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주간政談] 서청원 "내가 왜 친박 맏형?" 與 인사 "화성 받았잖아"
  • 오경희 기자
  • 입력: 2016.07.29 08:19 / 수정: 2016.08.17 08:21

오는 8·9 전당대회를 코앞에 둔 시점에서 친박계 맏형 격인 서청원 새누리당 의원이 친박 모임을 가져 눈길을 끌었다. 사진은 지난  27일 저녁 친박계 의원 40여명이 모인 여의도 한 중식당./임영무 기자
오는 8·9 전당대회를 코앞에 둔 시점에서 친박계 맏형 격인 서청원 새누리당 의원이 '친박 모임'을 가져 눈길을 끌었다. 사진은 지난 27일 저녁 친박계 의원 40여명이 모인 여의도 한 중식당./임영무 기자

'한해 10조 원의 접대문화'가 사라질까요? 헌법재판소는 28일 '뜨거운 감자'였던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수수 금지법) 쟁점 사항을 합헌으로 결정했습니다. 대한민국의 부조리한 관습과 체질을 바꾸겠다는 취지입니다. 그러나 정치권의 '헤쳐 모여' 체질은 여전한 듯합니다. 코앞으로 다가온 여야 당 대표 경선은 결국 '세 결집'이 승부를 가를 것으로 보입니다. <더팩트> 정치팀은 여의도 정가를 취재한 기자들의 '방담'을 통해 한 주간 이슈를 둘러싼 뒷이야기와 정치권의 속마음을 다루는 [TF주간 정담(政談)]코너를 진행합니다. 국회에 출입하고 있는 이철영·임영무·오경희·신진환·서민지 기자가 참석했고, 명재곤 부국장과 박종권 편집위원이 사회를 맡았습니다. [TF주간 정담(政談)]은 현장에서 발품을 파는 취재 기자들이 전하는 생생한 가십 모음입니다.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더팩트 | 정리=오경희 기자] '골치 아프네. 뭐는 되고, 뭐는 안되는지.'

지난 28일 헌법재판소의 '김영란법' 쟁점사항에 대한 합헌 결정으로 벌써 여기저기서 볼멘소리를 늘어놓습니다. 언론인·사립학교 교원 등이 '공직자 등'의 범주에 포함되면서 약 400만 명(국민권익위원회 추산)이 법의 적용을 받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곳곳에서 시행착오가 우려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정작 입법권자인 국회의원은 범주에서 제외돼 곱지 않은 시선을 받고 있습니다. 공교롭게도 같은 날 검찰은 '총선 홍보비 리베이트 의혹'에 연루된 김수민·박선숙 국민의당 의원에 대한 영장을 재청구했습니다.

녹취록 파문으로 말 한마디도 조심해야 할 이때 친박계 맏형 서청원(8선) 의원은 아무렇지 않다는 듯 지난 27일 오후 여의도의 한 중식당에서 친박계 의원 40여 명과 만찬을 했습니다. 밥값은 누가 냈을까요? 차기 지도부를 선출할 8·9 전당대회를 보름 남짓 앞둔 터라 정치권과 취재진의 관심은 뜨거웠습니다. 더민주도 다음 날 8·27 전대 당권 구도를 확정하는 등 여야 모두 새 진용 짜기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이번 주를 달군 현안과 그 현장을 되짚어보겠습니다.

◆ '김영란법' 공직사회·기업 "1호로 걸리지만 말자~"

헌법재판소는 28일 오후 김영란법(부정청탁금지법)에 대해 언론인과 사립학교 교원에게 적용하는 것은 합헌이라고 판결했다. 박한철 헌법재판소 소장이 자리에 앉고 있다./남윤호 기자
헌법재판소는 28일 오후 김영란법(부정청탁금지법)에 대해 언론인과 사립학교 교원에게 적용하는 것은 합헌이라고 판결했다. 박한철 헌법재판소 소장이 자리에 앉고 있다./남윤호 기자

-사실 헌재 결정 이전까지 법조계와 정치권에선 일부 위헌 가능성에 무게를 뒀습니다. 당일까지만 해도 기자들 사이에선 4가지 쟁점사항 중 일부 위헌을 예측하기도 했습니다. 대법관들도 사안마다 의견이 팽팽하게 갈렸으니까요.

-반면 또 일각에선 합헌 가능성을 점쳤습니다. 지난 4년여 동안 우여곡절 끝에 오는 9월 28일 시행을 앞둔 만큼 뿌리 깊은 관행을 철폐하자는 국민적 정서 또한 만만치 않기 때문이죠. 그러나 문제는 농축수산업 등 직접 타격이 불가피한 점인데요. 지역구 의원들은 어떻게든 관련 업계에 종사하는 지역민들을 달래야 하는 상황이라 골치가 아프다고 합니다.

