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 추문-폭행-음주-도박! 위기의 한국 쇼트트랙
[더팩트ㅣ이성노 기자] 파벌, 폭행, 음주에 이어 이젠 불법 도박까지. 동계 올림픽 효자종목이란 말이 무색한 단어들이다. 이젠 '범죄 종목'이란 말까지 들리고 있다. 한국 쇼트트랙의 이야기다.
지난해 프로농구와 프로야구를 휩쓸었던 불법 도박의 어두운 그림자가 쇼트트랙까지 뒤덮었다. 경기북부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5일 국가 대표 김 모 씨(18) 등 쇼트트랙 선수 5명을 불법 스포츠 도박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고 6일 밝혔다. 경찰 관계자에 따르면 입건을 마친 대표 선수들 포함해 모두 20여 명의 쇼트트랙 선수가 불법 스포츠도박 사이트에 접속해 상습적으로 고액 베팅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말 바람 잘 날 없는 쇼트트랙계다. 파벌, 밀어주기 논란에 성추행, 폭행, 미성년자 음주 그리고 도박까지 사건·사고가 끊이질 않고 있다. 모두 대표팀에서 나온 일들이기에 문제의 심각성은 단순히 지나칠 정도가 아니다.
한국은 이미 일명 '파벌', '대표팀 밀어주기' 논란으로 국보급 스케이터 안현수(러시아명 빅토르 안)를 러시아로 떠나보냈다. 세상 어디에도 없는 한국만의 고질적인 폐해다. 지난 2014 소치 올림픽에서 안현수의 3관왕을 바라보며 많은 비판도 받았으나 이후 쇼트트랙 대표팀은 쉬지 않고 언론에 오르락내리락했다. 계속 사건사고가 터저나왔다.
소치 올림픽을 한 달 앞둔 상황에선 대표팀 코치가 성 추문에 휘말려 사퇴하는 일이 벌어졌고, 지난해 9월엔 훈련 도중 선배가 후배를 때리는 폭행 사건이 터져 가해 선수는 1년 자격 정지 징계를 받았다. 3개월 뒤엔 남자 고등학생 신분 대표팀 선수의 음주 파문까지 꼬리에 꼬리를 물며 불미스러운 사건이 터졌다. 대표팀 관리에 대한 허점이 드러났다는 부정적인 시선이 고개를 들었다.
오랫동안 대표팀에 몸담았던 한 빙상 관계자는 <더팩트>와 전화 인터뷰에서 안타까움을 금치 못했다. 그는 "평창 올림픽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불미스러운 일이 생겨 안타까울 따름이다. 잊힐 만하면 계속 일이 터진다. (노)진규가 하늘나라로 간 지 얼마 되지 않아 이런 사건이 터져 유감이다"며 말문을 열었다.
"대표팀 관리가 소홀한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빙상 관계자는 "어린 선수들이 스트레스를 잘못된 방법으로 풀었던 것 같다. 물론 지도자들이 책임을 회피할 순 없다. 하지만 감독이나 코치들이 24시간 내내 선수들을 따라다니지 못한다. 사사건건 사생활에 간섭하다 보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연맹이나 협회에서 꾸준히 교육하고 있고, 시스템적으로 보완해야 할 부분도 있다. 개인적으로 잘못을 저지르면 솜방망이 처벌이 아닌 징계 자체를 최대로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폭행, 성 추문, 도박, 승부 조작 등 근절돼야 할 문제들에 대해선 영구 제명에 가까운 징계를 곰곰이 생각해야 될 것 같다"고 주장했다. 평생 운동만 해오던 선수들에게 '제명'이란 징계가 주어진다면 작은 호기심에도 행동 하나하나에 주의하고 조심하게 된다는 게 빙상 관계자의 이야기다.
이미 엎질러진 물은 주워 담을 수 없다. 지나간 일보단 앞으로를 대비하고 준비해야 한다. 효자종목에서 '범죄 종목'으로 추락한 한국 쇼트트랙. '동계 올림픽 최고 스포츠 종목'이라는 사명감을 새기고 위기 탈출을 위한 고민을 위해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