회 4득점하며 역전 드라마를 연출했다. / 닛칸스포츠 제공
'기적의 9회!' 한국이 19일 열린 일본과 프리미어12에서 0-3으로 뒤진 9회 4득점하며 역전 드라마를 연출했다. / 닛칸스포츠 제공

[더팩트ㅣ이현용 기자] 김인식호가 일본 심장부 도쿄에서 열린 한일전에서 기적의 9회, 역전극을 연출하며 2015 프리미어12 결승에 진출했다. 드라마보다 더 극적인 역전승 페이지에 한 장을 더했다.

김인식 감독이 이끄는 한국 야구 대표팀은 19일 일본 도쿄 돔에서 열린 2015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준결승에서 일본을 4-3으로 제압했다. 짜릿한 역전승이었다. 0-3으로 패색이 짙은 9회초 드라마가 시작됐다. 9회 선두 타자로 대타 오재원이 타석에 들어섰다. 오재원은 좌전 안타로 1루를 밟았다. 이어 손아섭이 이날 첫 연속 안타를 기록했다. 정근우는 좌익선상 적시 2루타를 때려 분위기를 이어 갔다. 이용규의 사구와 김현수의 밀어내기 볼넷으로 한 점 차로 추격한 한국은 이대호의 좌전 2타점 적시타로 경기를 뒤집었다. '약속의 8회'를 넘어 '기적의 9회'가 만들어지는 순간이었다.

◆ '약속의 8회'가 시작된 한일전(야구)

한국 야구사 한일전에서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경기다. 1982년 서울에서 펼쳐진 세계야구선수권대회에서 한국은 9승 1패로 일본과 타이를 이뤘다. 한일전의 승자가 우승을 차지하는 상황이었다. 이날도 출발은 좋지 않았다. 일본 마운드를 공략하지 못했고 0-2로 뒤진 채 8회를 맞이했다. 하지만 '약속의 8회'가 있었다. 선두 타자 심재원의 안타로 찬스를 잡은 한국은 김정수의 중월 적시 2루타로 추격을 시작했다. 조성옥의 희생번트로 1사 3루. 그리고 김재박의 유명한 '개구리 번트'가 나와 균형을 맞췄다. 한국의 공격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이어진 2사 1, 2루의 찬스에서 한대화가 좌측 폴대를 맞히는 스리런 홈런을 터뜨려 경기를 뒤집었다. 경기 마무리는 선동열의 몫. 이날 선발 등판한 선동열은 9회에도 마운드에 올라 일본타선을 잠재우며 기적적인 역전 드라마에 마침표를 찍었다.

◆ 한국 월드컵사에서 가장 뜨거웠던 이탈리아전(축구)

2002년은 축구로 하나된 한 해였다. 한국이 치른 7경기 모두 드라마였지만 그 가운데 절정의 순간이 있었다. 세계 최고의 빗장수비를 자랑하는 '아주리군단' 이탈리아를 상대로 태극전사들이 이뤄낸 역전승이다. 말 그대로 기적이었다. 한국은 전반 5분 만에 페널티킥을 얻었다. 그러나 안정환의 슛이 철벽수문장 지안루이지 부폰에게 막히며 불안한 느낌이 감돌았다. 그리고 전반 18분 프란체스코 토티의 절묘한 코너킥에 이은 크리스티안 비에리의 헤딩슛에 한국 골망이 흔들렸다. 한국은 동점골을 위해 끊임없이 이탈리아 골문을 두드렸다. 하지만 동점골은 나올 줄을 몰랐다. 그리고 패배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오던 종료 2분전. 한국은 극적인 동점골로 기사회생했다. 박지성의 전진패스를 받은 황선홍이 우측에서 절묘한 크로스를 올렸다. 이 볼은 이탈리아 수비수 크리스티안 파누치의 팔에 맞으며 설기현 앞에 떨어졌고, 설기현이 왼발슛으로 마무리. 고대하던 동점골이 터졌다. 기세가 오른 태극전사들은 연장 후반 12분 역전드라마를 완성시켰다. 우측에서 이영표가 날카로운 크로스를 이탈리아 문전으로 올렸고, 안정환이 높이 솟구치며 헤딩골을 터뜨렸다. 안정환은 그라운드에 누워 승리를 만끾했다.