-국내 굴지의 모 그룹 대외업무 담당 임원은 "일단 속칭 첫 빠따(번째)로 걸리면 안 되니까 추이를 지켜봅시다. 그렇다고 연락 끊고 지내는 것은 아니고, 분위기 고려해서 저녁 한번 하시죠"라며 긴장과 경계를 했습니다. 한편으로는 대면접촉을 통한 업무 진행이 소홀해질까 봐 걱정했습니다.

-문제는 부정청탁의 개념에서 '공직자 등'이란 범주에 국회의원이 빠진 것에 대한 국민 불만이나 의문이 큽니다. 그래선지 안철수 전 국민의당 공동대표는 국회의원을 포함하는 개정안을 발의할 예정인데, 국회를 통과할진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아무튼, 대한민국의 부조리한 관습과 체질을 확 바꿀 수 있는 획기적 혁신법이라는 것에는 사람들이 공감을 하는 듯합니다. 물론 겉은 그렇고 속은 어떤지 누가 알까요.

◆ 서청원 만찬, 與 의원들 "날 친박이라 하지 마"

서청원은 의원은 지난 27일 오후 친박계 모임 세 결집이라는 비박계 지적에도 불구하고 만찬을 강행했다. 사진은 만찬 회동에서 의원들에게 인사말을 하는 서 의원./남윤호 기자
서청원은 의원은 지난 27일 오후 '친박계 모임' '세 결집'이라는 비박계 지적에도 불구하고 만찬을 강행했다. 사진은 만찬 회동에서 의원들에게 인사말을 하는 서 의원./남윤호 기자

-서청원 의원 주도로 열린 지난 27일 만찬은 이전부터 '친박 모임'이란 비박계의 지적이 많았습니다. 이를 의식한 것인지 모르겠으나 비박계 의원 일부도 초청했는데, 현장 분위기는 어땠나요?

-서 의원은 이날 오후 6시가 되기도 전에 먼저 와서 의원들을 문에서 기다리며 악수를 했습니다. 이날 참석한 약 40여 명의 의원들은 당내 분위기가 분위기인지라 '친박'이라고 규정하는 것을 상당히 꺼렸습니다. 윤상직 전 산자부 장관이 김태흠 의원에게 "강성 친박 아녜요~"라고 하자, 김 의원이 정색하면서 "그런 농담도 하지 마, 무슨 소리야 강성이라니"라고 하는 일도 있었습니다.

-한 여당 의원은 이번 만찬 전부터 서 의원이 "내가 친박 맏형이라고 하는데 얻는 게 뭐냐? 왜, 자꾸 날 겨냥하나"라고 불평을 했다고 전하며 "친박계 맏형으로 받은 게 없긴 왜, 없냐. 이번에 화성(서청원 지역구)도 받았으면서"라고 일갈했습니다. 서 의원이 마련한 이날 자리가 친박 모임인 동시에 오는 8·9 전당대회 최고위원 출마자들 교통정리를 위한 것이란 해석이 나왔습니다. 실제 박순자 정용기 최연혜 이장우 함진규 의원 이렇게 최고위원 후보 5명이 와서 각자 한마디씩 하는 시간도 가졌다고 합니다.

-이렇든 저렇든 이날 만찬은 자기 계파, 자기 식구들 결속을 다지면서 내년 대선에도 우리 몫을 찾기 위해 뭉치자는 것 아니냐는 게 정가의 공통된 견해입니다.

◆ 새누리-더민주, 당권 경쟁 '세 결집' 좌우

새누리당 당 대표 경선 출마를 선언한 이주영, 정병국, 주호영, 한선교, 이정현, 김용태 의원(사진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더팩트DB
새누리당 당 대표 경선 출마를 선언한 이주영, 정병국, 주호영, 한선교, 이정현, 김용태 의원(사진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더팩트DB

-새누리 당권 경쟁은 계파 진영 간 단일화가 관건으로 보입니다. 친박계 후보론 이정현, 이주영, 한선교 의원으로 분류되고 있습니다. 이정현 의원을 제외하고 두 의원은 계파색이 옅어 완주하지 않으면 이정현 의원의 가능성을 점치고 있습니다. 비박계는 일단 정병국 김용태 의원이 단일화에 합의한 후 29일 정 의원으로 결정 났는데, 친박계가 당내를 장악하고 있는 상황에서 경쟁력이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더불어민주당은 당내 최대 계파인 친문(친문재인)으로 분류되는 송영길·추미애 의원과 김상곤 전 당권재민혁신위원장에 맞서 비주류 대표 격인 이종걸 의원이 28일 출사표를 던졌습니다. 이 의원은 출마에 앞서 김종인 대표의 만류로 보류했다가 출마 결심을 굳혔는데요. 그 이유는 표가 엄청 적게 나올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이라는데, 이 의원은 그래도 비주류의 자존심(?)을 지키고자 출마를 강행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 경선은 이른바 친문 세 명과 비주류 한 명의 4파전으로 치러지게 됐다. 출마를 선언한 추미애, 이종걸 의원과 김상곤 전 당권재민혁신위원장과 송영길 의원(왼쪽부터)./더팩트DB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 경선은 이른바 친문 세 명과 비주류 한 명의 4파전으로 치러지게 됐다. 출마를 선언한 추미애, 이종걸 의원과 김상곤 전 당권재민혁신위원장과 송영길 의원(왼쪽부터)./더팩트DB

-제3당인 국민의당도 여야 당권 경쟁을 예의주시하고 있습니다.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은 28일 '취임 한 달' 기자회견에서 더민주의 전당대회에 기대감을 내비쳤습니다. 사드 배치 등 현안 등에 대해 김종인 더민주 대표와 이견을 보이면서 제대로 야권의 공조가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면서 박 위원장은 "이번 더민주 전당대회를 봐라. 대통령 후보가 이미 정해져 있기 때문에, 즉 후보를 모두 친문 세력들이 하고 있지 않나. 두고 봐라"라고 했습니다.

-결국, 여당이나 야당이나 '세 결집'에 승부가 결정 날 것 같습니다. 눈에 띄는 것은 더민주에서 추미애 의원이 당 대표가 될 경우, 여성 대표와 여성 대통령의 신경전도 눈길을 끌 듯합니다. 최근 영국, 독일 등 여성 리더십이 강화되고 있는데, 국내 정치에도 영향을 줄지 기대됩니다.

◆ 김수민·박선숙 영장심사, 박지원 "가는 날 장날"

검찰은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의 취임 한 달을 하루 앞둔 28일 총선 홍보비 리베이트 의혹에 연루된 박선숙·김수민 의원에 대한 영장을 재청구했다./임세준 인턴기자
검찰은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의 취임 한 달을 하루 앞둔 28일 '총선 홍보비 리베이트 의혹'에 연루된 박선숙·김수민 의원에 대한 영장을 재청구했다./임세준 인턴기자

-박지원 위원장이 취임 한 달을 하루 앞둔 28일, 기자간담회를 열기 딱 30분 전 검찰이 김수민·박선숙·박준영 의원 3명을 동시에 영장재청구를 했다는 연락을 받았다고 합니다. 박 위원장은 간담회에서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했습니다.

-박 위원장은 당일 밤 페이스북엔 "너무 검찰 작태에 분노해서 좋아하는 선배와 와인을 많이 마셨다. 우리 당의 명운을 걸고 당을 범죄집단 취급한 검찰과 끝까지 싸우겠다. 저를 감옥으로 보내려고 또 보복하겠지만, 이것만은 안 된다"고 하며 분노를 감추지 못했습니다.

-1차 구속영장이 기각됐는데 검찰이 영장을 재청구한 데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진경준 검사장의 비위 의혹 등으로 검찰을 둘러싼 논란이 거센 상황에서 정치인을 상대로 무리하게 일을 진행한다는 것이 쉽게 이해되지 않습니다. 검찰이 어느 정도 자신감이 있는 것 아닌가 싶습니다. 만약 법원이 검찰의 영장청구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검찰로서는 체면을 구기는 정도가 아니라 무리수를 뒀다는 거센 후폭풍을 피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사드 정국, 우병우 사태 등에 대해 국민의당이 강성으로 나오니까 물꼬를 바꾸고 의제를 돌리려는 느낌도 적지 않습니다. 검찰이 영장재청구를 하면서 추가 증거물로 무엇을 내놓았는지가 관건인데, 어찌 됐든 안철수 전 대표로선 이 건이 완전히 클리어(해소)되지 않으면 대선 가도의 큰 걸림돌이 될 것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이 주의 현안을 관통하는 건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말 같습니다. '끼리끼리' 말고, 온 국민이 뭉칠 수 있도록 정치권이 각성하고 분발하길 기대해 봅니다.

ar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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