◆ 만리장성을 넘고 따낸 금메달(농구)

2002아시안게임 준결승. 한국은 '복병' 필리핀에 진땀승을 거뒀다. 경기 종료 20여초를 남긴 상황에서의 스코어는 66-68. 필리핀 선수가 자유투를 놓치며 한국이 마지막 공격권을 잡았다. 그리고 위기 상황에서 이상민이 극적인 3점 버저비터를 작렬했다. 결승에서도 역전극이 벌어졌다. 한국은 중국을 맞아 경기 초반 고전했다. 중국의 장신 숲에 막히며 돌파구를 찾지 못하던 한국은 4쿼터 종료 3분 17초 전까지 71-84로 크게 뒤졌다. 하지만 이때부터 한국의 대반격이 시작됐다. 전면 강압수비와 가로채기 등으로 경기의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경기 종료 17.5초를 남기고 문경은이 3점포를 터뜨리며 88-90로 중국을 압박했다. 그리고 경기 종료 4.7초 전 현주엽이 중국 수비수를 제치는 멋진 레이업슛으로 2점을 보태며 연장으로 승부를 몰고 갔다. 연장은 완전히 한국의 페이스였다. 한국은 연장 시작과 함께 서장훈의 3점슛으로 리드를 잡았고 현주엽과 문경은의 연속득점으로 점수차를 더욱 벌리며 기세를 드높였다. 중국의 막판 추격에 흔들렸지만 102-100으로 승리. 한국이 '만리장성' 중국을 넘어 20년 만에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거머쥐는 순간이었다.

◆ 극적으로 따낸 올림픽 진출 티켓(배구)

1992 바르셀로나 올림픽을 앞두고 한국은 아시아 지역 예선에서 '라이벌' 일본에 패하며 본선행이 좌절됐다. 본선에 진출할 수 있는 마지막 길은 월드컵에서 티켓을 따내는 수 뿐이었다. 한국은 일본에서 펼쳐진 월드컵에 참가했고, 3차전에서 한 수 위의 전력으로 평가받던 독일과 만났다. 한국은 투혼을 보이며 세트 스코어 2-2를 이뤘다. 하지만 마지막 5세트에서 11-14로 뒤지며 패색이 짙었다. 한국은 놀라운 집중력을 발휘하며 기적을 만들어 나갔다. 노진수의 공격 성공으로 1점을 따라붙은 한국은 블로킹으로 다시 1점을 추가하며 역전의 발판을 마련했다. 그리고 독일선수의 어이없는 공격범실로 14-14 듀스를 만들었다. 이후 한국은 독일의 공격을 막지 못하고 1점을 내줘 14-15로 뒤졌으나 곧바로 공격에 성공하며 다시 듀스를 이룬 다음, 내리 2점을 더 따내며 17-15로 5세트를 마무리했다. 정말로 믿기 힘든 역전승을 일궈냈다. 이 경기는 한국 올림픽 진출의 신호탄이 됐다. 한국은 기세를 살려 나머지 경기에서 경쟁팀들을 잇따라 꺾고 바르셀로나 올림픽 본선행을 확정지었다.

◆ 한국, 테니스, 이형택, 역전극(테니스)

'한국 테니스 간판 스타' 이형택도 짜릿한 역전승으로 감동을 안긴 적이 있다. 2005년 삼성증권챌린지 대회에서 3년 연속 단식우승을 차지했다. 홈 코트에 선 이형택은 승승장구하며 결승에 올랐다. 결승 상대는 한 수 아래로 평가받는 프랑스의 니콜라스 톰먼이었다. 그러나 경기는 쉽게 풀리지 않았다. 톰먼의 파이팅에 고전하며 첫 세트를 4-6으로 내준 이형택은 2세트를 6-1로 따내며 세트스코어 1-1. 마지막 세트에서 이형택은 톰먼과 밀고 밀리는 접전을 펼쳤다. 타이 브레이크까지 가는 시소게임이었다. 먼저 7점을 따내면 승리할 수 있는(6점 이상일 경우 2점차 이상이 되어야 승리) 타이브레이크 승부. 이형택은 톰먼에게 속수무책으로 당하며 0-6으로 뒤졌다. 승부의 추는 기울었다고 생각하는 순간, 기적이 일어났다. 끈질긴 수비와 네트 플레이로 한 포인트씩 만회해나간 이형택은 5-6까지 쫓아가며 승부의 향방을 알 수 없게 만들었다. 당황한 톰먼의 더블 폴트로 드디어 동점이 됐다. 이형택은 끝까지 집중력을 발휘해 상대의 범실을 유도했고 결국 8-6으로 이겼다. 의지와 집년으로 만든 만든 대역전극에 홈 팬들은 열광했다.

sporgo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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